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26
밥만 먹고 레벨업 327화
엘레는 생각해 봤다. 대륙운(大戮雲)이라는 고마운 시스템의 등장으로 어쩌면 아스간 대륙이 이길지도 모르는 확률이 조금이나마 상승하게 되었다.
하지만 카이온 대륙은 소문처럼 아스간 대륙보다도 더 넓은 곳이니만큼 더 많은 강자가 즐비하고 넘쳐났다.
또한, 극의(極意)라는 개념의 여덟 개의 공격 스킬은 카이온 대륙과 아스간 대륙 두 곳에만 존재한다.
물론, 엘레도 들은 바 있다.
극의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스킬들이 카이온 대륙이나 아스간 대륙을 넘어서 다른 대륙에도 존재한다.
즉, 엘레는 몰랐지만, 아테네 운영자들이 극의라는 스킬을 대한민국과 중국에게 주었고, 그 외의 다른 국가의 서버에도 그에 필적하는 스킬들이 다른 명칭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엘레가 기억하는 아스간 대륙에 존재하는 극의는 딱 두 가지였다.
바로 엘레의 검술과 과거 검신 다음으로 제일갔다는 정체 모를 자의 검술이었다.
‘그리고 만약, 나머지 여섯 개가 전부 카이온 대륙에 있다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랭커 깨기를 하고 다니는 호일천이라는 자가 부리는 극의는 반쪽짜리였다.
그에 엘레는 생각해냈다.
민혁이가 진정한 극의(極意)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를 방법.
‘두 개의 극의를 반 절씩 배운다.’
엘레의 검술의 극의(極意)는 완전한 형태를 이룬 적이 없다.
하지만 극의(極意)라 이름 붙여진 두 개의 검술의 반쪽짜리씩이라도 익혀낸다면, 새로운 형태의 극의(極意)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존재했다.
‘극의(極意)는 선택된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강해야 한다. 엘레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엘레의 검술은 여덟 개의 극의(極意) 중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스킬이었다.
그 때문에 몸이 가지는 부담감이 컸다.
그리고 그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야 했다.
‘과연 나에게 공격을 허용시킬 수 있을까?’
그 정도의 자질.
딱 그 정도만 있더라도 합격이다.
“죽어라아아아아아아아!!!”
민혁이 온 힘을 담아 쇄도해온다. 그리고 마치 여성의 춤사위처럼 부드럽고 간결하게, 엘레의 검이 움직였다.
태앵!
민혁의 검이 허무하리만큼 튕겨 나갔다. 엘레가 조소를 머금었다.
“약하구나.”
그녀는 왼팔을 여유롭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민혁은 공격이 실패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민혁은 검신 발렌의 힘을 통해서 검술을 한껏 강화시켰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바람 같은’이다.
탓!
바람 같은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갔다. 그리고 난무하는 검을 시전했다.
타! 타타탓! 타타탓! 탓!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수백여 개의 잔상을 만들어내는 난무하는 검을, 그 안에서 엘레는 가뿐히 피해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와중에 빠르게 민혁에게 거리를 좁히고 들어왔다.
“스텝.”
본래 엘레의 검술은 그녀의 것.
민혁이 사용했을 때보다 더 긴 거리를, 그리고 더 빠르게,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거리를 좁혔던 그녀가 검집으로 그의 옆구리를 때렸다.
탁!
“큽!”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요리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냉면 계란 뺏어 먹은 나를 죽일 수 있겠어?”
민혁은 그녀에게 옆구리를 타격 당했지만 즐거움에 웃고 있었다.
‘재밌어……!’
분명히 재밌었다.
민혁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르를 이긴 실력자였다.
하지만 엘레는 살아오면서 날 때부터 검을 쥐었다.
일곱 살.
자신의 암살을 시도했던 암살자들의 목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였던 나이이다.
열세 살. 수백 명의 병사들을 자신의 손으로 도륙했던 나이이다.
열여섯 살.
전대 황제를 뛰어넘었다고 불렸다.
그리고 스무 살.
실력을 인정받고 여제가 되었다. 그런 그녀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어나는 검.”
그녀의 검 끝이 부드럽게 땅에 꽂혔다.
[피어나는 검] [전방 20m의 적을 땅에서 무차별적으로 솟아난 검이 공격하며 관통하지 않아도 450%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민혁의 것과는 근본적인 힘부터가 달랐다. 그 거대한 힘이 반경 20m에 민혁이 사용하는 피어나는 검보다 훨씬 더 길고 날카로운 예기를 가진 수천 개의 검의 꽃이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사물을 관통시키지 아니해도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콰콰코콰콰콰쾅!
민혁은 순간적으로 당혹했다. 천 개가 넘는 검의 꽃의 강력한 폭발.
그녀가 풀고 있던 머리를 머리끈을 이용해 묶었다.
그리고 그 자욱한 폭발 속에서 민혁은 놀랍게도 발 빠르게 콩이를 소환.
[절대 방어.] [2초간 콩이와 주인에게 그 어떠한 공격도 허용되지 않습니다.]절대 방어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민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 정말 재밌는데요!?”
“……하!”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감탄사와 놀라움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펫을 소환하여 펫스킬을 사용하는 민혁의 발빠른 순발력.
그리고 이필립스 제국 내에서 검의 최강자라 불리는 검의 대제 엘레라 불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민혁이 뱉어낸 말.
‘재밌다.’
그 말에 엘레가 경악성 어린 숨을 토해낸 것이다.
‘민혁아, 너는 어디까지 오른 것이냐.’
엘레는 이로써 직감했다. 민혁이 오른 경지는, 자신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를 과소평가했던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엘레가 싱긋 웃었다.
“둘 다 최선을 다해보자.”
* * *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꽁무늬가 빠지게 도망치는 루시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2,500명의 병력 중에서 살아남은 유저들의 숫자가 고작해야 30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살아남은 유저들은 대부분 최상위 랭커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각 길드의 장들, 그리고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최상위 정상 랭커들.
그들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던 중, 루시아는 갑자기 주변에 자라난 식물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한쪽으로 휘는 걸 볼 수 있었다.
“저 식물들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뭐라고?”
카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랭커들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리 님께서 어쩌면 우리나라가 승리할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믿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마저 믿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까?”
루시아의 말에 카르를 비롯해 모든 유저들이 침묵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이미 중앙에 위치한 공격기지 베르드크를 탈환 당했다.
베르드크 안에는 운영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어마어마한 공성용 무기들까지 갖추어져 있다고 하였다.
앞으로는 더 밀리게 될 것이고, 구름 티켓을 사용한 중국 유저들이 한국 땅을 밟고 그곳을 침략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알겠다.”
모든 유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식물들이 안내하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걷던 그들은 어느덧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영지에 도달했다.
“어, 어째서 여기에 이런 곳이……?”
“뭐야? 이거 영지잖아?”
“아…… 혹시! 알리 님은 대륙운에 숨겨져 있는 영지를 찾아낸 것 아닐까요? 어쩌면 어마어마한 힘을 품고 있는 영지를요!”
수많은 유저들이 가설을 세웠다. 거대하고 웅장한 영지!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주변에 깔려 있는 잘 자라난 과일과 같은 농작물이었다.
“히야, 이 사과 하나 먹어보고 싶게 생겼네.”
그것도 희한하게 땅 안에서 사과가 자라고 있었다.
한 유저가 사과에 손을 뻗는 순간.
“그거 먹으면 민혁이가 가만두지 않을걸요?”
“……!”
“……!”
“……!”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스무 명 남짓의 인원이 있었다.
그들은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갑옷들을 입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그 붉은 갑옷에 감탄이 나오려던 때에, 한 유저가 말했다.
“레전드 길드……?”
“우리들의 영지 아틀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니가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째서 오지 않은 거냐! 어째서! 빌어먹을 놈들아, 너희들이 왔으면! 왔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바로 카르였다.
카르는 자만심 강한 인물로, 항상 자신이 최고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감’ 그리고 ‘원망’이 섞여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하이 클래스 전직자가 없다고 할지라도.
카르가 전쟁터에서 말하였던 ‘쓸모없는 자들’과 다르게 과거의 레전드 길드가 힘이 아예 안 되지는 않았을 터다.
그들은 실력 자체가 출중한 랭커들.
어쩌면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요, 너무 늦어버렸어요.”
“빌어먹을……!”
카르는 쉽사리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침착한 표정의 루시아가 덧붙였다.
“이제 어쩔 생각이죠? 알리는 분명히 이곳에 가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 길드원이 무사히 전달했나 보군요.”
“……!?”
“……!?”
“……!?”
“……!?”
그 말에 모두가 잠시 잘못 들었나 싶었다.
검은 마법사 알리가 본인들의 길드원이다?
마법사 알리는 온 대륙을 합쳐도 가히 정점에 섰다는 말이 어울리는 최고의 마법사 유저였다.
당연히 모든 길드에서 최고의 대우를 제시했다.
어떤 4대 길드에선 지분 50%를 넘길 테니, 가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이 바로 알리였다.
그러한 알리가, 레전드 길드, 아니 현재 새롭게 이름을 탈바꿈한 길드의 길드원이 되었다?
“방법이라고 하셨나요?”
그리고 지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간단해요.”
지니가 그들을 둘러봤다.
“영지 아틀라스를 수호하고, 이 아틀라스를 믿을 것.”
그에 랭커들은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카르가 뱉어냈다.
“미치겠군…….”
도대체 그게 무슨 방법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지니가 말했다.
“손님이 찾아왔네요. 모두 보시겠어요?”
지니가 커다란 수정구를 들여다봤다.
곧이어 모든 유저들이 그 수정구로 몰려들었다.
그곳에 자신들을 추격해온 추격대가 있었다. 자신들조차도 모르던 일이었다.
“적룡단…….”
암살자 클래스인 루시아가 중얼거렸다.
지니가 그녀를 돌아봤다.
“적룡단은 중국의 비공식 암살자 랭커들이 만든 길드죠, 총인원은 서른 명. 하지만 이 서른 명의 인원들이 모두 레벨이 500에 웃돕니다. 사실상 현존하는 중국 최고의 암살 길드. 그것이 바로 적룡단이죠.”
그 말에 지니가 눈을 반달로 그리며 웃음 지었다.
“그래요? 그럼 이제 볼 수 있겠군요. 최고의 방어진을 펼친 영지와 최고의 암살자들. 누가 승리할지.”
* * *
중국의 유명 즐투버 리오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즐투버였다.
최소한 그가 올리는 영상은 항상 그 달의 최고의 영상에 꼽히고는 했다.
그러한 리오의 입가에 웃음이 자리매김했다.
[크! 미개한 한국놈들이 도망치다니, 그놈들 우리 적룡단 형님들께서 전부 처바르시겠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상 적룡단 형님들 서른 명만 가도 한국 랭커들 전부 눈 깜짝할 사이에 암살 가능. 인정 아닌가요?]적룡단은 이번 대륙운(大戮雲)의 전투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방송사가 아닌 즐투버인 리오에게 이를 의뢰했다.
리오는 이 영상을 통해서 중국 유저들이 ‘양민학살’을 보며 좋아하게 될 거란 생각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룡단의 단장, 루카.
그는 레벨이 자그마치 530에 달하는 암살자였다.
하이 클래스 전직? 진작에 끝마쳤다.
그의 하이 클래스 명은 죽음의 사자였다.
루시아라는 달의 암살자와 급이 다른 존재였다.
그들은 방금 전 대한민국 랭커들이 도망친 방향을 쫓고 있었다.
모두가 놓쳤지만, 그들만큼은 은신 스킬과 빠른 발을 이용, 단숨에 대한민국 랭커들이 도망친 방향을 쫓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깊숙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적룡단의 단원들은 누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매우 은밀하며 빨랐다.
BJ이지만 랭커이기도 한 리오가 그들을 쫓기 힘들 정도였다.
바로 그때였다.
“후…… 짭짭…… 후…… 짭…… 맛…… 면!”
우거진 수풀 속. 정체 모를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루카가 서둘러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누군가 있다.”
그는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 범상치 않은 곳이 분명하다.”
루카의 말에 적룡단원 전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침착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은 황제 또한 암살할 수 있는 자들.
그 어떤 적도 그들을 이길 수 없으리라.
그리고 그들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수풀을 지나 드러난 곳에 한 소년이 앉아서 소름 끼치는 귀신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후루루룹 짭짭! 후루루룹 짭짭! 맛좋은 라면!!”
리오의 카메라에 그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이어서,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저게 바로 한국 귀신?] [뭐야? 무섭잖아? 어둡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 왜 저 어린 소년이 혼자 있는 거지?] [혹시 가족을 이 숲에서 잃은 소년 아닐까요?] [그렇다면 원통함에 귀신이 된 건가……?]그리고 그들처럼 적룡단원들도 전부 긴장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긴장하다니?
정말 한국의 귀신이라도 되는 건가?
“이봐.”
루카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그러자.
“으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소년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질문했다.
“라면에 면부터 넣어? 스프부터 넣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