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79
밥만 먹고 레벨업 480화
에토 왕국.
일본 서버에 위치해 있는 에토 왕국은 바라스 왕국과 닮아있다.
바라스 왕국처럼 생산직들을 위한 나라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한국 서버와 다르게 ‘탑’이라는 개념은 없다는 것이었다.
에토 왕국에 탑은 없지만 다섯의 별이라 불리는 자들은 존재한다.
첫 번째 별. 과거 왕들뿐만 아니라 모든 황제를 기리는 조각상을 만들어내고 그를 본 신들이 감탄하여 제작 의뢰를 했다는 조각사이다.
두 번째 별. 재봉사로서 왕들뿐만 아니라, 각 제국의 황제들도 그의 옷만을 입고 싶어 한다 알려지며 심지어 다른 대륙의 황제들조차도 탐낸다고 한다.
세 번째 별. 시름시름 앓던 에토 왕국의 국왕 발렉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 그를 요리로 치료한 적이 있다는 요리사이다.
네 번째 별. 악마가 왕국을 침공하려 할 때 대천사를 그려내 왕국을 구해냈다는 화가이다.
다섯 번째. 가장 위대한 별이라 불리는 자이다.
네 번째 별에게 대천사를 그려내어 악마를 쫓을 것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조각사도, 대장장이도, 요리사도, 화가도 아니다.
그는 ‘전술가’였으며 에토 왕국의 위기를 수차례나 구해낸 영웅이었다.
그를 비롯해 넷의 별은 현재 모두가 은퇴하여 후계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아르사 마을에 터전을 잡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후계들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며 어쩌면 아스간 대륙의 탑장들을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실력자들이다.
‘오늘은 또 어떤 자들이 날 찾아올까?’
전술가 알로드는 괴팍한 NPC로 유명하다. 과거 총망 받던 그였으나 전 국왕 발렉스의 죽음과 함께 이곳에 다른 별들과 함께 오면서 시시콜콜한 수수께끼를 내면서 이방인들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는 이유.
그가 ‘영겁의 불꽃’을 얻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영겁의 불꽃은 신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에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아오지만 매번 그의 괴팍한 수수께끼에 고배를 마시고 돌아간다.
그가 내는 수수께끼는 넌센스 퀴즈다.
“딸기라는 자가 왕국군에서 실업하게 되면 뭐라고 부르는지 아나?”
“저 압니다! 딸기 시럽이죠!”
“딸기가 실업을 어떻게 하나!? 딸기는 과일인데.”
“어, 억지다!! 이건 억지야!”
“내 마음일세. 낄낄!”
영겁의 불꽃을 얻기 위한 퀘스트로 가는 과정을 해낸 이들은 극소수이다.
이 첫 번째 관문을 지나야 하는데, 이 퀴즈에 정답은 없다.
그저 알로드에게 신선한 대답을 주고 재미를 주어야 한다.
알로드에게 항상 주어지는 똑같은 문제로 재미를 주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유저들을 지옥의 사냥터로 보내볼까? 하핫!”
괴팍해진 알로드에게 퀘스트를 받는 행위를, ‘삼고초려’라 부른다.
그는 괴팍한 제갈량이고 그에게 세 번 임무를 받아 성공하면 영겁의 불꽃에 이른다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우물우물우물-
한 사내가 마을에서 먹잇감을 찾는 알로드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 거대한 배낭을 메고 있다.
그리고 배낭에는 일본의 명물인 로이드 초콜릿 여러 박스가 들어 있으며 배낭 옆에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가 붙어 있고 빨대가 사내의 입과 연결되어 있다.
“히야…… 로이드 초콜릿 맛있엉!”
“……?”
알로드는 로이드 초콜릿을 먹으며 다가오는 사내를 보았다.
“입안에 넣자마자 촉촉하게 사르르 녹는 이 달콤한 맛! 심지어 쫀득쫀득하기까지 하다니. 크흐!”
그는 기분 좋다는 듯 자신의 얼굴까지 감싸 쥔다.
그리고 알로드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알로드 님 맞으신가요?”
“맞네만?”
그러면서 사내는 달콤한 로이드 초콜릿을 우물거린다. 알로드는 개인적으로 단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데 이 사내가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군침이 돈다.
“입에 넣는 순간 시원한 초콜릿이 쫀득하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요. 그리고 입이 텁텁하다 싶으면.”
사내가 거대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검은 액체를 빨대로 쪼오오옥- 빨아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크하! 초콜릿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최고죠!”
“……아, 아니 왜 배낭을 앞으로 메고 있는 건가?”
“편하게 꺼내서 한 박스씩 먹으려고요. 1분에 한 박스씩 먹으니까, 계속 꺼내기 귀찮더라고요.”
‘1, 1분에 한 박스……?’
아니, 뭐지. 이 정신 나간 놈은?
그런데 이상하게 이 정신 나간 놈이 예의는 또 바르다.
그에 알로드가 흠흠 하며 말한다.
“나도 그 초콜릿 하나와 아이스 아메…….”
“안 됩니다!”
단호박!
알로드는 의아했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뇌물 공세를 펼치는 이방인이 다수이다.
그런데 고작 먹을 것 하나로 쩨쩨하게 이러다니?
“치사하군, 그래. 영겁의 불꽃이 얻고 싶어서 왔겠지?”
“맞아요, 우왓! 역시 소문대로 똑똑하십니다!”
“그럼 내 자네에게 문제를 내도록 하지.”
그리고 알로드는 생각했다.
‘내게 초콜릿 하나를 주지 않다니, 괘씸하다. 만약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 마을에서 꺼지게 해주지.’
알로드는 퀘스트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낸 문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극악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랬기에 요즘은 엉겁의 불꽃에 도전하는 이들이 현저히 적어졌다.
그리고 앞의 사내. 민혁에게 떠오른 패널티는 실패 시 ‘마을 추방’을 비롯한 모든 스텟 –10이었다.
그렇다. 알로드는 이 마을의 이장이기도 했다.
그 둘이 이야기를 나누려 하자 사람들이 몰려든다.
“저 사람 불쌍하군.”
“알로드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해졌어.”
“극악의 패널티를 받겠군.”
그들이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알로드가 문제를 낸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뭔지 아는가?”
이 질문의 일반적인 답은 ‘숨소리’이다.
그에 민혁이 말한다.
“쉽네요.”
“……쉽다?”
그에 알로드가 이목을 집중한다.
민혁이 말한다.
“배고프다입니다.”
“……???”
민혁 기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배고프다였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간장은?”
본래 답은 ‘애간장’이다.
“……저는 모든 간장을 먹을 수 있는데요? 독두꺼비 간장도 먹었었는데?”
“……???”
“길가다가 음식을 주우면?”
보통의 정답은 ‘푸드득’이다.
FOOD와 얻다의 득(得).
“히야!? 길 가다가 음식을 줍는다고요? 그것참, 개이득인대요? 운수 대통인 날! 주워서 바람처럼 집으로 달려가 혼자 먹어야죠!”
“……???”
“아무도 보지 못한 다리는?”
정답은 헛다리이다.
그리고 민혁도 그 정답을 알고 있었다.
“헛다리? 아, 근데 헛다리 하니까, 오다리 먹고 싶네. 그 오다리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면서 PC방에서 게임 하면 최곤데.”
“……???”
아니, 뭔가 이상하다!?
어째서 모든 답이 먹는 거로 연관되는데!!
그러다 민혁이 말한다.
“햄버거의 색은 뭐게요?”
“……다채로운 색이다.”
알로드는 갑자기 확 파고드는 문제에 긴장하며 답했다.
“땡, 맛있는 색. 크하하핫!”
“커헉!”
“식인종이 밥투정할 때는?”
“살맛 안 나! 그래, 이게 정답이야!”
“밥투정하면 뒤통수를 때려야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닭은?”
“후, 후다닥이 정답이야! 확실해!”
“땡, 민혁이가 먹었닭! 크하하하하하핫!”
“으, 으아아아. 민혁이가 먹었닭이라니 그걸 생각 못하다니!!”
“크하하하하!!”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들고 있다.
알로드가 민혁화가 되어간다!
그가 이걸 맞히지 못했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쥐어뜯는다.
“알로드를 상대로 역퀴즈를 낸다고……?”
“헐…….”
주변에서 이 모습을 보는 유저들은 경악했다.
앞의 유저가 알로드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기 때문!
“빠, 빨리! 다음 문제! 응!? 나 이번에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으하핫!”
그리고 지루했던 인생에서, 지금 알로드는 묘하게 흥분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바로 그때, 민혁에게 알림이 들린다.
[퀘스트: 삼고초려의 첫 번째. 알로드와의 내기를 경이적인 성과로 완료하셨습니다.] [5대 기본 스텟+3을 획득합니다.]곧바로 알림이 들려온다.
[연계 퀘스트: 삼고초려 두 번째. 네 개의 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생성됩니다.]민혁은 곧바로 확인해 봤다.
[연계 퀘스트: 삼고초려 두 번째. 네 개의 별. 그리고 마을 사람들.]등급: SSS
제한: 알로드의 수수께끼를 완수한 자.
보상: 5대 기본 스텟+15 및 별들의 선물.
실패 시 패널티: 모든 스텟-20, 마을에서 추방.
설명: 삼고초려 퀘스트의 두 번째이다. 넷의 별들은 요리사의 별, 재봉사의 별, 조각사의 별, 화가의 별을 뜻한다. 별들과의 친밀도를 끌어 올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친밀도도 올려라, 친밀도 70% 달성 시 퀘스트는 완료되며 기간은 10일이다.
“별들은 한때 모두가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지, 하지만 전 국왕께서 서거하시고 더 이상 힘을 합치지 않고 있다네.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들과 이곳 마을 사람들의 친밀도를 쌓아 그들이 화해할 수 있게 도와주게.”
이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에토 왕국의 전 국왕이 서거하고 대부분 이곳으로 왔다.
별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깐깐하기 그지없다고 소문나 있다.
민혁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지는 그를 보며 알로드는 생각했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 불가능할 거야.’
그 일이 있은 후, 그들은 더 이상 함께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으로 알로드는 비릿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게 놈에게 넘어가서(?) 지고 말았군. 하지만 이번 임무는 해낼 수 없을 거다.’
알로드는 자신만만했다.
* * *
1주일 후.
반년에 한 번,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 발전과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있다.
바로 오늘이었다.
마을 주민은 고작해야 1천 명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적다.
그들은 서 있었고 그 앞으로 원형의 탁자로 다섯의 별들이 간만에 둘러앉았다.
알로드를 제하고 모두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딴 건 도대체 왜 하는 건지.”
“알로드. 자네가 알아서 하면 되잖나?”
“꼭 이자들과 같이 둘러앉아 있어야 하는 건가? 심기가 불편하군.”
한때 돈독한 친우였으나 이제는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별들.
그들을 보며 역시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는 마을 사람들.
알로드는 다시 이들이 예전처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에 자경단 인원들이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 상당수 부상을 입은 것 알 겁니다. 그에 따라 자경단 인원을 추가로 뽑고 싶은데, 지원자 없습니까?”
알로드는 평범한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내키지 않지만 이곳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도덕적인 선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에빌렌의 딸 아이의 옷이 많이 해졌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각사의 별 베크가 코웃음 쳤다.
“에빌렌이면 얼마 전 남편을 잃은 여성 아니요? 허 참, 재봉사! 그런 아이의 옷이나 새로 한 벌 해주지 않고 뭐했소!?”
“뭣!? 내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 그렇게 덕이 넘치면 당신이 돈이라도 주던가!”
“돈? 여전히 돈만 밝히는군.”
“뭣!? 이 게으름뱅이 요리사 새끼가!”
한때 별이라 불렸던 그들이 자신들끼리 티격태격 된다.
알로드의 머리가 아파 왔다.
“그만. 그만!”
그러자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요리사의 별 코르드가 말했다.
“난 오늘 손님이 있어서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소.”
“나도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나도.”
“저도요.”
“후후후.”
“……?”
별들이 갑자기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다 문득, 알로드는 얼마 전 민혁이란 사내를 떠올렸다.
그는 분위기 좀 전환시킬 겸 말했다.
“얼마 전에 먹을 것을 엄청 좋아하던 사내가 나를 찾아왔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감히 별인 나에게 역으로 질문하더군. 정말 이상한 놈이었어. 아니, 미친놈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알로드가 조소한다.
그리고 알로드는 확신했다.
그는 절대 이 별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욕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뭐, 이상한 사내? 먹을 걸 좋아해? 설마 우리 민혁이?”
“우리 민혁이한테 이상한 놈이라고!?”
“우리 민혁이가 이상한 놈이라고!? 알로드. 너 죽고 싶어!!”
“……?”
알로드는 당혹했다.
갑자기 넷의 별들이 민혁을 말하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일 이후, 단합되지 않던 그들이 함께 목에 핏대를 세워 알로드를 욕한다.
심지어.
‘우, 우리 민혁이는 뭔데!?’
“알로드. 우리 민혁이를 욕하다니! 자네, 어쩜 그러나.”
“맞아! 우리 민혁이를!”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쪽에 선 마을 사람들.
“우리 민혁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요!”
“우리 민혁이한테 그러지 마!”
“민혁이 만세!”
“민혁교 만만세!”
“옳소, 민혁이 만쉐이!”
“알로드 실망일세!”
“실망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르르 빠져나간다.
알로드.
그는 경악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