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96
밥만 먹고 레벨업 497화
귀신창 밴.
극강팔인 중 여덟 번째에 들던 인물이었으며 우로보로스라는 전설 속의 뱀을 사냥하여 더욱더 그 이름을 높이 알렸던 인물이다.
모든 창술사들은 그의 무용담을 들으며 꿈을 키웠으며 누군가는 그를 뛰어넘겠다며 지금도 창술을 연마하고 있다.
하지만 귀신창 밴은 평범한 전설의 이름을 가진 자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신클래스와 비교했을 때 무수히도 많은 숫자가 있는 전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전설 위의 전설이었다.
민혁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과거 처음 민혁이 그를 얻었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
지금의 귀신창 밴.
지존 NPC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르카는 그에게서 뿜어지는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무신의 나라 루마이 왕국의 기사들은 일반 기사들과 확연히 달랐다.
수년 전. 대륙에선 ‘기사대전’이 펼쳐진 적이 있다.
이 기사대전은 아스간 대륙 전체의 축제로 각 왕국이나 제국의 선별된 기사들이 결투를 벌여 가장 우수하고 강인한 기사들을 가진 왕국 혹은 제국을 선발하는 자리였다.
모든 왕국과 제국들은 당연하게도 검의 대제 엘레가 있는 이필립스 제국의 기사들이 압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루마이 왕국의 기사들이 이필립스 제국 기사들을 압도했다.
그때 이후로 다른 왕국이 루마이 왕국을 건드리지 못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루마이 왕국의 기사들.
그들은 기사이나 이미 그 하나하나가 그 경지를 넘어서 새로운 경지를 꿈꾸는 자들이다.
아르카가 끌고 온 정예기사들이 그랬다.
그들은 어지간한 제국 기사들 3~5명은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 몇 수에.
‘여섯 명이나 죽었다고……?’
그들을 키우기 위해 들였던 공! 한 사람 한 사람이 루마이 왕국의 위대함을 나타낸다.
그런데 고작 노인 한 명에게!?
심지어 자신도 있는데!?
아르카. 검성에 가까운 인물.
입가에서 흘러낸 피를 닦아낸 그가 쓰게 웃었다.
“전부 거짓은 아니었군.”
모두 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귀신창 밴은 오늘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40명이 넘게 남은 기사와 자신이 있었기에.
아르카의 검에서 강력한 힘이 출렁거리며 귀신창 밴을 향해 쏘아진다.
그 뒤를 따라 일제히 기사들이 몸을 날린다.
귀신창 밴은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사들의 검이 그의 목과 허리, 이마, 미간을 노린다.
그리고 먼저.
뒷짐 진 왼팔을 풀어내며 단 한 손으로 아르카의 거대한 검기를 옆으로 흘린다.
쿠화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목을 노리는 기사의 목을 창극으로 찌르고.
한 바퀴 회전하며 창을 땅에 꽂아 넣어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다.
쿠하아악-
귀신과 같은 발걸음으로 허공을 밟아 움직여 다른 기사의 가슴을 뚫고 옆에서 덮치는 기사를 창대를 끌어와 가슴이 뚫린 기사로 밀쳐냈다.
그와 함께 품속에서 꺼낸 작은 무언가를 던진다.
촤르르르륵!
‘골드?’
그것은 몇 개의 골드였다.
허공에 뿌려진 골드를 밟으며 하늘 위에서 그대로 돌진. 그리고 손에 든 골드 여러 개를 튕겨냈다.
패애애애앵-
“크하악!”
“크학!”
“컥!”
“읍!”
정확히 네 명의 기사의 눈을 골드가 적중하고 내려선 그의 창이 다시 그 기사들을 꿰뚫으니.
창신의 강림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대로 둘 성 싶은가!?”
아르카가 돌진하는 귀신창 밴을 쫓았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푸푸푹- 푸푹- 푹
“크,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악, 내 눈! 내누우우운!”
“크허어어억, 으아아악!”
아르카를 피해 귀신처럼 파고들며 귀신창 밴은 앞을 막는 기사들을 꿰뚫고 베고 목을 꺾어버린다.
그의 꿈틀거리는 근육과 그와 한 몸이 된 듯 움직이는 아름다운 창무는 사람들을 홀릴 정도였다.
푹-
기사 한 명이 귀신창 밴의 등에 검을 꽂는 것에 성공했다.
아르카가 서둘러 파고들며 미소 지었다.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몸을 돌린 귀신창 밴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 기사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어떤 기사의 검이 그의 다리를 베고, 어떤 기사의 창이 그의 복부를 찌른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아군의 비명이고 죽어가는 자들 역시 아군이다.
“히이이이익, 귀, 귀신…… 귀신이다……!”
“으, 으아아아아아! 오,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피를 뒤집어쓴 채 동료들을 베여내는 모습에 기사들이 뒷걸음질 친다.
말도 안 되는 알림 또한 들려온다.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됩니다.] [아군이 전의를 상실합니다.] [아군의 모든 스텟 25%가 감소하며 공격 성공률 35%가 하락합니다.]어린 시절부터 두려움을 잊기 위해 갖은 훈련을 거듭해왔고 그 누구보다 용맹하다 알려진 기사들이 두려움에 떤다.
누군가는 그를 보며 오줌을 지리고, 누군가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보며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빈다.
아르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아 오른다.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거침없는 그는 무릎 꿇고 비는 기사의 목을 가차 없이 날리며, 오줌을 지린 이 또한 비웃듯 심장을 꿰뚫는다.
“그, 그만……!”
아르카는 깨달았다.
건드려선 안 될 자를 건드려버렸다.
또한, 자신과 남은 기사들이 힘을 합치면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전에 다른 기사들이 전멸하리라.
“도, 돌아가겠다. 그러니 그만하라!”
아르카로서는 있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왕국이 키워낸 기사들이 천만금, 억만금과 같이 소중했다.
“다, 당신 같은 사람이 어째서 천외국이라는 소국에 있는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필립스 제국에 간다면 창기사단의 단장으로 엘레 다음으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콜로디스 제국으로 간다면 총 사령관 직책을 맡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천외국에서 비밀리에 ‘총사령관’의 직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총사령관인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 저 정도 사내라면 최소한 그 정도의 대접이 어울린다.
어쩌면 이건 기회다.
“우, 우리 왕국으로 오시죠. 당신은 지금 천외국에 숨겨진 비밀 총사령관일 겁니다. 우리 루마이 왕국으로 온다면 당신은 수십만 강군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천외국과 같은 소국보단 루마이 왕국이 나을 터.
하지만 그에 귀신창 밴이 고개를 갸웃한다.
“……?”
그러면서 그는 다른 기사의 목을 비틀어버렸다.
“무, 무슨……!”
그에 귀신창 밴이 싸늘한 표정으로 남은 기사들을 훑는다.
“천외국에 해를 가하려던 자들을 살려줄 생각 따위 없다. 그리고.”
귀신창 밴이 한 걸음 다가온다. 아르카는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맡은 진짜 직책이 드러나려 함도 알아채 귀를 기울였다.
귀신창 밴이 말한다.
“난 전하의 직속 바리스타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르카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도, 도대체 천외국은 얼마나 강한 자들이 즐비하기에 저런 자가 고작 바리스타 따위나 하고 있단 말인가!’
아르카.
그는 천외국에 대한 공포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천외국의 일개 바리스타가 그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 * *
폴로 백작.
루마이 왕국의 테이머 단장이었다. 루마이 왕국이 무신의 나라답게 폴로 백작 또한, 어지간한 제국의 테이머 단장들보다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대륙에서 그 누구도 길들이지 못했다고 알려지는 흉포한 드레이크 로드를 길들였을 정도다.
그런 그는 지금 흥분감에 차 있었다.
‘내가 살아생전 드래곤을 부려볼 줄이야……!’
미치광이 지배자 아칸이라는 자와 보토 왕자가 은밀히 손을 잡고 지금 군대를 움직이고 있다.
그 군대와 드래곤들이 힘을 합세하여 완전히 움직이기 전에, 은밀하게 일을 진행할 자들이 선출됐다.
그자들이 바로 아르카를 비롯한 무패의 기사들과 정예 기사단원들이며, 그들을 지원할 자가 바로 폴로 백작과 드래곤이었다.
그와 함께하게 될 드래곤은 드래곤 중 매우 최하위에 속하며 과거 지은 죄에 의해 드래곤 로드의 벌을 받아, 그 능력이 퇴화하여 기존의 힘의 9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고 안다.
심지어.
‘드래곤들은 대륙을 넘어오면서 제약에 의해 30%의 힘이 모두 감소되었다고 하지.’
드래곤들이 타 대륙을 넘어옴으로써 얻은 어마어마한 패널티.
하지만 그래도 함께하게 된 드래곤의 레벨은 엄청났다.
[저주받은 드래곤 에일카나 Lv 684.]‘엄청나구나…….’
발렌시아 수도로 파고든 이들의 임무는 두 가지다.
발렌시아 수도의 지킴이들의 명줄을 끊는 것.
드래곤 로드의 알에서 깨어난 존재를 빼 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주받은 드래곤 에일카나는 그들이 무사히 빠져나오게 하기 위하여 수도에서 마법폭격을 시작할 것이다.
드래곤의 마법폭격.
건물을 무너뜨리고 지상의 인간들을 불태우며 천외국의 수도를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흥분감에 차 있을 때였다.
“배고프군.”
“아, 그렇습니까? 하하, 조금만 참으시면 곧 수도 쪽에서 신호를 보내올 겁니다. 일을 서둘러 끝내고 맛있는 식사를 바치겠습니다.”
테이머로 그를 부린다 하나, 실제로는 드래곤 에일카나의 종이 되어버린 폴로 백작이다.
심지어 드래곤 에일카나는 벌을 받았기 때문에 꽤 많은 마법을 통제받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도 불가능하다.
그랬기에 지금은 천외국과 가까운 바닷가. 그곳과 멀지 않은 거대한 숲속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내가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나?”
누런 에일카나의 눈동자에 폴로 백작은 흠칫 몸을 떨었다.
에일카나가 벌을 받은 이유는 명분도 없이 인간들 수천 명을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폴로 백작은 자신도 그의 먹이가 될까 해답을 찾으려 했다.
그때, 해답이 나타났다.
엄청나게 거대한 마차의 앞으로 한 미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 미남자는 부츠에, 추위를 보호하기 위한 점퍼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등 뒤로 천외국을 상징하는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수첩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 바보야, 멍충아, 똥깨야…… 음…… 욕이란 것은 감질맛이 나야 하는데,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그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천외국의 어부였다.
어부는 자신의 거친 언행을 버리고 최대한 고운 욕(?)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가 이끄는 수레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용어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저, 저거다……!’
용어를 실제로 본 적이 없던 폴로 백작은 그것이 전설의 물고기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저 천외국의 지나가던 어부(?)에 지나지 않은 자의 것을 빼앗으면 된다 생각했다.
“에일카나 님. 저 어부가 실은 물고기는 어떻습니까?”
“호오?”
에일카나의 눈이 희번득 뜨였다. 용어는 아스간 대륙에만 사는 물고기였다.
때문에 에일카나도 저 물고기의 정체를 모른다. 그저 새로운 물고기를 맛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에일카나. 그는 폴로와 의견을 나누기도 전에 움직였다.
흉포한 그의 성격을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날개를 펼쳐 재빠르게 날아가는 에일카나.
폴로는 작게 애도했다.
‘민간인은 전쟁에서 건드리면 안 되지만 미안하군. 한낱 어부인 자네가 희생하게.’
폴로도 결국에 평민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백작 중 한 사람.
그는 작게 혀를 쯧 찼다.
그와 함께 에일카나에게서 쏘아진 엄청난 크기의 불덩이가 단숨에 마부석에 앉은 사내를 강타했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앙-
자욱한 흙먼지 속. 그 흙먼지로 날아간 에일카나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려는 듯 보였다.
그가 흙먼지 틈으로 사라져 꼬리만 흔들거릴 때.
쿠화아아아아아앙-
정체 모를 굉음이 울려 퍼지며 땅이 크게 들썩였다.
“……!?”
시가 하나를 입에 물고 뻐끔거리던 폴로 백작은 그에 고개를 돌렸다.
서서히 흙먼지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모습에 시가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툭-
지상최대의 존재라 불리는 드래곤.
비록 최약체의 드래곤이라고 하나 흉포하고 위대한 존재.
어부가 에일카나의 머리를 하나의 부츠로 밟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리고 하찮은 미물을 보듯 에일카나를 내려다봤다.
“X펄, X만 한 도마뱀 새끼야.”
“……!”
폴로 백작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