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02
밥만 먹고 레벨업 503화
세계에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아칸의 추종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 한 명인 한국 유저인 루티오는 아칸이 한국에 오자마자 그의 밑에 붙었다.
렌지라는 NPC가 헤츨링과 헤이즈를 데리고 오고 그 후에 귀신창 밴이 도달했을 때 루티오는 곧바로 인터넷 방송을 켰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천외국이 아칸 님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보여줄 필요가 있어.’
애초에 아칸이 하고자 하는 것은 아테네 세계관의 붕괴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얼마나 일반 유저들이 나약한지 보고 싶어 했다.
그 때문에 루티오는 방송을 켰다. 그리고 예상했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었던 귀신창이라는 노인이 결국에 너무도 허망하게 죽는 모습을 한국 유저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아…….”
루티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탄식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아찔하다.
자칫 눈물을 펑펑 흘릴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노장에게 박수를 칠 뻔했다.
혈혈단신으로 4만 대군 안으로 파고 들어온 그는 필사적이었다.
과연 저것이 한낱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를 보는데 루티오는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정신 차리자.’
문제는 루티오는 아칸의 추종자였기에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던 것.
어느덧 수십만 명이 보고 있던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감탄하고 경악하며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진짜 귀신창 밴 너무 멋있다…….] [수만의 적을 상대로 오로지 헤이즈와 헤츨링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새하얗게 내리는 눈이 마치 그를 기리는 것 같지 않아요?] [일어나라, 일어나. 밴! 귀신창 밴 일어나라!!!] [일어나라, 밴!!!] [일어나라, 밴!!!]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더 이상 귀신창 밴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심장은 찢겼고 피가 콸콸콸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한 새하얀 눈꽃들이 그의 몸 위로 내려앉고 있다.
귀신창 밴은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몸은 미미하게 경련을 일으킬 뿐이었다.
“어르신! 어르시이이인!”
헤이즈가 절규했다. 기사들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사들의 시선은 렌지에게 향해 있었다.
렌지는 고개만을 작게 끄덕였다.
그에 기사들이 길을 터주었다.
그제야 헤이즈가 밴에게 달려가 그의 몸 곳곳을 살폈다.
관통당하고 찢기고 어딘가 떨어지고. 도저히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귀신창 밴은 움직였었다.
“어르신 죽지 마요, 죽지 말라고요!!!”
헤이즈.
그녀는 자신의 죽음 따위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귀신창 밴이 왜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 무모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슬펐다.
렌지가 터벅터벅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렌지가 주먹 쥔 손을 왼쪽 가슴 위로 올리며 ‘진정한 전사’에 대한 예를 취했다.
척-
척-
척-
척-
그와 함께 수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그에게 경의를 표하니, 적군이나 섬길만한 그가 보여준 의지와 능력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띠벌…… 귀신창 밴 죽어서 눈물 나는데, 존나 멋있네…… ㅠㅠ ] [적군이어도 인정할 건 한다라. 멋있는 기사도다.]잠시 동안 그들은 그렇게 서서 귀신창 밴의 가는 길을 기려줬다.
렌지는 말없이 돌아섰다. 이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헤이즈는 그를 껴안고 오열하며 속삭였다.
“이렇게 가면…… 이대로 가면 전하가 슬퍼하실 걸 알잖아요.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거 알잖아요……!”
렌지가 슬그머니 다른 기사들에게 눈짓했다.
기사들이 서둘러 그녀를 끌어냈다.
“아, 안 돼! 어르신! 어르시이이인……!”
바로 그때.
꿈틀-
밴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 * *
귀신창 밴.
편안했다. 이제 살아왔을 때의 짊어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에 빠질 수 있었다.
서서히 식어가는 몸과 서서히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주마등의 끄트머리.
그곳에서 활짝 웃고 있는 민혁이 있었다.
‘전하…….’
하지만 곧 밴은 무너져내렸다.
민혁이 자신을 바라보며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울고 계시나이까…….’
헤이즈의 목소리가 흐릿한 그의 의식에 파고든다.
“이렇게 가면…… 이대로 가면 전하가 슬퍼하실 걸 알잖아요.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거 알잖아요……!”
그 순간 흐릿해지던 정신을 필사적으로 붙잡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해진 손을 움직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꿈틀-
손가락 겨우 몇 개 움직일 수 있는 힘.
그가 천천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엘피스가 그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밴 어르신. 밤마다 수련하는 이유. 강해지고 싶어서겠지? 브로드가 떠나기 전 남긴 선물이야.’
그것은 ‘반신의 수련 양피지’였다.
엘피스가 말하기를 이 양피지를 잘못 사용한다면 자칫 죽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하가 슬퍼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
부우우우욱-
양피지를 쥔 그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찢어냈다.
그리고.
툭-
그의 팔이 땅 위로 떨어지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부우우우우욱-
“……!?”
렌지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 상태에서 마지막 정신을 짜내어 무언가를 찢어낸 귀신창 밴 때문이었다.
‘도대체가…….’
경악을 넘어서 또 한 번 경악하고 또다시 경악하게 되는 노인이었다.
이토록 귀신창 밴이 강인한 이유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또한, 그가 찢은 양피지가 무엇인지 그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때 반응한 것은 수천 년을 살아온 드래곤 장로 벨라크였다.
“반신의 양피지 아닌가?”
“그게 뭡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대륙을 아우르는 강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알 것이네.”
벨라크의 말에 그 자존심 높은 렌지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과거는 수만 년의 시간,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그저 지금일 뿐.
대륙 황제 엘레 또한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좀 뛰어났던 전설이었다고 불릴 정도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소수의 강자들은 일반적인 과거의 강자들을 초월하여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지. 그들은 인간의 한계에서 만족할 수 없었고 끔찍하고도 혹독한 시련을 통하여 대륙신 중에서도 반인반신의 길인 ‘반신’의 길에 도전하게 되네.”
대륙의 신.
대표적인 예로 검신 발렌과 식신을 들 수 있다. 또한, 대륙의 신이라 표현되는 존재들은 지상에서 인간들과 어울리는 신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륙의 신들은 어떠한 존재인지 알고 있으나 반신에 대해선 생소합니다.”
“당연하겠지, 그들은 그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단 백 명도 채 되지 않게 탄생한 절대자들이니까. 아스간 대륙에 탄생한 반신이 몇 명이었는지는 알 수 없네. 하지만 각 분야의 반신이 된 그들은 후손들을 위해 자신들의 것을 계승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두었지, 그것이 바로 ‘반신의 수련 양피지’일세.”
“……!?”
그 말을 들은 렌지가 깜짝 놀라 밴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귀신창 밴은 여전히 식어가고 있다. 이젠 새하얀 눈이 그를 뒤덮었을 정도다.
“안심하게. 반신의 양피지는 대륙에 꽤 많이 뿌려져 있네. 하지만 도전한 자 중 그들을 계승한 자들은 없지. 그들의 시련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어려우니까. 저 인간의 기질이 뛰어났던 것은 인정하나 저 정도로 반신의 길을 계승할 순 없어. 그는 그저 죽음을 더 빨리했을 뿐.”
“……그렇다는 건 죽은 듯 보이는 저 노인이 지금 시련을 진행 중이라는 겁니까?”
“그는 자신과 맞는 반신과 마주하고 있을 걸세. 시련장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다르네. 그곳의 시간은 10일, 100일과 같으나 이곳에선 고작 몇 초, 몇 분이 지났을 거야.”
“…….”
렌지는 그가 마지막으로 잡으려고 했던 지푸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았다.
하지만 벨라크의 말을 듣는다면 그가 그 힘을 계승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귀신창 밴은 정말 뛰어났고 존경할만한 인물이었으나 그 강함의 정도가 현시대의 천재들을 아우르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는군.”
렌지는 더욱더 거세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눈을 보며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그가 떠올라 씁쓸한 표정으로 눈보라를 바라봤다.
* * *
사장 강태훈.
그는 회의실이 무척 시끄러운 것을 볼 수 있었다.
“귀, 귀신창 밴…… 저자는 진짜입니다. 인공지능과 유저들의 한계를 넘어서고 그들을 이어줄 존재입니다.”
“귀신창 밴은 유저와 NPC라는 벽을 허문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군요.”
“강태훈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인간과 NPC가 정말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현실이 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사장 강태훈은 웃지 못했다.
식신 민혁이 아끼던 귀신창 밴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를 안타까워했다.
“반신의 수련 양피지는 앞으로 2년 뒤쯤이나 도달하는 이가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절대 불가능하겠죠.”
“귀신창 밴도 결국 세계를 놓고 본다면 많은 전설 NPC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안타깝게도 불가능하겠군요.”
“슬프네요.”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처럼 강태훈 사장도 그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휴대폰과 연동된 아테네에게 질문했다.
[아테네. 귀신창 밴이 반신의 힘을 계승할 확률은?] [0.2%. 이것도 높게 쳐준 것이다.]아테네의 확률 계산은 그가 가진 힘과 잠재력 등을 통해서 나온다.
0.2%가 그나마 높게 보았을 때의 확률이라고 한다.
어쩌면 0.1%도 안 되는 확률이라고 보면 됨이 맞았다.
강태훈 사장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으나 마른세수를 했다.
이제 곧 하루에도 몇 차례 뜨는 네임드 NPC의 죽음 소식이 ‘NPC 관리팀’에 뜨게 될 것이었다.
NPC 관리팀은 특별 유저 관리팀과 비슷하나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유저가 아닌 NPC들을 관리하는 부서이다.
“바르코 왕국의 수도는 어찌 되고 있지?”
하지만 지금 안타까워하며 있을 순 없었다.
강태훈 사장이 그 질문을 한 바로 그때였다.
벌컥-
거칠게 문이 열리며 헐레벌떡 NPC 관리 팀의 팀장이 뛰쳐 들어왔다.
* * *
갈수록 눈보라가 심해지고 있다. 벨라크는 드디어 마주한 드래곤 루나를 볼 수 있었다.
“끼헤에에에? 끼헤에에에에에!!!”
그러한 루나는 지금 귀신창 밴을 바라보며 슬피 울고 있었다.
“왕이시여, 당신은 저런 하찮은 자에게 눈물 흘려선 안 됩니다. 이제 제가 왔으니 안심하십시오.”
“끼에에에에에! 끼에에에! 끼에에에!”
하지만 루나의 눈에선 쉴 새 없이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루나는 아주 서서히 성장하고 있었고 ‘슬픔’이라는 감정과 밴이 ‘지키고자’했던 마음을 완전히 읽어냈다.
그 마음에 루나는 너무도 슬펐다.
급기야.
“끼에에에에에에!!!”
벨라크의 앞에서 도망치듯 작은 날개를 펼친 루나가 이제는 온몸이 눈에 뒤덮인 귀신창 밴의 앞에 당도했다.
“끼에에에에에에!”
루나의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린다.
이를 우려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내가 하겠다.”
렌지가 걸음 하여 루나를 귀신창 밴과 떼놓으려 했다.
바로 그때.
치이이이이이익-
“……?”
렌지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귀신창 밴을 뒤덮은 새하얀 눈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정체 모를 거대한 빛의 기둥이 귀신창 밴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으윽!”
“커헉!?”
“으어어어억!?”
모든 인간이 그 절대적인 힘에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털썩털썩 무릎 꿇기 시작한다.
이는 드래곤 벨라크조차도 휘청거릴 정도의 힘이었다. 또한, 그들은 환한 빛에 시력조차 잃어 눈을 감았다.
서서히 렌지의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 그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빛으로 만들어진 창 한 자루가 있었다.
그 창은 귀신창 밴을 향해 내려서고 있었다.
그 순간.
귀신창 밴의 왼 손이 자신을 향해 울고 있는 루나의 머리 위에 얹어진다.
그의 오른손 또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진다.
쫘아아악-
그의 펼쳐진 손바닥이 떨어지는 빛의 창을 잡아낸 순간.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또 한 번 빛의 창이 세상을 밝히듯 환한 빛을 터뜨렸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귀신창 밴의 입이 열린다.
“에르데스 창술 4장.”
그 작은 목소리가 주변의 모든 기사와 병사, 렌지, 드래곤 벨라크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상에 떨어지던 눈꽃들이 일제히 멈춰선다.
“멸화창(滅華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