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1
밥만 먹고 레벨업 51화
날씨가 아직 많이 춥다.
하지만 민혁과 마부, 그리고 루시아는 마차의 바로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 앞에서 민혁이 꺼낸 버너의 물이 끓고 있었다.
“앗!? 물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물이 너무 많아요!”
루시아가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통성명을 끝냈다.
그 말에 민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요?”
“그쵸, 물을 덜어내면…….”
“라면 한 봉지를 더 넣으면 되죠!”
루시아가 감탄했다.
그리고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쓸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다 아차 했다.
‘나 왜 이런 거에 놀라워하면서 납득하는 거지?’
민혁에게 동화되고 있었던 거다.
민혁은 면 한 봉지를 더 까서 넣었다.
루시아는 라면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라면을 받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나 뭐라나.
그것도 이스빈 마을에서 깨고서 보상으로 받아온 라면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민혁은 기대가 꽤 컸다.
이 라면 확인해 보니, 태양의 밀로 만들어진 라면이었던 거다.
히든 퀘스트는 이처럼 간혹 아주 황당한 보상을 주곤 했던 것.
루시아에겐 별 볼 일 없는 보상 같았지만, 민혁에겐 너무나도 행복한 보상이었다.
‘언제 한 번 태양의 밀로 라면을 만들어 먹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민혁은 ‘건강한 라면’이나 혹은 ‘칼로리를 위해 양파를 넣었어요~’ 같은 것보다 정말 순수하게 먹던 그 인스턴트 라면이 먹고 싶었다.
한데, 이 라면은 태양의 밀인데, 그런 인스턴트이기도 했으며 라면봉지에 써진 이름은 ‘찐라면 매운맛’이었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루시아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하게 편안해지네…….’
그리고 이런 알림이 들리는 것 같다.
[민혁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확실히 민혁은 그녀에게 엄청나게 호의적으로 변했던 것!
민혁은 라면 면발을 들어주며 꼬들꼬들하게 잘 익혔다.
거기에 이미 그는 식품 보관 인벤토리에서 밥과 김치를 꺼내 놓았다.
밥은 조금 식은 밥이었다.
“식은 밥을 국물에 말아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몰라!”
“헤헤헤!”
“호호호호!”
“오늘 마차 안에서 두 사람 처음 만나지 않았는가?”
“맞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정말 친해 보이는군.”
마부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덧 라면이 잘 끓었다.
불을 껐다.
라면.
배고플 때 먹으면 언제든 맛있다.
새벽 1시에 먹는 거나 혹은 바다나 계곡을 가서 물놀이하다가 먹어도 맛있다.
때론 제네럴이 틈만 나면 말하는 군대의 일화 중 하나처럼 위병소 근무를 설 때 수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가서 위병소 초소에서 후임병에게 ‘야, 망 잘 봐라.’ 하고 뽀글이를 해 먹어도 맛있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
손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씨.
민혁은 정말이지 허기가 졌다.
물론 휴게소 감자와 감자전을 먹긴 했지만, 그는 항상 배고픈 남자 아니던가.
그는 냄비에 젓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면을 한가득 집어서 자신의 그릇에 옮겼다.
그 상태에서 면을 집어 들고 ‘후! 후!’ 하고 불어준다.
그다음 입안으로 가득.
“후루루루루룹!”
면을 흡입해 준다.
“크하! 너무너무 맛있다……!”
민혁은 감탄에 감탄을 그치지 않았다.
냄비를 통째로 들어 그릇에 그 국물을 담는다.
그리고 면을 다시 후루루룹, 그러곤 그릇을 들어 국물을 들이켠다.
“커허어.”
언 몸이 녹는 것 같다.
야외에서 먹으니 더 맛있다.
거기에 면을 다시 흡입하고 잘 익은 김치를 먹는다.
아삭아삭-
김치와 라면은 빼놓을 수 없는 찰떡궁합 아니겠는가?
그에 질세랴.
“후루루루루룹!”
루시아는 냄비 뚜껑 위로 면을 가득 받아 그대로 들이켰다.
“어렸을 땐 컵라면 먹을 때 뚜껑 접어서 그릇 만들어 먹었었는데.”
“크! 어렸을 때부터 먹을 줄 아셨네!”
“제가 이런 여자입니다.”
루시아가 빙긋하고 웃었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레벨이 79라고 했죠? 황제의 도시는 왜 가는 거예요?”
“대회 때문에요.”
“대회요?”
루시아는 다소 놀랐다.
자신과 목적이 같다.
그러다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저 몰라요?”
“루시아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요새 신문에 자신의 얼굴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 때문에 갑갑하지만, 복면을 항상 착용한다.
하지만 민혁은 포인트라는 듯 이죽 웃었다.
“밥 말기 전에 면을 조금 남겨주면 더 맛있죠!”
‘과, 관심도 없다…….’
루시아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요새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자신인데!
“저도 대회 참가하는데.”
“아, 그러시구나. 으흥.”
민혁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한 입 크게 떴다.
“아삭아삭!”
거기에 김치를 올려서 먹었다.
“루, 루시아 님……!”
“왜요?”
루시아는 자신을 몰라줘서 조금 토라졌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는데 어떻게 하죠……? 이 냄비를 들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인데!”
“마, 많이 드세요!”
하지만 그러다가 픽 웃었다.
자신을 몰라준다.
숨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이게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그녀가 물었다.
“참, 님은 직업이 뭐예요?”
그 말에 민혁은 생각했다.
‘요리사에 가깝지.’
“요리사요.”
“아, 그쪽 대회로 가는구나. 전 도적이에요.”
황궁에서 열리는 대회는 전투형 직업들의 대회와 생산직 직업들의 대회로 나뉜다는 거다.
‘검을 들고 있어서 전사신 줄 알았는데.’
루시아는 생각했다.
그와 대회에서 싸울 일은 없겠구나.
“앗, 제 것도 남겨요!”
그리고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는 냄비를 보며 서둘러 숟가락을 뻗었다.
* * *
[앗, 제 것도 남겨요!]“후루루루룹!”
회사 내에 구비되어 있는 새우탕탕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단숨에 들이키는 이민화는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다가 컵라면을 양손으로 집어 ‘후후.’ 하고 국물을 불어준 후에 한 모금 마셨다.
“헤…… 살 것 같아.”
그 말을 뱉은 이민화.
그녀가 곧 노려보듯 모니터 속 안의 루시아를 바라본다.
그리고 민혁에게도 조금 서운하다.
‘웃어주지 마!’
그러다가 문득 멈칫한다.
“이민화. 너 왜 그래?”
그저 특별 유저 관리팀의 직원이었기에 모니터를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왜 자신이 두 사람이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가슴이 허해지는 걸까.
그녀는 마지막 남은 면발을 흡입한 후에 중얼거렸다.
“일에 집중하자, 일에.”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민혁 유저도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최고의 우승 후보 루시아와 동행해서 간다라.”
SNS나 혹은 TV 매체를 통해서 계속해서 이름을 알리는 루시아.
얼마 전에는 77레벨인 그녀가 120레벨대의 몬스터 잔하크를 사냥하는 동영상이 즐투브에 공개되었다.
그 즐투브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수백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호응을 얻어냈다.
모두가 대회의 우승을 루시아라고 따놓은 상태.
그리고 사람들은 그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민화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민혁 유저도 대회에 참가할 줄이야…… 이유가 뭐지? 혹시 편의점 먹거리 먹으려고?’
그러다가 풉 하고 웃었다.
“에헤이, 설마. 아무리 먹을 게 좋아도 다른 이유 없이 순수하게 그것 때문에 참가하겠어?”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가 박 팀장이 생각보다 오지 않자 고개를 갸웃했다.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지는데?’
박 팀장은 현재 대회 관련한 중요 회의를 진행하러 갔다.
사실상 대회 관련한 회의에서 대회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면서 박 팀장이 들어왔다.
박 팀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정말 이런 우연이 있을까?”
“왜 그러세요?”
“이번 대회에 몬스터도 나타난다는 거 알고 있지?”
“아, 네. 알고 있습니다. 90레벨의 벨토, 100레벨의 브라칸, 110레벨의 매혹의 세이렌이죠. 그리고 이벤트용 네임드 몬스터도 있지 않나요?”
“그래, 이벤트용 네임드 몬스터.”
바로 오늘 이벤트용 네임드 몬스터가 운영자들에게도 오픈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운영자들도 꽤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유저들보다 강력한 몬스터들이 투입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유저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정말 실력 있는 자들은 자신들보다 레벨이 더 높은 고렙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이는 개인으로도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단합해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 네임드 몬스터.
“이번 마지막 네임드 몬스터 잡지 말라고 넣었대.”
“아, 그래요?”
“그래, 하지만 그에 도전하는 유저들 모습에 호응을 이끌어낼 거라고. 더군다나, 너도 알지?”
그 말에 이민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테네의 신이 설정한 거군요?”
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테네의 신.
그는 단순히 신이 아니다.
아테네 세계관 전체를 관장하고 다양한 것에 참여하는 슈퍼 컴퓨터이다.
대부분 모든 설정에는 아테네의 신이 관여한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뭔가 되게 불안해 보이세요.”
“아테네의 신은 이번 보스 몬스터를 이필립스 제국의 두 수호자 중 하나로 설정했어.”
그 말에 이민화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하나는 피닉스다.
한데, 피닉스는 레벨 350대의 고레벨 네임드 몬스터였으며 불의 깃털이라는 광범위 마법을 사용하면 사실상 그 자리에 있는 유저들이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강력하고 말이 안 되는 몬스터.
그리고 두 번째 수호자 몬스터.
잠깐 생각하다 아차 한 이민화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미, 미노타우르스요!?”
박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미노타우르스 140레벨 정도 되지 않아요?”
“말했잖아, 깨지 말라는 몬스터라고.”
“그런데 그 정도 격차면 유저들 학살하고 다닐지도 모르잖아요. 반감 살 것 같은데…….”
“애초에 미노타우르스를 선몹이 아니게 설정했다더군, 대회 안에서만.”
“아…….”
“80레벨의 유저가 나보다 두 배 가까운 위력을 발휘하는 몬스터에게 도전한다. 사람들은 열광하고 좋아하겠지, 물론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루시아는 도전하지 않을 거야.”
이민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이제까지 본 루시아는 침착하고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을 때 전투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도전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다른 유저가 도전하겠지.”
그 말에 이민화는 감이 왔다.
그녀는 홱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봤다.
“식신…….”
“그래, 아마도 이번 대회는…….”
박 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니터 너머 밥을 모두 먹고 배를 통통 두들기며 ‘넘나 행복한 것!’ 미소를 짓는 민혁을 보았다.
“저 유저가 휘어잡지 않을까.”
* * *
마차는 계속해서 황궁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민혁은 마차가 잠시 쉬는 시간에 서둘러 그곳에서 내렸다.
“다녀올게요!”
“너무 멀리 가지 마시게나.”
마부가 말했다.
루시아는 잠시 일이 있다고 접속을 종료했다.
마차의 이용료를 내면 이동 중에 마차 안에서 로그아웃하면 계속 캐릭터는 ‘나아간다’로 설정되어 있다.
민혁은 멀지 않은 곳의 나무에 있는 버섯을 발견했다.
(브라드 버섯)
재료등급: E
특수능력
•없음
설명: 흔하게 자라있는 브라드 버섯. 맛은 표고버섯과 흡사한 편이다.
민혁은 흐흐 하고 웃었다.
그는 손을 뻗었다.
만약 민혁처럼 손재주 스텟이 높지 않고 거기에 초급 농사를 배우지 않은 경우 이런 버섯을 따는 것도 매우 힘들다.
마치 고구마를 캐려 하는데, 땅에 호미가 잘 박히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민혁은 가뿐히 따낼 수 있었다.
[브라드 버섯을 획득합니다.] [초급 농사 효과로 잘 자란 브라드 버섯을 획득합니다.]“오……!”
민혁은 감탄했다.
초급 농사는 현재 9레벨이었다.
이러한 종류의 레벨 마스터는 10레벨이었다.
그리고 레벨 마스터를 해내면 곧바로 다음 급으로 넘어가게 된다.
(잘 자란 브라드 버섯)
재료등급: D
특수능력:
•정력에 좋다.
설명: 몇백 개 중 하나가 자란다는 잘 자란 브라드 버섯. 먹자마자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음…….”
쓸 일 없는 민혁이었지만 곧 웃었다.
“더 맛있겠지!”
그렇게 웃었다.
그러던 중.
“으, 으아아악!”
마부의 비명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