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3
밥만 먹고 레벨업 53화
1시간 전.
민혁은 실실거리며 웃었다.
날씨가 추웠지만, 손만큼은 따뜻했다.
자신이 만든 고구마 라떼 덕분이었다.
그는 접속하자마자 바로 남아 있는 모든 고구마를 이용해서 고구마 라떼를 만들었다.
따뜻하면서도 고구마의 달고 진한 맛이 느껴지는 고구마 라떼.
카페에서 4~5천 원 정도면 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녀석.
“헤헤, 아껴먹어야지.”
남아 있는 고구마를 모두 여기에 썼다.
더군다나, 이 고구마 라떼에는 자그마치 황금 고구마도 들어갔다는 거다.
“후, 후.”
일회용 종이컵에 고구마 라떼를 부어놓고 예선전을 치르는 장소로 걸어가며 먹는 민혁.
한 컵을 먹고, 리필.
두 컵을 먹고, 리필.
세 컵을 먹고, 리필.
“아, 너무 맛있어~”
그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던 그는 기다란 줄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면서 또 고구마 라떼를 먹는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한 여성 유저는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세상에…… 저 뜨거운 걸 30초에 한 잔씩 먹고 있어!’
하지만 민혁은 중얼거렸다.
“너무 아껴먹어서 성에 안 차네. 그래도 오래 먹으려면 아껴야지.”
“……!”
여성은 뒤를 돌아 함께 온 사람에게 말했다.
“앞에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고구마 라떼 스무 잔을 원샷 했어요. 그래놓고 아껴먹느라 힘들대요.”
“……!”
스리슬쩍 민혁과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진다.
어느덧 민혁의 차례가 되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린 목소리에 민혁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가며 고구마 라떼 하나를 다시 리필하려던 민혁.
[식신의 진가.] [체력+20, 지혜+1, 지력+1을 획득합니다.]하지만 민혁은 그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알림이 들렸다는 건 다 먹었다는 의미.
“으, 으아아악!”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 있나요?”
“고구마 라떼를 다 먹어버렸어요…… 흐엉!”
민혁은 자신을 자책했다.
‘어떻게 나란 놈은…….’
500m를 이동한 후에 20분 기다렸다고 고구마 라떼 40컵을 먹어버린단 말인가.
따뜻하고 달콤한 고구마 라떼.
“더 먹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민혁은 털썩 꿇었던 무릎을 일으켰다.
“후…….”
“우, 우시는 건 아니죠?”
“네, 괜찮습니다. 심신, 잘 추슬렀습니다. 인제 그만 고구마 라떼를 보내줘야죠…….”
“자, 예선전 시작할까요?”
“아, 예.”
하멜은 간단한 안내사항을 지시했다.
관문 세 개와 시간제한 같은 거다.
하멜은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첫 번째 관문은 간단합니다. 80레벨 몬스터인 아쿠스를 사냥하면 됩니다. 동레벨치고 좀 더 강하긴 하지만 시간을 두고 신중히 하신다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민혁은 지면을 박찼다.
배가 고파졌기 때문!
푸지익!
하멜의 말이 끝나고 나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쿠스가 허물어졌다.
쿠우우웅-
‘……헉!?’
웬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나 했던 하멜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혹한 미소를 지운 채 두 번째 관문의 문을 열었다.
“두 번째 관문은 보이시겠지만 숲입니다. 이 숲에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힌트를 찾으시면 됩니다.”
“오오오오!”
민혁은 감탄했다.
숲 곳곳에 있는 캘 수 있는 다양한 것들 때문이었다!
“……?”
하멜은 갑자기 그가 호미를 꺼내 들고 땅을 파기 시작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알았지!?’
그는 경악했다.
이 미로 같은 숲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인근에 자라나 있는 것 중 일반 것들과 조금 다르고 이질적으로 생긴 게 있다.
그걸 만지면 문이 열린다.
‘어떻게 들어오자마자!? 탐색 스킬을 가진 것인가!?’
민혁은 곧 호미로 주변의 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파앗!
파앗!
파앗!
그러던 중, 조금 희한하게 생긴 잎을 가진 녀석을 팠다.
그의 호미가 닿는 순간.
[두 번째 관문을 합격합니다. 세 번째 관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저 이제 가시죠?”
“이것들 좀 더 캐고요!”
“…….”
하멜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내는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을 캐고서야 돌아섰다.
마지막 관문.
‘몽크 한 마리가 나타나지.’
몽크는 90레벨의 원숭이 몬스터.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본인보다 10레벨이나 더 높지 않던가.
곧 수십 그루의 나무 사이사이를 오가는 몽크의 기척을 하멜은 느꼈다.
몽크는 무척이나 빨랐다.
나무 사이를 오가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세 번째 관문은 나타난 몬스터를 꼭 사냥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을 향해 뛰어서 살아남기만 해도 합격입니다.”
그리고 몽크가 민혁을 향해 바나나를 던졌다.
쉐에에에엑!
빛의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쇄도하는 바나나.
한 번만 직격하면 즉사다.
덥석
“……?”
하멜은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민혁이 날아오는 바나나를 가볍게 잡아챘다.
그러더니, 바나나와 나무에 올라있는 몽크를 번갈아 보았다.
“우와, 봤어요? 저 원숭이가 저한테 바나나를 선물했어요!”
“아, 아니 선물이 아니라, 공격…….”
“원숭이 너 좋은 녀석이구나!”
“우끼끼……?”
그 상태에서 민혁은 바나나를 확인해 봤다.
(몽크의 바나나.)
재료등급: E
특수능력:
⦁먹을 시 치명적인 몽크 독에 중독된다.
⦁일반 바나나보다 더 맛있는 몽크의 바나나다.
‘몽크들은 주로 험악한 아마존에서 나타나지, 그곳엔 먹을거리가 없어 탐험을 떠난 이들이 몽크가 일부러 깔아놓은 바나나를 먹고 죽음까지 이르게 되지.’
앞의 사내도 알 거다.
확인해 본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는 바나나를 까더니, 그대로 그 하얀 속살을 먹었다.
[괴식의 식신 능력에 따라 독에 중독되지 않습니다.]부드럽고 달콤한 바나나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마, 맛있어……!”
‘뭐야, 이 미친놈은!’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몽크의 바나나가 날아왔다.
슈유육!
탁!
“고맙다, 정말 잘 먹을게!”
“우끼끼!”
슈유유육!
탁!
“진짜 고마워. 우물우물, 아 너무 맛있드아!”
슈우우우!
“아니, 아니, 그렇게 던지면 안 되지, 더 위협적으로 던지란 말이야. 우물우물.”
슈우우우우-
덥썩!
“오, 지금은 좀 위협적이었어. 근데 바나나 좀 많이 던져주면 안 될까?”
“이런 바나나에 미친색…….”
“에? 뭐라고요?”
“아, 아닙니다.”
하멜은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바나나의 궤적이 보인다. 그리고 저 바나나를 잡으려면 민첩과 힘이 100레벨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러던 중 사방팔방에서 바나나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몽크의 장기인 바나나 세 번 던지기였다.
하지만 민혁은 그것들을 가볍게 잡아챘다.
“좋아, 그렇게 많이 던지란 말이야! 자, 형 잘 봐. 더 공격적으로 이렇게 힘을 주어서…….”
민혁은 바닥에 있던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다음 나무를 향해 힘껏 던졌다.
콰지이익!
나무에 정확히 돌멩이가 틀어박혔다.
하멜은 말문을 잃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민혁은 열심히 바나나를 먹고 던져주는 바나나를 인벤토리에 잘 보관했다.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하멜은 그가 충분히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 더 먹고 싶다…… 바나나…….”
민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앞을 틀어막고 바나나를 들고 달려오는 몽크를 볼 수 있었다.
“우끼끼!”
‘……몽크는 원거리 공격이 먹히지 않으면 바나나를 들고 공격을 하지, 웬만한 전사만큼 뛰어나.’
하멜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민혁은 그가 휘두르는 바나나를 잡아챘다.
그다음, 몽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짜식, 형 간다고 바나나를 이별 선물로 주다니, 고마워. 잘 먹을게.”
“우끼끼…….”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혁과 눈이 마주친 몽크.
“넌 정말 좋은 녀석이야, 생긴 것도 잘 생겼네.”
“끼? 끼끼!”
몽크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을 쭉 내밀었다.
“아, 암컷이었어? 너 정말 예쁘다, 귀여운 녀석.”
“끼이이…….”
몽크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하멜이 보기에도 민혁은 엄청난 미남이었다.
그리고 몽크들은 특이하게도 수컷보다 암컷들이 더 적극적인 몬스터였다.
그러던 때.
“우끼끼!”
갑자기 몽크가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품 안에 바나나를 한껏 끌어안고 달려왔다.
그것을 민혁의 품에 안겨주었다.
“오빠, 주는 거야?”
“끼끼…….”
몽크가 발끝으로 땅을 콕콕 찌르며 수줍게 이를 드러내 웃었다.
민혁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선 자리를 보며 몽크가 우끼끼하며 웃었다.
밖으로 나온 민혁은 바나나를 한 아름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근데 저한테 바나나를 왜 이렇게 다 줬을까요? 녀석, 이렇게 주기만 하다니. 받기만 해서 미안해서 어쩌나.”
“몽크가 바나나를 한 아름 선물하는 건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뜻이요?”
“오늘 밤 당신과 짝짓기를 하고 싶다. 그걸 받아들면 수긍의 대답이죠.”
* * *
라뎀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허음.”
이미 그를 경험해본 하멜.
그리고 그것을 영상으로 본 라뎀.
“가, 강하네…….”
“그, 그렇죠? 특별 이방인 맞습니다.”
세상에.
30분 정도가 걸린 이유가 다름 아닌 나물 캐기와 바나나를 더 먹기 위해서라니.
분명히 저 이방인은 강했다.
압도적으로.
하지만 왜일까.
“강한데. 기사단에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아…….”
“이해합니다.”
“피닉스를 먹어버릴 것 같은 놈이야.”
“예…….”
그러다 라뎀은 문득 생각 들었다.
“그런데 만약 저런 행위를 하지 않고 곧바로 모든 관문을 클리어했으면 얼마나 걸렸을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하멜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시아보다 강한 것 같았습니다.”
* * *
몽크는 아까 전의 일을 떠올렸다.
잘 생긴 남자 원숭이.
그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어줄 때 가슴이 떨렸다.
더군다나, 몽크들의 경우 원래 온순한 족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을 죽이려 했기에 공격적으로 변한 거다.
몽크는 숲의 인근에 있는 강가로 가서 깨끗하게 몸을 씻었다.
구석구석 빡빡.
그리고 몸에 풀잎을 발라 향긋한 냄새가 나게 한 후에 몸의 털도 찰랑찰랑 잘 말려주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올라가 아까 전 사내가 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그가 돌아왔을 때의 찐한 밤(?)을 생각하며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끼끼끼!”
그녀가 기분 좋은 울음을 흘렸다.
그러던 때였다.
하멜이 다른 예선전 참가자와 함께 세 번째 관문으로 들어왔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몽크가 어디 갔지?”
바로 몽크의 공격이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몽크는 보이질 않았다.
몽크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하멜과 눈이 마주쳤다.
몽크가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우끼끼!”
‘그분이 언제 올지 모르니, 방해하지 말고 나가!’
하멜은 말문을 잃었다.
그러다 몽크가 귀에 달아놓은 꽃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그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몽크는 하염없이 문만을 바라보다가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