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34
밥만 먹고 레벨업 535화
“와아아아아아!”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수백 대가 넘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간다. 그 중심에는 민혁을 꽉 끌어안은 다솔과 놀란 표정을 짓는 민혁이 있었다.
민혁은 처음 아스갈을 보자마자 그녀를 기억해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녀만큼이나 은빛 머리카락을 아름답게 소화하는 여인은 없었고 호수같이 깊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도 없었다.
또한, 차가운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내면은 따뜻한 그녀는 민혁에게 잊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아는 척을 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민혁도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10년 전. 그 약속 때문에 그녀가 숨겨두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민혁은 그녀를 배려했고 무서웠다.
자신이 그녀의 과거를 안다고 밝히면 그녀가 자신과 길드를 떠나지 않을까 하고.
그랬기에 밝히지 않은 이유 또한 있었다.
그리고 지금.
꽈아아악-
떨리는 그녀의 몸이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전장의 귀신 아스갈과 식신이 껴안다!?”
“특종이다!!”
“혹시 두 사람은……?”
그녀는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공황장애약을 과다복용해, 지금은 카메라 플래시에 의해 눈앞이 흐릿해질 지경이었다.
그때 민혁이 그녀를 안아줌으로써 그녀의 시야로 비치는 카메라 플래시를 차단시켜 버렸다.
그들의 주변을 발 빠르게 천외국 길드원들이 둘러쌓았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투입되어 많은 인파 사이로 길을 열어주었다.
하나둘 길드원들이 차에 오르자 리무진들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날. 크리스탈의 패션쇼는 이례 없는 최고의 이슈를 낳았다.
첫 번째 이슈.
임다솔이라는 세계적인 모델을 배출해낸 것.
두 번째 이슈.
크리스탈 패션쇼에 등장한 천외국. 민혁과 다솔의 포옹이었다.
* * *
세계가 시끄럽다.
크리스탈 패션쇼의 즐투브 조회 수가 올해 즐투브 조회수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발 빠르게 상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외국이 크리스탈 패션쇼에 등장함으로써 낳은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었고, 다솔의 피날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불과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다솔을 무대의 천사라고 표현. 그녀를 자신의 무대에 세워보고 싶다는 의사를 SNS를 통해 드러내.] [천외국 부길드 마스터 지니. 그녀가 패션쇼장에서 들었던 구띠 핸드백. 화제.] [전 아르테온 마스터 알리샤.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에 네티즌들 깜짝.] [크리스탈 패션쇼. 그 마지막 장식은 천외국 길드원들이?] [식신 민혁. 그가 입었던 슈트는?] [식신 민혁이 타고 온 리무진의 가격. 입이 떡 벌어질 정도.] [식신 민혁과 전장의 귀신 아스갈. 혹시 연인 사이?] [식신 민혁과 전장의 귀신 아스갈에 대한 찌라시. 전장의 귀신 아스갈. 정상그룹 외동딸? 루머확산.] [식신 민혁. 루머에 강경 대응 의사 밝혀…….] [세계 곳곳에서 천외국에 대해 쏟아지는 러브콜. 할리우드를 비롯한 패션계 등 다양한 관심 보여.]세계는 천외국 길드원들이 한껏 꾸미고 온 모습을 크리스탈의 패션쇼에서 보여주자 그들이 가지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
[알리샤. 루시아. 지니에 이어 아스갈까지…….] [이 정도면 민혁은 신이 내린 도둑놈 아님?] [맞음. 이 정도면 도둑놈임…… 부럽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나라를 세운 거 같은데……ㅋㅋ?]많은 사람이 식신 민혁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러워하는 것뿐만이 아닌 다양한 루머들이 민혁과 아스갈 사이에 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식신이 본래 지니와 사귀다가 아스갈한테 갈아탄 거라던데. 아스갈도 그렇지만 식신도 너무한 거 아님?] [아, 그래서 카메라에 찍힌 지니 표정이 안 좋았구낰ㅋㅋㅋ] [연예계만큼 더러운 게 랭커계라더니……ㅋ]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에게 두 사람의 포옹은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밌는 놀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천외국 길드원들은 파리에 위치해 있는 라크 하얏트 호텔의 가장 비싼 방에 함께 앉아 있었다.
그들의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각종 광고제의나 영화 출연 제의 등이 있었다.
그때, 혼자만 전화기가 잠잠하던 로크. 즉, 지수의 전화벨이 울렸다.
시무룩해 있던 지수가 화색이 되어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과, 광고요!?”
자신들만 러브콜을 받고 있자 그의 눈치를 살피던 길드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수 또한 매우 기쁜 얼굴로 주변에 자랑하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 개 사료 광고요? 아니, 사람한테 왜 개 사료 광고를…… 아, 아뇨. 해야죠! 암!!!”
지수의 웃지 못할 해프닝에 길드원들이 웃음 지었다.
하지만 꼭 웃을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솔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데뷔한 것도 좋았고 천외국 길드원들이 그녀를 축하해준 것도 좋았다.
문제는 강경 대응을 밝혔음에도 계속 퍼지는 민혁과 다솔에 관련한 루머였다.
이 루머는 지니가 엮이기도, 알리샤가 엮이기도 하는 편인데, 다른 남자 길드원들까지 삼각관계가 아니었냐며 엮이고 있다.
물론 그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눈치다.
정작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건 다솔이었다.
계속 눈치를 보던 다솔이 말한다.
“제가 민혁이와의 과거에 대해서 밝힐게요.”
다솔의 말에 모든 길드원이 안도하지만은 못했다.
그들은 차를 타고 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천외국 이들은 이 일에 깊게 파고들어선 안 된다 생각했다.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했다.
다솔의 시선이 민혁에게 향했다. 민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민혁은 남들이 뭐라 하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다솔은 알았다.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이 민혁과 천외국에 큰 해가 되고 있었다.
반대로 자신이 과거의 일을 밝힌다면?
오히려 천외국과 민혁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게 변화할 것이 분명했다.
“밝히고 싶어.”
민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줬다. 이야기를 끝낸 두 사람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고 민혁이 몸을 일으켜 발코니로 걸어갔다.
라크 하얏트 최상층이었기에 뷰는 파리의 모든 시내가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심지어 달까지 아름답게 떠 있었다.
다솔은 민혁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얼굴을 보니 너무 기뻐서 그만…….’
이라고 얼버무린 것이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봤다.
민혁이 입을 뗐다.
“떠날 거지?”
“……응.”
다솔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민혁에 의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수라로 전직함으로써 레벨이 반절로 하락하고야 말았다.
아수라의 스킬은 사기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기적이어도 레벨의 벽을 넘을 순 없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레벨이 되었을 때 그 몇 배에 해당되는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빠르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 천외국과 잠시 안녕해야 했다.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민혁이 하얀 이를 드러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다솔은 그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다짐했다.
‘꼭 빨리…….’
그리고 언젠간 용기가 생기는 날. 그에게 고백할 것이다.
하늘의 별이 밝게 빛나는 밤이다.
* * *
다솔이 공식적인 입장을 인터넷에 게시하자 반나절까지만 해도 그들을 욕하던 이들이 잠잠해졌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델이 된 다솔과 외톨이였던 다솔을 차별 없이 안아준 민혁에 감탄하며 그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삐걱거림은 있었으나 이번 크리스탈 패션쇼에 의해 천외국 길드원들의 몸값은 큰 폭으로 뛰어오른 셈이었다.
그리고 민혁이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저택 앞으로 의문의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멈춰섰다.
“누구십니까?”
경비원들은 뒤쪽 창문을 통해 타고 있는 사람을 보고 다소 놀란 눈빛을 지울 수 없었다.
“식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방문목적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후, 경비원들이 차량을 통과시켰다.
곧바로 대저택 안에서 한 사내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민혁의 전담 헬스 트레이너 오창욱이었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린 사내는 둘이었다.
바로 ㈜즐거움의 강태훈 사장과 박민규 팀장이었다.
“안녕하세요. 민혁이를 만나보고 싶다고요?”
“그렇습니다.”
강태훈 사장은 일화그룹 회장인 강민후 못지않은 엄청난 인사였다.
또한, 과거 아테네 게임 속에서 식신과 강태훈은 만난 바 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
‘내가 왔다는 사실에 한 걸음에 달려오겠군.’
강태훈은 그러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옆의 박민규 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민혁 님이 그런 걸 신경 쓰실 분은 아닌데.’
예의는 바르지만 실제로 그와 아테네:세계전 당시 함께 생활했던 박민규 팀장은 잘 알고 있었다.
곧 오창욱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민혁이가 운동을 시작해서요.”
“아, 그런가요? 괜찮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도록 하죠.”
“오래 걸리실 겁니다. 어제 못한 운동, 오늘 전부 해버린다고 해서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식신을 위해 그 정도 시간을 못 쓸까요.”
강태훈 사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보통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시간이 약 1시간 반 정도다.
어제까지 합치면 약 3시간 정도. 씻고 준비하고 나와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그렇게 그들이 대기실에 앉아, 기다린 지 4시간 후.
“식신은 아직인가요?”
“예, 아직 운동 중입니다.”
그리고 6시간 후.
“아, 아직 운동 중입니까?”
“예.”
여덟 시간 후.
“아, 아직도요!?”
“네……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네요.”
강태훈 사장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여덟 시간 이상을 운동한다고!?’
그는 다시 한번 식신이 어째서 아테네의 왕이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참 특이하다 여겼다.
‘내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어찌 보면 강태훈의 방문은 예고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생각한다면 예고 없는 방문도 환영할 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식신은 아니었다.
강태훈은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하하!’ 하고 웃었다.
‘그래, 한 나라의 왕인 유저라면 이 정도는 되야겠지.’
그는 문득 출출함을 느꼈다.
“혹시 식사나 차를 준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래 기다렸더니, 출출하군요. 아, 박 팀장. 자네도 들지.”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왜? 출출하지 않나?”
“정말 괜찮습니다. 대표님!”
박민규 팀장은 손사래를 치며 극구 사양했다. 그는 이곳에서 2주간 식신과 생활하며 이곳의 식사를 먹어본 바 있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강태훈 사장의 앞으로 음식이 차려졌다.
첫 번째 요리.
“샐러드군. 소스가 없는 샐러드라. 건강식인가.”
두 번째 요리.
“……토마토 스테이크?”
세 번째 요리.
“토, 토마토 카나페……!?”
그리고 음료론 설탕이 1도 들어가지 않은 토마토 주스와 후식으론 건조된 토마토가 나왔다.
토마토만 있는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오창욱이 한술 더 떴다.
“혹시 토마토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제, 제발 토마토는 그만…….”
“아, 네.”
새삼 강태훈 사장은 또 한 번 감탄했다.
“식신은 매번 이런 요리만 먹는단 말인가?”
“네, 저도 한 이틀 정도 먹다가 너무 맛이 없어서…… 이제 토마토만 봐도 신물이 납니다.”
“허어…….”
강태훈 사장은 이곳에 와서 두 번째로 식신 민혁에게 감탄했다.
이러한 음식만 먹으면서 그 정도 고강도의 운동을 한다는 것.
그에 대한 존경심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감탄하던 강태훈 사장이 말했다.
“천외국이 대륙통합 예고편에 참여해준다면 기쁠 것 같단 말이지.”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