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51
밥만 먹고 레벨업 552화
민혁과 지훈.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선 단절되어 살아왔다는 점, 현실에서 사귄 친구가 없다는 점.
그리고 모태솔로라는 점등.
그러한 그들이 세상에 처음 발을 딛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간단했다.
정말 평범하게, 일반 사람들처럼 바깥을 돌아다녀 보는 것이다.
“으, 으으으……!”
“컥, 이, 이게 말로만 듣던…… 지옥철……!”
두 사람은 정말 평범한 청년처럼 지하철을 타고 있다. 사람이 붐빈다는 지옥철의 사람들 틈에 껴서 말이다.
문이 열리자 도망치듯 밖으로 달린다.
“지훈아, 빨리 튀어!”
“어, 어!”
가장 빨리 나온 두 사람이 지옥과 같았던 지하철을 벗어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른다.
지하철 출구를 벗어나자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남산이 보인다.
“와, 저 두사람 비율 봐…….”
“멋있다…….”
“머리에 웨이브 넣은 남자.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
“옆에 마스크 쓴 사람도 잘생겼을 것 같은데?”
“근데 왜 하필 해골 그려진 검은 마스크를 썼지?”
“심지어 남자 둘이 남산…….”
누군가의 시선 따위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누가 빨리 가나 시합이다!”
“허억, 왜 너 먼저 가는데!”
그저 남산을 향해 내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달리다, 한참을 쉬고 달리다 쉰다.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다 보니 어느덧 남산 위에 도착한다.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저 서서 남산 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야호오오오! 자유다아아아아!”
민혁이 힘껏 소리 질렀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자 지훈이 우물쭈물했다.
“창피하게, 뭐, 뭐 하는 거냐?”
“창피하긴?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즐거운데!”
“…….”
그 말을 들은 지훈.
그래, 난 변하기로 했다. 이까짓게 뭐가 창피한가!
“나느으으으은 잘 생겼다아아!!”
“……??”
사람들의 칭찬에 자아를 깨닫기 시작한(?) 지훈이었다.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내려갔다.
그리고 젊음의 거리라는 홍대로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옷을 구경했다.
또 영화관에선 공포영화도 봤다.
“으,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조, 좀비가…… 좀비가 나왔다아아!!!”
“……네가 소환하는 게 좀비 아니냐?”
그리고 오락실에선 평범한 사람들처럼 펀치 기계 앞에 섰다.
“높은 점수 나오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콰아아아아앙-
띠리리리리~
진 사람을 보며 낄낄 비웃어주며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불러준다.
“빙수야~ 팥빙수야~ 쏴랑해, 쏴랑해.”
“영계백숙, 오오오오오!!!”
“아, 아니, 왜 노래가 전부 먹을 거로 시작해서 먹을 거로 끝나는데?”
명동에 가서 외국인들을 구경하며 길거리 음식도 구경했다.
“너, 너 괜찮아?”
“새로 개발된 KD-11라는 약을 먹어서 괜찮아. 하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한 달에 딱 한 번만 가능해.”
“괘, 괜찮다며 왜 그렇게 침을 흘려?”
“추르르릅!”
그렇게 명동을 거닐다가 한 번씩 일본인들과 인사도 나눈다.
“스, 스고이네!!”
“난데스까?”
“스고이네!!!”
“빠, 빠가……?”
“스고이!!”
스고이밖에 모르는 지훈은 그 말만 반복하고 민혁은 박장대소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 틈을 걸으며 두 사람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민혁, 지훈.
그들은 너무도 행복했다.
남들에겐 평범했던 일상이, 자신들에겐 축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들에겐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것들이 자신들에겐 기적과 같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명동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달리는 두 사람의 입가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 * *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하고 싶은 일 중 꼭 들어가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강에서 라면 먹기’이다.
그리고 민혁은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을 고대해 왔다.
“오, 오오오오…… 무, 물이 나와!!!”
종이로 된 일회용 그릇을 ‘뽀글이 기계’에 가져가자 저절로 물이 나온다.
지훈은 전자레인지에서 핫바와 냉동만두 등을 돌렸고 민혁은 빠른 손놀림으로 라면을 휘휘 들어 올려주며 익혔다.
그리고 한강에 아주 잘 보이는 자리에 잡아놓은 텐트에 앉아 한강을 바라본다.
곧 아주 맛있는 ‘한강 라면 한 상’이 차려졌다.
일회용 용기에 끓여진 라면과 핫바, 만두가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며 먹기 좋아 보이는 볶음 김치와 편의점 김밥이 놓여있다.
아직 날씨가 조금은 선선한 편인지라 한강의 바람이 좀 차다.
“행복한 날이다.”
민혁은 바람을 느끼며 한강을 잠시 바라봤다.
고작 한 달에 한 번.
이제 자신을 위해, 이러한 음식을 현실에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정말 고작해야 한 달에 한 번뿐이며, 그날의 음식량은 2천 칼로리 내에서 한정되어야 한다.
약을 복용하기 전 담당의 진환이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할 시 다시 폭식 결여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민혁에겐 충분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다가, 민혁은 그릇을 들어 올렸다.
국물을 후, 후 불어서 그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마시는 순간 ‘크~’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상태에서 라면 한 젓가락을 들어 올린다.
“후, 후! 후루루루루룹!”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 들어오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눈물 날 정도로 맛있는 맛에 ‘와~’ 해주다가 볶음 김치를 입에 넣으며 또 한 번, ‘와~’ 해준다.
그렇게 또 한 번 라면을 후루룹 먹다가 이번엔 냉동만두를 집어 든다.
그 뜨뜻한 만두를 입안에 넣어주자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온다.
허어~
입안에서 살살 굴려주다 목구멍 뒤로 넘긴다.
그리고 또다시 라면 한입을 먹고 이번엔 편의점용 불고기 김밥을 집는다.
김밥을 국물에 푹 담갔다가 입안에 넣는다.
“끝내준다, 끝내줘.”
아삭한 단무지와 달콤한 불고기가 입안에서 어울린다.
그렇게 한강 라면의 면을 다 먹었을 때, 국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뜨뜻한 핫바를 집어 든다.
핫바를 한입 베어 물고 씹자 즐거운 식감과 풍부한 맛에 미소가 감돈다.
모든 식사를 끝낸 후에, 민혁은 스프라이트를 따냈다.
칙-
그리고 그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단숨에 마셔냈다.
벌컥벌컥-
“캬~”
시원한 청량감이 얹혀 있던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더 먹을래?”
“아니, 괜찮아.”
당연히 민혁은 더 먹고 싶었다.
아무리 약을 복용했다 해도 그의 ‘습관’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하나 그의 정신력은 그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였다.
민혁은 식사를 끝낸 후 한참이나 한강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은 또다시 지옥철을 타고 지훈의 집 앞에 도착했다.
“거참, 안 데려다줘도 된다니까.”
민혁이 지훈의 말에 빙긋 웃었다.
한참이나 지훈은 물끄러미 민혁을 바라봤다.
그 덕분에 오늘 하루 너무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이제, 나 혼자서도 밖에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민혁아.”
지훈은 그저 그를 불렀고 민혁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고맙다.”
“뭘.”
서로를 마주 보고 한참이나 웃다가 지훈이 물었다.
“이제 집에 가는 거야?”
그 물음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놀고도 또 놀러 갈 곳이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민혁의 앞에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이가 뒷문을 열어준다.
민혁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꼭 가야 할 곳이 있어.”
* * *
대한그룹 회장 엄진웅 외손녀의 돌잔치.
이는 평범한 돌잔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도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당연하게도 일화그룹 강민후 회장도 함께였다.
“벌써 손녀딸을 보다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민후는 얼마 전 충돌했던 엄진웅과 악수를 나눴다.
엄진웅은 그를 싫어했고 강민후는 그를 벌했으나 지금 이 자리는 축하를 위한 자리이다.
강민후가 돌잔치장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옆엔 하나같이 한껏 치장한 아내들과 딸, 아들들이 있었다.
“아이구, 강 회장님 오셨습니까. 하하하, 아 이 녀석은 제 아들놈입니다.”
“아, 이 친구가 서울의대를 수석 입학했다는 그 친구군요.”
강민후는 자신에게 고개 숙이는 청년을 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또 앞을 향해 걷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정 의원님.”
“뵐 때마다 더 젊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여긴 제 딸아이입니다.”
“아내분을 닮아 아주 미인입니다. 의원님 닮지 않아 다행인데요? 하하하!”
“그러게나 말이다. 하하하하!”
그가 길을 걸을 때마다.
“회장님, 제 집사람입니다.”
“강 회장님, 제 아들 녀석입니다.”
“회장님.”
“회장님.”
“강 회장님.”
모두가 가족과 함께 강민후 회장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손자, 손녀를 자랑하거나 또는 아내를 인사시켜주거나, 로스쿨에 갔다는 아들, 연예인을 하고 있다는 딸. 그들은 모두가 가족과 함께였다.
“빌어먹을 사람 같으니…….”
그 모습을 멀리서 본 엄진웅은 한숨을 쉬었다.
강민후 회장은 매번 많은 재계 인사들의 축하파티에 참여한다.
그는 그처럼 올곧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10년 가까이 항상 혼자였다.
아내를 일찍 사별하고, 아들 강민혁은 폭식 결여증에 걸렸기에.
그랬기에 그는 항상, 이 많은 사람에게 선망받으나 혼자였다.
엄진웅은 그가 미웠으나 그가 덩그러니 홀로 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푸념한 것이다.
사람들은 10년간 강민후가 혼자 오자 ‘이번에도 혼자 오셨군?’이라며 자신들끼리 대화한다.
그랬기에 굳이 그런 말을 들을 것을 알면서도 와준 강민후 회장이 고맙기도 하며 씁쓸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인사해 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강민후는 인사가 끝나자, 언제나처럼 덩그러니 혼자 있었다.
앉을 법도 하건만 그는 한참이나 서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나는 괜찮다.’
강민후.
그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자신만 아들과 함께하지 못하면 어떤가?
폭식 결여증이라는 최악의 희귀병에 걸렸던 아들이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나의 아들이 행복해하며 웃고 울며, 친구들을 사귀는 것만 봐도 배가 불렀다.
그래, 나는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아니다.
나는 괜찮지 않다.
이 많은 사람 속. 마치 자신만이 혼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다. 자신만 놓인 이 공간에서 화목한 가정을 이룬 많은 사람이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고 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아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후계자를 새로이 세워야 한다는 사람들의 입을 닫게 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일해 왔다.
사실 그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단지, 나도 한번 바랄 뿐이다.
나 또한 언젠간.
정말, 언젠간. 나의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 녀석이 내 아들놈입니다. 라며 하하하 하며 웃고 싶다.
“후우…….”
결국 그의 고개가 한숨과 함께 떨궈진다.
그때.
“아버지.”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고개가 들렸을 때, 빙긋 웃음 짓고 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