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52
밥만 먹고 레벨업 553화
식신 민혁.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이다. 당장 할리우드의 배우들만큼의 인지도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폭식 결여증에 걸린 청소년 시절에도 학교에 가지 않고 홀로 전국 수석을 거머쥐었다 알려진다.
거기에 금메달 올림픽 리스트 다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검도에 일가견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온 세계인이 사랑하는 게임의 왕이라는 사실이다.
“미, 민혁이잖아……?”
“세상에…….”
“식신? 와, 저 비율 좀 봐…….”
회장 강민후를 마주 보고 빙긋 웃고 있는 민혁을 보며 순식간에 돌잔치 장이 술렁였다.
그는 쉬이 만날 수 없는 인사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국회의원, 병원 원장, 기업 회장 등이라고 할지라도 그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순식간에 돌잔치 장은 민혁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강민후에게 민혁은 ‘약’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줬다.
민후가 부드럽게 웃었다.
“한 달에, 한 번.”
딱 한 번뿐이지만 나의 아들이 한 달에 한 번은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도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회장님? 이렇게 번듯한 아드님이 오시는데 왜 말씀 안 하셨습니까?”
“아드님이 정말 잘 생기셨습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와…… 식신을 보게 되다니…….”
내로라하는 기업 자녀들의 눈빛이 선망을 담을 정도이다.
사람들은 강민후 회장과 민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 아들과 회장님 아들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어떻게든 식신 민혁과 연줄을 만들어놓기 위해 사람들이 발악한다.
그렇다. 내 아들, 민혁은 이러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누구보다 멋진 아들이다.
강민후의 팔이 민혁의 어깨에 둘러진다.
“제 아들놈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아닙니까!”
“하하하하하!!!”
강민후.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바라왔던 염원을 이루었다.
* * *
대한그룹 회장 엄진웅.
그는 돌잔치가 시작되자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를 보았다.
‘미안하구나.’
엄진웅.
그는 민혁의 폭식 결여증을 세상에 폭로함으로써 일화그룹을 견제하였다.
그때 강민후 회장으로부터 인생의 쓴맛을 맛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의 자식에게 일등의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꼭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쩌면.
‘나도 나이가 들었군.’
냉정하기만 했던 기업 총수는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젠 아들과 며느리, 손녀를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랬기에 아들과 며느리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지금, 아테네에선 황혼의 요리사 블랙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김석현이 이곳에 오고 있었다.
김석현은 세계 10인의 요리사 중 최초 한국인이었다.
그의 요리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가 그나마 즐기던 일이 바로 ‘맛집 탐방’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런 시간 있으면 서류나 더 보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받는 회사 업무에서 그러한 휴식처라도 찾았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돌잔치가 끝나고 김석현은 나의 아들과 며느리에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게 돌잔치가 끝나갈 무렵.
비서가 다급하게 엄진웅 회장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회장님, 김석현 쉐프가 탄 차량이 오던 도중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뭐, 뭐……?”
엄진웅으로서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이야기였다.
이제 곧 돌잔치가 끝이 난다.
보통의 돌잔치는 돌잔치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의 돌잔치는 특별하게도 돌잔치가 끝난 후 모두가 함께 식사하기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요리사 김석현이 이끄는 쉐프들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그들을 위한 요리를 해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석현이 이곳에 오지 못한다?
“다, 다른 쉐프들은?”
“다른 쉐프들은 모두 도착했습니다.”
“…….”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엄진웅은 가슴이 아팠다.
순전히 내 아들에게 특별한 한 끼를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이 특별한 날. 아들을 축복해 주는 것마저 쉽지 않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해질 지경이었다.
그때, 비서가 말했다.
“회장님, 혹시…….”
그의 시선은 민혁에게 향해있었다.
“민혁 군에게 부탁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뭐……?”
그 말을 들은 엄진웅 회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식신 민혁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에게 ‘한 짓’을 알았기 때문이다.
희귀병. 그것도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최악의 병에 걸린 이.
심지어 일화그룹 회장 후계자의 비밀을 세상에 공론화한 것은 매우 커다란 일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정신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특히나, 폭식 결여증을 걸린 이라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병으로도 올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식신은 그러한 것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비상했지만, 자신은 그에게 죽일 놈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욕심이 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엄진웅도 지나가듯 아들과 며느리가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식신의 음식. 살면서 꼭 한번 먹어 보고 싶다.’
‘저도요.’
‘하지만 식신님도 그렇지만 우리도 너무 바빠서 그럴 기회가 평생 있긴 하려나.’
그리 말하며 씁쓸하게 웃던 나의 아들.
그리고 자신이 그를 저격했으나 부탁하고 싶은 아비.
“나를 도와준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나 같은 사람을 말일세.”
“한번 권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엄진웅 회장은 말이 없었다.
어떠한 핑계를 대어 거절해도 엄진웅은 이해할 것이다.
자신이라도 돕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비서가 서둘러 돌잔치를 보는 민혁에게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엄진웅 회장을 돌아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엄진웅은 창피함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이었다.
그리고 비서가 한껏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회장님.”
“그래, 거절한 것인가?”
“아니요, 아닙니다.”
엄진웅 회장은 비서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민혁 군이 자신 같은 사람이 요리해도 괜찮냐고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뭐……?”
비서가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민혁을 돌아봤다.
“자신은 게임에서는 식신이지만 현실에선 희귀병 환자라며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합니다.”
“…….”
엄진웅.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럽구나.’
자신의 나이 예순을 훌쩍 넘어섰다. 그런데 민혁의 나이 고작 스물한 살이다.
그러한 민혁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자신은 빼앗고 무너뜨리려고만 했던 사람이지 않은가?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 * *
돌잔치.
재계인사들은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엄진웅 회장은 식사를 일반적인 돌잔치 식사와 차별화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돌잔치가 모두 끝난 후. 쉐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쉐프들은 그 자리에서 먹고 싶은 요리를 주문한다.
엄진웅 회장의 아들 엄태웅은 그에 미소가 만연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모질기만 했던 아버지 엄진웅이 자신을 위해, 이러한 일을 준비해줬다는 것 자체가 기쁜 엄태웅이었다.
하지만 아직 메인은 시작되지 않았다.
갑자기 돌잔치의 하객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민혁이 약 사십 명에 가까운 세프들의 가운데에 섰다.
손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에 정장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은 후 앞치마를 둘렀다.
“……뭐야?”
“시, 식신이 요리한다?”
“헉……!”
곳곳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아테네 최고의 요리사.
그가 마흔 명의 셰프들의 중앙에 선 채 주변을 둘러본다.
그 모습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호텔 주방의 메인 주방장과 같았다.
민혁이 엄태웅과 그 아내에게 질문했다.
“드시고 싶은 요리가 있으신가요?”
“네? 아, 아……! 네!”
엄태웅은 살면서 꼭 한 번 민혁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바 있었다.
그의 시선이 아버지 진웅에게 돌아가 놀람으로 물든다.
“오늘 아침부터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돌잔치 준비가 바빠서요.”
민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쇠고기미역국과 불고기, 잡채를 메인으로 요리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너무 자극적인 요리는 빈속에 좋지 않을 수도 있어서요.”
“좋아요!”
답변을 들은 민혁이 몸을 돌렸다.
그와 함께 인사들에게 주문을 받은 쉐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쉐프는 하얀색 조리복을 입고 있다.
반대로 정장 와이셔츠에 앞치마를 두른 채 중앙에 서서 요리를 시작하는 민혁은 단연 돋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땐, 그들의 보는 즐거움도 중요하다.’
고작 미역국과 같은 요리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요리하는 걸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곧바로 식칼을 빼 든다.
차라락-
부드럽게 식칼을 빼 든 순간, 민혁은 빠른 속도로 당근을 채썰기 시작했다.
식칼로 얇게 당근을 채 써는 민혁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탄한다.
실상, 이곳은 모든 이들이 쉐프.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오로지 가운데에 있는 민혁에게 향해있다.
채소를 썰어내고 잡채용 고기를 볶는다.
그 과정에서.
화르르르르르르륵-
기름을 이용하여 프라이팬에서 화염이 솟아오르게 만든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사실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신은 아테네에서 요리를 잘하는 것이지, 현실에서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테네는 ‘가상현실’ 게임이다.
실제로 손을 움직이는 느낌, 몸을 쓰는 느낌이 현실과 거의 똑같다.
민혁은 아테네에서 식신으로 살아온 시간은 짧지만 그가 먹은 끼니를 합치면 다른 요리사들보다 더 많은 요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촤아아아아아악-
요리를 하는 식신의 모습을 보며 많은 여성이 감탄한다.
‘와…… 요리하는 남자.’
‘너무 섹시한 거 아냐?’
와이셔츠를 걷어낸 팔 부분의 핏줄이 도드라진다. 그가 칼질을 할 때마다 그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미역국의 고기도 한쪽에서 볶아내며 물을 붓고 불린 미역도 넣어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 빠른 움직임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해나간다.
어느덧 세프들은 모두 요리가 끝나고 민혁 혼자만 계속된 요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감탄한다.
정갈한 그릇에 미역국과 잡채, 불고기 등을 빠르게 내놓는다.
그 주변으로는 나물 반찬과 예쁘게 만든 계란말이도 함께이다.
누군가 본다면 ‘고작 식신이 저런 요리밖에 못 만드나?’라고 할 수 있으나, 요리란 때론 그 사람의 상황에 맞추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의를 차려야 할 때 고급 한정식집과 같은 곳에 가는 것처럼.
무조건 캐비어가 들어가고, 푸아그라 같은 고급 재료가 쓰인다고 훌륭한 요리가 아닌 것이다.
“와…….”
그리고 엄태웅과 아내가 서로를 돌아보며 감탄한다.
바쁜 업무에 간단한 한 끼나, 혹은 닭가슴살과 같은 것들로 때우던 그들이었다.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집밥과 같은 정갈한 한 상은 미소가 떠오르게 한다.
엄태웅이 미역국을 한 수저 먹어봤다.
“어?”
한 수저 먹은 미역국은 평소 먹던 것보다 진한 맛이 베여있다.
한 수저 더 떠먹은 후, 그가 감탄한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죠?”
“제가 다른 분들보다 요리가 오래 걸린 것을 보셨을 겁니다. 미역국은 제 개인적인 견해로 오랫동안 푹 끓여야 미역과 고기 맛이 충분히 우러나거든요.”
“그렇군요.”
엄태웅은 나물 하나하나, 요리 하나하나를 먹을 때마다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노하우’가 들어간 요리는 과연 식신이다라고 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엄진웅.
그는 먼 곳에서 보았다.
민혁의 양팔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힘들게 병을 참고 있구나…….’
그는 감탄하며 경악했다.
그는 요리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병마와 계속된 싸움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이 말한다.
“아버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 최고의 식사였어요.”
“아버님, 감사드려요.”
엄진웅 회장.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모든 돌잔치가 끝났을 때, 엄진웅은 나서려는 민혁을 멈춰 세웠다.
“난 아들에게 못난 아비였네, 자네 덕분에 오늘 좋은 아비가 될 수 있었군. 내 자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데 필요한 게 있는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
민혁은 일화그룹 후계자이며 대한그룹은 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수도 있다.
지금 엄진웅이라면 그에게 회사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뭔들 못 해줄까.
그 말에 민혁은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아무것도요?”
“……뭐?”
“무언갈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요리를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좋은 돌잔치가 되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엄진웅.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미안하고 고맙네.”
엄진웅.
대한그룹 최고의 권력가.
그가 민혁에게 진심의 말을 전했다.
그에 빙긋 웃어준 민혁이 인사하고 민후와 함께 걸어나간다.
“태웅아.”
“예, 아버지.”
엄진웅의 시선이 멀어지는 민혁의 뒷모습을 쫓는다.
“저 아이와 함께 커가거라. 저 아이가 세계 최고의 총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