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18
밥만 먹고 레벨업 619화
엠버스가 이끄는 3군이 4군과 합세하여 이필립스 제국 진입로를 뚫은 지 하루가 지났다.
그와 함께 속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속보. 아스간 대륙 엠브러 공격기지. 허무하게 빼앗겨…….] [엠브러 공격기지를 빼앗은 적군들, 엠브러 공격기지로 모여들어 방어진을 형성.] [이틀 사이 아스간 대륙 유저와 NPC들의 사상자 수 약 200만에 달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루브앙 제국군 5군과 6군, 7군이 합류. 총 250만 군대가 곧바로 루마트리 요새로 진격해 엘레를 공격할 예정.] [이필립스 제국 황제 엘레. 이필립스 제국과 각 요새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고 루마트리 요새로 집결.] [루브앙 제국군을 기다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이필립스 제국군.] [이필립스 제국군. 반나절 사이에 약 80만의 사상자 추정.] [매섭게 몰아치는 루브앙 제국. 이필립스 제국의 멸망은 현실로?] [오늘. 검의 대제 엘레는 폐위되는가?]속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스토리는 ㈜즐거움이 짜놓았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루마트리 요새.
마치 콜로세움처럼 둥근 형태의 루마트리 요새는 ‘방어형’ 요새로서 가장 적절하다.
벽 위에 선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적들을 견제할 수 있고 벽 틈에서 공성 무기나 마법을 발동시켜 적들을 제지할 수 있다.
또한, 루마트리 요새는 수백 년 동안 아스간 대륙에서 굳건히 버틴 전설적인 요새이다.
그러한 루마트리 요새가 수백만 루브앙 적군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 세례 속. 엘레가 외쳤다.
“마법사들!!”
마법사들이 발현한 실드들이 생성되며 화살 세례와 마법들을 방어해낸다.
“으아아아악!”
“크허어어어억!”
“컥!!”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실드를 뚫고 아군들을 꿰뚫었다.
엘레는 전장을 바라봤다.
참혹하고 잔인한 전쟁터이다.
루브앙 제국군은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마트리 요새는 무너질 것이며 엄청난 숫자의 대군들은 이필립스 제국으로 진격할 것이다.
“버텨야 한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엘레의 외침에 따라 곳곳에서 많은 자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 위로 곧바로 최고위급 마법인 메테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화아아아아아앙-
지상에 떨어지는 메테오를 막아내기 위해 마법사들이 고군분투한다.
그중에는 알리 또한 있었다.
“디스! 디스! 디스! 디스!”
디스를 난발하며 하늘 위에서 메테오를 격추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숫자였다.
약 스무 개에 달하는 메테오가 떨어진다.
그리고 그중에 열 개가 루마트리 요새의 성벽 일부를 부숴냈다.
쿠화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악!”
“커허어어어어억!”
“이필립스 제국을 위하여!”
“부서진 성벽을 어떻게든 사수하라!!”
부서진 성벽 사이로 적들이 진입을 시도하려 했다.
발 빠르게 병력이 그곳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중에는 다크 브레이커팀 인원들도 다수였다.
“헉헉, 못 들어오게 막아!”
“빌어먹을 새끼들!”
다크 브레이커팀.
천외국의 내로라하는 자들이 즐비해 있었지만 문제는 적들의 숫자와 강함이었다.
루브앙 제국군은 애초에 이필립스 제국군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젠 그 숫자 또한 연합군과 이필립스 제국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마치 코끼리와 개미 싸움과 같아 보였다.
지니.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싸움이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비록 자신들이 1군과 2군을 쓸어버리는 놀라운 쾌거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세계는 놀랐고 그들은 이필립스 제국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필립스 제국은…….’
오늘 멸망한다.
아니, 그러다 지니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목에 핏대를 세우는 엘레를 지니가 보았다.
천외국의 모두가 알았다.
엘레는 민혁이 가장 아끼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랬기에.
‘도대체 넌 뭘 하는 거야!?’
지니는 민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1군의 잔당과 2군을 날려 버린 후, 민혁은 다시 어비스로 갔다.
이 말만을 남기고서.
[이 전쟁의 승리는 엘레 누나가 해야만 해. 난 누나를 위한 무기를 만들 거야.]엘레를 위한 무기를 만든다?
고작 검 한 자루로 전쟁의 승산이 달라진다 보는가?
곧바로 부서진 성벽 틈으로 엄청난 숫자의 적군이 밀려 들어온다.
걔 중에는 각 나라의 전설과 같은 자들이 대다수 껴있었다.
푸푸푸푸푸푸푸푹-
“크아아아악!”
“크으으읍!”
“으아아아아아악!”
속수무책으로 이필립스 제국군이 밀려난다.
뿐만이 아닌, 천외국 강자들도 오랜 전투로 크게 지쳐있었고 심지어 곧바로 전설급에 해당하는 자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절대지존급인 대해적 고르피도나 혹은 악마 키메리에스 등이 있었으나 그들도 저 정도 숫자의 대군과 싸우기엔 버거웠다.
갈수록 다크 브레이커팀원들의 상처가 늘어만 간다.
결국 지니는 천외국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크 브레이커 팀. 뒤로 물러나 재정비한다.”
“지니, 그렇게 하면……!”
“알아, 그렇지만 우린 우리의 사람들도 중요하다는 걸 명심해.”
“…….”
지니의 판단은 냉정했지만 옳은 선택이기도 했다.
결국에 이필립스 제국과 천외국은 별개로 친다.
또한, 이대로 전투하다가 네임드 NPC 중 하나를 잃는다면 그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라르도 폐하도 물러나시지요.”
“그러지.”
다크 브레이커팀이 후방으로 빠졌다.
그러자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를 슬픈 눈으로 지니가 바라보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천외국 인원들이 저곳에 있었다면 누군가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니는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해 머뭇거렸다.
그때, 부드러운 손 하나가 그녀의 어깨에 얹어졌다.
옆을 돌아보자 검의 대제 엘레가 있었다.
“폐하, 어째서 여기 계신 겁니까.”
지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엘레가 작은 웃음을 짓는다.
“지니. 너는 볼 때마다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야.”
“…….”
지니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엘레가 그녀를 ‘지니’라 불러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애증이 지니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부탁 하나만 하고 싶구나. 이 전쟁이 끝나면 나의 백성들을 부탁한다. 어떠한 자들은 용왕에게, 어떠한 자들은 루마이 왕국에, 또 어떠한 자들은 천외국 너희들이.”
엘레.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필립스 제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들을 보았다.
죽어가면서까지 ‘엘레 폐하를 위해!’라고 울부짖는 그들이다.
이제 고작 열여섯, 열일곱이나 되었을 법한 소년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이 전쟁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 아닌, 백성을 지키기 위함이니.
그녀는 혼자 짊어지려 한다.
‘이것이 바로…….’
지니는 가슴이 복받쳐 올랐다.
아테네에서 가장 사랑받는 NPC는 누구인가.
검의 대제 엘레이다.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NPC로 불리는 이가 누구인가?
바로 검의 대제 엘레이다.
같은 황제이나 그녀는 대륙황제가 될 것이고.
같은 통치자이나, 그는 온 세상을 다스릴 재목이다.
“……명…… 받들겠습니다…… 폐하.”
지니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엘레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전군은 뒤로 빠진다. 지금부터 다크 브레이커팀의 지시에 따라 전속력으로 후퇴해야 할 것이다. 이는 명령이며 어기는 자는 즉결심판한다.”
“……!”
“……!”
“……!”
경악스러운 엘레의 명과 함께.
그녀가 부서진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부서진 성벽 쪽에는 내로라하는 지존들이 많은 바.
그들이 내달려오는 엘레를 보았다.
“설마 저년이 내가 생각하는 그 짓을 하려는 거냐!?”
“크하하하하, 아주 재밌구나!!!”
“검의 대제 엘레. 검 맛을 볼 수 있겠군요!!!”
후퇴하는 병력과 다르게, 엘레는 나아간다.
그리고 지존들이라 불리는 자들.
어딘가에서 활의 지존이라 불리는 자.
툭-
“어?”
머리가 잘려나가 시야가 땅에 떨어진다.
어딘가에서 대마법사라 불리는 자.
푹-
“쿨럭……?”
배리어를 발현하기 전에, 복부가 꿰뚫려 쓰러진다.
날아오른다.
엘레가 한 마리의 나비처럼 아름답게 비상한다.
그리고.
독사처럼 휘두른다.
“하늘 찢는 검.”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그녀의 한 자루의 검에서 뿜어지는 수백 개의 붉은 검기가 지존들을 갈가리 찢겨놓는다.
부서진 성벽 앞을 그녀가 막아선다.
앞으로 진격하던 루브앙 제국군이 주춤한다.
그들의 숫자 아직 200만이나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엘레의 기세에 밀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리고 후퇴하는 이필립스 제국군을 보며 해설자들은 경악했다.
[엘레는 죽음을 각오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군요. 어리석지만, 기분이 묘합니다.] [자신을 희생해서까지 백성들을 지키고 나아가, 검사로서 마지막 긍지를 잃지 아니하고 적들과 싸우는 자.] [검의 대제 엘레. 그녀는 아테네의 별입니다.]온 세계인이 전율하고 있다.
후퇴하는 병력과 백성들은 천외국의 도움을 받아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이제, 이필립스 제국은 텅텅 빌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 판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설자들은 예측했다.
[이제 곧 엄청난 숫자의 전설급 NPC들이 달려올 겁니다.] [그 숫자가 약 200명은 가뿐히 넘을 것 같습니다.] [과연 엘레는 그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요?]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 [……?] [왜 안 오죠?]전설급 NPC들은 이 절호의 기회에 오지 못하고 있었다.
* * *
루브앙 제국군 진영.
전설급에 해당하는 NPC들이 희열했다.
검의 대제 엘레의 목을 직접 딸 수 있는 기회이다.
크라카 백작.
명문 검술 가문의 자녀로 태어나 검공을 꿈꾸지만, 그 실력이 다소 부족하다.
하나, 그조차도 어지간한 검을 익힌 자들보단 훨씬 더 강한 자이다.
그 또한 서둘러 엘레 사냥에 동참하려 했다.
한데, 그때.
갑자기 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히히히히히힝!”
“크으읍!”
낙법으로 가까스로 무사히 착지한 크라카 백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말을 확인해보니 놈의 다리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이 무슨?”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짐꾼은 비키거라!”
그때,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정체 모를 노인 짐꾼을 밀치며 나타났다.
크라카 백작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그가 외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그의 심장이 소리도 없이 구멍이 생겨나며 피가 갑옷을 적셨다.
“거야?”
풀썩-
크라카 백작이 쓰러졌다.
그리고 곳곳에서.
“에비른 후작이 전사하셨다!!!”
“미친마 페비르 님께서도 전사하셨습니다!”
“황실 마법단장 에케이 님이……!”
곳곳에서 믿기지 않을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는 곳마다, 정체 모를 ‘짐꾼 노인’이 있었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3군의 사령관인 엠버스.
그는 엘레를 보며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자신의 왕국의 타락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처럼 루브앙 제국군은 자신의 왕국조차 밀어버렸다.
하나, 다른 게 있다.
자신의 왕은 항복하고 노예들을 내주며 굴복했다는 것.
엘레는 최후까지 싸우기를 결심하였다는 것이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나, 그렇지만 그의 눈앞에 제국에 볼모로 잡힌 가족이 생각난다.
바로 그때.
짐꾼 반이 그에게로 창을 쥐여준다.
“사령관님, 당신은 창술사 아니십니까?”
그렇다. 하늘의 창술사 엠버스.
천재적인 지휘관이나 왕국을 지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신의 전우들을 빼앗았던 이자들을 위해 계속 싸우실 겁니까?”
“…….”
싫다.
하지만, 싸워야만 하는 입장이다.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가?
짐꾼 반을 엠버스가 돌아봤다.
“하지만 내겐, 볼모로 잡힌 가족이 있네.”
“이미 그들은 구출했습니다.”
“……!”
엠버스가 경악했다.
“천외국의 정보꾼 아벨이 말입니다.”
“……천외국?”
엠버스는 바보가 아니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낡은 창을 쥔 노인.
커피를 잘 타던 노인.
그리고 검게 기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짐꾼.
“당신…….”
“아이야.”
노인 밴이 작게 웃었다.
창신 밴은 모든 창술사들의 아버지였다.
아스간 대륙에서.
하지만 일개 인간에서, 창신으로 오르면서 이젠 온 대륙의 창술사의 아버지가 되었다.
“물러설 것이냐?”
“……창신이시여.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까?”
“네 가슴이 이끄는 대로.”
꽈아아아악-
엠버스가 창을 힘껏 쥐었다.
“내게 계획이 있다. 우린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급들을 모두 암살할 것이다.”
“어떻게 말입니까?”
“간단하다.”
창신 밴이 작게 웃었다.
* * *
루브앙 제국의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으로 한 병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엠버스 사령관님께서 은밀하게 와달라고 합니다. 곧바로 엘레의 뒤를 칠 것이라 합니다!”
“엠버스 사령관이?”
“알았다.”
그들도 엠버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자들이었다.
때문에 ‘은밀하게’ 모여 실제로는 엘레도 치고 그놈도 죽일 생각이다.
그렇게 그들이 후미진 곳으로 이동했을 때.
그들은 경악하고야 말았다.
창을 어깨에 비스듬히 세운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의 뒤로 루브앙 제국의 ‘전설’들이 시체의 산을 이루어 죽어 있었다.
그리고 창신 밴의 옆으로.
이제 새롭게 ‘천외국’으로 이주해올 창신 밴의 첫 번째 제자. 하늘의 창술사이자 전략의 신 엠버스가 함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