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65
밥만 먹고 레벨업 666화
제천대성.
그는 하얀 침대에 누워 아리 왕비와 눈을 맞췄다.
아리 왕비.
그녀는 하염없이 제천대성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들의 가운데에는 사랑하는 공주가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당신의 얼굴, 공주의 얼굴을 보아서 기뻤어요.”
제천대성.
그는 문득 생각나 물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요리사가 해준 요리는 어땠소?”
제천대성이 듣기로 그 요리사가 아리 왕비의 눈을 뜰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라고 하였다.
“……살면서 그토록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봤어요.”
“……그랬군.”
제천대성.
그는 그 사내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저, 아리 왕비를 꽉 끌어안았다.
“멋진 삶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난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그녀와의 추억이 제천대성을 더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을 때.
툭-
아리 왕비가 서거했다.
싸늘하게 제천대성의 품에서 식어가지만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했다.
아리 왕비의 장례가 준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천대성.
그가 말한다.
“요리사. 그 요리사를 데려오라. 내 그에게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이라 전하라!”
* * *
에덴 왕국.
에데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왕국으로 손꼽히고는 했다.
전쟁을 거의 하지 않고 한 번씩은 우마왕이 축제를 열어 백성 모두가 즐기게도 하였다.
또한, 만백성이 평등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백성들을 핍박하는 귀족들이 있다면 우마왕이 직접 벌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벌벌벌-
넙죽 엎드린 에덴 왕국의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들의 앞으로 새로운 왕. 루마칼의 행차가 이어지고 있다.
군기 잡힌 기사들은 혹여 고개를 드는 자가 있으면 당장 목이라도 벨 것 같은 흉흉한 기세다.
“더럽고 냄새나는구나. 저기는 당장 무너뜨리거나, 저곳도 당장 허물어 옥황상제님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라.”
“어, 어찌…… 30년을 살아온 집을 허물라 하십니까!”
노인의 하소연에 루마칼은 고개만을 살짝 비틀었다.
“그렇지, 30년을 산 집을 쉽게 허물 순 없지.”
“아아, 아아아……! 그, 그렇…….”
툭-
노인은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루마칼이 손을 휘두르자 노인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뒹군다.
“이제 괜찮지 않은가? 옥황상제님을 위한 기도실을 만드는 것에 반하는 자는 죽어 마땅하지. 안 그런가?”
그가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기사들.
그들은 그저 입을 닫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킬 뿐이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
아론.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저 노인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노인이다.
아론이 자주 가며 그곳에서 노인과 담소를 나누곤 했다.
그 노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아론.
그는 에덴 왕국의 왕실 기사단장이다.
에덴 왕국뿐만 아니라 모든 왕국을 통틀어 가장 강한 기사라 칭송받는다.
검의 신성 아론.
그가 불리는 이름이다.
그러한 그는 몰락해가는 이 에덴 왕국이 싫었다.
백성들이 핍박받는 이 나라가 싫었다.
그러나.
“아론 단장. 빨리 저 더러운 것을 치우라 명해라.”
“……명 받들겠나이다.”
자신은 한낱 기사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왕 루마칼.
그리고 이 세상의 신 옥황상제.
그들의 명을 따를 뿐이다.
그저, 그분이 한 번씩 그립다.
그리고 그때.
둥! 둥! 둥! 둥!
갑자기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루마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그는 아론 단장 또한 느꼈다.
엄청난 기운이 저 먼 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그와 함께 병사들이 헐레벌떡 다가와 보고했다.
“우, 우마왕…… 그가 돌아왔습니다!!”
“……뭣!?”
루마칼.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마왕은 도망치기 직전,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은 바 있다.
또한 옥황상제의 힘을 빌어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에데아의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그러나 곧 루마칼의 입이 쭉 찢어졌다.
“전군 소집하라.”
현재 에덴 왕국의 민심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간혹 반란을 꿈꾸는 자들도 있을 정도다.
그중 누군가는 아직 우마왕이 살아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 우마왕의 목을 잘라 시장에서 굴러다니게 만드리라.
빠른 속도로 에덴 왕국의 병력이 소집되기 시작했다.
* * *
우마왕.
그는 자신이 백성들과 함께 세운 성벽을 바라봤다.
성벽 위로 병력이 정렬하여 서기 시작한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거대한 뿔나팔 소리와 함께 병력의 함성이 세상을 흔든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폭군을 죽여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그리고 성문이 열리며 수십만 명의 병력이 쏟아져 나온다.
그를, 우마왕은 홀로 묵묵히 마주 보며 걸었다.
‘미안하다.’
우마왕.
그는 병사들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아비일, 또 누군가는 자식일 것이다.
내가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마왕.
그는 옥황상제와 그 개만을 보기로 하였다.
또한, 저들은 자신을 이미 외면한바.
몰락한 왕국 에덴을 자신 스스로 망가뜨리리라.
다시 왕좌에 오르는 일?
꿈조차 꾸지 아니한다.
단지, 옥황상제와 그 사자가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싶을 뿐.
터벅-
한 자루의 낡은 언월도를 쥐고 앞을 향해 그가 계속하여 걸어간다.
“히히히히히히힝!”
“이히히히히히힝!”
어느덧 기마대 1만이 우마왕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 뒤를 병사들이 뒤쫓는다.
에덴 왕국의 병력은 총합 약 75만에 이를 정도다.
문제 되는 것은 에덴 왕국의 병사들이 막강하기도 하다는 것도 있다.
특히나 기마대는 에덴 왕국의 자랑이었다.
기마대는 모두가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였다.
우마왕.
그가 달려오는 선두의 사내를 보았다.
‘알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내다.
어렸을 적에 기마대를 꿈꾸던 그 아이.
자신이 직접 뽑았다.
그러나 그 창이 자신을 겨누니, 자신 또한 그를 겨누리라.
콰자아아아아악-
그저 우마왕의 창의 휘두름 한 번에 선두에서 달려오던 알드가 멀찍이 날아갔다.
곧바로.
“돌진.”
우마왕이 빛과 같은 속도로 기마대와 뒤쪽 병력에게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그의 귓가에 정체 모를 목소리가 맴돈다.
‘한우 돌진!!!’
그는 자신이 다른 세상에서 만났던 이의 목소리일 것이다.
‘고맙소, 잘 지내시오.’
누구인지 모르는 그에게 말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놀라운 장관이 펼쳐진다.
우마왕의 장기인, ‘돌진’과 동시에 그의 몸이 빛처럼 빨라지며 그와 충돌하는 자들이 아스러진다.
그것은 모세의 기적과 같았다.
우마왕이 빛처럼 달리는 곳의 길이 열리며 에덴 왕국의 자랑인 기마대가 쓸려나가기 시작한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작-
“흐이이이이익……!”
“으, 으아아아아아!”
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곧바로, 기마대뿐만이 아니라 병력을 헤치고 우마왕이 내달린다.
그리고 성벽 위.
국왕 루마칼이 오만하게 그를 내려다보며 포도를 먹고 있다.
쿠콰아아아아아앙-
“도약.”
우마왕.
그의 다리에 강대한 힘이 실린다.
순간적으로 평소보다 약 6배의 도약력을 올려주는 힘을 사용.
빛처럼 루마칼을 향해 당도해간다.
루마칼.
그가 흥미롭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향해 휘둘러지는 언월도를 살짝 고개를 뒤로 빼 피해낸다.
후우우우우우웅-
“재밌구나.”
그러나.
우마왕, 그가 또 한 번 회전하며 앞으로 이동.
핏-
루마칼.
옥황상제의 사자.
그의 볼을 베어냈다.
그의 볼에서 한 방울의 피가 맺히더니 흘러내린다.
쿠우우우우웅-
다시 땅에 내려선 우마왕이 에덴 왕국의 병력을 쓸고 있다.
벌써 약 2만에 이르는 병력이 죽어 나갔다.
“미, 미쳤어……!”
“역시 우마왕!!!”
그리고, 루마칼.
그가 차갑게 식어가는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쓴다.
한 방울의 묻어난 피가, 그에게 기괴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사뿐, 자리에서 일어난 루마칼이 검을 가볍게 쥔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며 빛처럼 우마왕의 앞에 당도한다.
‘무슨……!’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이다.
단숨에 병력 2만을 쓸어버린 우마왕이나, 루마칼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니.
푹, 푸푸푸푹-
우마왕의 피부는 두껍고 단단하다.
그 어떤 병장기도 뚫지 못하며 그 어떤 마법도 충격을 입히지 못한다.
그러나.
우마왕의 몸 곳곳이 뚫리며 피가 흘러내린다.
“크하아아악!”
우마왕이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발끝을 비튼 것만으로 피해낸 루마칼이 검면으로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쿠와아아아앙-
검면으로 후려쳤을 뿐이나 우마왕이 땅에 처박혔다.
그의 얼굴을 루마칼이 짓밟았다.
콱, 콱콱콱!
“미개한 왕국의 왕이었던 자가, 옥황상제님과 그 사자인 나에게 대항하려 하는가?”
“크하아아아악!”
우마왕.
그가 몸부림친다. 그러나 루마칼은 비웃었다.
그리고 그를 곤죽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한 걸음 물러선다.
“죽여라.”
그는 일부러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아니했다.
그가 아끼던 병력과 백성들의 손에 그가 처참히 죽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옥황상제와 자신의 형벌이다.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기에.
루마칼은 비릿하게 웃었다.
뒷짐을 쥐고 뒤를 돌아 왕국을 바라보는 루마칼.
그가 말한다.
“네가 이끌던 백만대군도 이젠 없다.”
그렇다.
그가 왕이 되면서 함께 성장시켜왔던 백만대군조차 옥황상제를 섬긴다.
“네가 아끼던 백성들도 이젠 없다.”
그렇다.
그가 함께 울고 웃으며, 에덴 왕국의 미래를 그려갔던 백성들도 이젠 없다.
“너는 혼자이다.”
그렇다.
우마왕.
그는 혼자이다.
한때 왕이었으나 폭군의 역사로 기록될 비운의 왕.
“네겐 그 어떤 전우도 남아 있지 아니하다.”
쓰러진 우마왕.
그의 귓가에 루마칼의 싸늘한 목소리가 박힌다.
뒷짐을 쥔 루마칼.
그 말을 했던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마왕을 짓밟는 소리가 들려야 하건만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루마칼.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의 신성 아론.
에덴 왕국의 왕실 제1 기사단장.
그가 우마왕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2만에 이르는 기사들이 아군이었던 자들을 겨누며 우마왕을 지켜내고 있다.
검의 신성 아론이 싸늘하게 뱉는다.
“우마왕 전하는 혼자가 아니시다.”
* * *
그 시각.
“내 병력을 이끌고 함께 싸워줄 순 없을 것 같군.”
제천대성은 민혁과 우마왕의 관계에 대해 모두 들었다.
그리고 제천대성.
그가 민혁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당신께 내 힘은 빌려줄 수 있소.”
그와 함께.
쑤우우우웅-
민혁의 앞으로 근두운이 생성된다.
그가 근두운 위에 오른다.
민혁.
그는 제천대성을 통해 그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접해 들었다.
“기다려, 한우야.”
가장 위대하며, 가장 강인한 전우가 지금 이 순간 빛처럼 전쟁터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