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64
밥만 먹고 레벨업 665화
에데아.
이 땅의 사람들 대부분은 옥황상제를 섬기는 신도들이다.
옥황상제는 우리들의 아비요, 왕이며, 신이기도 하다고 믿곤 한다.
총 다섯 개 존재하는 왕국들은 모두 옥황상제를 숭배하여왔다.
에덴 왕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에덴 왕국의 왕이 처음으로 옥황상제에게 반기를 든다.
그 이유.
옥황상제의 기사라 불리는 넷의 사자 중 하나가 왕국의 아녀자, 어린아이를 길을 걷다 부딪쳤다는 이유로 죽였기 때문이다.
에덴 왕국의 왕은 몇 날 며칠을 그에게 사과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아녀자와 어린아이를 죽였던 사자 루마칼이 에덴 왕국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왕보다 더 위대하게 느껴지는 옥황상제의 사자라는 점을 이용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술법들을 통해 백성들을 속여왔다.
또한, 왕에게 최면을 걸어 그가 신하들 여럿을 죽이게 만들었다.
에덴 왕국의 아녀자와 어린아이를 위해 기도했던 왕은 ‘폭군’으로 전락하였고 루마칼은 ‘옥황상제’의 뜻이라며 왕의 자리를 뺏어야 함을 알렸다.
많은 반란군이 에덴 왕국의 왕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에덴 왕국의 왕은 도망쳐 종적이 묘연해졌다.
꿈틀-
그리고 지금. 에덴 왕국의 왕이 잠에서 깨어났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내였다. 남자임에도 이마에는 소의 뿔이 크게 자라나 있다.
매서운 눈빛과 각진 턱선을 가진 사내는 일어서 자신을 둘러봤다.
그가 바로 ‘우마왕’ 즉, 한우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기억의 조각을 찾아 떠올려 봤다.
반란군이 에덴 왕국을 침략하고 우마왕은 도망쳤다.
우마왕.
그 또한 강인한 왕이었으나 차마 신의 사자와 그가 끌어모은 반란군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없었다.
특히나 루마칼의 힘이 터무니없이 강했다.
그랬기에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치다 보니,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입구 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 세계로 넘어가기 전, 우마왕은 다른 세상의 신들의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실 시 지금 가진 기억을 잃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고향인 에데아로 돌아올 시에 비로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그때는 이러한 생각을 품었다.
백성들이 등을 돌리고 내가 아끼던 자들에게마저 버림받은 자신이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는가?
자신의 본래의 모습으로 차라리 기억 없이 살아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 도망쳤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왔군.’
그렇다는 것은 이것은 운명일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 곳에 있을 에덴 왕국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죽는 한이 있어도…….’
옥황상제는 그저 우리를 이용할 뿐이며 루마칼은 왕국 따위에 관심도 없이 그저 본보기를 보여줬을 뿐. 그를 알리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마지막까지.’
우마왕.
그답게 죽으려 한다.
그가 비틀거리는 몸으로 한 걸음을 떼려 할 때.
‘한우야!’
지끈-
그의 머리가 아파 온다.
정체 모를 흐릿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자신을 밝은 목소리로 부르는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내게 저 세상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우마왕.
오랫동안 절망하고 좌절만 하였던 그.
그의 입가로 처음으로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사라진다.
‘그래도…….’
그는 알았다.
나는 다른 세상에서, 누군가에는 사랑받았던 존재이구나.
그 존재가 누구인지 모르나.
‘고맙다.’
그리고 이젠 내 왕으로서의 마지막을 다해보려 한다.
우마왕이 에덴 왕국을 향해 걸었다.
* * *
제천대성.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다른 세상의 요리사라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 먹었던 간장계란밥의 그릇이 들려 있었다.
그 또한 이 간장계란밥을 먹고 만족했다.
“아주 옛날에.”
제천대성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와 그쪽 세상에 잠깐 가본 적이 있었지, 그때 그녀는 그 음식을 먹고 정말 아이처럼 기뻐했어.”
사실 제천대성은 알았다.
그는 손오공.
불사의 삶을 살 수 있는 자였다.
반대로 평범한 인간인 아리 왕비는 언젠간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알았다.
그 또한 사실 알고 있었고 어쩌면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했다.”
떠나간 자를 영원한 삶을 살아가며 바라봐야만 하는 자의 슬픔.
민혁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자네가 그녀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해 주게, 그녀가 기뻐하기만 한다면…….”
때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한 번을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을 때도 있는 것처럼.
“자네에게 후한 공을 내릴 것이야.”
“알겠습니다. 전하.”
민혁.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민혁은 한 나라의 왕이지만 에데아에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제천대성은 아리 왕비가 잠시나마 세상을 보는 것을 포기한 듯싶었다.
그러나 민혁에겐 가여운 자를 위해 신이 흘린 눈물이 한 방울 남아 있다.
이것을 이용한다면 어쩌면 그녀를 깨울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을 빌미로 그에게 더 큰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판단하며 슬쩍 언질을 주려 했다.
바로 그때.
“저, 전하! 급히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냐.”
“에덴 왕국에 관련한 일입니다!”
“에덴 왕국? 알았다.”
제천대성.
그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민혁과 아리 왕비의 침실과 가까운 집무실에 함께 있었다.
제천대성은 나서기 전 침대에 누워있는 아리 왕비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그러면서도 제천대성은 그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듯 계속 돌아봤다.
“최고의 음식.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에 민혁이 말했다. 제천대성이 그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나섰다.
민혁.
그는 일단 떠오른 퀘스트 알림을 확인해봤다.
[히든 퀘스트: 아리 왕비의 마지막 식사]등급: SSS
제한: 제천대성의 부름을 받은 자.
보상: 만족도에 따라 다름.
실패 시 패널티: 제천대성의 분노.
설명: 아리 왕비의 서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천대성은 마지막 가는 길. 그녀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한다. 제천대성과 아리 왕비의 만족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민혁은 굳이 제천대성에게 그를 말하지 않아도 됨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보상은 그들의 만족도에 따라 다를 테니까.
“제게 요리를 해주신다고요?”
누워있던 아리 왕비의 물음이었다.
눈은 뜨고 있으나 그녀의 눈은 먼 허공을 보고 있다.
“예, 맞습니다. 최대한 위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맛있는 요리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말에 아리 왕비.
그녀는 씁쓸한 표정만을 지어 보였다.
한참이나 그런 표정을 짓다가 그녀가 묻는다.
“그이의 표정은 어땠나요?”
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
그녀의 질문에 민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슬퍼 보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왕비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
그 솔직함에 되려 아리 왕비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가 자신을 정말 사랑했고 가는 순간까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비님.”
“네, 말씀하세요.”
민혁.
그가 부드럽고 강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전하를, 공주마마를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보고 싶어요.”
아리 왕비.
그녀의 눈에 슬픔이 차오른다.
보고 싶다.
나의 남편에게 들었다.
붉은색이라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그것은 아름다운 꽃이라는 것이 되어 핀다고 한다.
바다는 푸르며 출렁이는 아름다움과 지는 노을이 미소 짓게 만든다 하였다.
하늘은 너무도 높아,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린다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목소리만을 들었고 그의 체온만을 느꼈던 나의 남편.
제천대성과 나의 딸 아이 공주를 보고 싶다.
“내 소원은 크지 않아요.”
그렇다.
아리의 소원은 크지 않다.
“그저 잠든 그의 곁에서 그를 바라보며 얼굴을 어루만지다, 그렇게 깨어나지 않는 영원한 잠에 드는 거예요.”
남들에겐 어렵지 않은 일.
그러나 아리 왕비에게 너무도 힘들고 불가능한 일.
그러나.
“오늘 저녁…….”
민혁.
그가 인벤토리에서 요리도구들을 꺼낸다.
“당신께 하늘, 바다, 땅, 그리고. 제천대성 님과 공주마마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아리 왕비.
그녀의 시선이 목소리를 따라 돌아간다.
“눈을 선물하겠습니다.”
* * *
제천대성.
그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우마왕이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전하.”
우마왕.
에덴 왕국의 왕이자 자신만큼은 아니나 우직하고 강한 힘을 거머쥔 왕이다.
제천대성은 과거 그런 우마왕과 싸웠던 적도 있다.
그는 약 몇 날 며칠을 우마왕과 싸웠으나 끝내 승부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나 이젠 제천대성이 훨씬 더 강한 힘을 거머쥐게 되었다.
하지만, 우마왕.
그가 에덴 왕국 내에서 진짜 ‘폭군’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그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폭군이 아니다.
단지, 옥황상제의 눈에 벗어난 안타까운 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왕국들에도 비상이 걸리기 충분한 일이다.
우마왕에 의해 옥황상제가 노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또한, 다른 왕들도 이미 에덴 왕국은 본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
“우마왕은 한때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지.”
그렇다.
제천대성과 우마왕은 싸움을 했지만 그 이후로 돈독한 친우가 되었다.
그랬기에 가슴 아프다.
나의 사랑하는 친우가 몰락하는 걸 봐야 한다는 사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해답이었다.
제천대성.
옥황상제에게 대항할 힘을 갖췄다는 그였으나 그는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엮여선 안 된다.
그것이 왕으로서의 판단이었다.
이야기를 끝낸 제천대성이 서둘러 침실로 가기 위해 걸음 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제천대성은 별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한다.
위대한 자가 죽었을 때 별이 지는 걸 믿는 것처럼.
그리고.
한때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별의 빛이 희미해지고 있다.
“……!”
제천대성.
그는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내달렸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별의 끝을 보고 싶다.
그녀에게 세상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도 미안하다.
단지, 그녀에게 나와 내 딸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건만.
그것이 되지 아니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저, 그녀와 눈을 맞추고 환한 웃음을 짓고 싶을 뿐이건만.
그리고.
침실의 문이 열린다.
그 침실 안.
몸을 일으킨 아리 왕비가 공주를 안아든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시선을 들어 올려 그 어떤 때보다 환한 미소로 웃어 보이며 말한다.
“왔어요?”
“…….”
“나 공주와 당신이 보여요.”
제천대성이 무너져내린다.
힘이 풀린 그를 향해 걸어간 아리 왕비가 그의 귀밑까지 자라난 까끌까끌한 수염이 있는 턱을 손으로 쓴다.
“……못생겼네요. 잘 생겼다면서.”
“후, 후후, 당신을 꼬시려면 무슨 말을 못 할까. 그래서 싫소?”
“아니요. 너무…….”
아리 왕비.
그녀의 입술이 떨린다.
몸을 낮춰 그저 제천대성을 힘껏 끌어안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빛나던 별이 희미해지는 밤.
그 밤은 너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