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78
밥만 먹고 레벨업 679화
민혁.
그는 오랜 시간 동안의 깊은 잠에 빠진 오블렌을 깨우기 위해 교황 크로나드를 만나 호감을 쌓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오블렌, 정확하게는 민혁의 몸을 이용해 분노를 드러내는 그가 천만 권에 이르는 악신의 책을 소환해 크로나드를 집중포격하기 시작했다.
민혁.
그의 검은 색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올 정도로 길어졌다. 눈동자는 흰자위를 구분할 수 없게 검은색이었다.
민혁은 직접 오블렌의 그 강력한 힘을 보았던 적이 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마치 미사일을 쏘는 드론처럼, 천만 권에 이르는 책들이 쏘아내는 번개와 화염들!
그런데 그때 크로나드.
그가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폭격과 같은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빛처럼 화려한 검을 쥐고 휘둘렀다.
그 순간.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그의 검에서 뻗어 나가는 수백만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검기들이 하늘에서 악신의 공격들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로나드의 앞으로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울이 생겨났다.
[크로나드의 거울.] [크로나드의 거울이 악신을 봉인합니다!] [당신의 몸에서 분노를 드러내던 악신 오블렌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쿠르르르르르-
그 순간 민혁의 머리카락 길이가 본래로 돌아오며 눈동자 색도 돌아왔다.
다시 몸을 통제할 수 있게 된 민혁이었다.
“허억허억.”
민혁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땅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교황 크로나드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리고 크로나드.
그가 묻는다.
“오블렌의 친구라 하였나.”
“맞습니다.”
크로나드.
그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또다시 친구가 생기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오블렌.
그는 두 번 다시 누군가를 믿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었어도 그럴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자가 그토록 너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건가?’
크로나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나드.
그가 천천히 입을 연다.
“나도…….”
크로나드의 매마른 입이 열린다.
“오블렌의 친구였네.”
“…….”
민혁.
그는 과거의 기억을 쫓기 시작했다.
오블렌을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아 봉인되었다고 들었던 바 있다.
그리고 크로나드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내가 오블렌을 죽였네.”
“……!”
* * *
크로나드는 오블렌의 친구였다.
그리고 오블렌을 크로나드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충격적인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크로나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온다.
“나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나?”
[오블렌이 잠들어 있는 알쏭달쏭 조미료통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악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치 않을 시 ‘거절’이라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승낙한다.”
민혁.
그는 오블렌에 대해 알아가고 싶었다.
그랬기에 승낙했다.
[영상시청을 수락하셨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캐릭터가 ‘무적’ 상태가 됩니다.]그 순간 민혁을 환한 빛이 휘감았다.
그가 눈부심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옛날, 아테네는 신의 여섯 괴물 중 하나인 오블렌을 낳았다.]민혁의 눈앞으로 오블렌을 낳은 아테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테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오블렌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아이가 신의 여섯 괴물 중 가장 강한 힘을 낼 재목이라……?”
아테네.
그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신의 여섯 괴물과 절대신들은 세상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사실.
신의 여섯 괴물은 ‘악’으로 불릴 것이며 절대신들은 ‘선’이라 불릴 것이라는 것.
그러나 아테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그것은 누군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그러한, 악한 힘을 품고 태어날 뿐.
오블렌은 신의 여섯 괴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박한 사내아이였다.
그렇게 오블렌이 세상에 나타났다.
오블렌.
그가 소년이 되었을 때 아테네는 신의 여섯 괴물을 계속해서 낳았다.
어떠한 신의 여섯 괴물 중 하나는 태어난 후 며칠 만에 신을 죽였다.
어떠한 신의 여섯 괴물 중 하나는 인간들 세상으로 내려가 왕국을 몰살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오블렌.
그는 그저 책을 읽었다.
[오블렌. 그는 살육을 하기엔 너무 여린 심성을 가진 이였다. 그저 인간들 세상으로 내려가 바다를 보고 싶고, 태양이 보고 싶고, 하늘이 보고 싶었던 소년이었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흘렀다.]수천 년.
아주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오블렌은 항상 혼자였다.
신의 여섯 괴물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품은 오블렌을 멀리했다.
또한 절대신들과 다른 신들은 그저 ‘신의 여섯 괴물’의 재목을 타고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멀리했다.
[그는 항상 혼자였다.]언제나, 그는 혼자였다.
신들이 모이는 만찬에서, 항상 구석에 앉아 책을 보기 일쑤였으며.
[그는 항상 혼자 웃었다.]그저 책을 보면서 킥킥거리며 웃었고.
[그는 항상 혼자 울었다.]때론 신의 여섯 괴물이라는 사실에 손가락질받는 자신을 원망하며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내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를 보며, 하늘을 보며, 땅을 달리며.
그렇게 청년의 모습의 오블렌은 세상에 내려갔다.
그러던 중, 오블렌.
그는 자신이 아끼던 책을 잃어버렸다.
그 책은 ‘대륙의 역사’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인간들의 대륙 역사에 적힌 책.
그가 그것을 찾아 헤맬 때.
한 사내가 다가왔다.
“이거 떨어뜨리셨습니다.”
오블렌.
그는 그날 처음으로 인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내.
젊었음에도 불구하고 짧게 친 머리카락이 새하얗다.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그는 그 어떤 때보다 환한 미소로 오블렌에게 웃어주었다.
그런 그와 오블렌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크로나드라고 합니다.”
* * *
크로나드. 그는 어려서부터 신 아테네로부터 선택받은 자였다. 높은 신성력은 물론이요, 아테네 신의 목소리를 매번 들어왔던 인물이다.
그렇게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초대교황이 되었다. 그는 강했다, 또 강한 그는 아테네를 섬길 많은 사제들과 신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테네교는 빠른 속도로 그 크기를 불려 나갔고 대륙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크로나드가 있었기에 아테네교는 가장 위대한 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로나드는 아테네에게 기도를 드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결국에 이 땅은 신들의 것인가? 내가 일구어낸 이 모든 것은 ‘아테네’의 것인가?
어째서?
내가 일구어내고 내가 모은 신도와 사제들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의 것인가?
신은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그때부터 계속된 의문을 느끼던 크로나드.
그는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
신조차 벨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교황.
그가 다른 생각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그는 생각했다.
‘이 땅의 주인들은 우리다.’
오로지 인간들의 것이다.
때문에.
‘신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들을 몰아내기 위해 주축이 되어야 할 또 다른 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라 판단했다.
또한, 아테네와 다른 신들을 몰아내기 위해, 그는 다른 교의 교황들과 최고위 성기사들을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무릇 그런 것이다.
그들은 ‘교황 크로나드’가 가진 막강한 힘을 믿었다.
그로 인해.
‘우리들이 이 땅의 신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아닌 우리가 신이 된다……?’
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렇다.
그렇게 크로나드는 많은 교황들과 성기사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신전. ‘에반게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에반게르.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한 힘을 품은 신전으로 신들과 교황들 사이에서도 신화 속에서 내려오던 힘을 가진 신전이다. 교황 크로나드는 놀랍게도 그 에반게르의 모습을 실제와 같이 재현하여 만들어내기 시작하여 거의 막바지에 이른다. 그러나 에반게르를 완성하기 위한 단계의 마지막에 부딪힌다. 바로 ‘절대신’급의 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크로나드.
그에 그는 신들의 세상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오블렌’이라는 악신이 될 재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급기야.
“이거 떨어뜨리셨습니다.”
오블렌을 지상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는 속으로 짙게 웃었다.
그러나 오블렌에겐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저는 크로나드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계획된 만남이었다.
* * *
[오블렌. 그는 크로나드라는 친구를 만나 진심으로 행복했다.]크로나드.
그는 오블렌을 데리고 바다를 가주었다.
오블렌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행복해했다.
또 때로는.
크로나드와 함께 인간들이 한다는 축제에 가서 술을 마시며 춤추고 놀기도 했다.
혼자였던 오블렌.
[그는 더 이상 혼자이지 않았다.]혼자 웃었던 오블렌.
[그는 더 이상 혼자 웃지 않았다.]혼자 울었던 오블렌.
[그는 더 이상 혼자 울지 않았다.]그는 크로나드가, 그리고 자신을 반겨주는 크로나드가 소개해 준 다른 교황들과 성기사, 많은 신도들과 함께 그들의 틈에 껴서 웃었다.
그들은 오블렌에게 가족이었고 친구였으며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로나드가 그를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에 데리고 갔다.
그날.
함께 누운 오블렌과 크로나드.
오블렌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말했다.
“행복해, 나 너무 행복해. 크로나드.”
“나도 너와 함께여서 행복하다.”
“크로나드.”
“응?”
“고마워.”
“…….”
크로나드.
그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블렌의 목소리가 그를 돌아보게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난 널 떠나지 않을게, 너도 마찬가지지?”
그 질문에 크로나드.
그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대답했다.
“……물론이지.”
두 사람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봤다.
그리고 영상은 계속되었고 민혁은 그 영상을 계속 바라봤다.
그 영상을 보던 민혁이 한 번씩 울컥하거나 또 한 번씩은 크게 분노하였다.
그리고 모든 영상을 본 후, 민혁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뚜벅뚜벅-
모든 영상을 본 민혁.
그가 크로나드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크로나드.
그가 민혁을 바라본다.
민혁이 크로나드의 멱살을 쥐었다.
꽈아아악-
그의 뇌리에 깊게 박힌 문구들이 있다.
[그날. 신과 인간들의 전쟁이 시작되려 하였다.] [그날. 오블렌은 신들을 죽이고, 인간들 수억 명을 학살해 ‘악신’이 되었다.] [그날. 그 중심에 ‘크로나드’가 있었다.]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가.
교황 크로나드.
그는 레벨 900이 넘는 민혁이 이제까지 본 NPC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자였다.
그러나.
콰아아아아아앙-
그의 안면을 민혁이 힘껏 후려쳤다.
“X발놈아, 이게 네가 말하는 친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