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93
밥만 먹고 레벨업 694화
적막이 찾아왔다.
신의 여섯 괴물 중 하나. 가장 약한 자라고 불리나 절대신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뱀의 신 엘리자베스.
그뿐만이 아닌 타락의 신이나 뱀의 후작 리오나.
그리고 레벨 450~530 사이를 넘나드는 지옥군단들까지.
그 누구라고 할지라도 두려움에 떨만한 조합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나타난 세 사람은 뭐라고 했는가?
[……거짓말인가요? 검은 괴마 위에 올라 있는 사내가 분명 자기는 60만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흰 백발의 머리카락의 노인은 어떻고요. 교황복을 입은 그는, 선을 넘지 말라는군요.]해설자들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움과 긴장감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함께 등장한 사람이 다름 아닌 천외국의 왕이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이 단순히 ‘허언증’ 가득한 자들을 데려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시각.
㈜즐거움 스토리팀.
스토리팀의 팀장은 모니터에 떠오르는 ‘경고’ 문구와 ‘오류’ 문구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친……!’
함께 치킨을 뜯기 위해 스토리팀에 와 있던 박민규 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오블렌이나 크로나드는 등장과 함께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8기둥이란 사실 알지?”
“물론 알지.”
“그런 그들이 동시에 등장했어, 보통 저런 자들이 등장할 때 어떤 효과가 발생되는지 알잖아.”
“알다마다.”
보스 몬스터는 등장부터 일반 몬스터와 차원이 다른 법이다.
각종 알림이 떠오르며 주변이 변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크로나드와 오블렌 급이라면 월드메세지로 그들의 등장을 알릴 정도다.
그런데 지금 둘이 동시에 등장했다.
[경고!] [아테네 세계관의 8기둥이 동시에 등장함으로써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오류를 일으킵니다.] [경고!] [아테네 세계관의…….] [시스템이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합니다!]그렇지만 ㈜즐거움의 컴퓨터는 모두 슈퍼컴퓨터 아테네와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언제든 아테네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득시글거리는 수백만의 대군 앞에 선 고작 세 명의 사내들을 보며 비웃었다.
[장난함? 식신은 무슨 중2병 걸린 아재들을 데려온 거임?] [NPC인 것 같은데, 자기들이 방금 거만하게 말했던 거물급들이면 뭐 알림 들려야 하는 거 아님? 그런 것도 안 들리는 거 보면 분명 허접일 텐데, 쯧.]그렇다. 강자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시청자들은 들려오는 알림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나 혹은 백발의 머리카락의 사내 모두 어떠한 알림도 들려오지 않았다.
즉, 시스템이 새로운 방향을 찾는 동안 그들은 민혁과 함께 등장한 자들을 쪼렙이라 생각한 것이다.
바로 그때.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
하늘이 어두워졌다.
단순히 천외국 주변뿐만이 아니었다.
아스간 대륙, 더 나아가 세계 모든 대륙의 하늘이 어두워졌다.
쿠르르르르르르-
땅이 진동하며, 동물들이 괴성을 터뜨리며 도망간다.
하늘 위로는 수만 마리의 새들이 누군가를 피해 도망친다.
그때, 검은색 머리카락의 검은 괴마 위에 오른 한 남자가 움직인다.
그의 이름은 오블렌이었다.
[그는 악(惡)이다.]마치 사탄의 목소리처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듣기만 해도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소리였다.
[그는 수억 명의 인간들의 피로 땅을 적셨다.]그리고 오블렌. 그가 바라보는 곳 하늘 위로 수만 개의 검은 책들이 생겨났다.
[신들조차 두려워했던 그가 지금, 이 자리에 강림하니.]쿠화아아아아아아앙-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곧바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빛의 낙뢰가 약 20만에 이르는 지옥군단을 덮쳤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초당 수천 발씩 떨어지는 검은 낙뢰는 그저 재앙과 같아 보였다.
[살고자 하는 자야,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 그의 이름은 악신 오블렌이다.]“…….”
“…….”
“…….”
실제로 악신 오블렌은 과거 민혁의 몸을 빌려 등장한 적이 있다.
그랬기에 시청자들과 해설자들은 악신 오블렌의 본 모습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하늘 위에서 거대한 빛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 거대한 빛이 어두운 하늘과 대립되어 하늘의 반을 갖는다.
그 빛이 하늘 위에서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들었던 꽃이 피어나고 도망치던 동물들이 안도의 울음을 흘린다.
[그는 선(善)이다.]이번에는 인자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여인의 목소리가 많은 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어미와 같은 포근함을 가진 그는 많은 자들을 안았고 교황들의 왕이 되었다.]그리고 백발의 교황복을 입은 노인이 앞으로 나선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하늘 위에서 수만 개의 빛의 검들이 생겨나며 곧바로 지상으로 떨어진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떨어지는 빛의 검들이 수십만의 마물들과 지옥군단을 소멸시킨다.
사라지는 지옥군단과 마물들을 보며 시청자들과 해설자들은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자애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울린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자야, 너를 안아줄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 그 이름 초대 교황 크로나드다.]“……!”
[……!]그런 그들과 함께하는 한 명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악신 오블렌이나 초대 교황 크로나드만큼 강하지도 위대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사탄같이 음침하고 사악한 목소리와 자애롭고 어머니처럼 따뜻한 목소리가 함께 말한다.
[그는 그저 인간이었다.] [평범한 여인과 평범한 아비에 의해 태어났다.]민혁이 뒤를 돌아본다. 그 뒤로 후퇴했던 천외국 병사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지니의 명령에 따라 천외국을 버리고 달리던 백성들.
그들 모두가 돌아와 자신들의 왕을 바라보며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는 어느 날, 왕이 되어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는 어느 날, 신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 그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던 자에 지나지 않다.]“민혁 전하아아아아!”
“전하아아아아아!!!”
“전하의 귀환을 축하드리옵니다!!!!”
민혁의 등 뒤로 수십만의 천외국 병사들이 그 어떤 때보다 사기를 불태우며, 굳은 의지의 표정으로 다시 선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이나, 그는 많은 이들의 동경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민혁의 검이 번쩍인다. 교황의 성스러운 검의 ‘교황의 품격’ 패시브 스킬.
그리고 교황의 품격에 붙어 있는 스킬 레벨+4를 상승시킨다는 힘이 더해진다.
민혁이 한 번 검을 휘두른 순간.
번쩍-!
빛이 번쩍이며, 수백 마리의 마물들과 지옥군단이 흔적도 없이 소멸된다.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소멸되어 가는 지옥군단과 마물들을 보며 세상이 감탄한다.
그가 한우의 등에 올라 돌진한다.
그를 따라 천외국의 강군들이 함께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블렌과 크로나드의 등 뒤의 공간이 찢어졌다.
그 안에서 흉측한 얼굴의 악신 오블렌의 추종자들 수천이 검은 괴마에 올라 쏟아져 나온다.
크로나드의 뒤에선 새하얀 페가수스에 오른 성기사와 교황, 사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곧 그들이 매서운 기세로 돌진하며 새까만 마물군단을 말 그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성기사들의 검이 번쩍일 때마다 수백 마리의 마물과 지옥군단이 소멸된다.
그리고 악신의 추종자들이 그들을 지나칠 때마다 그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좌로, 오블렌.
우로, 크로나드.
그들의 중심에 선 민혁이 달려 나간다.
그리고 오블렌과 크로나드가 함께 민혁을 보호한다.
돌진하는 크로나드가, 민혁의 앞을 가로막으려는 뱀의 신 엘리자베스의 몸에 수십 개의 빛의 검을 박아넣었다.
“끼햐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의 바로 위에서 수백 개의 검은 낙뢰가 내리쳤다.
쿠콰콰콰콰콰쾅!
곧바로 그들과 함께하는 민혁이 ‘필살검’을 발현.
쿠화아아아아아아앙-
강대한 힘이 먼저 엘리자베스에게, 한 번 꽂히고, 수백 개의 빛의 검기가 엘리자베스의 몸 곳곳을 베어내어 난도질한다.
“키햐아아아아아악!”
[뱀의 신 엘리자베스를 사냥하셨습니다!]뱀의 신 엘리자베스가 너무도 허무하게 소멸되어 사라진다.
곧바로, 뱀의 후작 리오나가 그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오블렌이 소환한 책이 스르르, 검은 창이 되더니 그 창이 후작 리오나의 목을 꿰뚫고.
그 뒤에서 함께 걷는 크로나드가 그녀의 몸을 가로로 베고.
그리고 함께 달리는 민혁이 세로로 베어버린다.
쿠화아아아아악-!
[뱀의 후작 리오나를 사냥하셨습니다!]끊임없는 알림 속에서, 그들이 진격하고 있었다.
검은빛의 악신의 군대와 하얀빛의 크로나드의 군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민혁과 천외국!
모두가 동경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또한.
고작 10여 분만에 오블렌과 크로나드가 150만이 넘는 지옥군단을 소멸시키며 그 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오블렌은 본인이 본래 가진 힘 1회를 봉인이 풀린 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오블렌의 레벨? 1,000이 넘는다.
크로나드.
그는 지금 성스러운 교황의 검 소환으로 700레벨대까지 하락했으나 악한 자에게 더 강한 힘을 내기에, 실질적으로 오블렌급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리고 이 일의 모든 원흉.
그는 해일처럼 쓸려오는 지옥군단을 보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유저에게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희열하는 한 명의 사내.
김대국 PD가 주먹을 꽉 쥐며 환호한다.
[국장: 김 PD. 지금 시청률 55%야!!!]또 한 번 써 내려 간다.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던 민혁이, 왕이 되고 신이 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신화가.
그리고 또다시 자애로운 여인과 사악한 사탄의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니.
[그는 8기둥인 악신과 교황의 도움을 받은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타타타타타닷-
어느덧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지옥군단과 마물이 쓸려나가 있었다.
민혁이 힘차게 죽음의 신의 모습을 한 렉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렉스에게 끊임없는 경고창이 떠오르고 있다.
[경고!] [죽음의 신이 당신께 경고합니다!] [강제 로그아웃당할 시, 당신은 스토리의 신의 자격을 박탈당합니다!]바로 그때.
악신 오블렌의 ‘저주의 서’가 민혁의 검에 깃든다.
[경고!] [오블렌의 저주의 서가 적의 검에 깃듭니다!] [검에 직격 시 페널티가 2배 상승합니다!] [죽음을 맞이할 시, 전쟁 패배로 간주되어 모든 스텟 –50 페널티를 받습니다.] [저주의 서에 따라 모든 스텟 –100의 페널티를 받습니다.]저 검에 닿으면 끝이다.
그러나 옆에 크로나드와 오블렌.
선과 악을 함께한 민혁은 이미 새하얀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고 있었다.
“……!”
푸우우우우욱-
렉스.
그에게로 민혁의 빛바랜 검이 심장을 비집고 들어온다.
민혁, 그가 하찮다는 표정으로 렉스를 바라보며 조소했다.
“X신.”
[강제 로그아웃당하셨습니다.] [죽음의 신과 지옥군단의 침략 에피소드를 실패로 이끄셨습니다!] [스토리의 신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모든 스탯 –100을 잃습니다.]절망하는 렉스에게로, 사악한 사탄의 목소리와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자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진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이나. 그는 인간 최초의 8기둥의 재목일지 모른다.]그와 함께 민혁에게도 알림이 울린다.
[칭호 ‘8기둥의 재목’을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