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0
밥만 먹고 레벨업 70화
정말이지 희한한 녀석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돈이 생기면 브랜드 패딩을 사거나 혹은 친구들과 놀 거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그는 자신들의 돈 뜯어서 결식아동들을 지원했단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돈 뜯기가 지속 되자 계속 이럴 순 없다는 생각에 브로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의 아버지는 꽤 매출이 나오는 중소기업 사장님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날 민혁이란 녀석의 아버지와 통화를 하더니 사색이 되어 말씀하셨다.
‘너희들한테 돈 달라고는 안 할 거다. 그렇지만 앞으로 절대. 제발 그 녀석하고 트러블을 만들지 말거라.’
그에 브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는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아버지가 사색이 되어 말했으니까.
그때 브로니는 물었다.
‘도대체 걔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데 그래요?’
‘그건 말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그 녀석하고 트러블을 일으키지 마, 트러블이 잘못 생기면 감당 못 하니까.’
그렇게 말했던 아버지.
그때의 아버지는 긴박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크게 혼냈었다.
왜 그런 아이와 마찰을 빚고 다니냐고.
그리고 그때 이후로 4개월 정도 후에 그는 전학을 갔고 그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놈 아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었던 거야? 시간도 오래 지났는데, 아빠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
브로니가 추억 회상을 끝냈을 때였다.
그에게 귓속말이 왔다.
[칼드: 하오든 길드의 브로니 맞습니까?]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브로니 님도 아니고, 고라니도 아니고 브로니!?
[브로니: ㅇㅇ 맞음, 넌 뭔데 X 새캬.] [칼드: 아레스 길드의 칼드입니다.]“……?”
브로니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레스 길드?
국내 4대 길드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칼드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았다.
그는 기억을 가물가물 떠올려봤다.
“칼드, 칼드가 누구더라?”
“칼드요? 대장장이 랭킹 2위 칼드잖아요!”
“……헉!”
그래 봤자 하오든 길드의 평균 레벨은 100레벨대 후반이었다.
거기에 길드 마스터인 브로니도 200 정도.
물론 생산직 특성상 칼드라는 유저 또한 레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던가.
신의 손.
만졌다 하면 레어가 유니크 같은 힘을 낸다고 들었다.
또 얼마 전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에픽 아티팩트를 제작해낸 유저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귓속말을 했다는 것은 동명이인의 유저들의 코드까지 알아보는 번거로움을 거쳤다는 것.
즉, 의뢰하겠다는 뜻이다.
[브로니: 아, 그렇군요. 무례는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칼드 님께서 제게 어쩐 일로……?] [칼드: 처치하기 곤란한 의뢰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브로니: 예, 맞습니다.]브로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대장장이 랭킹 2위 칼드.
더군다나 4대 길드에서도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이 귓속말을 했다.
그에 브로니는 빠르게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브로니: 그 의뢰는 극비입니까?] [칼드: 눈치가 빠르시군요. 저희 길드에도 정보가 안 돌았으면 합니다.]자신의 길드에조차도 숨길 만한 더러운 일!
NPC 혹은 유저 사냥 둘 중 하나라는 예감이 왔다.
[브로니: 그렇군요. 보수는 얼마나 주실 수 있나요?] [칼드: 10억 골드.]“……!”
브로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거 생각보다 심상치 않은 일인 게 분명했다.
이어 칼드가 귓속말을 보내왔다.
[칼드: 바라스 왕국에서 진행될 일입니다.]* * *
하르멜은 요리사의 탑의 포인트 교환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오늘도 길게 늘어선 유저들.
그리고…….
“엑!? 2,000포인트로 고작 이것밖에 안 줘요!?”
“네, 죄송합니다, 호갱…… 아니, 고객님! 저희도 정해진 규정이라 어쩔 수 없어요!”
“치사하다, 치사해!”
진상 고객은 항상 있기 마련이었다.
포인트 대비해서 얻어갈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작다.
하지만 이 포인트는 운영자들이 밝힌 사실이 있었지만 교환되는 포인트 수치가 클수록 그 보상의 폭이 더 좋아진다.
그 이유는 이 포인트가 6개월마다 소멸하기 때문이다.
즉, 1년이고 2년이고 모아놨다가 교환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많은 포인트를 교환한다는 것은 즉,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거나 특별하게 포인트를 얻은 이들이라는 거다.
그만한 이들을 위한 혜택을 많은 포인트를 가져온 이일수록 준다.
그렇게 유저 한 명을 더 보내고 다음 사내의 차례가 되었다.
‘뭐야, 이 사람은?’
그녀는 미간을 좁혔다가 빠르게 폈다.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수박 반 통이었다.
자세히 보니 수박 반 통 안에는 화채가 담겨 있었다.
그 안에 후르츠 칵테일이 들어있었고 사이다와 우유를 섞은 것인지 하얀색을 띄웠다.
사내는 포크로 수박을 콕 찍어서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포인트 동전 좀 주세요.”
“포인트 동전이요?”
“네, 탑은 처음이신가 보네요.”
포인트 동전을 모르는 유저들은 탑이 처음인 게 보통.
“포인트 동전은 손을 앞으로 뻗은 후에 ‘포인트 동전’이라고 하면 나타납니다. 그 동전을 통해서 저희는 포인트를 측정하죠.”
“아아, 네. 포인트 동전. 오오오! 진짜 생겼어요!”
사내는 손바닥 위에 생긴 동전을 하르멜에게 건네줬다.
하르멜은 그 포인트 동전을 손으로 꾹 쥐며 집중하려 했다.
이렇게 집중하고 마나를 불어넣으면 포인트 값을 확인할 수 있다.
“아삭아삭아삭!”
한데, 앞에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에 하르멜은 집중되지 않았다.
사내는 그 붉은 수박을 들어 올려 아삭아삭 씹고 있었다.
‘마, 맛있겠네.’
겨울인지라 수박 찾아보기 힘들다.
수박은 달콤한 물이 많은 녀석 아니던가.
씹자마자 입안 가득 수박의 달콤한 과즙이 터지며 아삭거리는 식감이 정말이지 좋은 녀석이다.
거기에 후르츠 칵테일을 몇 개씩 포크로 먹어준다.
그리고 사내는 수박 반 통을 통째로 들어 올려 우유와 사이다, 설탕이 혼합된 그것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꿀꺽, 크핫!”
“……마, 맛있으시죠. 고객님!”
“네, 너무너무 맛있어요!”
“저 너무 힘들어 보이지 않나요? 황금 같은 토요일에 이렇게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 맛있는 수박 저도 하나만…….”
“에? 수박을 먹으면 우리 아름다운 여성분의 치아에 끼겠죠? 그럼 혀로 빼려고 하시겠죠? 전 아름다운 하르멜 님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모습만이 보고 싶어요. 입안의 속살은(?) 다음에. 후후…….”
“어, 어머나…….”
그녀가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호호’하고 웃었다.
그리고 사내가 책상 위의 사탕 바구니를 보고 말했다.
“오오.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네, 서비스니까 마음껏 드셔도 돼요.”
“……후회하실 텐데, 정말 마음껏 먹어요?”
먹으면 몇 개나 먹겠는가.
한 개나 두 개?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장난스레 말했다.
“사탕 공장 기둥을 뽑아도 될 정도로 드셔도 요리사의 탑에선 뭐라고 안 할게요~”
“오오오오. 고마워요.”
그가 사탕 봉지를 깠다.
그리고 입에 넣고 씹어 먹기 시작했다.
“아작아작!”
그에 다시 집중해서 포인트를 측정하려던 하르멜이 말했다.
“……저 죄송한데, 저 집중 좀 할게요. 포인트 측정이 힘드네요.”
“넵, 조용히 하고 있겠습니다.”
사내가 좀 조용해졌다.
아니, 조용해진 줄 알았더니 바구니에 들어있는 사탕을 하나하나 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눈치를 보더니.
와르르르르!
“와아아아앙!”
스무 개의 사탕을 입안에 들이붓고는 우물거렸다.
“무슨 사탕을 팝콘처럼…… 저 안쪽에서 측정하고 올게요!”
하르멜은 이런 식으론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쪽으로 들어간 그녀가 빠르게 측정했다.
[포인트 동전을 측정합니다.] [100…… 235…… 385…….]천천히 포인트가 측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어디서 수박 못 구하나. 와, 화채 진짜 맛있겠다. 왜 이렇게 맛있게 먹는 거야?’
[1,245…… 2,146…….]“오, 생각보다 많이 모으셨는데?”
처음으로 탑에 온 것치고 꽤 높은 수치였다.
그러던 중.
하르멜의 눈이 갈수록 커지기 시작했다.
[5,211…… 6,145…… 8,131…….]“억!?”
그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 수치가 완전히 나타났다.
[15,200포인트입니다.]“말도 안 돼!”
그녀는 경악했다.
처음으로 이곳에 온 이가 15,200포인트를 교환한다는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밖으로 나오자 그는 다른 직원을 통해서 사탕을 리필(?) 받아서 먹고 있었는데, 사탕 봉지째로 그것을 받아서 아그작 아그작 먹으며 말했다.
“사탕, 맛있엉!”
‘이 사람…… 이상해…….’
* * *
박 팀장과 이민화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15,000포인트라…….”
“공교롭게도 포인트도 얼추 비슷하네요.”
두 사람이 보는 모니터에는 유저 민혁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딱 그 히든피스하고 맞아 떨어지는 가격이라니.”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사실상 깨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15,000포인트를 요리사의 탑에 모아오는 유저라니.”
사실상 전투직 유저들을 위한 탑에서도 그 정도 포인트는 매우 나오기 힘든 수치.
“아니야, 그래도 아직은 몰라.”
이민화는 박 팀장이 부정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 히든피스를 깨기 위해서 선택하는 건 정말 손해밖에 없는 거니까.’
요리사의 탑에 숨겨져 있는 히든피스 자체는 15,000포인트라는 엄청난 거금을 들여서 15,000포인트 대비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을 구매해야지만 발발한다.
사실상 15,000포인트라는 거금으로 아이템 설명에 떡하니 나와 있는 것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이민화의 생각은 달랐다.
‘맛있는 게 최고인 저 유저라면…….’
그녀는 모니터 속에서 사탕 봉지를 입에 부어 넣는 그를 보았다.
* * *
요리사의 탑의 부마탑장 고든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층 하르멜의 말에 따르면 1만 5천 포인트를 가진 유저가 나타났다고 한다.
요리사의 탑에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교환한 것은 바로 황혼의 요리사 블랙이었다.
그도 누적 포인트는 그래 봤자 2만 포인트 밖에 안 된다.
말 그대로 누적 포인트.
최고 거래 포인트는 6천 포인트 정도였다.
한데, 그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되는 포인트라?
‘정체가 뭐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 고든.
고든은 하르멜에게 그를 VIP실로 데려다 놓으라고 했었다.
곧이어 고든은 화장실을 다녀온 그녀와 만났다.
“그 사람은?”
“안에 있어요. 사, 사탕 괴물이에요. 벌써 10㎏을 먹었다고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르멜 씨. 지금 나하고 농담 따먹자는 건가?”
“그, 그게 아니…….”
“사람이 무슨 사탕을 10㎏을 먹나? 지금 장난칠 때야!?”
고든은 진정으로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
곧 화를 진정한 고든이 말했다.
“흥분했군. 그는 포인트로 무엇을 교환한다고 했지?”
“아직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럼 VIP실에 있는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도대체.”
날카로운 그 눈빛에 하르멜은 한없이 작아져 말했다.
“사, 사탕 리필 해줬어요.”
“또 그놈의 사탕 이야기. 하르멜 씨 그렇게 안 봤는데…… 후…… 이따가 이야기합시다.”
이어서 문고리를 잡으려던 때 하르멜이 조심스레 다시 한번 말했다.
“사탕 이야기 진짜예요.”
피식-
고든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사탕을 10㎏을 먹었다?
이 여자가 지금 나랑 장난치나?
“사탕 10㎏을 먹어?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무슨 코끼리야? 아니, 코끼리도 그렇게 못 먹지.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인가? 내가 자네의 말이 맞다면 이제부터 자네가 부탑장하지.”
끼이익-
그렇게 말하며 문이 열렸다.
고든은 멍하니 문 안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이다가 다시 살그머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하르멜의 앞에 와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문 쪽을 가리켰다.
“안에 트리케라톱스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