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40
밥만 먹고 레벨업 741화
세계 10인의 셰프들은 온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국의 한 식품업체에서 한 조사에 의하면 ‘죽기 전에 꼭 그의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라는 투표에서 압도적 투표율을 자랑한 사람이 있다.
1위는 자그마치 92%의 투표율을 얻어냈는데 요리사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아테네의 유저, 식신 민혁이었다.
아테네는 가상현실게임으로 실제로 그 맛을 완전히 구현해 낸 놀라운 게임이다.
이 아테네에서 민혁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는 자들은 이러한 말을 했다.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맛이 좋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입맛은 대부분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맛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두가 맛있다고 한다.
㈜즐거움에서의 발표내용을 따르면 식신 민혁의 ‘맛 상승’은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꿈속과 같은 곳의 미각을, 더 맛있게 느끼게 도와준다고 했다.
그랬기에 세간에서는 이런 말도 있었다.
현실에서의 민혁의 요리도 과연 맛있을까?
그리고 지금, 만인이 먹어보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민혁이 일화타워 135층의 특별한 한식집에서 말했다.
“제가 요리해도 괜찮을까요?”
그 질문에 자리에서 일어난 최고그룹 회장 일행과 마이클이 멈춰 섰다.
민혁의 말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 타워 자체가 일화그룹이 건설하였다고 하여서 이 모든 게 자신의 것이 아니다.
특히나 셰프가 있는 가게에서 다른 이가 요리한다는 건 예의를 벗어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혁은 오늘 지니에게 특별한 한 끼를 먹이고 싶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곳 쉐프가 아르테온의 간부진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었다.
“오, 민혁 군의 요리라면 환영이네.”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김태성 회장이 화색을 띄웠다.
김태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되는데요?”
그러나 마이클은 달랐다.
그는 아테네에 대해 잘 몰랐다. 에이플의 바이어로서 너무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혁이 그 안에서 유명한 요리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현실과 환상은 다른 것인데.’
그렇지만 마이클과 다르게 에이미는 너무도 즐거워했다.
“우와, 아빠. 저 오늘 식신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에이미가 최근에 보았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그랬기에 마이클은 차마 그곳을 나설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주방에 갔다 왔던 지배인이 말했다.
“민혁 씨가 해주신다면 믿고 병원을 가도 되겠다고 하시는군요. 죄송스럽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자리의 모든 손님분들께 음식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승낙을 받은 민혁은 부드럽게 웃음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많이 부족할 테지만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민혁 군이 요리하는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이 식당의 특징은 셰프가 테이블 앞에서 곧바로 요리해 준다는 거다.
찌개나 볶음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민혁은 그렇게까진 할 수 없었다.
“괜찮으시다면 모두 모여주시겠어요?”
민혁의 말에 따라 그들이 함께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
이런 고급식당에서 자신 스스로 테이블을 옮긴 마이클이었으나 에이미가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
“우와, 이렇게 가까이서 식신이 요리하는 걸 볼 수 있다니, 너무 기뻐요. 아빠.”
마이클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에이미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는 일화그룹과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전, 민혁의 폭식 결여증에 대해서 조사했다.
폭식 결여증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질병이다.
가장 최근에 있던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사망하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대부분의 환자들이 모두 22살을 넘기지 못하고 고도비만이 되어 합병증에 의해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절대 식욕을 참을 수 없는 병.’
그 병을 가진 자가 요리한다라?
희귀병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에 마이클은 고개를 저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그때, 민혁이 요리를 시작한다.
이곳은 고급식당이었다. 정갈하고 멋진 요리를 제공하며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다.
물론 재료 역시도 가장 좋은 것들을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인조차도 들어보지 못했을 진귀하고 특별한 한식은 없다.
오로지 한국인이 사랑하며,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을 정갈하고 깔끔하게 만들어낸다.
그랬기에 이 식당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이다.
‘어떤 요리를 할까.’
이제 이곳의 셰프는 바로 민혁이 되어 있었다.
깊게 고민하던 그가 요리를 시작한다.
탁탁탁탁탁탁!
규칙적이고 빠른 칼질 소리.
그의 손에서 야채들이 빠르게 잘려 나간다.
“와아아아.”
에이미가 아이처럼 밝게 웃는다.
메뉴는 평범하게 가기로 했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내놓을 잡채와 김치찌개, 갈비찜, 그리고 나물류 반찬 여러 개와 맛있는 겉절이 김치다.
음식은 어떻게 플레이팅하냐에 따라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법이다.
실제로 어떠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이 아닌, 분위기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뜨겁게 달아오른 프라이팬으로 식용유를 붓는다.
그러자.
화아아아아아아악-
뜨거운 화염이 솟아올랐다.
“와아아아아!”
에이미가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꼬마 아가씨는 어디에서 왔어요?”
“미국.”
“오늘 제가 한식의 맛을 알려 드릴게요.”
“좋아요!”
에이미와도 줄곧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민혁을 보며 마이클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그는 질문하고 있었다.
희귀병을 가진 자들. 특히나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가?
하루하루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스스로를 원망하며 무너져간다.
물론 아직 어린 소녀인 에이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희귀병에 대해 알아보던 마이클은 대부분의 희귀병 환자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웃고 있지?’
그는 호전 중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희귀병은 호전으로는 안 된다.
완전한 완치가 되어야지, 그러지 않고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거다.
‘어떻게 요리하는 거지?’
요리하는 것도 의문이다.
폭식 결여증에 걸린 환자는 음식을 보면 이성을 잃는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는 요리하고 있는 건가?
민혁을 지켜보던 마이클은 한 번씩 그의 입가와 손이 움찔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참고 있다……?’
그마저도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마이클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현란하게 프라이팬을 잡고 움직이는 민혁의 손놀림에 그 자리의 모두가 감탄한다.
재료가 볶아지는 맛있는 냄새가 그들의 식욕 또한 자극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리들이 놓인다.
평범한 요리지만 멋지게 플레이팅하자 그럴싸하다.
잡채와 콩나물무침, 무생채, 굴을 넣은 겉절이 김치와 달걀찜.
모든 요리들을 1인당 접시 하나씩에 담아서 정갈하게 놓아준다.
에이미가 자신의 앞에 놓인 부드러운 계란찜을 맛본다.
“우와, 맛있어…….”
적절하게 간이 된 계란찜은 입안에 들어온 순간 부드럽게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마이클도 계란찜을 맛보고는 다소 놀랐다.
‘부드럽고 맛있구나.’
식욕을 돋우는 맛이다.
어느덧 메인요리들도 앞에 1인당 하나씩 놓인다.
갈비찜과 김치찌개.
손님들이 하나둘 식사를 시작한다.
“고마워, 민혁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지혜 너를 위해서 뭔들 못할까.”
민혁이 작게 웃음 지었다.
마이클은 허겁지겁 먹는 에이미를 챙기며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잡채라는 것을 엉성한 젓가락질로 집어 입에 넣어봤다.
짭조름하면서도 따뜻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짜고 매운 느낌이 없다.
‘맛있구나.’
고슬고슬 잘된 쌀밥을 한 입 떠먹어보고 그 부드러운 계란찜도 크게 퍼서 먹어본다.
그다음 이번엔 김치찌개다.
입안에 넣는 순간, 캡사이신처럼 입안에 매운맛이 번져 나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 맛있고 계속 수저를 움직이게 하는 맛이다.
특히나, 그 안에 들어 있는 돼지고기는 잡내가 하나도 없으며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부드럽게 씹혀져 사라진다.
밥을 떠먹던 마이클이 이번엔 갈비찜을 들어본다.
아주 예전에 명동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기억으로 아주 비쌌고 맛도 별로였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마이클은 몰랐지만 그곳은 SNS 등의 홍보로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이었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절대 가지 않는 그런 가게 말이다.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마이클이 조심스레 베어 물었다.
그러자 고기와 뼈가 부드럽게 분리되며 입안에서 맛있게 씹힌다.
“아……?”
그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한다.
또다시 갈비찜을 집어 들어 먹는다.
‘정말 맛있군.’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맛에 마이클이 감탄한다.
그러다 민혁을 돌아본다.
그는 에이미의 갈비찜을 손수 발라주고 있었다.
“맛있나요, 꼬마 아가씨?”
“네에.”
에이미는 정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그러다 에이미가 말한다.
“저도 희귀병을 앓고 있어요.”
“그런가요?”
물론 민혁도 알고 있었다. 조로증 환자의 경우 노화가 빨리 온다. 또한, 모든 것이 또래보다 더 작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보고 13살이 되기 전에 죽을 거래요.”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에이미.
아직 어렸기에 웃으며 할 수 있는 말일 거다.
“아저씨는 두렵지 않아요?”
에이미는 식신의 팬이다.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다.
그러나 민혁은 작게 웃었다.
“나는 이겨낼 거니까. 꼬마 숙녀 아가씨도 이겨낼 거야. 내가 호전되고 있는 것처럼. 나중에 내가 서른한 살이 되고 숙녀 아가씨가 18살이 되면 내가 그때 다시 요리해 줄게.”
“정말이요? 저 정말 살 수 있어요?”
“물론이지.”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혁은 진심을 담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린아이들은 눈앞에 있는 것들을 믿게 마련이다.
유일하게 희귀병을 호전시키고 있는 남자.
에이미에게는 또 다른 희망의 빛이 되어준다.
“그럼 꼭 열여덟 살이 되면 맛있는 요리를 해줘요!”
“그래, 에이미. 약속이야.”
“네에!”
에이미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이클은 알았다.
에이미가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금은 믿기 시작했음을.
자신이 수십억 원을 들여 고용한 의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에이미에게 이 앞의 남자가 작은 희망을 심어주었다.
모든 식사가 끝나고 마이클이 나서기 전, 비서를 시켜 에이미를 내보내고 물었다.
“혹시 나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그 질문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처음 뵙습니다.”
그렇겠지. 마이클도 자신의 질문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이었는지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겁니까? 두렵지 않나요?”
그 질문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두렵지만 포기해선 안 되니까요.”
“…….”
“제가 절망하고 좌절했을 때, 저희 아버지는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죽고 싶을 때 항상 절 믿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때에, 차라리 ‘죽을까’ 하던 제가 ‘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지요.”
“…….”
“저는 죽지 않을 겁니다. 에이미도요. 나는 믿어요. 그리고 응원합니다.”
마이클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랬기에 그는 에이미가 현실적으로 나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죽기 전에 많은 것을 해주자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남자와 이 남자의 아버지는 달랐다.
믿고 의지했으며 나아갔다.
그랬기에 마이클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깃든다.
“당신이 후계자가 된 일화의 미래는 밝아 보이는군요.”
민혁은 작게 웃음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눈이 오네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다.
그 새하얀 눈을 에이미가 활짝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차에 오른 마이클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문수? 저 마이클입니다.”
창밖으로 새하얗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마이클이 말했다.
“일화그룹과 계약하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변한 이유요?”
그 물음에 마이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화그룹의 미래가 그 어떤 기업의 미래보다 밝을 것이라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가 빠른 속도로 공항으로 미끄러진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에이미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