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39
밥만 먹고 레벨업 740화
며칠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바로 가상현실게임 아테네의 민혁이었다.
이번의 통 큰 1천억 원 기부에 따라 아테네에 관심이 없던 자들도 한 번쯤 포털 사이트에서 떠오른 그 이름을 클릭해서 들어가 보곤 했을 정도다.
민혁이 가지는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또한, ‘폭식 결여증’이라는 병마로부터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는 선한 사람으로 이름나 있다.
그런 그가 묻는다.
“꼽냐고.”
“…….”
김흥수는 갑자기 회사가 잘되어 부쩍 떠오른 케이스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내가 이 세상의 왕이고 신인 줄 안다.
그런 김흥수조차 입을 어버버거렸다.
“나이가 어리면 반말해도 되나? VIP면 욕해도 되는 건가?”
그러나 김흥수는 로열백화점의 VIP.
그도 자존심이 있다.
“아니, 이 백화점 사장 아닌가? VIP한테 사장이 욕하는 경우가 어딨어!!!?”
그 질문에 민혁이 주변의 직원들과 임원들을 돌아봤다.
“내 사람도 못 지키면서 무슨 사장이야, 난 그런 사장은 시켜줘도 안 해.”
민혁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아테네에서 오로지 왕만이 발휘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무슨 일개 직원 한 명가지고…….”
“일개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이 일화그룹이야.”
민혁의 말에 김흥수가 마른 침을 삼킨다.
“너도 네 직원들이 있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야. 기분 나빠? 소문내고 다녀.”
그러면서 민혁이 흘끗 CCTV를 바라봤다.
“난 법무팀 통해서 대응할 테니까.”
“…….”
김흥수가 할 말을 잃었다.
일화그룹의 법무팀은 우리나라에서 이길 자들이 없다.
심지어 민혁과 얽혀있는 일이라면 그들 모두가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김흥수가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민혁이 말한다.
“아니면 꺼져.”
“……!”
김흥수가 서둘러 신발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을 보며 임윤아가 입을 벌린다.
‘아…….’
매니저는 말했다.
-강민혁 사장님은 손님이 반말하면 반말하고 욕하면 욕하라지만 그게 현실에서 되겠어?
-우리는 컴플레인 들어오면 끝이야.
-무조건 빌빌 기어.
그리고 민혁이 임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백화점이 VIP들 겁니까?”
“…….”
“…….”
콧대 높은 임원들이 말문을 잃게 만든다.
“진상고객들 컴플레인 확실히 조사하세요. 고객들 잘못에 직원들이 불려 나가고 죄송하다고 하는 일 두 번 다시 생기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임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그리고 민혁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임윤아와 민혁은 비슷한 또래였다.
같은 나이이나 그에게는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 엿보였다.
그런 그가 방금 전의 그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지운다.
부드럽게 웃는 그에게 임윤아는 매료되었다.
방금 전 그 차가웠던 사내가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지도 모른대요.”
그렇게 밝게 웃어주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임원들을 이끌고 매장을 벗어난다.
그 모습에서 임윤아는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일화그룹.
회의실에서 일화그룹 임원들이 쩔쩔매고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 에이플의 바이어 마이클 때문이었다.
“일화가 대한민국 정상에 섰고 물건도 우수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 에이플은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기업을 찾고 있지요.”
다리를 꼬고 앉은 백발의 미국인 마이클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닫고 있다.
마이클이 하는 말의 뜻은 간단하다.
‘일화의 미래는 밝은가?’
일화그룹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민혁이 후계자 준비를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백화점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희귀병은 시한폭탄과 같다.
심지어 아직 완치된 전례가 없는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한 민혁을 후계자로 두고 있는 일화그룹과의 계약이 불안하다고 마이클은 판단하고 있었다.
덧붙여, 일본에 위치한 한 기업은 일화만큼의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만약의 상황에 뒤늦게 다른 분이 일화그룹에 정상에 선다고 하면 그때는 체계적이지 않겠죠.”
마이클이 상의의 단추를 잠구며 일어선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단호함에 일화그룹 임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 자리엔 박문수 또한 있었다.
“큰일입니다. 에이플과 계약만 성사되면 일화는 확실한 기반을 잡을 수 있을 텐데요.”
영원한 기업은 없다.
IMF 당시 그 굵직했던 기업들도 상당수 무너졌다.
그러나 에이플과 일화가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달랐을 것이다.
박문수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쉬었다.
‘민혁아, 순탄하지가 않구나.’
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 * *
마이클이 검은색 세단에 올랐다. 에이플의 주요임원인 그임에도 차량은 고작 한 대뿐이었다.
그 이유는 마이클이 비밀리에 활동하는 바이어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임원이었으나 그의 얼굴은 많은 자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오늘 식사를 끝내고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결국 일화그룹과는 계약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일화그룹.
최고의 기업이다. 제품 품질도 우수했고 직원들 일 처리도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할 순 없어.”
마이클은 거래에 있어서 단호한 인물이었다.
그러한 마이클이 더 단호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아빠, 식신은 만났어요?”
“……식신은 지금 게임 중이지 않을까, 우리 공주님?”
비니를 깊게 눌러쓴 어린 여자아이가 마이클의 옆좌석에 타고 있다.
이제 9살인데도 또래들보다 훨씬 키가 작았고, 머리 크기나 손 크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아조로증.
희귀병으로써 사람들은 이리 말하곤 한다.
‘노인이 되어버리는 어린아이.’
마이클은 슬프게도 현실적인 사람이다.
희귀병을 가진 딸아이를 두고 있는 입장으로써, 이것의 치료가 얼마나 힘든 건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딸 에이미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늦은 나이에 낳은 내 딸아이였다. 아내는 에이미가 소아조로증에 걸리고 갖은 스트레스에 몸이 안 좋아지더니, 병세를 앓다가 3년 전 죽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아이.
남들보다 훨씬 더 가녀린 딸 아이.
그러나 앞으로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하지 못할 아이.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마이클의 가슴은 찢어진다.
소아조로증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약 13세에 불과하다.
“아하, 지금 게임 중이겠구나? 아빠, 저도 식신이 해준 요리를 먹어보고 싶어요!”
“……나도 그렇단다. 우리 딸.”
마이클이 쓴웃음을 지으며 에이미의 이마에 입 맞췄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 아빠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자꾸나.”
“음…… 아쉽지만 아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투정 한번 부리지 않는 에이미를 바라보며 웃던 마이클이 말했다.
“일화타워로 가주게.”
일화그룹에서 만든 대한민국 최고 높이의 건물이다.
자그마치 약 140층에 이른다고 알고 있다.
검은색 차량이 일화타워로 향할 때 에이미가 말했다.
“오늘 한국엔 눈이 올까요?”
* * *
일화타워 135층에는 특별한 식당이 있다.
오로지 세 개의 테이블만 놓여 있는 식당은 135층의 아주 작은 공간을 이용하여 만들어냈다.
그러나 뷰는 135층에서 가장 좋았으며, 또 최고의 요리사가 만들어내는 한식에 세계 인사들이 줄곧 찾곤 했다.
그리고 이 가게는 일화그룹이 낸 가게이다.
이 가게에 창밖의 뷰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녀 한 쌍이 있다.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바라보는 천외국의 부길드 마스터 지니. 즉, 임지혜의 얼굴에 홍조가 띤다.
‘오붓해.’
임지혜는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다. 민혁이 그녀의 생일을 맞이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를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명의 여인으로서는 너무도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이곳 한식이 정말 맛있대. 꼭 먹어보고 싶었어.”
민혁에게도 특별한 날이다.
오랜 시간 친구였던 지니에게 민혁은 받기만 해왔다.
폭식 결여증에 걸린 자신을 차별 없이 바라봐 준 그녀.
항상 고마웠다.
그랬기에 이곳의 요리와 선물을 대접해주고 싶었다.
그때, 다른 테이블 손님이 들어왔다.
다른 테이블 손님의 낯이 익다.
‘최고그룹 김해리……?’
재벌 3세.
최고그룹의 손녀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사람은 최고그룹. 김태성 회장이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어어, 민혁 군. 식사하러 왔나?”
“예, 회장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 식당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오는 만큼 호들갑을 떨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단지, 김해리가 얼마 전 민혁에게 큰 호감을 드러낸 것.
실제로 본 김해리는 지혜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이뻤다.
‘키는 나보다 크네. 쳇.’
그리고 키는 약 173 정도로 보였다. 그녀는 지금도 민혁을 호감 어린 시선으로 곁눈질한다.
그때,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미국인의 신사였다.
비니를 쓴 딸아이를 품에 안고 들어오는 그가 민혁과 눈이 마주치고 작게 놀라는 듯하더니,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때 품에 안긴 소녀가 말했다.
“식신이다아아아!”
“안녕하세요, 꼬마 아가씨.”
민혁이 작게 웃어주며 화답했다.
그들도 테이블에 앉았다.
모두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그들과 다르게, 주방 안은 소란스러웠다.
“셰프님, 괜찮으십니까?”
“……내가 이런 실수를.”
셰프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손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실수로 뜨겁게 가열된 식용유를 오른손에 엎지른 것이다.
타들어 갈 듯한 고통에 비명이 나올 법도 했지만, 억지로 참아낸 그는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이 손으로 요리할 순 없어…….”
지배인도 그를 직감했다. 당장 셰프는 치료를 받는 것이 급선무였다.
또한, 저 손으로 요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그렇지만 밖에…….”
지배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그마치 두 개의 기업의 총수와 그 후계자가 있다.
그리고 정체 모를 미국인 신사분과 꼬마 아이까지.
그들 모두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
지배인이 서둘러 걸음을 옮겨 상황을 설명했다.
“셰프가 손을 크게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밑에 오마카세 가게에 VIP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크흠, 어서 병원에 다녀오라고 하게.”
당연히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가장 크게 아쉬운 사람은 바로 미국인 신사였다.
“……셰프가 손을 다쳤다고요?”
“예, 저희가 한 분의 셰프만을 두고 있어서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마이클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었던 에이미다.
그리고 그녀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다.
그래서 최고의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곳에 왔건만.
또한, 에이미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마이클은 불편한 속내를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에이미, 셰프분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오늘은 이곳에서 먹지 못하겠구나.”
“셰프님은 괜찮으실까요?”
그저 착한 딸아이.
자신이 그토록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한식보다도 셰프의 손을 걱정한다. 그 딸아이를 안아 들며 마이클이 작게 한숨 쉬었다.
그때.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이 말했다.
“제가 요리해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