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57
밥만 먹고 레벨업 758화
㈜즐거움의 강태훈 사장이 탄 차가 본사로 향하고 있다.
‘역시 민혁 군만이 진정한 일화그룹 후계자의 재목인 건가?’
그는 방금 전 민혁과의 협상을 끝내고 나왔다.
강태훈 사장은 누구인가?
제2의 세상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세간에서는 ‘빌 게이츠를 제일 빠른 속도로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대부호’가 될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그는 사실이었다.
그는 사업가다. 최대한 자신들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과 협의한다.
그런데 그 강태훈 사장이 민혁에게 완전히 말렸다.
그가 진동하는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장님, 식신이 멸망의 군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알겠네.”
완전한 계약체결이었다.
그는 방금 전, 민혁과 자택에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사장 강태훈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민혁이 거주하는 자택이 분주해졌다.
손님실에 앉아 있던 강태훈 사장은 운동을 끝내고 온 듯 머리카락이 젖은 민혁과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군요.”
역시나 민혁은 눈치가 빨랐다. 강태훈 사장은 ‘멸망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래 멸망전의 군신이 선택한 사자는 네르바가 되어야 했지만 군신은…… 중얼중얼.”
이야기를 듣던 민혁은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군신이 나를 선택했다? 네르바가 아닌?’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민혁과 군신의 연은 브로드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600레벨 달성 후, 새로운 클래스를 얻을 수 있는 것에 군신은 자신을 후예로 지목했던 일도 있다.
‘나에 대한 호감도가 생각보다 높은 건가?’
아니면.
‘네르바를 완전히 믿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던 때, 강태훈 사장이 입을 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멸망전의 멸망의 군주로 자네가 활동해 주면 좋겠네. 물론 우리 ㈜즐거움 측에서도 자네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줄 생각이야.”
강태훈 사장은 그에게 계약서와 보상에 적힌 내용을 건네주었다.
계약금으로 20억 원.
그를 비롯해 아테네에서는 30만 플래티넘 지급을 비롯한 멸망의 군주의 왕관까지.
멸망의 군주의 왕관은 자그마치 신등급 아티팩트였다.
딱 한 번 이벤트의 주축을 맡아주는 것으로 받는 보상치고는 굉장히 후한 편이다.
“어떤 식으로 진행됩니까?”
“본래는 군신이 멸망의 군주를 통제하기 위해 페로우의 몸속으로 네르바를 밀어 넣을 생각이었네, 그때 네르바가 멸망의 군주가 되고 루브앙의 군대가 일시적으로 멸망의 땅에서 랭커들과 겨룬다는 내용이었지. 하지만 이젠 반대가 되었어, 자네가 멸망의 군주가 되어 랭커들과 세계 NPC들을 막아내야 하는 거야.”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말 그대로 멸망의 땅은 이벤트성 땅이다.
그 의미는.
“애초에 멸망의 군주는 시간이 지나면 패배하게 되는 스토리군요.”
“맞네. 멸망의 군주가 된 자네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군신의 힘에 의해 힘이 서서히 쇠약해지게 되는 스토리일세. 그리고 멸망의 군주가 죽으면 그 안의 페로우도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게 되지.”
그렇다.
만약 멸망의 군주가 그 자리의 모든 유저들과 NPC들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사실상 멸망의 땅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어야 함이 맞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이벤트성이 아니게 된다.
민혁이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군신은 나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에 나를 선택했을까?’
그는 군신의 입장에서 서 보기로 했다.
사장 강태훈은 소극적이었던 군신 벨슨과 누구보다 용감했던 형 페로우, 그리고 악의 화신에 관한 이야기를 전부 해주었다.
페로우는 동생 벨슨을 대신하여 죽음을 맞이했고 그 덕분에 벨신은 군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군신은 절대신 중 가장 위대한 신이다. 그에게는 신들의 땅과 자신에 의해 비롯된 멸망의 군주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군신으로서가 아닌, 동생 벨슨의 마음으로 생각해 본다.
‘네르바였다면 군신의 명을 무조건적으로 받들고 결국 멸망의 군주가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군신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렇다.
군신의 마음은 어떠할까.
동생 벨슨을 위해 희생한 형 페로우.
그런 그를 죽여야만 하는 군신 벨슨.
눈을 감았던 민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그건가?’
생각 정리를 끝낸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계약서를 집은 민혁은 그것을 다시 강태훈 사장에게 내밀었다.
“계약서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강태훈 사장은 예상하고 있던 내용이다.
민혁 유저는 고작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수정 내용은 ㈜즐거움 측에서 멸망의 군주가 된 나 ‘강민혁’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
강태훈 사장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멸망의 땅에서 시스템적으로 저에게 제한을 걸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어떤 간섭도 하지 마십시오.”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다.
민혁은 그들의 말을 이행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즐거움 측은 현재 민혁이 아닌 다른 이를 대타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두 번째. ㈜즐거움의 다양한 광고와 프로그램 등에 우리 일화그룹이 홍보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
“…….”
강태훈 사장이 말문을 잃었다.
㈜즐거움은 어떤 회사와도 제약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세 번째. 제가 멸망의 군주로 활동하면서 얻게 될 다양한 보상 등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강태훈 사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는 충분히 합당한 것이었다.
단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계약조건 내용이 걸렸다.
또한, 다른 것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위의 조건들을 제시함으로써 민혁은 기존에 ㈜즐거움이 제시한 것들은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두 번째 계약은 쉽게 들어줄 수는 없겠군. 이번에 멸망전의 경우 우리가 ATV방송국과 협력을 맺었네. ATV방송국의 시청률 40% 달성 시. 그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지.”
실제로 한 방송국의 시청률 40%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다.
물론 민혁의 경우 몇 번 갱신한 적은 존재하나, 방송국 역사에 그런 기록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세 번째는 자네가 얻어낸 보상이니 우리가 간섭하기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네. 단지…….”
강태훈 사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인가?”
“강태훈 사장님은 아테네가 NPC와 유저가 함께하는 세상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아테네는 NPC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유저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러한 세상에서 ㈜즐거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강태훈 사장은 그 말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와 NPC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면서 매일같이 간섭하는 ㈜즐거움.
강태훈은 허를 제대로 찔린 것이다.
추가로.
“멸망의 군주는 자신의 가신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사장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제 가신들이 멸망의 땅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겁니까?”
“사실일세, 자네가 멸망의 군주가 되면 자네가 부리는 NPC들은 AI에 의해 통제되어 평소처럼 활동하지, 그러나 실제로 자네가 불러들인 가신들이 진짜 자네의 가신들일세. 대신에 멸망의 군주의 힘을 받은 그들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 다른 형태로 힘을 발휘할 것이네.”
“그렇다면 멸망의 땅에서 AI로 통제되는 가신들이 죽을 시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까?”
“그럴 일은 없네. AI로 통제되는 이들은 생각이 없다고 보는 게 맞네, 단지 입력된 대로 움직일 뿐. 로봇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네. 그리고 자네 역시 AI가 되어 자네의 행동 패턴을 비롯한 모든 것을 분석해서 99.9% 자네와 일치하게 행동할 걸세.”
㈜즐거움 측은 확실하게 멸망의 군주가 누구인지에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는 민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태훈 사장의 전략은 어차피 ‘네르바’가 아닌 민혁이 멸망의 군주가 되는 것.
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시청률과 이슈화를 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민혁 또한 그편이 나아 보였다.
이야기를 끝낸 강태훈 사장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나서기 전, 민혁이 말했다.
“뒤처리나 잘해주십시오.”
“…….”
강태훈 사장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다.
* * *
멸망의 땅이 세상에 나타났다.
아테네에 존재하는 모든 NPC들에게 군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멸망의 군주 페로우를 처단하고 멸망의 땅을 멸하라.]온 세계에 있는 NPC들이 멸망의 땅으로 집결하고 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패왕 라르도, 검의 대제 엘레, 용왕, 무신왕 플렌, 마법군주 프라드까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엄청난 NPC들이 군신의 명을 받들고 멸망의 땅에 집결하고 있습니다.] [대루브앙 제국의 깃발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네르바의 등장과 함께 군신에게 선택받은 자. 즉 현재는 멸망의 군주가 되어버린 자가, 네르바가 아님이 확실시하게 밝혀진 순간입니다.] [NPC들뿐만이 아닌 온 세계의 랭커들 또한 몰려들고 있습니다.] [멸망의 땅은 많은 유저와 NPC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로 당연하게도 많은 자들을 사냥할수록 높은 기여도를 쌓을 수 있죠.] [또한 군신이 멸망의 땅에 내린 ‘신의 안락함’에 따라 강제 로그아웃 당한 유저들은 페널티를 전혀 받지 않게 되고, NPC들 또한 죽는다 해도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군신의 안락함 효과에 따라 NPC들도 공격당했을 시 아주 적은 고통만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를 모두 알고 있는 랭커들과 NPC들이기에 크게 긴장하진 않아도 될 듯합니다.] [어쩌면 랭커들과 NPC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이곳에서 시험해 볼 수도 있겠지요.] [멸망의 군주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따라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네르바가 아닌, 군신이 믿고 있는 누군가. 아마도 NPC 중 누군가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 여전히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식신 민혁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지금 천외국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창신 밴과 천외국의 검 브로드, 뱀의 신 엘리자베스, 식신 민혁을 비롯한 천외국 길드원들까지. 모두 왔군요.] [식신 민혁도 분명히 아니군요.] [멸망의 땅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150만입니다. 유저는 50만 NPC는 100만입니다.] [숫자 제한이 있는 것만큼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강자들입니다.] [말씀드리는 그 순간, 네르바의 통제하에 모든 군대가 멸망의 땅 안으로 워프됩니다.]번쩍-!
빛이 내리쳤다.
네르바를 비롯한 아테네의 수많은 하이랭커들.
그들이 눈을 떴을 때, 멸망의 땅에 들어와 있었다.
[멸망의 땅에 들어오셨습니다!] [멸망의 땅에선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멸망의 군주를 죽여 페로우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시기 바랍니다!] [멸망의 군주의 레벨이 공개됩니다!]그 순간,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먼 곳의 성 위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자신들을 바라보는 멸망의 군주를 보았다.
멸망의 군주는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역시 검은색 뿔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의 안광이 뿔 투구 사이에서 날카롭게 빛난다.
곧바로 멸망의 군주의 머리 위로 레벨이 떠오른다.
[멸망의 군주 Lv 904.]“……!!?”
가장 선두에 섰던 알렉산더가 경악했다.
“레벨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곧바로.
[군신이 멸망의 군주 페로우의 힘에 의해 갇혀 버린 자신의 사자에게 제약의 포션을 내립니다!] [페로우의 몸에 갇힌 사자가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려, 그가 내리는 포션을 하사받습니다!] [멸망의 군주가 포션을 복용할 시 그의 레벨이 –100 하락합니다.]이를 바라보는 네르바를 비롯한 랭커들이 안도했다.
아무리 그래도 Lv 904짜리는 자신들이 이기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먼 곳에서 자신에게 내려선 포션을 받아든 멸망의 군주. 어찌 보면 군신의 부름을 받아 그의 몸속에 갇혀버린 사자.
그 사자가 그 포션병을 받고.
쨍그랑-
뒤로 던져 버렸다.
포션병이 깨지며 액체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치이이이이익-
“……!”
“……!”
“……!”
[멸망의 군주가 제약의 포션 복용을 거부합니다!!] [경고!] [경고!] [격을 초월하는 자가 당신들에게 살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그 순간, 모든 랭커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는 ㈜즐거움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즐거움 회의실.
강태훈 사장이 벌떡 일어섰다.
‘민혁 군, 간섭하지 말라는 이유가 이거였나?’
그렇다.
민혁은 지금 멸망의 군주는 패배한다는 시나리오를 무시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