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87
밥만 먹고 레벨업 788화
[메테오.] [익스플로전.] [라이트닝 스톰.]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경악했다.
콰아아아아앙-
좁은 공간으로 떨어져 내린 메테오가 민혁의 몸을 짓이기는 듯했고, 바닥에서 일어나는 폭발이 그를 쉴 새 없이 두들겨 댔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라이트닝 스톰은 거센 바람을 만들어내며 그를 감전시켰다.
“크아아아아아악!”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터뜨렸다.
아테네는 유저가 실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아테네는 거의 현실과 같은 그래픽을 구현하기 때문에 5m 내의 좁은 공간 안에서 발동되는 마법공격들이 민혁의 정신을 갉아먹어 댔다.
심지어 만다라의 회복물약도 폭격기처럼 쏟아지는 마법들의 피해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엄청난 폭발 소리에 그는 현재 바깥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HP가 2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1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15% 미만으로…….]민혁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간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 번 마법들이 연달아 발동되려 했다.
[윈드커터.] [파이어볼.] [라이트닝.]이번에는 저클래스 마법들이었다.
그렇지만 이 재료에서 발동되는 마법은 최소 600레벨 이상의 마법사의 힘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아무리 저클래스 마법일지라도, 그것이 수백 개 이상이면 민혁 자신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임을 알았다.
쿠르르르르르르륵-
작은 불의 구가 민혁을 향해 쏘아져 온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마법들이 한 번에 그를 덮치려 했다.
그때.
솨아아아아아아아악-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민혁의 바로 눈앞까지 날아왔던 파이어볼이 스르륵 흩어져 사라졌다.
주변을 바라보자 다른 마법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법들 수백여 개가 걷히고 민혁은 투명한 배리어 너머에 손을 얹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영혼 상태인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 에페르 전하……?”
얼마 전 환락도에서 생을 마감한 에페르였다.
[성군 에페르의 힘이 당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에페르의 힘은 3분간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귀인이시여, 오랜만입니다.”
에페르를 이렇게 만나자 감회가 새로웠다.
‘왕들의 무덤이라더니.’
에페르가 이곳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민혁이다.
에페르의 눈빛이 민혁에게 질문하고 있다.
‘저의 백성들은 모두 잘 있습니까?’
민혁은 작게 끄덕여 주었다. 에페르가 안도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켄라우헬과 로스차일드의 병력들은 경악을 넘어 감탄할 정도였다.
‘왕들의 무덤 안에 있는 왕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아니, 그의 인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심지어 ‘성군의 전설’로 기록된 인물이기까지 했다.
그러한 자가 민혁을 돕기 위해 달려왔다는 사실이다.
에페르는 민혁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민혁 님, 이곳…….”
그러나 더 이상 에페르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강제적인 힘이 그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은 한숨을 쉰 에페르가 민혁을 바라봤다.
“신등급 요리를 만드실 겁니까?”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에 에페르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해내셔야 할 겁니다.”
그 말뜻에서 민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더 이상 에페르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이 왕들의 무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에페르의 말에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물론 해낼 겁니다.”
신등급 요리는 꼭 신등급 재료를 사용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등급 재료는 그저, ‘신’에 가까워지는 길일 뿐이다.
결국에 확률과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여서 신등급 요리가 나오는 것이다.
민혁은 에페르가 반가웠지만 더 이상은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순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탁, 탁탁-
감자와 당근, 양파를 먹기 좋게 잘라내고 한번 끓였던 돼지갈비찜의 물을 버린 후, 새로 다시 물을 받았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다시 뜨겁게 가마솥의 불이 타오른다.
민혁이 서둘러 양념장을 만들어 가마솥에 골고루 뿌려줬다.
이제 뚜껑을 닫고 잘 익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잔혹한 마법의 돼지갈비의 설명에 따르면 ‘요리 시에 까다로운 불조절’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그것이 변칙이 되어 다가온다.
[불을 약하게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서둘러 줄이지 않을 시, 재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미친.’
민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현재 가마솥의 물이 팔팔 끓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료는 불을 줄이라고 한다.
화르르르륵-
민혁은 또 한 번 불을 조절했다.
[불을 가장 강하게 해주시기…….]민혁은 다급하게 계속 불을 조절했다.
‘가마솥으로 한 게 이런 역효과가 날 줄이야.’
민혁이 굳이 라베르의 기이한 가마솥을 사용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이한 가마솥으로 요리 시에 버프효과가 15% 상승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가마솥의 경우, 일반적인 버너보다 훨씬 더 화력이 강하기에, 더 빠르고 강하게 졸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꼭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어, 켄라우헬과 유저들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조급함이 되어 다가왔다.
가마솥의 불을 끊임없이 조절해 주면서 에페르의 보호를 앞으로 몇 초나 더 받을 수 있는지 체크했고, 꼭 신등급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꼭, 꼭…….’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
그를 바라보던 에페르가 말했다.
“제가 말실수를 했나 보군요.”
“……예?”
민혁은 에페르를 바라봤다.
“제가 꼭 해내셔야 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에페르는 씁쓸한 표정이었다.
“민혁 님의 지금 요리하는 표정. 그저 강해지기 위해 요리하는 것 같아요.”
“…….”
그 말을 들은 민혁은 둔탁한 무언가에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했다.
“제가 꼭 해내시란 말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대왕갈치를 요리해 주며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모습은 없네요.”
그 말을 듣고 민혁은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면 요근래 민혁에게 요리는 ‘맛있는 것’보다는 ‘자신을 강해지기 위한 도구’, 아니면 ‘다른 이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요리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예전과 비한다면 분명히 달라져 버렸다.
‘맞아, 난 원래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아테네를 시작했어.’
그런데 지금은 강해지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함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전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에페르의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던 민혁은 그를 바라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에페르가 작은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그의 말이 민혁에게 아주 큰 가르침이 되었다.
‘맞아, 난 맛있게 먹기 위해 아테네를 하지.’
무언가에 쫓기듯 요리를 하던 민혁의 마음가짐이 변화한다.
그래, 나는 이 돼지갈비찜을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내주는 요리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돼지갈비찜’으로 만들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요리이다.
화르르르르르륵-
민혁이 계속해서 불 조절을 한다.
에페르가 사라지고 다시금 마법폭격이 이어졌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익스플로전과 같은 폭발마법이 대부분이었는데 민혁은 초반과 다르게 마법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것들도 뒤로하고 민혁은 이 돼지갈비찜이 얼마나 맛있을지부터 생각한다.
‘살코기를 물어 뼈를 쏙 빼내면 달콤한 갈비찜이 입안에서 황홀하게 춤을 추겠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 돼지갈비찜을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로 만들겠다는 생각만 한다.
쿠콰콰콰콰콱-!
배리어로 계속 이어지는 거대한 폭발마법을 바라보며 켄라우헬과 로스차일드 왕국군이 말문을 잃었다.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군…….”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맛있는 것을 먹기 전에 짓는 설레는 듯한 표정.
민혁은 끊임없이 마법 공격을 받으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요리는,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나의 쉼터이다.
항상 배고팠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바로 요리이다.
[당신이 극의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듭니다.] [요리를 만드는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해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행복해하며 만들어낸 요리는 더 특별할지도 모릅니다.]그래,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민혁에게 주변의 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이것을 맛있게 먹을 생각만 한다.
[요리의 신이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당신의 요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의지의 신이 새로운 것을 깨닫고 나아가는 당신을 그 어떠한 것도 방해할 수 없게 도와줍니다.] [군신이, 맛있는 것을 먹을 생각에 행복해하는 당신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습니다.]하지만 민혁에겐 그러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 돼지갈비찜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녀석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기다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갈비찜을 만들 테니까.’
그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 * *
루인과 에베오.
두 사람은 왕들의 무덤에 입장한 로스차일드 왕국의 용병들로 이 자리에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가 식신 민혁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켄라우헬에게 왕들의 무덤에 대한 정보를 판 사람은 던전 탐험가 랭킹 1위 이안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던전 탐험가가 켄라우헬에게 접근했다.
바로 이안의 지시를 받아서였다.
이안은 뼛속까지 장사치였으며 현재는 루브앙 제국의 개가 되었다.
그런 이안이 두 사람에게 말했었다.
-너희는 왕들의 무덤에 용병으로 참여해라.
-왕들의 무덤에요?
-저희가 말입니까?
그들은 이안의 말을 듣고, 왕들의 무덤이 현재 어떤 왕도 깨기 힘든 극악의 난이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는가?
-그곳에서 로스차일드 왕국군은 분명 전멸할 것이다. 그리고 왕인 켄라우헬은 도전하는 조건으로 실패 시, 아티팩트와 스킬, 레벨 등에 손해를 입게 되지. 그런데 재밌는 것은 켄라우헬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면 스킬은 삭제되지 않고 드랍된다. 심지어 아티팩트 드랍률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높아지지.
그렇다.
이안이 그리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로스차일드 왕국군이 전멸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너희가 마지막까지 전멸하는 걸 지켜봐라. 그 후에 내가 그곳으로 들어가 모든 것들을 습득하겠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켄라우헬은 아테네에서 알아주는 대부호였으며 심지어 다른 유저들도 아티팩트를 드랍하지 않겠는가?
그것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식신 민혁이 나타났고, 그가 요리하고 있다.
‘설마 신등급 요리가 나오겠어?’
‘그럴 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들은 신등급 요리가 나올 리 없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식신 민혁의 힘 자체가 두려웠다.
그가 있다면 정말로 이 왕들의 무덤을 클리어할지도 모른다.
하나, 이러한 때를 대비해 이안은 말했다.
-만약 예상외로 선전한다면 간단한 방법도 있다. 그곳은 8기둥 중 하나인 에게논의 땅이지. 에게논에게 기도를 올려, 그를 깨워라. 그렇게 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지거든.
그 재밌는 일이 뭔지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식신도 아티팩트와 스킬을 드랍하겠지.’
‘식신의 것도 챙긴다면 정말 어마어마하겠군.’
그저 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 눈이 멀었다.
어느덧 이안이 알려준 지도를 보고 안전하게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이 에게논 동상의 앞에 섰다.
에게논.
그는 누구인가.
교황 크로나드나, 악신 오블렌, 또는 아테네와 함께 나란히 8기둥인 그.
그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기에 두 사람도 모른다.
그저 이안이 시켜준 대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우리의 부름에 응답하여……. 생략…… 힘을 빌어주소서.”
두 사람이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그 과정에서 루인은 자신의 손바닥을 단도로 베었고, 에게논의 동상이 한 손에 올리고 있는 황금 그릇에 그 피를 떨어뜨렸다.
또옥-
붉은 피가 황금 그릇에 채워졌다.
그리고 곧 동상에서 붉은빛이 쏟아지더니, 거대한 알림이 울려 퍼졌다.
[잠들어 있던 에게논의 힘이 일시적으로 깨어납니다.] [8기둥 중 하나, 에게논이 왕들의 무덤에 있는 왕들에게 명령합니다.]“전군, 출정하라.”
[왕들의 무덤의 모든 왕들이 깨어납니다!] [왕들의 무덤의 모든 왕들이 군대를 소집하기 시작합니다!] [왕들의 무덤의 모든 왕들이 침입자들을 향해 돌격을 시작합니다!] [도전자들은 30분 동안 모든 왕들로부터 살아남으시기 바랍니다!]* * *
그 시각.
설레는 미소를 짓는 민혁이 중얼거렸다.
“돼지갈비찜. 완성.”
그 미소와 함께, 알림이 울려 퍼졌다.
[히든피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을 달성합니다!] [히든피스 달성 보상으로 당신이 만들어낸 요리가 한층 더 특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