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92
밥만 먹고 레벨업 793화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이 일을 꾸몄던 이안은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와 그가 자랑했던 던전 탐험가의 눈 드랍으로 인해 던전 탐험가 랭킹 1위에서 밀려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켄라우헬. 그는 민혁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민혁. 우리 로스차일드 왕국은…….”
그러나 이번에도 그 말을 끝맺기 전에.
“모두 안녕, 안녕! 안녀어엉! 나 소고기 먹으러 가야 해서!!!”
민혁이 아이처럼 밝게 웃었다. 그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손을 흔들어댔다.
그러고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저, 저 무엄한! 전하가 말씀하고 계시는데!”
“고작 소고기가 전하의 말씀보다 중요하다는 건가.”
로스차일드 왕국군의 말에 켄라우헬은 고개를 저었다.
“자그마치 소고기를 먹어야 한다지 않느냐, 우리(?) 민혁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며 민혁이 사라진 곳을 켄라우헬은 애틋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우, 우리 민혁이는 뭐지?’
‘언제부터 우리 민혁이었는데……!’
그리고 켄라우헬. 그는 친구인 민혁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우리 민혁이를 현실에서도 보고 싶다.’
켄라우헬은 이제까지 외톨이였다.
제대로 된 친구 한 명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민혁의 존재 자체가 그에겐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혁이를 만나고 싶다.’
현실에서의 그를 말이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했던가.
로그아웃한 켄라우헬. 즉, 로스차일드 가문의 주인 라우쉬가 전용기에 올랐다.
“인천공항으로 가지.”
* * *
천외국의 집무실로 들어온 민혁이 ‘헤’ 하고 웃었다.
민혁의 앞에는 불판과 함께, 다양한 소고기 부위들이 놓여 있었다.
민혁의 맞은편에는 아기돼지 콩이 역시 볼록한 뱃살을 내놓고 앉아 있다.
“꿀, 꿀꿀, 꾸우우울!(빨리 먹고 싶다, 꾸우울!)”
콩이도 이번 왕들의 무덤에서 함께 활약했다.
물론 콩이는 신등급 살살 녹는 소고기를 함께 먹진 않는다.
콩이에게는 민혁이 직접 구매한 1++급 소고기를 주었다.
“콩아, 소고기는 말이야. 뜨겁게 달궈진 불판에 올려서 빠르게 굽는 게 중요해.”
달아오른 불판에 하얀 연기가 조금 피어오른다.
이때에 민혁은 환상적인 마블링을 자랑하는 꽃등심을 집게로 집었다.
그리고 올려본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이이익-
콩이도 민혁을 따라 곧바로 꽃등심을 올렸다.
“꾸, 꾸우우우울……!”
감격 어린 표정의 콩이를 바라보다 민혁이 적당한 때에 꽃등심을 뒤집어준다.
소고기는 무조건 딱 한 번. 센 불에서 한 번만 뒤집어준다.
그래야 소고기의 육즙이 가둬지며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민혁이 먹기 좋게 꽃등심을 잘라낸다.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그 두툼해 보이는 녀석을 그저 소금에 찍어 먹어본다.
우물-
씹는 순간, 입안으로 육즙이 확 하고 퍼져 나간다. 살짝 덜 익힘으로써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전체에 번져나간다.
“꾸, 꿀…….”
콩이도 부드러운 소고기를 한 점 먹어보고 황홀에 차오른 표정이다.
민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꽃등심 위에 이번에는 파절임을 얹고 입에 넣어본다.
우물우물-
“크…… 이것이 바로 소소한 행복…….”
고된 노동을 끝내고 먹는 소고기. 작은 것에서 찾아오는 행복이다.
퐁-
민혁이 아주아주 차가운 병맥주의 뚜껑을 땄다.
글라스 잔에 가득 따라낸 그가 웃는다.
“첫 모금은 원 샷이지.”
그렇다.
맥주의 첫 모금은 가장 맛있으며, 그 청량감과 시원함은 한 번에 들이켜는 게 좋다.
벌컥벌컥-
그의 목울대가 시원하게 움직인다.
마지막까지 모두 마셔낸 민혁이 잔을 내려놓는다.
“꿀꺽꿀꺽, 크!”
아기돼지 콩이는 콜라를 들이켠 후에 내려놓는다.
어느덧 꽃등심을 모두 먹어치웠다. 이번엔 살치살이다.
소 한 마리에서 고작 4~5㎏밖에 없는 이 살치살은 가장 귀한 구이 부위이다.
잘 달궈진 불판에 살치살을 딱 한 점, 딱 한 점만 올린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연기가 피어나며 잘 익었을 때, 뒤집어준다.
그 한입 크기의 살치살을 그저 소금에 콕 찍어서 입에 넣어본다.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 번져 나간다.
‘입안에서 녹는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꽃등심과 또 다른 살치살의 맛에 온몸에 전율이 피어오른다.
치이이이이익-
두 점을 더 구우면서, 상추를 손바닥에 얹고 그 위로 잘 익은 살치살 두 점, 파절임, 쌈장을 푹 찍은 마늘을 얹고 입에 넣는다.
“음, 최고야.”
“꾸우우우울……!”
앞을 보자 콩이도 그 앙증맞은 손을 이용해 상추 쌈을 쌌다.
응? 저 큰 상추쌈이 쟤한테 들어간다고?
걱정은 기우였다.
입안에 커다란 상추쌈을 가뿐히 넣은 콩이가 볼이 한껏 부풀어 오른 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꾸우우우울.”
어느덧 고기를 먹으며 끓이고 있던 차돌박이 된장찌개가 완성된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의 맛이 얼큰한 된장찌개를 먹는 순간 사라진다.
얼큰한 된장찌개를 수저를 이용해 퍼 올린다.
그 위로 애호박, 두부, 청양고추 등이 함께 딸려오는데, 밥 위에 그대로 얹는다.
된장찌개 몇 스푼으로 밥을 적시고, 두부와 애호박 등을 수저로 꾹꾹 눌러 으깨어주어 한 숟가락 위에 모두 담는다.
그리고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 맛이지, 이 맛이야!”
된장찌개를 먹어주다가 이번엔 물냉면이다.
“꾸우우우울(고기엔 역시 비냉이다. 꿀).”
콩이는 민혁과 다르게, 붉은빛이 감도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비빔냉면이었다.
민혁은 개인적으로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배가 많이 들어간 냉면을 선호했다.
채 쳐져서 아주 많이 들어간 배와 면을 함께 집어 들어 후루룹 먹어준다.
“크!”
기가 막힌다.
물냉면의 시원한 면과 달콤한 배가 만나니, 환상의 하모니를 자아낸다.
그러다 콩이의 비빔냉면을 건네받아, 먹음직스러운 면에 살치살을 함께 싸서 입에 넣는다.
매콤달콤, 시원한 비빔냉면과 부드러운 식감의 살치살이 어우러진다.
그러다 물냉면으로 다시 돌아온 민혁이 그 시원한 육수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키햐!”
“꾸우우우울!(배부르다, 꿀!)”
콩이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벽에 기댄 모습이, 우리 할아버지 같네.’
벽에 기댄 채 볼록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는 콩이의 모습이 귀엽다.
그와 함께 알림이 울린다.
[살살 녹는 소고기 모듬을 드셨습니다.] [모든 스텟 2%가 증가합니다.] [스킬 공격력 8%가 증가합니다.] [스킬 쿨타임 10%가 감소합니다.] [HP총량과 MP총량이 15% 증가합니다.]살살 녹는 소고기 모듬은 전설 등급에서 신등급으로 변화했다.
그렇지만 신등급 재료치고는 영구적 상승률이 낮은 편에 속했다.
즉, 신등급 재료 중에서도 하위급에 속했다.
하나, 그 맛이 좋았으니 민혁에겐 그만이었다.
‘먹었으니, 낮잠이나 자러 가볼까.’
막 로그아웃하려던 때였다.
귓속말이 날아왔다.
[켄라우헬: 자니……?]“???”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 헤어진 전 남친 같은 귓속말은?’
켄라우헬은 사람과 어울리는 데 서툴러 보였다.
[민혁: 안 자는데.] [켄라우헬: 민혁이, 네가 만나고 싶어서 인천공항으로 갈까 한다, 괜찮을까……?]“…….”
아니, 정말 헤어진 전 남친 같았다.
그것도 집 앞에 찾아오겠다는.
[민혁: 상관은 없는데, 나 좀 졸린데.] [켄라우헬: 그래? 나도 아직 가는 중이야, 편할 때 인천공항으로 와^^;;] [민혁: ……ㅇㅋ]민혁은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아니, 왜 이렇게 찝찝해?”
* * *
인천공항.
라우쉬가 탄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한 지는 사실 한참 되었다.
그렇지만 라우쉬는 자신의 설레발식 방문에, 민혁에게 천천히 오라 말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오늘 뭐 할까?] [너랑 재밌는 거 하고 싶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뭐 갖고 싶은 거 있어?]라우쉬는 민혁에게 보낼 문자를 몇 번이나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그의 친구들, 정확히는 비즈니스적 관계의 친구들과는 한 번도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었다.
또한, 진정한 마음으로 친구도 사귀어본 적이 없기에 라우쉬는 매우 서툴렀다.
의자에 등을 기댄 그는 한참이나 민혁을 기다렸다.
하지만 10시간이 지나도 민혁은 오지 않았다.
“너무 늦으시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도련님께서 이렇게 직접 오셨는데.”
“아니.”
라우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예정되지 않은 방문을 하였고 갑작스럽게 연락을 했어, 또 내 친구를 만나는데, 이깟 10시간이 아까울까.”
“…….”
그의 집사는 작은 미소를 짓는 라우쉬를 보며 깜짝 놀랐다.
라우쉬는 미국에 깜짝 방문해도 대통령이 올 정도로 세계적인 인사였음이 분명했다.
그를 10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는 민혁도 대단했고, 그를 애틋하게 아끼는 라우쉬도 좋아 보였다.
‘도련님의 첫 친구라.’
라우쉬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섬겼던 헬리워 집사는 진심으로 설레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라우쉬는 민혁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기다린 지 15시간이 되던 차에 민혁이 공항에 도착했다.
“안녕, 잘 있었어?”
“…….”
계속되는 전 남친식 인사법이다.
민혁은 굉장한 찝찝함을 느꼈지만 멀리서 온 라우쉬를 내칠 생각은 없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보다 뭐 타고 왔어?”
“전용기.”
라우쉬가 투명 유리벽 너머에 보이는 웅장한 비행기 한 대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전용기의 크기가 일반 전용기보다 훨씬 더 커다랬다.
“전용기도 있어? 저런 건 얼마나 한대.”
“1천5백억 정도?”
“…….”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대기업 회장 아들인 민혁조차도 놀랄 금액이다.
“부럽네.”
그 말에 라우쉬는 민혁을 바라봤다.
그는 민혁에게 그 어떤 것도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부럽다는 그 말에, 라우쉬가 말했다.
“한 대 사줄까?”
“…….”
민혁은 깜짝 놀랐다. 1,500억 상당의 전용기를 사준다는 말에.
하지만 농담이든, 진담이든 평소 예의 바른 성격의 민혁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그런 소리를 하고 그러냐.”
라우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민혁의 표정에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한테 전용기를 사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내가 실수했군. 미안하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전용기를…….”
“공항을 사주는 게 너한테는 더 편하겠지.”
“……어?”
친구한테 전용기를 사주는 것보다 공항 하나 정도는 사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헬리워 집사. 공항 하나 짓는 데 얼마 정도 드는지 확인해 주고, 그 안에 전용헬기 세 대 정도랑 전용기 다섯 대 정도 할 가격도 알아봐 줘.”
“예, 도련님.”
“마음에 들어 친구야?”
민혁.
그는 누군가한테 이것저것 막 받고 그러는 사람 아니다.
마음에 드냐고?
“어? 어, 응…….”
공항 잘 사주는 돈 많은 친구가 생긴 민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