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19
밥만 먹고 레벨업 820화
지옥의 수호신 벨르마.
죽음의 신과 지옥이 존재했던 때부터 지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존재다.
메마른 대지의 죄악의 재료를 캐내는 것은 어쩌면 지옥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일지도 몰랐다.
“히히히히히히히힝!”
온몸에서 검은 불이 타오르는 벨르마는 본래 갈기가 있어야 할 곳에서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레벨 600 이상…….’
마지막 죄악의 재료인 배추를 수확하려던 민혁에겐 낭패였다.
배추를 수확하면서 벨르마를 상대해야 한다?
벨르마의 레벨을 보았을 때, 민혁이 모든 요리버프 효과를 받고 전력을 다한다면 사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죄악의 배추를 수확하는 게 시급하다는 사실이었다.
‘헬라의 영혼이 소멸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벨르마와 자신이 전투를 한다면 헬라 혼자서 재료를 수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문제였다.
자신과 벨르마의 전투 여파가 분명히 그녀에게 미칠 테니까.
민혁이 곡괭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검을 꺼냈다.
고고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벨르마를 보며 긴장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
벨르마가 헬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흉포함을 드러내며 헬라나 민혁을 물어뜯기 위해 덤벼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벨르마는 헬라만을 바라보고 있다.
급기야, 벨르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히히히힝…….”
벨르마가 작은 울음을 흘렸다.
헬라도 수확을 멈추고 그런 벨르마를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잘 있었어, 벨르마?”
“……아.”
민혁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벨르마는 실질적으로 죽음의 신의 소유물일 것이다.
헬라는 죽음의 신의 연인이었으니 벨르마와 오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메마른 대지에 피어오른 화염이 사라지려고 한다.
그러나.
[벨르마는 지옥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입니다.]화르르르르르륵-!
작아졌던 화염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수호신에게 부여된 제약.
자신이 원치 않는다 할지라도 무조건적으로 지옥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했다.
“히히히히히힝!”
강압에 의해 벨르마가 쿵- 하고 한 걸음을 거칠게 옮긴다.
또 한 걸음을 옮기려다가 벨르마가 움찔거리며 멈춰 선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힝!”
거친 포효가 벨르마의 심정을 대변한다.
벨르마는 똑똑히 기억한다.
어둡고 칙칙했으며,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한 공허한 눈빛을 하던 자신의 주인이 있었다.
어느 날, 주인은 자신에게 함께 지상에 내려가자고 했다.
자신은 아주 작은 망아지의 모습으로 위장했다.
그리고 헬라를 만났다.
죽음의 신은 헬라와 함께 밭일을 하였다.
재밌는 일이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새 생명을 싹틔우는 일을 한다는 것.
-아, 정말. 루이스. 밭일을 그것밖에 못 해요!? 잘하는 게 뭐야!?
-……산 자들을 죽은 자들로 만드는 것은 잘한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미안…….
-히히히히힝.
벨르마는 헬라에게 잔소리를 듣던 죽음의 신을 기억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작은 웃음을 짓는 그를 보았던 바 있다.
모든 것을 부수고 삼키는 것이 죽음의 신과 자신이었다.
그러나 벨르마는 그때 행복했다.
자신의 얼굴을 매만져 주며 웃던 헬라.
빠드드드드득-
우둑, 우둑, 우둑-!
수호신으로서 균형을 유지하는 임무를 가진, 벨르마.
그에게로 그 형벌이 내려진다.
온몸의 뼈가 아스러질 듯한 강력한 고통이 곳곳을 찌른다.
[벨르마는 지옥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입니다.]그 소리를 들으며 벨르마는 또 한 번 걸음을 앞으로 떼었다.
쿵-!
그리고 또 한 번.
쿵-!
그러나 그 걸음은 거기까지였다.
수십 개의 검에 찔리는 고통에도,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도 더 이상 벨르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히히히히히히힝!”
그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어댔다.
“……벨르마.”
헬라가 슬픈 눈빛을 하였다.
‘끔찍해.’
민혁은 그 모습을 보며 헬라와 벨르마가 가여웠다.
특히나 벨르마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를 죽여야만 하는 임무를 가졌다.
그런 임무를 거부하고 있기에, 그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헬라를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중얼거렸다.
“벨르마는, 죽음의 신의 소유물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뭐……?”
헬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혁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혹시 저 강압적인 제약을 건 것이 죽음의 신입니까?”
“아마도 그럴거야, 죽음의 신은 벨르마를 아끼지만 그것은 죽음의 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민혁이 고개를 주억이며 비명을 지르는 벨르마를 바라봤다.
“그러면 벨르마가 나의 소유물이 된다면요?”
“……뭐?”
헬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벨르마가 그의 소유물이 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는 가능한 일이었다.
민혁이 스킬창 하나를 띄웠다.
(유혹의 요리)
액티브 스킬
레벨: 2
사용 시 페널티: 모든 스텟-2
효과:
⦁상대방이 원하는 레시피를 창조해서 먹일 시 테이밍할 수 있을지도 모르며 다양한 조건에 따라 확률이 상승하거나 낮아진다.
⦁현재 가능 횟수: 2/3
유혹의 요리.
식신의 직업전용 스킬 중 하나이다.
민혁은 이 유혹의 요리를 이용하여 바포매트인 룬을 자신의 수하로 거둔 바 있다.
이 유혹의 요리로 벨르마를 테이밍하는 데 성공한다면 녀석에게 부여된 강제성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레시피 창조.”
[상대방이 원하는 레시피를 창조합니다.] [육회비빔밥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 창조에 따라 버프량을 소모합니다.](벨르마를 위한 육회비빔밥 레시피)
필요재료: 베냐의 홍두깨살, 이슬 머금은 상추, 태양의 고추장, 폴토니의 배 등.
기대 요리등급: 유니크~ 전설.
기대효과:
⦁벨르마의 화염 달리기 대폭 상승.
⦁벨르마의 화염관련 스킬 대폭 상승.
민혁은 의외였다.
말이 ‘육회비빔밥’이라?
그러나 곧 벨르마의 이빨을 보자마자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사자보다 튼실한 것 같네.’
벨르마는 아마도 잡식성으로 추정된다.
“육회비빔밥이라.”
“예전에 내가 육회비빔밥을 해준 적이 있긴 했는데.”
헬라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때 먹었던 비빔밥의 맛을 녀석이 잊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육회비빔밥은 조리가 편하고 시간도 짧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벨르마를 위해 빠른 요리가 시작된다.
야채들은 채 썰거나 하며 빠르게 잘라낸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항시 가지고 다니는 홍두깨살을 얇게 썰어 양념한다.
커다란 비빔밥용 그릇에 밥을 넣고 새싹채소와 상추, 당근, 배, 그리고 육회를 올려준다.
육회의 위에는 고추장과 참기름을 올려준다.
그다음엔 계란 노른자를 이용해 마지막을 장식한다.
순식간에 육회비빔밥을 완성해낸 민혁이 그것을 고통에 몸부림치는 벨르마의 앞에 놔줬다.
고통스러워하는 자 앞에 놓인 음식은 그로테스크했다.
그렇지만 벨르마는 그 향을 맡아봤다.
오랫동안 추억했던 그리운 냄새다.
아직도 벨르마는 헬라가 해줬던 육회비빔밥을 잊지 못했다.
먹을 것 하나 제대로 없는 지옥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진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혹의 요리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확률이 상승하거나 낮아진다는 거다.’
현재 벨르마는 헬라를 해치고 싶지 않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유혹의 요리의 확률을 극대화시키기 시작했다.
헬라가 벨르마의 앞에 다가가 머리를 쓸어준다.
“이 음식, 기억해?”
“히히히히히힝!”
벨르마가 울음을 토한다. 헬라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비빔밥을 대신 비벼줬다.
그리고 벨르마의 앞에 놔준 순간, 녀석이 허겁지겁 그를 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우적-
입에 미친 듯이 넣고 씹는 벨르마를 보며 민혁은 그 순간에도 다시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민혁은 녀석이 먹는 육회비빔밥을 보며 그 맛을 떠올렸다.
가운데에 장식된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린다.
주르륵, 흘러내린 노른자와 함께 고추장을 비벼준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쓱싹쓱싹 비벼져 붉은빛을 띠는 그것을 한입 크게 넣어본다.
우물우물-
씹는 순간, 입안에서 매콤한 고추장과 참기름 맛이 번질 것이다.
덧붙여 그와 함께 배, 새싹채소, 당근, 상추 등의 재료들이 즐거운 맛을 내줄 것이다.
꼴깍-
침을 삼킨 민혁이다.
어느덧 벨르마가 모든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민혁은 긴장했다.
[지옥마의 어머니 벨르마가 유혹의 요리 육회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유혹의 요리가 테이밍을 시도합니다.] [테이밍이 쉽지 않습니다!]벨르마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과 죽음의 신 사이를 멀게 하려는 듯한 힘을.
그 이질적인 힘에, 그를 세차게 내쳤다.
나는, 죽음의 신을 지켜줘야만 한다.
[벨르마가 유혹의 요리를 거부합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나 곧 벨르마는 헬라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를 해치고 싶진 않다.
반복 알림이 끊임없이 교차되어 들려온다.
그 갈등 속에서 민혁이 말했다.
“벨르마. 약속하마.”
“히히힝…….”
작게 우는 벨르마를 바라보며, 민혁의 눈에 진심이 깃든다.
“너를, 다시 주인의 품으로 보내주겠다.”
사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그 이유는 벨르마는 흉포한 지옥마이다.
자신에게 종속시킨다 한들, 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죽음의 신이 벨르마를 데려간 자신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벨르마.
그는 잠시 자신의 곁에 머무는 것이다.
[유혹의 요리 스킬이 성공합니다.] [벨르마를 테이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단, 벨르마는 통제할 수 없는 지옥의 수호신입니다.] [지옥신을 테이밍한 것은 소환술사의 신조차도 경악할 정도로 놀라운 일입니다!] [칭호 ‘못 꼬시는 게 뭐야’를 획득합니다.]결국, 벨르마의 소유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민혁이다.
소유권이 넘어오자 벨르마의 몸 곳곳에 퍼지던 통증이 사라졌다.
화르르르르륵…….
뜨겁게 타올랐던 화염이 잦아든다.
벨르마는 고통이 사라지자 헬라에게 안겨들었다.
그 틈에, 민혁은 곡괭이질에 박차를 가했다.
헬라와 벨르마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인다.
그때 곡괭이질을 하던 민혁은 먼 곳에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자를 볼 수 있었다.
누더기 같은 검은색 로브를 두른 그는 얼굴이 앙상하게 패여 있지만 분명한 미남자다.
그의 눈빛은 아무것도 없는 듯 공허했으나 군신 못지않은 절대적인 카리스마 또한 공존한다.
‘저자가, 죽음의 신…….’
화염이 사그라진 죄악의 배추를 뽑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콰자아아악-
마지막 한 번의 곡괭이질과 함께 알림이 울린다.
[죄악의 배추를 수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죄악의 재료를 모두 수확하시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모든 스텟 1%가 상승합니다.] [명성 500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200을 획득합니다.]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보았다.
죄악의 재료들이 있던 곳에서 작은 빛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 꿈틀거리는 빛들이, 땅을 타고 전류가 전깃줄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지옥 전체로 번져 나간다.
지옥이 환해진다.
서서히 환해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지옥의 광경 속에서, 죽음의 신은 슬픈 미소로 헬라를 바라본다.
그리고.
[돌발 퀘스트: 헬라의 영혼 소멸 전에 죄악의 재료 수확하기 완료.]민혁의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영겁의 검이 스스로 뽑혀 나와 허공 위에 두둥실 떠오른다.
죽음의 신이 손을 쫙 펼치자, 그의 손에 떠오른 영겁의 검이 감겨 들어온다.
“루이스……?”
죽음의 신은 헬라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헬라에게 작은 웃음을 짓는다.
수천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
자신 때문에 그녀가 죽었다 생각하여 자책하며 도망쳤던 비겁한 자신이, 사라지기 전의 그녀에게 말하니.
“사랑하오. 헬라.”
꽈르르르르르르르륵-
그의 손끝에서 타오르던 검은 불꽃이 영겁의 검을 채운다.
그 화염이 지옥 전체를 향해 핵폭탄의 여파처럼 빠르게 번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선다.
멈춰 선 여파가, 다시 빠르게, 영겁의 검 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바람과 파동이 지옥 전체를 흔든다.
[영겁의 검의 2차 봉인이 해제됩니다!] [하늘, 땅, 바다.] [세상을 갈랐던 가장 위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내다.]첫 번째 봉인을 풀었던 때의 알림이 재차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다음의 알림이 아테네 전역을 강타한다.
[그 검은.] [8기둥조차 베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