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33
밥만 먹고 레벨업 834화
전하께서 떠나신 게 며칠 전이었지?
천외국의 사령관 브로드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몇 날 며칠을 싸우기만 했다.
루브앙 제국은 250만에 이르는 병력을 이끌고 천외국에 당도했다.
그중에는 신의 검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공작들이 아닌 네르바 세피로스가 직접 지휘봉을 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먼 곳에서 왕좌에 앉은 네르바 세피로스가 가엾다는 시선으로 천외국을 바라보고 있다.
“허억허억.”
“으아아아아아악!”
브로드의 시선이 주변을 흩었다.
천외국의 병사 한 명이 심장에 창이 꽂히며 절명했다.
“크흐으음.”
또 다른 곳을 보자, 눈을 다친 창신 밴이 한쪽 눈에 안대를 두르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벌써 몇 번째일까.
로그아웃을 세 번 정도 당한 로크가 여러 명의 기사들을 도끼로 힘겹게 베어내고 있었다.
천외국의 주먹과 발.
아레스와 칸 역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수차례. 그들 또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루브앙 제국의 병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하늘 위에선 쏟아지는 루브앙 제국의 마법들을 막아내던 알리가 심장에 화살이 박힌 채 추락하고 있었다.
“크읍!”
전하의 그림자. 한쪽 팔밖에 없는 루오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악귀 같은 눈빛으로 적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천외국의 뛰어났던 병력 40% 가까이 잃었고 나머지 병력 중 30%가 전투가 힘들 정도의 중상에 빠져들었다.
반면 루브앙 제국의 군대는 아직도 건재했다.
브로드도 지칠 대로 지쳤다.
몇 명을 베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또한, 체계적으로 덤벼드는 신의 검들은 자신을 압박하고는 위험할 때쯤 되었을 때는 후방으로 빠졌다.
그리고 사제들을 통해 회복한 후에 다시금 자신을 공격했다.
‘전하…….’
브로드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르고 높기만 한 하늘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천외국을 지키는 네임드 NPC들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물론 유저들 역시 한계에 이르긴 마찬가지다.
하이랭커들이라고 불리는 천외국의 유저들은 한 명당 최소 2~4회 정도 강제 로그아웃을 맞이한 상태다.
100위권에서 자리를 내준지 오래인 자들도 태반이었다.
콰자아아악-
앞에서 목을 노리는 적의 머리를 친 브로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으로 몸을 지탱했다.
“크흡……!”
그 위대한 창신 밴 노인마저 이제는 창을 들 힘도 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성문 앞까지 밀려나기 시작했다.
브로드는 이제 병사들의 참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성문을 열고 부상을 당한 병사들과 지친 병사들을 전부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것은 슬픈 선택이었다.
‘저들이라도 더 살아야지 않겠는가.’
성문까지 밀려나 힘겹게 그 앞을 사수하는 브로드가 주변을 바라봤다.
그 강경한 창신 밴마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대악마 엘피스는 왼팔을 잃었다.
신의 검 루오는 성벽에 기댄 채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루, 루오 님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둘러 포션 가져와!”
“남아 있는 포션이 없습니다…….”
신의 검 루오는 이제 곧 죽게 될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브로드, 그는 분명 강한 사내였다. 혼자서 수십만의 병사들을 베어낼 수 있을 만큼.
그렇지만, 문제는 네르바가 함께 참전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네르바는 브로드만큼 강한 인물이었다.
그는 지휘를 하는 한편, 신의 검들이 자신을 압박하면 추가로 다른 네임드 NPC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네임드 NPC들이 입은 상처는, 사실상 네르바에 의해 생긴 상처라고 봄이 옳았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를 반복했고, 그것은 옳은 전략이었다.
“허억허억.”
브로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앞을 바라봤다.
그때, 루브앙의 군대가 갈라진다. 그 갈라진 틈으로 네르바 세피로스가 걸어왔다.
네르바의 눈빛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브로드는 네르바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브로드의 기사단을 모조리 독살로 죽인 네르바는 더러운 방법으로 군신에게 간택되었다.
그러나 브로드는 손가락 하나를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
그런 브로드를 네르바는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리고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네.”
“닥쳐라!”
브로드의 눈의 실핏줄이 도드라졌다.
브로드에게 있어서 네르바는 원수에 불과했다.
네르바가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모두가 전투불능의 상황에 빠졌다.
그나마 건재한 유저들이 브로드의 앞으로 나서며 그를 보호했다.
네르바가 질문했다.
“지금이라도 루브앙 제국에 항복하고 나를 섬길 자가 있는가? 나를 섬긴다면 새로운 세상을 함께할 영광을 주겠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네르바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천외국의 많은 인재들이 탐났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눈빛은 긍지를 잃지 않고 있다.
또한, 자신의 왕에 대한 존경심마저 버리지 않았다.
네르바는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아까웠다.
“너희의 왕은 황제조차 될 수 없는 작은 그릇에 불과하다.”
그 작은 그릇이 품기에는 저들이 너무도 아깝다.
그렇지만 노인 밴이 말한다.
“허허, 미안하오만 더러운 그대의 그릇과 전하의 그릇을 비교하지 말아주시게. 그대가 감히 전하의 그릇을 논할 수 있겠는가.”
창신 밴의 날 선 말이었다. 네르바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 눈빛은 자신과 함께할 자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정말 단 한 명.
한 명도 없었다.
착잡한 표정의 네르바가 손을 들어 올렸다.
루브앙 제국의 병사들이 수십만 개의 활을 그들에게 겨눈다.
그 와중에 네르바는 보았다.
두려워하는 자 있는가?
없다.
되려 이방인인 천외국의 주축들은 양팔을 벌려 NPC들의 앞을 막고 있다.
NPC들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브로드가 중얼거렸다.
“전하께서 황제가 돼서 돌아오실 텐데.”
“우리들이 맞아줘야 하는데, 허허.”
그리고 그들의 틈.
죽어가는 루오가 중얼거렸다.
“……나의 왕께서, 쿨럭. 황제가 되신다고 하셨다.”
“…….”
네르바는 말이 없었다.
참으로 부럽구나.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러한 작은 그릇에 불과한 네가.
네르바가 손을 내리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새 시대의 새로운 황제가 탄생했다.]“……!”
네르바가 숨을 멈췄다. 너무도 놀라 숨이 더 이상 쉬어지지 않았다.
“폐하, 하늘을 보십시오!!”
누군가의 말에 네르바가 놈을 찾기 위해 하늘을 보았다.
하늘 위로 왕좌에 앉아 있는 새로운 시대의 황제가 앉아 있다.
반투명한 모습의 그는 거대했다.
그리고.
[새로운 황제의 영상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황제의 영상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모든 유저들도, NPC들도 거부할 수 없었다.
모든 이들의 눈앞에 새로운 황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첫걸음은 빵을 먹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모든 자들의 눈앞에 펼쳐진 영상은 ㈜즐거움이 준비한 광고영상이었다.
㈜즐거움도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황제가 될 유저는 민혁이라는 사실을.
모든 이들의 시야에, 빵을 먹기 위해 목검을 휘두르는 민혁의 모습이 보인다.
[새로운 황제는, 그저 먹기 위해 아테네를 나아갔다.]수십 장의 스크린샷이 스쳐 지나간다.
그 스크린샷에는 발렌의 집에서 함께 스프와 마늘빵을 먹으며 웃는 민혁이 있었다.
번뇌의 마녀, 알리샤를 만나 닭볶음탕을 먹는 민혁이 있었다.
또는 처음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행복해하는 그가 있었다.
수십 장의 스크린샷이 빠르게 지나가고, 또다시 알림이 퍼진다.
그것은 극강팔인을 만났을 때의 스크린샷이었다.
레전드 길드와의 만남. 그리고 친구들과의 재회.
지니와 로크, 칸 등이 영상을 보며 웃음 지었다.
그리고 스크린샷은 배를 띄우는 노인과 민혁을 비춘다.
[그리고 한 노인을 만났고.]스크린샷 수십 장이 스친다.
창신 밴과 웃으며 라면을 먹는 모습.
그와 함께 대마도사를 무찌르는 모습.
[한 나라에서 여왕의 호위기사를 만났다.]그것은 브로드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와의 첫 만남의 스크린샷이 수십 장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엘피스의 화면이 떠오른다.
[마계에서는 가여운 자를 위해 토스트를 만들어줬으며.]토스트를 먹는 엘피스의 모습의 스크린샷이 띄어진다.
그다음에는.
[그 가여운 자의 어미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그 가여운 자는 그 앞에 울며 무릎 꿇었다.]엘피스가 민혁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던 날.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자를 위해, 그는 대악마와도 싸웠고.]대악마 베로스로부터 엘피스를 구하기 위해 날아오르는 민혁의 스크린샷이 스쳐 지나간다.
[끝내는 승리하였다. 그는 많은 자들과 함께했다.]수십 장의 스크린샷이 떠오른다.
환하게 웃는 엘피스의 얼굴, 흐뭇한 미소를 짓는 브로드의 얼굴, ‘전하, 체통 좀……!’이라며 잔소리하는 헤이즈의 모습.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가 혀를 내밀고 웃는 모습.
민혁의 등 뒤에서 함께 걸으며 작은 미소를 짓는 루오의 모습.
수십 장의 스크린샷.
민혁과 인연을 쌓았고, 천외국의 일원이 된 이들의 수십 장의 스크린샷이, 수백 장이 되어 떠오른다.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백부장 파크.
매일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고르피도의 모습.
콩이와 뒹구는 루나의 모습.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스크린샷이 이제는 수만 장이 되어 점처럼 작아진다.
그리고 이윽고, 수백만 장이 되어 모든 이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의 첫 번째 걸음은 그저 빵을 먹기 위함이었다.] [그의 작았던 걸음은 어느 날,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많은 자들의 걸음이 되었다.] [그는 한때 가장 초라했던 유저였다.] [그러나 그의 곁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가장 큰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모든 이들의 눈앞에 보이는 한 장의 스크린샷.
자신을 보며 환호하는 만백성을 바라보며 민혁이 작게 웃음 짓고 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작은 왕국의 왕이 되었고.] [어느 날, 진짜 신이 되었으며.] [그를 믿는 신하들 또한 신이 되어 보필했다.]이젠 동영상처럼, 스크린샷 수만 장이 촤르르르륵 빠르게 넘어간다.
[그리고 지금.]영상을 보는 천외국의 네임드 NPC들이 작은 웃음을 짓는다.
천외국의 유저들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
그리고 꼭 해낼 거라고 생각했던 믿음.
[그는 새 시대의 첫 번째 황제가 되었다.]모든 스크린샷이 사라진다.
그리고 황좌에 앉아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수백만 명의 백성들과 병사들을 바라보는 황제의 모습이 보인다.
그와 함께, 알림이 울린다.
[천외제국이 건립됩니다!] [천외제국의 황제는 ‘민혁’입니다!]초라했던 발걸음은, 가장 위대한 걸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