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34
밥만 먹고 레벨업 835화
네르바의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불안한 눈의 그가 주변을 둘러본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를 찾아댄다.
루브앙 제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인 네르바가, 이제껏 민혁을 얼마나 의식해 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네르바는 문득 실소를 머금었다.
‘내 앞에 무릎 꿇은 제국이 몇 개이던가, 또 왕국은.’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었다. 루브앙 제국에 충성을 약속한 제국은 열 개가 넘는다.
그러한 것들 중, 고작 하나. 그 하나에 불과한 천외제국이다.
어떻게 그가 황제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설령 황제가 되었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는가?’
달라지는 건 없다. 되려 더 우스운 꼴이다.
천외제국이 되었으나 이미 그를 지탱하는 인재들은 모두 죽음에 이르고 있다.
‘보아라.’
그것은 민혁에게 하는 말이다.
‘죽어가는 너의 신하를!’
신의 검 루오는 분명히 죽어가고 있다.
창신 밴? 그는 한쪽 눈을 잃고 서 있기도 힘든 듯 창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엘피스라는 대악마? 위대한 신의 검들에 의해 왼쪽 팔을 잃었다.
천외제국을 지탱하는 이방인들?
몇 차례씩 죽어 그전보다 나약해졌다.
천외제국이 된들,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대의 신하들은 이미 무너졌고 그 강군들조차 루브앙 제국에 의해 짓밟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미 곳곳이 무너진 성문 틈으로 루브앙의 병사들이 난입하고 있었다.
천외제국은 무너진다.
그러다 문득, 루브앙이 문 앞을 막고선 자들을 바라봤다.
“하악하악. 쿨럭!”
벽에 기대어 죽어가던 신의 검 루오. 그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기침을 하자 피가 울컥하고 쏟아졌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일어난 그가 아주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하나밖에 없는 오른손을 펼쳐 손등을 이마에 붙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 위에 떠오른 황좌에 앉은 자신의 황제께 절한다.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
네르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신의 검 루오는, 죽기 전의 순간에 비틀거리며 민혁을 향해 절하고 있다.
그를 따라 성문 앞을 막고 있는 자들이 하나둘, 절을 하며 하늘 위의 반투명한 환상에 외치니.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폐하아아아아!!!!”
“민혁 폐하아아아아아!!!”
천외국의 성안에서 백성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네르바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신은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저토록 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자들이 초라한 황제를 섬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순간 자신이 초라해진다. 그러나 이미 천외제국은 멸망의 길을 걷고 있다.
싸울 수 있는 병력도, 대항할 수 있는 자들도 없다.
네르바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린다.
수십만 발의 화살이 그들을 겨눈다.
네르바가 천천히, 그 손을 내렸다.
그 순간.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핏-
수십만 발의 화살이 일제히 하늘에 떠올랐다.
쏟아지는 화살을 보며 누군가는 막아내려 했고, 누군가는 피하려 했으며, 또 누군가는 이 순간에도 민혁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곧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탱, 태태태태탱, 태태태탱!
수십만 발의 화살이 끝이 고무로 된 장난감 화살처럼 튕겨 나가고 있었다.
그 기현상에 네르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허리춤에 찬 검을 바라봤다.
허리춤에 찬 검이 공명하고 있었다.
궁수부대를 돌아보자, 그들의 활과 화살이 모두 공명하고 있다.
[태양의 검이 가장 위대한 검 앞에 그 힘을 상실합니다!]“……!”
가장 위대한 검? 네르바는 도통 이 소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가장 위대한 검 앞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네르바가 다급해졌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려 한다.
비록 그의 무기는 예기를 잃었으나, 현재 앞에 있는 자들은 당장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네르바가 양손으로 브로드의 목을 움켜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품격을 지키던 황제로서는 다소 추악한 몰골이었다.
그는 브로드가 가장 큰 위험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목을 붙잡아 단숨에 비틀어 버리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천외제국의 수호신이 강림합니다!]천외제국의 수호신?
네르바는 비웃었다.
나라, 혹은 제국 등은 수호신을 두기도 한다.
이필립스 제국이 피닉스를 숭배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호신들은 분명히 위험 대상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자들에 해당한다.
이미 어지간한 수호신을 쳐죽일 수 있는 신의 검들을 거느리는 네르바에게는 위험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천외제국의 수호신은 열 번째 절대신입니다!]“……뭐?”
그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외제국의 수호신이 뭐라?
절대신?
절대신은 그 누구의 수호신도 되지 아니한다.
이것은 그들의 뜻에 의해서가 아니다.
절대신들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이 수호신이 된다면 이는 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천외제국의 수호신은 천외제국을 지키기 위해 열 번째 절대신. 수호신이 되었습니다!]그렇지만, 이어 들려오는 소리가 네르바를 깨우친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그 의미는, 열 번째 절대신이 ‘수호신’이라는 하찮은 신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는 의미였다.
오로지, 천외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이건 말도 안 된다!!!”
네르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브로드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번쩍-!
수호신이 강림했다.
열 번째 절대신 수호신.
기다랗게 기른 백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신들조차 탄식할 미남자가 고고한 눈빛으로 네르바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백색의 옷을 두른 그의 등 뒤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브로드의 앞을 막아서고 나타난 수호신.
수호신 오블렌에게 끊임없는 알림이 들려오고 있다.
[천외제국의 수호신인 당신은 천외제국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단, 가장 위대한 신의 제지에 따라 수호신의 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천외제국의 수호신이 됨에 따라, 수호신의 서의 사용범위가 24시간 동안 넓어집니다.]네르바는 차마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악신이라 불렸던 자, 그리고 지금은 천외제국의 수호신이 된 자.
그는 그 위대한 네르바조차도 쉬이 할 수 없는 자였다.
그때 오블렌이 부드러운 미소로 뒤를 돌아봤다.
“버텨줘서, 고맙다.“
그와 함께 하늘로 찬란한 빛을 터뜨리는 수호신의 서가 떠오른다.
[회복의 서.] [회복의 서가 HP 및 MP를 80%가량 회복시킵니다!] [회복의 서는 수호신이 가진 절대적인 권능입니다!] [그 어떠한 상처도 치료시킵니다!]파아아아아아앗-
새하얀 빛이 천외제국 전체로 번져나갔다. 브로드의 헐떡이던 숨이 안정을 찾아간다.
각막이 손상되어 애꾸눈이 되었던 밴의 눈이 치유되어 간다.
엘피스의 잃었던 왼팔이, 꾸물거리며 재생된다.
절을 한 상태에서 절명한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신의 검 루오의 상처들이 치료된다.
몸 곳곳이 베이고 찢겨 죽어가던 병사들의 몸이 모조리 치유된다.
네르바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에 물들었다.
천외국의 살아남은 병력을 합치면 70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70만을 단숨에 회복시키는 능력이라니?
네르바 또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또한, 오블렌이 고고한 눈빛으로 네르바를 바라보고 있다.
흠칫했던 네르바가 실소를 터뜨렸다.
“수호신은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진 못하지.”
“…….”
말 그대로였다. 수호신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한때, 악신이라 두려웠으나 지금은 수호신이 되었다.
네르바를 해할 수는 없다.
“천외제국의 수호신이여, 그대가 있다 한들, 현 상황이 달라진다고 보는가!!!”
달라지지 않는 이야기다.
저들의 모든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한들, 여전히 자신들의 숫자가 월등하다.
또한, 자신에겐 신의 검들이 있었으며 네르바는 스스로의 힘 또한 믿고 있다.
오블렌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네르바를 응시했다.
곧 그의 입이 열렸다.
“그대를 벌하는 건 내가 아니다.”
그와 함께, 거대한 땅의 진동이 네르바에게 느껴졌다.
그 진동을 따라 네르바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의 눈이 지평선을 향했다. 그 지평선으로 새까만 숫자의 약 150만에 이르는 대군이 등장했다.
“……!”
네르바는 숨이 멎을 듯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천외국의 병사들은 지금 전부 이 안에 있다.
그런데 저 병사들은 무어란 말인가.
그리고 150만 대군의 가장 앞에 선 자는 ‘알렉산더’였다.
현재 군사력은 150만. 이 중 천외제국의 병사가 된 자들이 80만을 조금 넘고 나머지는 70만의 유저들로 구축되어 있다.
이 유저들은 민혁이 퀘스트를 내려 회유한 옥황상제의 연합군들이었던 자들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세상을 쩌렁쩌렁 울린다.
내달려오는 150만의 대군이 쏘아대는 화살비가 루브앙 제국군을 압박하고 있었다.
루브앙 제국이 어떤 곳인가.
아테네에서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제국이다.
“폐, 폐하……!”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 성문 앞을 막고 있던 강자들은 상처가 회복되고 있는 때였다.
네르바의 눈이 적들을 살폈다.
제천대성. 옥황상제에게 여의봉을 겨눴던 인물.
그가 수백의 분신을 만들어내며 적들을 쳐 죽이고 있었다.
저팔계는 삼지창으로 적들을 쉴 새 없이 꿰뚫어댄다.
또한, 검의 신성이었던 아론의 검 앞에 루브앙 제국군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거기에 유저들을 이끌고 있는 알렉산더는 신의 검들조차 감히 막을 수 없는 무용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네르바는 한 사내를 찾았다.
어째서 그는 보이지 않는가?
그가 찾는 자. 바로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이었다.
그의 시선이 불안한 듯 주변을 훑어보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민혁은 없었다.
아주 작은 안도.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네르바의 검에서 신력이 들끓어 올랐다.
신의 검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 강렬한 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네르바다.
신력은 검을 휘두르면 가장 강한 절삭력을 가지게 하고, 활을 쏘면 무엇이든 관통할 힘을 거머쥐게 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륵-
단지 네르바가, 신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진동했다.
푸화아아아아악-
폭주하듯, 밝은 기류가 터져 나오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는 후퇴하기 전 몸의 상처가 회복되고 있는 자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신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가장 위대한 황제의 스킬 ‘황제의 폭주검’을 사용하면 네르바는 반경 50m를 20,000%의 데미지로 집어삼킬 수 있다.
폭주하던 신력이 네르바의 검에 모여든다.
쿠르르르르륵-
네르바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앞을 향해 그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런데.
“말하지 않았느냐.”
수호신 오블렌이 조소했다.
“너를 벌하는 건 내가 아니다.”
그 순간.
퍼어어엉-!
오블렌이 있던 자리에 전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제천대성의 힘을 빌려, 바꿔치기한 것이다.
새로이 나타난 사내.
황금빛의 이펙트를 흩뿌리는 살인귀의 갑옷을 입고 있다.
등 뒤로 천외국의 문양이 그려진 백색의 망토를 두른 자.
그리고 황제의 왕관을 착용한 자.
검은 머리카락 사이, 순박한 눈망울이 보인다. 그러나 그 순박한 눈망울이 매처럼 날카롭게 네르바를 노려보고 있다.
영겁의 검은 +3으로 강화되었다.
그로 인해 공격력을 비롯한 많은 것이 좋아졌다.
또한, 새로운 ‘액티브 스킬’ 역시도 개방할 수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발동됩니다!]네르바가 먼저 황제의 폭주검을 휘두르기 전.
민혁이 한 발 더 빨랐다.
그가 네르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화아아아아악-
네르바의 얼굴이 베어지며, 함께 그의 왼쪽 눈도 베어진다.
그리고 새로이 개방한 액티브 스킬을 사용했다.
[천외제국의 첫 번째 업적이 세워집니다.] [첫 번째 업적은 가장 위대한 황제를 베어내는 것입니다.]뚝, 뚝뚝-!
[대루브앙 제국의 황제에게 처음으로 상처를 입힌 유저이십니다!] [칭호 황제를 벤 자를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