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4
밥만 먹고 레벨업 84화
엘레는 북부대륙에 관련한 보고를 받던 중이었다.
그때 자신의 손등에 새겨져 있는 피닉스의 문양이 빛을 발했다.
“……이건.”
엘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문양이 빛을 발할 때.
그는 ‘엘레의 낙인’이 새겨진 자가 도움을 요청할 때였다.
자신의 낙인이 새겨진 자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바로 자신이 아끼는 동생이자 친구인 민혁이었다.
엘레는 그 빛을 바라봤다.
그 빛을 통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그녀는 꿰뚫을 수 있었다.
엘레의 낙인은 어찌 보면 그와 그녀를 연결시켜 주는 하나의 고리와도 같았다.
엘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라스 왕국. 좌표지점은 K-51.’
그녀는 고개를 주억였다.
“루스, 바라스 왕국의 지도를 가져와라.”
“네.”
루스는 보고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일에 서둘러 움직였다.
바라스 왕국은 엘레가 황제로 있는 이필립스 제국과 호의적이고 싶어 했다.
말 그대로 친해지고 싶어 했다.
이필립스 제국은 그만큼 거대한 힘을 가졌고 바라스 왕국은 그 제국에 비하면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곳의 국왕 리처드도 엘레에겐 고개를 조아릴 정도!
그녀는 루스가 건넨 바라스 왕국 지도를 보았다.
“광산이 있는 곳.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
민혁이는 장난기가 많고 유쾌한 아이다.
하지만 엘레가 본 그는 한편으론 신중하고 침착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일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인 그 아이의 부탁.
자신 스스로가 그가 부르면 한 아름에 달려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또한, 황궁 내에는 바라스 왕국으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워프 게이트 또한 있었다.
“루스.”
“예.”
“민혁이가 위험에 처한 것 같구나.”
“……그렇군요.”
루스는 제국의 비약 부대찌개 때의 일을 떠올리며 탐탁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엘레는 말했다.
“피닉스 기사단을 10분 안에 소집하라. 바라스 왕국으로 바로 넘어간다.”
“예!”
피닉스 기사단의 기사들은 레벨 350~400 사이를 웃돈다.
또한 대륙 최고의 기사단이라고 불린다.
그들과 대륙 최고의 황제 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브로니는 몰려든 길드원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곳들도 투명한 벽에 의해 막혔나?”
“아닙니다.”
“역시.”
아마도 투명한 벽을 내리게 하는 버튼을 누르는 곳까지 도달한 광부는 없으리라.
그는 투명한 벽 너머를 바라봤다.
민혁은 광부들을 이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머저리 같은 놈의 누나는 어떤 년일까. 그리고 스스로 몬스터들 먹이가 되려고 들어가다니, 쯧!’
그는 피식 웃었다.
그의 길드원들은 벽을 부수기 위해 온갖 스킬과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벽에 2,100의 피해를 입힙니다.] [벽에 1,813의 피해를 입힙니다.] [벽에 3,513의 피해를 입힙니다.]굳건해 보였던 투명한 벽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30분이면 될 것 같다.
그러다 브로니는 생각했다.
“깨지는 것보다 몬스터한테 죽는 게 더 빠르려나?”
그는 여전히 앞으로 있을 상황이 자신에게 좋게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 * *
민혁은 일부러 광부들을 이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놈들이 벽을 가격하는 걸 보면 광부들은 더욱더 공포에 떨 것이다.
물론 안쪽으로 들어가도 그들의 말대로 계속 몬스터가 나오면 똑같겠지만.
‘사람은 안 변한다더니.’
민혁은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이상민은 어렸을 때도 다른 친구들을 줄곧 괴롭히곤 했다.
그리고 두루두루 모든 학우와 친하게 지냈던 민혁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는 친구의 말을 들었었다.
‘이상민이 학원비를 뺏어갔어!’
심지어 그 아이는 생활 형편도 좋지 않았다 들었다.
그러한 짓을 했던 소년이 커서, 더 양아치 같은 녀석이 되었다.
“이, 이제 어쩌죠?”
루완의 물음에 민혁은 빙긋 웃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죽지 않을 거예요.”
“아니, 놈들 말이 사실이라면 몬스터들이 나올 텐데…….”
“루완 님과 제가 잘해야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민혁은 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요리였다.
“무, 무슨…… 지금 요리나 할 때입니까?”
“지금 상황이기에 요리해야 합니다. 전 본 직업은 요리사거든요.”
그는 자신의 팔뚝만 한 당근을 꺼냈다.
이는 레벨 90이 되고서 결실의 열매 중 하나의 봉인이 해제되어 얻을 수 있었다.
결실의 당근!
민혁은 자신의 신의 요리 스킬의 버프 효과가 재료에 따라서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았다.
재료에 붙어 있는 특수능력대로 그 버프량이 대폭 증가하는 편이다.
물론 대신에 그 특수능력을 영구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점이 있긴 했다.
민혁은 결실의 당근을 얇게 다졌다.
그다음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양파와 당근, 햄.
이 세 가지 재료로도 볶음밥은 훌륭한 맛을 낸다.
여유롭게 볶음밥을 만드는 그를 보며 광부들과 루완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민혁은 볶음밥 두 그릇에 버프량을 가장 높게 해서 담았다.
그리고 나머지에는 다수를 위한 버프를 설정했다.
버프량이 큰 볶음밥 하나는 자신, 또 다른 하나는 루완에게 건넸다.
다수를 위한 버프량이 든 볶음밥은 광부들에게 건넸다.
“하…… 진짜……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네.”
루완은 ‘휴’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미 민혁은 와구와구 볶음밥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역시 볶음밥은 이렇게 단출한 재료만 넣어도 맛있다니까요! 거기에 잘 익은 김치를 얹어 먹으면…… 크!”
“…….”
루완은 속으로 ‘이 사람은 속도 편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포만도를 채우기 위해 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다 멈칫했다.
‘……진짜 맛있다.’
눈이 번뜩 떠질 정도의 맛이었다.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에 아삭한 식감의 양파와 특별해 보이는 당근, 그리고 심심한 맛을 잡아주는 햄까지.
루완의 숟가락은 멈출 줄 몰랐다.
“마, 맛있군…….”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정말 맛있어!”
광부들은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들도 꽤 허기가 졌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 먹어치운 루완.
그는 곧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10시간 동안 공격력 14%, 방어력 15%, 체력+40이 증가합니다.]“헉……!”
루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광부들도 몸에서 힘이 솟는 걸 느꼈다.
“오, 오오오오……!”
“볶음밥을 먹었는데 몸에서 힘이 돌아!”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들의 감탄.
루완은 도대체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혁을 보았다.
그리고 민혁은 볶음밥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 먹어버렸어…… 아쉬워…….”
“…….”
결실의 당근에는 체력+20 영구 상승효과가 있었다.
한데, 그게 버프량으로 변해서 체력×2가 버프로 대신 상승하게 된 것.
영구적이진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힘을 내게 도와주는 거다.
쿠우웅!
쿠우우웅!
그리고 몬스터들이 적들의 말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이언 울프보다 강한 아이언 골렘이었다.
레벨 170의 몬스터들.
놈들이 벽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밥을 다 먹은 민혁이 골렘들을 공격했다.
[난무하는 검] [5초 동안 무차별적인 검의 난무에 30% 추가 데미지가 붙습니다.]태래래래래래!
[치명타가 터졌습니다.]태래래래래래!
[치명타가 터졌습니다.]후두두둑!
그 굳건해 보이는 아이언 골렘들이 후두두둑 쓰러져 내렸다.
그와 함께.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민혁의 레벨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루완도 놈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비록 레벨이 훨씬 낮은 그였지만 민혁의 요리를 먹고 얻은 버프 효과는 뛰어났다.
물론 끽해야 광부들이 다치지 않게 지키며 함께 도망 다니는 정도였지만.
하지만 민혁은 강했다.
‘진짜 170레벨은 되어 보이는데…….’
어떻게 스텟이 저렇게 높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라면 정말 그 정체 모를 누나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 누나가 대체 누구지?’
그에 대한 걱정.
‘벽이 이제 곧 뚫릴 것 같은데…….’
몬스터를 잡아도 앞으로는 어찌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그를 점령했다.
* * *
칼드는 브레트니 광산 안에 있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그는 하오든 길드원들도 정체를 몰랐다.
그는 다른 길드원들을 따라 계속 광산 안으로 들어가 봤다.
‘여긴 아니야.’
검은 열쇠를 사용한 자는 입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4채굴 광산 안에는 통로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5채굴 광산.
브로니와의 귓속말을 해본 결과 그 안에 있는 유저로 인해 잠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곧 투명한 벽이 부서질 거라고 들었다.
4채굴 광산에서 나오던 칼드.
‘5채굴에 분명히 들어가는 곳이 있군.’
그렇게 생각하며 그곳으로 가려던 중이었다.
앞장서서 걷던 하오든 길드원.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
“왜 그러시죠?”
칼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길드원이 고개를 돌렸다.
“저, 저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예?”
칼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 광산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피닉스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화려한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자들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가장 앞에 붉은색 갑주를 착용한 여인이 있었다.
그는 금발의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카락을 끈으로 질끈 묶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한 살짜리 갓난아기가 아테네에 접속한다고 해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자.
이필립스 제국의 황제.
그리고 검의 대제라 불리는 여인.
엘레였다.
그리고 그 주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자들.
황실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병사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긴 상태로 조준한 채로 엘레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터벅터벅 터벅-
광산 앞으로 걸어온 엘레.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칼드와 눈이 마주쳤다.
‘컥……!’
왕국의 후작과 친한 칼드였다.
하지만 엘레는 그와 격 자체가 달랐다.
후작이 고양이라면 엘레는 다 자란 무리의 우두머리 같은 호랑이였다.
그 시선에 칼드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엘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대장장이구나.”
“……!”
칼드는 그녀가 단숨에 자신의 정체를 꿰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
“네가 이 일을 꾸민 원흉이구나.”
엘레는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바라스 왕국 병사들의 시체를 보았다.
칼드는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 순간.
엘레가 손을 휘저었다.
“낯짝 좀 보자.”
쩌저저저적!
칼드가 착용한 가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와장창 깨지며 그 얼굴이 드러났다.
후두두둑-
“……!”
“카, 칼드……?”
“대, 대장장이 칼드잖아? 랭킹 2위!”
그리고 하오든 길드의 인원들도 가면이 벗겨진 칼드의 얼굴을 알아봤다.
칼드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았다.
‘X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