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65
밥만 먹고 레벨업 866화
헬레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하대 받아온 적이 없다.
그러기 전에 대부분 그녀에게 죽었다.
그런 그녀에게 욕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두 개의 검을 늘어뜨린 그를 그녀가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부드러운 눈망울이 있었다. 그와 다르게 날카롭게 솟은 콧대와 부드러운 턱선이 있다.
헬레냐의 등장, 그리고 그 이전에 다크엘프와 인간들의 전쟁을 무수히 많은 방송국에서 촬영하고 있던바.
[헬레냐, 인류역사상 가장 큰 재앙 앞으로 지존 민혁 유저가 날아올랐습니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민혁 유저가 헬레냐를 제지하지 못한다면, 다크엘프와 엘프들은 모두 죽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혁 유저가 두 자루의 검을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민혁 유저의 쌍검술은 옥황상제의 사자였던 ‘빌’조차도 베어낸 궁극기입니다.]좌 영겁의 검, 우 대륙을 멸하는 검.
두 자루의 신의 검이 예기를 날카롭게 빛낸다.
[쌍검술.] [공격속도가 70% 상승합니다!] [두 개의 검을 사용하나, 검의 공격력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스킬의 위력이 1.4배 상승합니다!] [연속공격 스킬 발동 시, 쌍검술 효과를 받아, x2배 횟수가 추가됩니다!]이 순간 많은 이들이 바랐다.
민혁의 궁극의 스킬. 그 힘이 인류 최악의 적을 유린하고 땅에 떨어트리기를.
해설자들이 집중했고, 모든 왕과 황제들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엘프의 왕 아르곤도 불길을 진압하며 민혁을 간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발동된다.
[학살자의 검.] [쌍검술의 효과를 받습니다!] [쌍검술 스킬 사용 시 검의 연속 공격 x2배의 횟수가 적용됩니다!] [일 초 동안 76회의 공격이 베인 적에게 들어갑니다!]그리고 곧바로.
[더블스킬.] [1.2% 확률로 발동되는 더블스킬이 발동된 스킬의 효과를 두 배 뛰어나게 만들어줍니다.] [시스템이 힘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힘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민혁이 희열했다.
벨 수 있다, 8기둥을.
이제 자신의 쌍검술은 초당 100회 이상으로 헬레냐를 베어낼 것이니까.
이 정도 힘이라면 설령 그것이 폐위된 비운의 황제 브로드라도 엄청난 중상을 입힐 수 있다.
두 자루의 검을 쥔 민혁이 헬레냐를 스치고 지나갔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알림이 울려 퍼졌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공격에…….] [공격에…….] [공격에…….] [공격에…….]100회가 넘는 공격, 그 공격들이 모두 miss가 뜨고 있었다.
민혁은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이게 무슨…….’
그는 변명해 봤다.
‘요리버프 효과를 받지 않아서다. 중첩되는 즐거움의 효과를 받은 상태에서 발동시켰다면 분명히 딜은 들어갔어.’
민혁은 아테네의 지존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자신은 먹을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이제 자신의 곁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지존’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지존이라 믿었던 자신의 공격이, 상대방에게 닿지도 못하고 있었다.
‘중첩되는 즐거움? 개뿔, 난 그녀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민혁이 자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녀와 민혁의 레벨 차이는 300 이상이었다.
비록 민혁이 뛰어난 아티팩트와 뛰어난 스킬들로 무장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헬레냐 역시 마찬가지였다.
헬레냐의 몸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돈다.
아마도 헬레냐의 몸을 보호하는 보호막과 같은 것일 거다.
그 보호막이, 민혁의 공격실패에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허탈함이 밀려온다.
8기둥 중 하나와 유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피잇-
단 한 번의 공격이 헬레냐의 볼을 베었다.
핏방울이 맺힌다. 손바닥으로 볼을 만진 그녀가 피를 보며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두려운 게구나.”
“…….”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를 만나 숨이 막히는 게야.”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의 헬레냐는 아무리 민혁이 발버둥 쳐봐도 이길 수 없다.
헬레냐가 자신의 손바닥에 묻어난 피를 바라봤다.
민혁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에서 나온 피.
“내 몸에 생채기를 입힌 것, 그것 하나는 인정해 주겠다.”
헬레냐의 손길이 뻗어온다.
[저항할 수 없는 자가 발동됩니다.] [모든 상태이상으로부터 버텨낼 수 있는 만독불침의 육체를 가지고 계심에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그 차가운 손이 민혁의 볼을 어루만진다.
“보잘것없는 인간이고, 작은 신이며, 인간을 이끄는 아이야.”
“…….”
헬레냐는 민혁이 탐났다.
헬레냐는 봉인된 힘을 깨울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것들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빼앗고 흡수하는 것이다.
‘악신이자 수호신인 자의 가호를 받는 아이라.’
이는 더 성장할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이를 더 성장시킬 원동력이 필요했다.
인간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목표.
저 사람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의지.
그리고 무언가에 의한 분노와 증오.
이 중 분노와 증오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민혁은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저항할 수 없는 자’의 발동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떨 뿐이었다.
그리고 헬레냐는, 그 원동력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보아라, 그리고 증오하라.”
헬레냐는 이 자리에서 생각했다.
이 자리의 대부분을 죽이겠노라고.
본래 엘프와 다크엘프들만을 죽이려 하였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의 손이 땅을 바라보며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 순간, 중력이 무거워진다.
열 배, 스무 배, 백 배, 천 배.
그녀의 손바닥이 다크엘프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곧, 그 다크엘프들이 땅에 처박혔다.
“끄으으으으으……!”
“으으으으으으으……!”
“으아아아아!”
그들은 지렁이처럼 땅에 찰싹 달라붙어 자신들을 짓누르는 강대한 힘에 괴로워했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허공을 더 누르자.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콰작
토마토처럼 짓이겨지며 수십만이 넘는 다크엘프들이 죽어나갔다.
“그만, 그마아아안, 멈춰. 제발, 멈추라고!”
잭이 울분을 터뜨리며 괴로워했다. 그녀의 손은 곧 엘프들에게 향했다.
“…….”
아르곤이 마른침을 삼켰다. 곧 그녀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엄청난 중력이 엘프들을 짓눌러 댔다.
이번에는 반경이 훨씬 더 크고 넓었다.
콰자자자자자작-
죽어가는 엘프들을 바라보며 아르곤이 좌절했다.
이윽고 아르곤 또한 그 중력에 의해 땅에 처박혔다.
꽈드득, 꽈득-
강한 중력이 아르곤의 뼈를 짓누르며 부숴대는 소리다. 곧 그 중력의 무게가 인간들에게도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크어어억!”
“으, 으어어억!”
땅에 짓눌린 자들의 뼈가 부서지며 입에선 피가 토해진다.
온몸이 땅에 밀착된 채, 그대로 땅속으로 밀고 들어가는 자들도 있었다.
헬레냐가 우아한 몸짓을 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았다.
지휘자처럼 현란하게 손을 움직이던 그녀가 양팔을 하늘에 들어 올렸다.
그 팔이 내려간 순간, 수백만이 죽을 것을 민혁은 직감했다.
바로 그때.
[절대신 중 하나. 모든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절대신 중 하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절대신 중 하나. 물러서는 법을 몰랐던 신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절대신 중 하나.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누군가를 옳은 길로 인도하고, 누군가를 지켜주는 신이 당신을 노려봅니다!]여러 개의 눈들이 헬레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러나 헬레냐는 절대신들을 능가하는 자다.
그들의 위협 따위 그녀는 감흥도 없었다.
“모두 꺼지렴.”
하늘 위로 검은 기류가 폭주하듯 솟구쳐 하늘 전체를 감쌌다.
[절대신들의 시야가 차단됩니다.]절대신, 그리고 신들은 ‘계기’가 있지 않다면 지상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가장 위대한 신인 아테네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아테네조차도 직접적으로 무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그 힘을 빌려주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도와줄 뿐.
그러나 그렇다 한들 그들이 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 따위는 없다.
레벨이 낮은 인간들과 엘프, 다크엘프들 순서대로 짓눌러 터지기 시작했다.
민혁의 시선은, 땅에 처박혀 온몸의 뼈가 아스러지고 있는 아르곤에게 향했다.
‘아르곤…….’
아르곤은 오랜 시간을 자신과 함께했던 소중한 존재이다.
민혁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브로드나, 창신 밴. 천외제국의 소중한 인재들도 그 강력한 힘에 대항하지 못하고 땅에 처박혀 있었다.
지금 헬레냐의 마법을 막는 방법은, 시전자를 공격하여 성공하는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민혁.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자신이 인정한 유일한 기사를 바라봅니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말합니다.] [아이야.]그 온화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따라 민혁의 시선이 하늘 위로 향한다.
온통 검은 기류가 뒤덮여 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하늘.
아주 작은 틈으로, 빛이 들어와 민혁에게 비춘다.
마지막 말이 와닿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저, 모두가 죽고, 자신 또한 로그아웃되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건 없다.]그 말이 민혁의 가슴에 박혔다.
폭식 결여증에 걸렸을 때, 처음 몇 년은 지옥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을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언젠가 깨달았다.
이렇게 산다면, 결국 나는 죽음만을 기다리다, 죽게 된다.
그때부터 어떤 것이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모두가 불가능이라 할 때, 나는 모든 것을 하였고, 급기야 폭식 결여증에 호전되었다.
불가능.
그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거론해선 안 되는 일.
“맞습니다.”
민혁은 쓴웃음을 하늘에 지었다.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
헬레냐의 저항할 수 없는 자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바로 그때.
민혁의 시야에 온몸의 뼈가 아스러져 숨이 미약해져 가는 아르곤이 보였다.
아르곤은 잭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르곤의 시선이 민혁에게로 돌아갔다.
아르곤, 그가 입술을 떨며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엘프들을, 부탁…….’
그것이 희생의 징조임을 민혁은 알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다크엘프의 왕 잭이 한 발 더 빨랐다.
그가 생각했을 때, 지금 죽어야 할자는 아르곤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희생의 주문.] [엘프의 왕 또는 그와 동등한 힘을 가진 엘프만이 발동할 수 있는 희생의 주문이 발동됩니다!] [엘프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사대 대정령을 지상에 강림시킵니다!] [소환되는 대정령은 정령의 힘이 풍부하지 못한 곳에서는 온전한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집니다!] [대정령들이 누군가의 육체를 빌리려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육체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순수한 영혼이 깃들거나, 혹은 어떠한 탐욕도, 욕심도 없는 육체에 깃들기를 희망합니다!]하늘에 네 개의 속성이 떠오른다.
타오르는 불.
굳건한 땅.
내리치는 번개.
흩날리는 바람.
그 문양 중 두 개가 민혁을 선택해 빨려 들어왔다.
[바람의 대정령이 당신과의 동화를 시도합니다!] [불의 대정령이 당신과의 동화를 시도합니다!] [당신은 엘프들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인간입니다!] [바람의 대정령과의 동화가 성공합니다!] [불의 대정령과의 동화가 성공합니다!] [당신의 모든 스텟이…….] [당신의 모든 공격력이…….] [당신의 상태이상 저항력이…….] [당신의 모든 스킬이…….]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을 듣는다.
그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느꼈다.
시원한 바람이 민혁의 머리를 흩날리게 만든다.
곧 그 바람이 태풍처럼 거대하게 휘몰아치며 민혁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악-!
민혁의 망토와 머리카락이 거칠게 펄럭인다.
그의 왼쪽 눈동자가 붉은색이 된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푸른색이 된다.
민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정령들이 깃들어야 할 또 다른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힘을 빌려주세요.”
민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테네가 선택한 첫 번째 기사.
그녀가 민혁을 부른 것은 ‘일부’의 힘을 빌려주기 위함일 터.
그 부름에 아테네가 응답한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당신에게 깃든 ‘저항하는 자’의 힘을 몰아냅니다!] [2분 동안 당신은 그 어떠한 상태이상에도 저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리고 아테네는 민혁이 대정령들의 힘을 담으려는 자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는 브로드만큼 강했고, 창신 밴만큼 빨랐으며, 대악마 엘피스처럼 노련하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꼭두각시 인형 빌의 스킬 쿨타임 시간을 삭제시킵니다!]“소환 빌.”
여러 방향으로 뒤틀렸던 빌의 뼈마디가 맞춰진다.
이윽고 꼭두각시 인형 빌의 감겼던 두 눈이 떠졌다.
번쩍-
최강, 최악의 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