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10
밥만 먹고 레벨업 911화
배고픔.
민혁은 배고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고 있다.
너무 허기가 질 땐, 그 어떤 것이라도 목구멍 뒤로 넘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고 죽는다면 이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혁도 사람이었기에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뻔했다.
그런 그에게 초월자들이 나타났다.
‘앞으로 몇십 년, 어쩌면 몇백 년.’
추정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초월자들은 배고픔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민혁은 알았다.
자신이 노력한다면, 그들 또한 노력해 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콰자아아아악-!
콰자자아아아아악-!
콰자아아아아악-!
그랬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도 불굴의 의지로 곡괭이를 내려찍었다.
하루, 이틀, 삼 일, 나흘, 오 일, 십 일, 십이 일, 십삼 일, 십오 일.
고작, 자신의 십오 일의 노력으로 그들은 오랜 시간 배부를 수 있을 될 테니까.
콰자아아아아악-!
마침내 척박했던 땅의 흙은 기름져졌고.
콰자아아아아아아악-
흙을 비집고 작은 새싹이 피어났으며.
콰자아아아아악-!
완전한 결실을 맺었다.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의 척박한 땅이 비옥해집니다!] [그 어떤 씨앗도 자라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초월자들에게 진짜 ‘초월’이 무엇인지 각인시킵니다!] [당신이 각인시킨 초월은 ‘의지’와 ‘노력’입니다!]그 알림을 끝으로 민혁은 ‘해냈다’라는 지친 목소리와 함께 기절했다.
* * *
처음 그가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에 들어왔을 때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본 자는 넥이었다.
그런데, 민혁이라는 사내는 자신의 부정적이었던 생각과 다르게 강했다.
또한, 자신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죽을 대접해 줬다.
그리고 그가 한 시간가량 곡괭이질을 하며 깜짝 놀랐을 때, 넥은 그에게 포기하며 돌아가라 말했다.
그런데 민혁은 해내겠다고 했다.
해낼 테니 내가 노력한 만큼 당신도 날 위한 방어구를 제작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넥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도 그를 부정했고, 두 번째에도 포기를 언급했던 넥이다.
그러나 넥은 하루, 이틀, 삼 일, 나흘이 지나도록 계속 민혁을 바라봤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가 자격이 없다고 했다.’
또.
‘그에게 척박한 땅을 비옥한 땅으로 만들 수 없다 했다.’
그리고.
‘너를 지켜봤다.’
두 번째의 실수. 그리고 그 이후의 약속.
그것에서 넥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그를 바라보며 응원했다.
그가 걸음을 옮겨 새근새근 잠이 든 민혁을 바라보다 안아 들었다.
넥이 잠든 민혁을 바라봤다.
“약속하겠다. 네가 했던 노력만큼 나 또한 노력하겠다.”
넥은 최소한 자신이 했던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때, 민혁이 중얼거렸다.
“으음, 태산의 광물 된장찌개 맛있겠당…….”
“…….”
이건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 * *
초월자 벤더의 침대에서 깨어난 민혁.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벤더를 볼 수 있었다.
벤더가 말했다.
“약속대로, 루피소란 아이의 이야기를 해주도록 하마.”
[지도자의 아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치 않을 시 ‘거절’이라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수락한다.”
곧바로 그의 시야가 변화했다.
변화한 그의 시야로 마을이 보였다.
곧 루피소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 ‘벤더’의 목소리로 들려온다.
[처음 초월자의 마을에는 규칙이 없었지. 대부분 인간들의 땅에서 누구보다 콧대 높았던 자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을의 초월자 중 하나인 벨레인이라는 여인이 있었어.] [벨레인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어, 그녀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 그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거부했어.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 [그는 마을의 초월자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강했어, 그리고 그는 벨레인의 손을 들어주었고 벨레인과 함께 규칙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지.] [끊이지 않던 싸움이 잠잠해지기 시작했고 마을은 평화를 되찾았어. 혹시나 새로운 누군가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면 그 사내. 겔라임이 막았지.]매일 싸움만 하던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그 마을의 모습이 사라지며 평화로운 초월자의 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세상에 강림했지.]대마도사 헬레냐이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지상의 많은 인간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그를 제지하려는 신들조차도 죽였어. 온 세상은 위협받았고 우리의 지도자들은 그녀를 막을 방법에 대해 찾아 나섰지.] [그때, 무모한 한 초월자가 움직였어.]그의 이름은 벤더.
[바로 나였지, 겔라임이 마을의 질서를 만들고 시간이 흘러들어온 나는 전성기 시절의 겔라임마저 능가했지. 나는 초월자들, 그리고 인간, 신들을 위해 무모하고 멍청한 짓을 벌였어.]화면이 변화한다.
그 화면 속에서는 헬레냐가 가진 두 개의 광물을 가지고 도망치는 벤더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로 인해 헬레냐는 약해졌고 횡포 또한 잦아들었다. 그다음은 알다시피 우리는 태산의 광물을 봉인석에 넣었고 태양의 광물은 소금으로 만들었지. 그렇게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어.]이번에 보이는 화면.
그 화면에는 벨레인이 막 태어난 아이를 안아 들어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쓸어주며 미소 짓고 있는 겔라임도 있었다.
“초월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이예요.”
벨레인의 말에 겔라임이 웃었다.
“이 아이가 지도자를 이끄는 현명한 자가 될 거야. 이 아이의 이름도 생각해 뒀어.”
“뭔데요?”
“루피소.”
“……좋은 이름이네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러나.
[행복은 아주 잠깐이었어, 헬레냐가 광물을 훔쳐간 나를 쫓아 초월자의 마을에 나타났지.]화면이 변화했다.
두 개의 광물을 빼앗겼다고는 하나 초월자들조차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진 여인 헬레냐.
그리고 그녀와 대치한 겔라임, 벨레인. 그리고 초월자들.
[우리는 몇 날, 며칠을 싸웠어.]콰르르르르르르릉-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내리친다.
그 번개를 초월자들이 막아서며 반격한다.
그때, 헬레냐의 지팡이가 빛을 흩뿌리며 수백 개의 마법을 난사했다.
그러나 초월자들 역시 강했다.
거대한 방패를 들어 막아내고 창으로 헬레냐를 위협하고, 때론 강한 마법으로 그녀와 맞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진다’는 것을.]봉인되기 전의 헬레냐.
그녀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던 듯싶다.
[그녀는 말 그대로 재앙이었지, 나는 좌절했다. 내 어리석음이 불러온 결과를.]벤더의 목소리는 씁쓸했다.
그러나 벤더의 그 무모한 행동이 있었기에 인간들과 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이 결단을 내렸어.]헬레냐와 초월자들이 전투하는 모습.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죽어 나가는 초월자들.
화면이 변화한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겔라임과 벨레인.
그들이 서둘러 자신들의 아이가 있는 집으로 들어선다.
“응애! 응애! 응애!”
그 둘이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겔라임은 애써 웃어 보이며 아이에게 말했다.
“울지 말거라, 루피소.”
그리고 벨레인. 그녀는 루피소를 꽉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루피소…… 정말 미안해.”
루피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두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표정이었다.
벨레인이 눈물을 흘리며 루피소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루피소, 엄마가,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시간이 없어.”
벨레인이 떨리는 입술로 루피소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겔라임이 품속에서 태양의 소금이 담긴 유리병을 그의 목에 걸어줬다.
“헬레냐가 너를 찾을 수 없을 때. 시간이 멈춘 세상에 있는 너를 천사들이 안전한 곳에 데려다줄 거다. 루피소, 훌륭한 지도자가 되거라.”
겔라임이 슬픈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바로 두 사람의 주문과 함께 루피소가 담긴 바구니가 떠올랐다.
콰자아아악-
그리고 겔라임이 뚫은 천장을 넘어서 멀리멀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라지는 루피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오두막을 날려 버리며 두 사람을 휩쓸었다.
[두 초월자는 알고 있었어. 곧 자신들이 죽을 것이라는 걸.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인 루피소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지.]그리고.
“네놈들의 아이더냐? 저 아이를 찢어 죽이면 광물의 위치를 말할까?”
헬레냐는 잔인했다. 떠오르는 아이를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겔라임과 벨레인이 그녀를 붙잡았다.
“가거라, 루피소.”
계속된 전투 영상이 보인다.
그 영상은 헬레냐가 아이의 몸에 손대지 못하게 처절하게 싸우는 두 초월자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머리가 짓밟혀도 그들은 일어서 헬레냐의 발목을 잡았고, 팔들이 부러지거나, 온몸이 찢겨도 헬레냐로부터 아이를 지켜냈다.
[그때, 그들은 우리에게도 말했었다. 도망치라고.]벤더는 지도자들의 희생에 초월자들과 함께 도망쳤다.
그리고 루피소가 무사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두 초월자.
그들은 화염에 휩싸여 씁쓸하게 죽어갔다.
죽어가는 그들의 시선은 루피소가 사라진 곳에 향해 있었다.
그때 알림이 울려왔다.
[루피소 공작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셨습니다!] [돌발 퀘스트 : 루피소 공작의 비밀 완료.]화르르르르르르륵-!
영상 안에서 3인칭 시점으로 나타났던 민혁이었다.
그의 품속에서 ‘그가 쫓던 무언가’ 즉, 낡은 책으로 된 그것이 스스로 빠져나와 불타올랐다.
그리고 온통 새하얗기만 한 세상이 민혁의 시야를 뒤덮었다.
그곳에 새하얀 천옷을 입은 루피소가 민혁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루피소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했다.’
그러나 영상 속에서의 그의 부모는 처절했다.
루피소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웠고, 그를 지켜냈음을 확인했을 때, 죽음에 이르렀다.
그들은 루피소를 사랑했다.
그리고 루피소, 그는 이미 죽은 자에 불과하다.
민혁에 대한 원망도, 미련도 없다.
그저 작은 웃음을 지은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가 몸을 돌려 걸어가는 곳.
그를 바라보며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어머니 벨레인이 있었다.
또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서 오라며 흔드는 아버지 겔라임이 있었다.
루피소가 그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달려간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이 신의 목소리를 발동한다.
[가장 찬란했던 별이, 하늘의 품으로 돌아갔다.]민혁도 루피소에 대한 원망도 미련도 없는바.
부모들의 곁에 도달한 루피소.
그가 민혁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그리고 빛에 휩싸여 서서히 사라져갔다.
[루피소 공작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의 제한이 사라집니다!] [당신이 지정한 자에 한하여,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를 해체, 조립할 수 있게 됩니다.]두 개의 뛰어난 재료가 준비되었다.
해체와 조립이 가능한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