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58
밥만 먹고 레벨업 959화
브로드는 민혁이 이방인들로 구축된 자들을 이끌고 베이오든 요새로 출발한 이후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민혁은 가신들에게 명령했다.
“나의 명을 어기고 베이오든 요새로 와선 안 될 것이다. 이는 황명이며, 이를 어긴 자는 나를 무시한 것과 같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강경하게 말했다. 그것이 그들을 위함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천외제국의 무수히 많은 NPC들은 그를 수긍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NPC들이 브로드처럼 불안감에 빠져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리라.
불안한 마음에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헤이즈와 담소라도 나누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브로드.
그는 그녀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큰일이에요. 헬레냐의 조각들은 실제로 그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에요. 그의 제자 아름브의 것들이죠.”
헬레냐의 것인 줄 알았던 조각이 실제로는 다른 이의 것이었다.
이는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렇다는 건 아름브는 헬레냐와 다르게 깨어 있다는 건가?”
헤이즈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얼마 전 베이오든 요새에서 발견된 발자국의 정체가 그일 수도 있습니다.”
브로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헤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브로드 경.”
헤이즈는 강경했다.
“지금, 폐하의 명을 어기시겠다는 겁니까?”
황제와 신하 사이의 유대감.
서로가 믿고 아끼고 존중하는 것.
그리고 이 중에는 황제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진짜 신하라면, 그의 명령에 불복해서는 아니 된다.
또한 민혁이 우려했던 것이 있다.
“폐하께서 어째서 그런 명령을 내리고 가신지 알잖아요. 폐하를 비롯한 그곳의 분들은 죽어도 되살아나는 불사의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헤이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는 아니에요. 일이 잘못되면 죽는단 말입니다.”
헤이즈는 그를 말리면서도 누구보다 걱정되었다.
가지 말라 말하지만,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리고 있었다.
죽어도 살아난다.
이렇게만 들으면 괜한 걱정이다 싶을 것이다.
그러나 민혁과 관련된 NPC들은 그가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안도하지 않는다.
그가 죽음으로써 받을 정신적 고통, 상실감 등이 그들을 가슴 아프게 할 것이다.
브로드가 말했다.
“헤이즈 양, 오늘 처음으로 폐하의 명을 어길까 하네.”
“…….”
브로드는 바보 같은 자였다.
자신의 죽음보다 민혁의 작은 상처가 더 가슴 아픈 자다.
또 자신이 사는 유일한 이유가 민혁이기도 했다.
브로드는 어쩌면 이번엔 민혁에게 정말 큰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괜찮다. 그가 밖으로 나설 때, 헤이즈가 말했다.
“꼭 살아 돌아오세요.”
브로드는 작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 * *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아름브의 파편들.
레벨 660 정도에 이르는 놈들은 방어력이 1.5배 상승했으며 민첩은 2배로 증가했다.
어지간한 랭커들, 아니, 아테네에서 내로라하는 자들도 상대하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그들을 죽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아테네 정점에 선 최고의 NPC.
한때 폐위된 비운의 황제였으며, 또 한땐 모든 용병들을 이끌던 자였으며, 또 한때는 한 여왕의 호위기사였다.
그리고 지금의 그는 한 황제만을 위해 살아가는 자가 되었다.
“죽음의 늑대.”
미친 듯이 안으로 돌진하는 수백 마리의 파편들.
그 수백 마리의 파편들이 그의 미쳐 날뛰는 듯한 늑대와 같은 검기와 직격한 순간 갈가리 찢겨 나갔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랭커들도 생채기를 겨우겨우 낼 수 있는 수준이었고 신의 검들조차도 대적하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그런 그들의 찢겨 나간 덩어리들이 후두두둑,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혈혈단신.
입구를 혼자 막아서고 자신 자체가 문이 되기로 한 그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파편들을 홀로 베어내고 있었다.
압도적인 강함에 그 자리의 많은 이들이 말문을 잃는다.
그리고 신의 검들.
신의 검들은 요근래 들려온 소문을 알고 있다.
천외제국의 가신 중 한 명인 브로드가 한때 네르바와 겨뤘던 황제라고.
그리고 네르바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그를 밀어내고 황제가 되었다고.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신의 검들은 감탄했다.
‘미쳤군…….’
‘저게 사람인가?’
‘말도 안 된다…….’
설령 루피소 공작이 살아 있었다 할지라도 저 남자를 상대로 승리를 점칠 수 있었을까?
그 정도로 브로드가 보여주는 무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파편들이 들어갈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민혁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브로드!!!”
물론 고맙다. 그리고 브로드의 마음을 민혁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또한 브로드를 보며 걱정했다.
그는 때론 무모한 것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자였으니까.
어쩌면 그가 올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와주어 기쁘면서도 화가 났다.
“폐하, 죄송합니다. 돌아가면 그 죗값, 달게 받겠습니다.”
브로드는 자신이 해선 안 될 짓을 하였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랬기에 그가 어떤 벌을 내리든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민혁은 여기서 더 화를 낸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와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것이 사실이다.
브로드가 입구를 막고 파편들을 쳐낸다.
유저들과 신의 검들이 어느덧 입구에 몰려든 수천 마리의 파편들을 보며 달려들었다.
그러다 경악했다.
‘데미지가 안 들어가…….’
‘도대체 이게…….’
하이랭커들은 브로드를 보며 말문을 잃었다.
평소 자신들과 웃고 떠들며 뒷짐을 지고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들을 이끌던 그다.
그런 그가 단 몇 수만에 파편들을 갈라내고 있는 반면, 자신들은 놈들에게 조금의 피해량도 입히기 힘들었다.
이는 신의 검들 역시 비슷했다.
유저들보다 낫기는 하였으나 파편 하나를 베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브로드는 혼자서 입구를 막고 수천 마리의 파편들을 상대하고 있는 상태.
그들이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할 때였다.
[파편의 주인 아름브가 공격명령을 내립니다!] [파편의 주인 아름브의 마법이 발동됩니다!]모두가 경계했다.
바로 그 순간, 하늘 위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붉은빛의 창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
헬레냐의 유일했던 제자, 아름브.
그가 이곳 어딘가에 있다.
“발렌티노오오오!!!”
민혁이 외치자 발렌티노가 내달렸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곳. 하늘이 아니었다. 그가 브로드를 지나쳐 요새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곳의 유저들은 레벨업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강제 로그아웃되지 아니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저 파편들이 헬레냐에게 흡수되지 못하게 막아내는 것이다.
발렌티노는 더 최선의 것을 위해 움직인다.
그가 요새 안으로 들어가 잠든 헬레냐의 앞으로 거대한 사각방패를 내리꽂는다.
발렌티노는 신이 되고 얼마 후 방패의 신으로부터 특별한 아티팩트를 하사받았다.
그것이 바로, 지금 그가 쥔 ‘수호자의 방패’.
이 수호자의 방패는 가장 위대했던 방패의 신 벤티노의 것이다.
네르바의 명을 어기면서도 다른 후예들을 지키는 것을 택한 발렌티노에게 방패의 신이 준 선물.
“방패요새!”
그리고 이 방패에는 특별한 스킬도 있었다.
빛나는 사각방패가 길어지며 둥그런 원이 된다.
발렌티노가 투명 유리벽 안의 헬레냐를 막아서는 포지션이 되었다.
그 방패가 완전히 닫히기 전, 민혁과 발렌티노의 시선이 마주쳤다.
“…….”
민혁이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애초에 민혁이 그에게 바랐던 것도 이것인바.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수천 개의 디스가 유저들 사이로 떨어진다.
“디스펠! 디스펠! 디스펠! 디스…… 크흑!”
디스들을 소멸시키던 알리의 심장을 파편의 팔이 관통한다.
“쿨럭!”
알리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떨리는 입으로 말한다.
“디스…… 펠……!”
곧바로 하늘에서 떨어진 디스 하나가 알리를 강제 로그아웃시키려 했다.
하지만, 민혁이 한 발 더 빨랐다.
서둘러 내달린 그가 알리의 목깃을 잡아채 요새 안쪽으로 던졌다.
가까스로 알리를 구해낸 민혁이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힘겨운 전투를 벌이던 데스가 데스나이트들과 함께 파편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미 데스는 HP량과 MP량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또한 데스나이트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괜찮다. 데스나이트들은 완전히 부서져도 시간이 지나면 재소환 가능하니까.
“폭발.”
내달리는 데스와 데스나이트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파편들을 집어삼켰다.
[데스가 강제 로그아웃 당하였습니다.]하늘에서 떨어지는 디스, 파편들의 공격에 유저들의 숫자가 순식간에 2/3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본 민혁은 희망을 보았다.
수천 마리의 파편들 중, 1/4가량을 브로드 혼자서 죽여냈다.
그를 곁에 두고 있는 민혁조차도 경악스럽다.
그리고 어느덧, 살아남은 유저들이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고 있었다.
신의 검들은 이미 뒤로 몸을 빼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바.
브로드의 앞쪽에 밀집된 놈들을 향해 민혁이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스킬을 발동한다.
“필멸.”
[필멸.] [모든 스텟 –15%가 감소합니다!] [레벨 1이 다운됩니다.] [HP 총량 및 MP 총량이 1% 영구적으로 소멸합니다!]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에 타오르는 천 자루의 검.
그 검 하나가 땅에 꽂히는 순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킨다.
화염에 휩싸인 검들이 파편들을 끊임없이 집어삼킨다.
민혁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아끼고 아꼈던 힘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들이 끊임없이 파편을 집어삼킨다.
녹아내린다. 이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치지 않았다. 민혁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천 자루의…….”
곧바로 스킬을 발동하려던 때였다.
[디스펠.]붉은빛이 하늘 위에서 번져나간다. 놀랍게도 그 붉은빛은 민혁이 발동한 필멸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
심지어 민혁이 발동하려고 했던 천 자루의 검마저도 상쇄되어 사라졌다.
여전히 득시글거리는 파편들이 3천여 마리 넘게 남아 있다.
심지어 그 파편들이 다시 유저들을 공격하며 빠른 속도로 그들을 줄여나가고 있다.
민혁은 다급해졌다.
‘결국 폭탄을 써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민혁은 굳건히 입구를 지키고 있는 브로드를 볼 수 있었다.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였으나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다.
민혁이 서둘러 브로드의 옆에 섰다.
그 옆에 선 민혁이 ‘쌍검술’을 발동한다.
또 그 옆자리로, 알렉산더가 함께 선다.
현재 천외제국의 대부분의 이들이 강제 로그아웃 당한바.
고작해야 유저 두 명과 NPC 한 명이 입구를 막아선 모양새다.
“해내자.”
“그래.”
“물론입니다. 폐하.”
고작 세 사람. 세 사람이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파편들을 향해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른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모습을 보며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름을 느꼈고, 해설자들은 감탄했다.
[미쳤습니다.] [고작 세 명이서 3천이 넘는 파편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름브의 마법들이 세 사람을 향해 날아가고 있군요.] [민혁이 휘핑기를 꺼내어 서둘러 일부를 캔슬 시킵니다.] [알렉산더도 마법들을 갈라내고 있습니다.] [브로드 역시 마법들을 검으로 상쇄시키며 파편들을 막아내고 있습니다.]시청자들의 손에 땀이 흥건해진다.
마법은 가장 강한 브로드를 교묘하게 집중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단 한 마리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한 사내가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내를 보며 해설자들이 흥분했다.
[블라드 공작. 그 또한 저들과 합류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블라드 공작은 브로드와 견주는 실력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블라드 공작이 함께, 저 앞을 방어한다면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아름브가 있다 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블라드 공작의 패기를 보십시오. 신의 검들은 방해만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홀로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대루브앙 제국의 공작이 함께한다.
시청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브로드의 옆에 서는가 싶던 블라드 공작.
그가 힘껏 베어냈다.
콰자아아아아악-!
“쿨럭…….”
그가 베어낸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브로드였다.
브로드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