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57
밥만 먹고 레벨업 958화
민혁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군의 피해도 많았으나 조각들의 피해가 훨씬 뚜렷했다.
이번 폭발에 휩쓸린 조각들 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어 움직임이 매우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이제 루브앙 제국과 천외제국의 조각사냥 차이가 이제 100마리도 채 나지 않았다.
민혁이 진정한 군신의 자리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고, 더불어 천외제국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요새의 벽 위에 있던 천외제국 이들이 스킬의 제한이 풀리자 곧바로 난사하려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푸, 푸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푹-!
먼 곳에서 날아온 화살들이 조각들을 꿰뚫었다.
또한 검기의 폭격들이 조각들을 제거해냈다.
민혁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말 위에 올라 이곳으로 내달리는 신의 검들과 네르바와 블라드 공작이 있었다.
“……무슨!”
천외제국 유저들이 당황했다. 대부분의 신의 검들은 천외제국 유저들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조각들의 HP량을 천외제국이 큰 폭으로 깎아놓은 상황이었으며, 루브앙과 천외제국은 전쟁 중인 국가이기도 했다.
“모두 공격을 멈추지 마.”
민혁은 좁혀놓은 조각사냥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천외제국 유저들도 그를 인지하고 서둘러 스킬들을 사용하여 조각들을 공격했다.
민혁이 요새와의 거리를 좁혀 오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네르바와 블라드 공작이 앞으로 나섰다.
네르바는 마치 술에 취한 듯 반쯤 풀린 눈으로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대신해 블라드 공작이 말했다.
“비록 루브앙과 천외제국은 전쟁 중인 국가이나 지금의 사태가 그를 따질 때는 아니라 판단되어 왔소.”
블라드 공작은 영악한 자였다.
네르바의 말처럼, 미래를 위해 싸우는 천외제국을 지금 공격하면 루브앙 제국이 어떤 타격을 입게 될지 알았다.
때문에 천외제국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네르바가 황제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
“비열한 새끼들.”
민혁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음을 알았다.
지금 루브앙 제국과 싸우려 해도 싸울 수 있는 병력이 없다.
사실 조각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물론 그들로 인해 조각들 사냥이 훨씬 수월해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루브앙 제국은 천외제국과 전쟁 중이기에, 언제든 자신들을 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었다.
“비열이라? 미래를 위한 일인데 비열하단 말은 좀 그렇군.”
블라드 공작이 콧방귀를 끼었다. 민혁이 쯧 혀를 찼다.
“남이 힘겹게 사냥해 놓은 것을 빼앗는 것밖에 할 줄 모르다니. 만약 진짜 미래가 걱정된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해 군사들을 배치시켰겠지. 대륙을 이끄는 대루브앙 제국이 이런 비열한 짓을 했으니, 비열하다 하는 거요. 이 모든 것은 네르바 황제가 황위에 오르게 하기 위함도 있으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루브앙 제국은…….”
“변명은 그만 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평소 무표정하던 블라드 공작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진다.
술에 취한 듯 보이나 맨정신인 네르바는 의아했다.
‘천외제국 황제는 대놓고 앞에서 누군가를 비난할 자가 아니다. 또 지금과 같이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일 자도 아니다.’
그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지속된다.
그러던 때.
“여기까지.”
민혁이 갑자기 말을 뚝 끊었다.
“그럼 최선을 다해 조각들을 사냥해주시길 바라오. 우리와 협. 력. 하. 여.”
블라드 공작은 숨을 한 번 뱉어냈다.
말로만 듣던 천외제국 황제의 이미지와 달랐다.
말끝마다 다혈질적이고 화를 다스리지 못함이 느껴졌다.
블라드 공작은 이제 신의 검 기사단에게 진격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런데.
“…….”
블라드 공작이 말문을 잃었다.
고작 그 몇 분 사이, 조각들의 숫자가 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민혁은 이러한 알림을 들었다.
[루브앙 제국이 2,109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 [천외제국이 2,215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블라드 공작이 그제야 민혁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황제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신의 검 기사단이 민혁을 지나쳐 조각을 사냥하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반대로 천외제국은 이미 놈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바.
심지어 폭탄의 여파로 전투가 힘들어진 조각들을 집중 공략하였다.
즉, 민혁은 천외제국이 조각들을 사냥할 시간을 번 것이다.
“이런 비열…….”
블라드 공작이 차마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조각사냥이다는 식으로 말해대던 블라드였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지금 ‘비열’하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임을 안 것이다.
“…….”
블라드 공작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반대로 민혁은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 피식하는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신의 검들, 뭣들 하는가. 서둘러라!”
블라드 공작의 말에 신의 검들이 달려갔다.
“감히 일개 제국 황제 따위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
누가 보아도 기분이 상한 것이 보이는 표정이다.
‘그러나 계획은 틀어지지 않는다.’
블라드 공작은 신의 검들이 조각사냥에 난입하자 다시 빠르게 격차가 좁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네르바도 군신에 앉힐 것이다.
그리고.
‘스승님도 완전한 강림을 하실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블라드 공작. 그의 진짜 이름은 아름브다.
오랜 시간 잊혀왔던 헬레냐의 유일한 제자.
몇 년 전, 그는 블라드 공작의 몸을 빼앗고 숨죽여 기다려 왔다.
그는 네르바가 군신의 자리를 계승하면 그를 등 뒤에서 꼭두각시처럼 부릴 생각이다.
지금도 술독에 빠져 과거에 연연했던 무능한 황제에 불과한 자다.
군신이 된 그를 조종하게 되면 신들의 땅과 인간계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온 세상이 헬레냐에게 무릎 꿇을 것이다.
조각들? 지금 많은 놈들이 죽었다.
헬레냐의 강림에 차질이 생겼다?
아니, 애초에 블라드 공작은 이러한 일도 대비한 바 있다.
이제 곧, 진짜가 시작된다.
서둘러 조각들을 사냥하기 위해 달려가는 블라드 공작.
그런 그의 뒷모습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바로 네르바였다.
* * *
[루브앙 제국이 2,433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 [천외제국이 2,449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신의 검들. 특히나 제1 기사단과 블라드 공작의 활약은 놀라웠다.
단숨에 벌여놓은 격차를 좁히고 들어왔다.
민혁은 요새 앞의 조각들을 살폈다.
‘끝나간다.’
이제 고작 300 남짓이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이제 헬레냐는 완전한 강림을 하지 못할 터.
남은 것은 ‘누가 군신에 오르느냐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미친 듯이 조각들을 사냥하고 있던 때였다.
[헬레냐의 제자 아름브가 등장합니다!] [아름브는 ‘자신의 파편’들을 이용해 헬레냐의 완전한 강림을 시도했습니다!] [아름브가 껍데기를 잃은 파편들의 진짜 힘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
“…….”
“…….”
잠깐 모두가 멈춰섰다.
진짜 조각.
그리고 파편, 이해할 수 없는 소리들이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거대한 이명이 주변을 집어삼킨다.
‘뭐야……?’
진짜 조각은 뭐란 말인가?
우리가 이제까지 상대했던 것은 고작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인가?
민혁의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그가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붉은색 보석들.
사람을 죽이면서 갈수록 커져갔던 보석이자, 조각들을 죽일 때마다 떨어진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꿈틀거린 그 조각들이 몸을 일으킨다.
사람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용암에 피부가 모두 녹아내려, 핏기를 보이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다.
또한 눈은 흰자 없이, 검기만 하여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
신의 검 한 명이 일어서는 그놈을 베어낸다.
콰자아아아악-
그런데 베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쓰러지지 아니했다.
[아름브의 파편 Lv 676.]“…….”
그 레벨을 본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조각들이 죽었던 자리. 그 자리에서 새로운 놈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찰나였다.
[헬레냐가 그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름브의 파편의 방어력이 1.5배로 상승합니다.] [아름브의 파편의 민첩이 2배로 상승합니다.]“크햐아아아아악!”
“크하아차아아악!”
“키케케케케케케케!”
“이히히히히히히!”
“캬하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포효하는 놈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유저와 신의 검들.
그들이 놈들을 제압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한데, 검을 휘두른 신의 검이 높은 방어력을 가진 피부를 베지 못하고 오히려 목이 잡혀 바닥에 처박혔다.
도끼로 놈을 찍어버린 로크가 그들의 주먹에 맞고 뒤로 날아갔다.
아스갈이 대검으로 놈들을 베어보지만, 곧 칼날 같은 놈들의 팔이 아스갈을 베어냈다.
그리고 일제히.
“키햐하하하하하!”
“크햐햐햐햐햐햐햐!”
“이히히히히히히히!”
달렸다. 민혁의 숨이 거칠어진다.
콰자아아아아악-
단숨에 요새의 문에 도달한 조각 하나가 팔로 문을 꿰뚫었다.
그러나 천외제국이 미리 준비한, 가짜 문 뒤의 철갑문이 내려섰다.
쿠우우우우웅-!
하지만 철갑문도 종잇장과 같았다.
그들의 주먹질과 들이받음에 찌그러지고 찢기며, 순식간에 무너진다.
“멈춰…….”
유저들의 평균 레벨 610. 신의 검들의 평균 레벨 660.
이 병력으로 쏟아지는 4천 마리의 파편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민혁이 바라본다.
투명한 유리벽 안에 잠든 헬레냐를 향해 수십 마리가 안쪽에서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곧 한 놈이 즐거운 포효를 터뜨리며 양팔을 벌리고 달린다.
그것은 어미를 만나 반가워 웃는 아이 같았다.
“키헤헤헤헤헤헤헤헤!”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민혁의 다리에 힘이 풀린다.
모두가 생각했다.
‘끝났다.’
그때, 누군가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너무도 빠른 속도였다.
레벨 300의 유저는 레벨 400대의 NPC 한 명을 열 명이 모여도 이길 수 없다.
또 레벨 300의 유저는 레벨 500의 NPC를 수백 명이 모여도 이길 수 없다.
이것이 강함의 차이.
미친 듯이 양팔을 벌리고 내달리며 웃던 조각.
“이헤헤헤헤헤헤헤!”
그의 머리통을 누군가의 검이 잘라냈다.
콰자아아아악-!
데구르르르-
바닥을 구르는 머리를 보는 사내, 그가 헬레냐의 투명벽을 향해 사방팔방에서 내달리는 놈들을 바라보며 움직인다.
한 놈, 두 놈, 세 놈, 네 놈.
아홉, 열, 열다섯, 스물, 마흔.
한 자루의 검. 그가 움직일 때마다 놈들의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이윽고, 바깥에 있던 놈들 수백 마리가 안쪽으로 몰려들 때. 그가 읊조린다.
“용병극강검술 최종장.”
유저의 지존이 있다면 민혁이다.
그리고 NPC의 지존을 뽑으라면 모든 사람들은 이리 말할 것이다.
“죽음의 늑대.”
브로드라고.
수백 마리의 늑대가 파편을 갈가리 찢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