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63
밥만 먹고 레벨업 964화
쿠르르르르르르-!
베이오든 요새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저 정도 폭발력이라면 온전한 힘을 갖춘 헬레냐조차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으리라.
비쇼르의 폭탄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여파가 베이오든 요새를 넘어오지 않는다는 거다.
그는 폭발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시켰고, 대신 더 강한 폭탄을 만들어냈다.
“폐하……?”
한 신의 검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다.
“폐하아아아아!”
또 다른 신의 검들이 무너지는 요새를 보며 울음을 토해냈다.
민혁도 무너지는 베이오든 요새를 보며 놀랐다.
‘설마 네르바가 스스로를 희생할 줄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알림이 그것이 사실임을 인지시킨다.
[아름브를 죽이셨습니다.] [129,965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단일 대상 경험치 상승물약 효과가 적용됩니다!] [경험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경험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들려오는 알림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럴 만하지.’
사실상 아름브는 이번 헬레냐의 조각 사냥의 주역이었다.
심지어 레벨도 800레벨대의 엄청난 고레벨 NPC다.
그런 아름브에게 경험치 50배가 적용된 것이다.
잠시 조용하던 민혁의 알림창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경험치를 추정합니다!]추정이란 말은 예상한다는 말에 불과하다.
[시스템이 추정하는 경험치는 80억 경험치 이상입니다!] [칭호 한 번에 비상하는 자를 획득합니다.] [칭호 한 번에 비상하는 자의 특수효과가 적용되어 다시 한번 경험치를 측정하려 합니다.] [경험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반복적인 시스템 알림에 민혁은 새로이 얻은 칭호를 빠르게 확인했다.
(한번에 비상하는 자)
유일칭호
칭호효과:
⦁경험치 획득률 15% 상승.
⦁보스급 몬스터 사냥 시 경험치 획득률 20% 상승.⦁한 번에 비상하는 자를 달성케 한 경험치량에서 추가 30% 상승이며 단 1회에 한함.
굉장히 좋은 칭호였다.
특히나 650레벨을 노리는 민혁에게 1회에만 적용되는 30% 추가 상승 특혜는 매우 달콤한 것이었다.
민혁은 시스템에게 물었다.
‘그래서 몇 업인데?’
[시스템이 경험치 측정을 포기하고 레벨업 개수로 적용시킵니다!] [총 10번 레벨업 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 [레벨…….] [레벨…….] [축하합니다. 650레벨을 최초로 달성하신 유저가 되셨습니다!] [레벨…….] [레벨…….]끊임없이 들려오는 알림에 민혁이 경악했다.
민혁의 레벨대에서 한 번에 10레벨업이라니?
심지어 650레벨의 문턱에 이르면 레벨업 시 필요 경험치량이 1.5배 이상 대폭 상승하는 민혁이다.
최소 반년 이상은 경험치를 쌓아야만 올릴 수 있는 쾌거였다.
끊임없이 추가 알림이 들려온다.
[마검사 아름브의 심장을 획득합니다.] [아름브가 집필한 검술과 마법에 대해서를 획득합니다.] [봉인된 폭풍의 광물을 획득합니다.] [9클래스 마법 성장서를 획득합니다.] [헬레냐의 조각 증표 8,519개를 획득합니다.]쉽게 생각하면, 아름브는 헬레냐의 조각들의 왕인 자다.
그 때문에 기존 조각을 사냥하면 5~6개를 얻던 조각을 엄청나게 획득했다.
또한 획득한 모든 것들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심지어 폭풍의 광물까지.’
민혁은 봉인된 폭풍의 광물이 태양의 광물, 태산의 광물과 같이 헬레냐를 강인하게 해주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민혁은 초월자의 분쇄기를 이용하여 이 폭풍의 광물을 조미료로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알림이 들려온다.
그러나 민혁은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웃으며 사라진 네르바를 바라보던 모습 그대로, 주저앉아 있던 브로드.
그의 눈에 핏기가 솟아올랐다. 그의 눈이 붉게 물든다.
“네르바, 네 이노오오오오옴!!!”
자신을 위해 희생하여 준다고 해서 자신이 기뻐할 것 같은가?
그의 지난날의 잘못을 사하여줄 것 같은가?
아니다. 지금 브로드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지금 네르바의 행동은 회피밖에 되지 않았다.
지옥까지 쫓아가서라도 그 죄를 응징해 주리라, 브로드가 치아를 빠득빠득 갈며 되새기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의 한쪽 뺨을 타고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과거 순수했던 친구 네르바를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일 것이다.
민혁은 브로드의 상실감을 이해했다.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으니까.’
그런데 그때, 조금 늦은 알림이 들려왔다.
[발렌티노가 전사하였습니다.]안에 있던 그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곧,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알리도 있었는데……?’
그의 로그아웃 알림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곧바로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발렌티노가 루브앙 제국 황제인 네르바와의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가 계약을 위해 제시한 조건은 네르바를 대신한 희생입니다!]“……!?”
알림을 들은 민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 의미는 요새 안에서 발렌티노와 네르바 간의 계약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때 뒤쪽에서 네르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같은 놈 때문에 흘리기엔 너무 아까운 눈물이다.”
“…….”
브로드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알리와 함께 워프되어 나타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네르바가 있었다.
브로드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네르바에게 내달렸다.
“어딜 감히!”
“접근하지 마라!”
“물러나라.”
신의 검들이 서둘러 그를 호위하려 했으나 그들을 제지한 것은 네르바였다.
그대로 브로드가 네르바의 얼굴을 후려쳤다.
콰자아아악-!
브로드가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바닥에 쓰러진 네르바를 미친 듯이 두들겨 팼다.
퍽, 퍼퍼퍼퍽, 퍼퍼퍼퍼퍽-!
네르바의 입에서 피가 튀어 오른다.
“네놈은 꼭 그 죗값을 받고 죽어야만 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주먹질.
신의 검들은 이대로 두었다간 자신들의 황제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머, 멈춰라!”
“이놈!”
하나 신의 검들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또 네르바의 명이 있었기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때.
덥석-
“멈춰라, 명령이다.”
민혁의 손이 브로드의 어깨 위에 얹어졌다. 그러자 네르바를 미친 듯이 두들겨 대던 브로드의 손이 멈췄다.
들린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으나 민혁의 목소리에 그는 이성을 되찾았다.
물론, 민혁도 네르바를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브로드가 네르바를 죽인다면 이제 전면전이 펼쳐진다.
지금의 천외제국은 네르바가 없어도 루브앙 제국을 감당할 수 없다.
또 신의 검들은 경악했다.
‘어찌 말 한마디로 저리 흥분한 사람을…….’
브로드가 민혁에게 가지는 충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쿨럭, 그 죗값, 받길 기다리고 있겠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네르바가 흐릿하게 웃음 지었다.
브로드가 몸을 일으키자 신의 검들이 서둘러 네르바를 부축했다.
민혁이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자들이 죽었지만, 해냈다.’
결국 그들은 단 한 마리의 조각도 헬레냐의 품에 가지 못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아 있다.
누가 진짜 군신의 힘을 계승 받느냐다.
민혁은 곧,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직업 승계 퀘스트: 헬레냐의 조각사냥 실패.]곧 떠오른 알림을 보며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파편은 사냥 숫자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름브가 블라드의 껍데기 모습일 때, 그는 신의 검들과 함께 천외제국의 몹들을 스틸한 바 있다.
허무함이 밀려온다.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 간의 조각 사냥 숫자 차이는 고작해야 다섯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진짜 군신이 될 네르바. 그 제국을 자신이 이길 수 있긴 한 건가?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가장 큰 것을 잃은 민혁.
그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군신의 후예 자격으로 계승식장으로 워프됩니다.]네르바와 민혁이 함께 워프됐다.
* * *
새로운 군신이 탄생하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일 것이다.
수천 명의 신.
그들이 잘 훈련된 기사들처럼 서 있다.
그들은 군신을 의미하는 검이 그려진 은빛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또 그 뒤로는 수백만 천군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새로운 군신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 앞에 가장 위대한 신인 군신이 있다.
그의 앞으로 두 명의 사내가 걸어온다.
좌측에서 걸어가는 자. 루브앙 제국의 네르바다.
우측에서 걸어가는 자. 천외제국의 민혁이었다.
군신은 엉망진창인 그들을 바라봤다.
특히나 네르바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투성이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군신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결국, 네르바가 내 후예인가.’
어떤 방식이었든, 승부는 이미 났다.
화아아아아아악-!
엉망진창인 두 사람 중, 네르바에게만 환한 빛이 내려선다.
그의 사라졌던 왼팔이 빛과 함께 나타났고 피가 가득했던 얼굴은 깨끗해졌다. 또 찌그러지고 군데군데 그을린 갑옷 또한 멀쩡해졌다.
반대로 민혁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알았다.
차세대 군신은 결국 네르바다.
군신이 그의 앞으로 한 걸음을 뗀다. 그의 손에 은빛 왕관이 쥐어져 있다. 그것을 네르바의 머리 위에 씌어주기 위함이다.
그때, 네르바가 민혁을 바라봤다.
‘어쩌면 이렇게 되기 위함이었는가?’
네르바는 씁쓸하면서도 후련했다.
자신은 군신이 되고 싶어서 브로드를 배신했고 그의 기사단을 죽였다.
그에 브로드는 군신이 되지 못했고 자신은 군신의 검 자리까지 계승 받았다.
그리고 현재의 브로드는 민혁을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이라 말하며, 자신이 황제가 된 것보다 민혁이란 황제를 섬기게 된 것을 더 기쁘게 여긴다.
‘지금 너에게 지난날을 돌이키겠냐고 묻는다면 너는 아니라 할 것이다.’
네르바가 그를 배신하지 아니하고 브로드가 황제가 되었다면, 그는 민혁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운명,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짜깁기를 운명이라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순간, 네르바는 자신의 선택지를 알았다.
“군신이시여.”
“…….”
군신이 그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나 네르바 세피로스는 오늘로,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
“……!”
군신과 민혁. 두 사람 모두 놀랐다.
물론 네르바는 발렌티노와 이미 계약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만약 계약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는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이것은 그가 짜깁기로 만든 운명.
브로드와 네르바라는 자의 이야기가 결국 종점에 도달한다.
“또한 나 네르바는 부도덕한 방법으로 브로드의 신하들을 독살하였습니다.”
웅성웅성-
신들의 웅성거림이 거대해진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모든 것이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군신은 네르바를 보며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그저 네르바가 보이는 그 뜻을 존중했다.
화아아아아아악-!
네르바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왼팔이 잘려 나가고 얼굴이 피에 얼룩졌으며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
반대로 민혁의 몸이 환한 빛으로 둘러싸이며 그의 모든 상처가 치료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네르바는 후회 없이 몸을 돌렸다.
뚜벅뚜벅뚜벅-
왼팔을 오른팔로 감싸 쥔 네르바가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간다.
신들이 그를 혐오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네르바는 결국 도달한 ‘정답’에 아주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네르바는 이방인들이 루브앙 제국과 자신이 등장하고 했던 말을 알고 있다.
그 말을 곱씹어본다.
걸음을 멈춘 그가 민혁을 보며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3의 아테네는 그대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