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66
밥만 먹고 레벨업 967화
민혁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코루를 촬영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황제의 일상 브이로그였기에 평소처럼 길을 걷다 코루를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코루가 손을 얹은 대상의 반짝반짝한 머리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자라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머리부장 님이 5,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탈모약플리즈 님이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엘라스띤 했어요 님이 2,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샴푸 한방울 님이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18대째머머리 님이 30,000을 후원하셨습니다.]알림창이 마비될 듯, 쉴 새 없이 후원 알림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코루는 평범한(?) 능력을 보유한 자이지만 세간에서 굉장한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자들의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
댓글창도 난리가 났다.
[모, 모여든다……!] [전 세계 탈모인들이 모여들고 있어!] [여러분, 이거 진짜인데요. 저 남자분의 반질반질한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순간,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환호했습니다. 찬양해…… 캇탈모르…….] [크흑, 저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고요!] [대머리 만세!] [탈모르 파티!] [띠띠띠! 띠띠띠, 띠띠!] [머머리들아,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자!] [머머리장군 님이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머머리기사 님이 4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머머리 병사 님이 40,000을 후원하셨습니다.]시청자들의 단합은 놀라웠다. 순식간에 닉네임도 짜 맞춰 탈모르를 도배했다.
바로 그때 약 2초간 댓글창이 얼어붙었다.
[대머리독수리 님이 5,000,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는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50억. 지금 떠오른 후원금액이었다.
민혁은 지금 자신이 잘못 보고 있나 싶어, 눈을 끔뻑였다.
심지어 닉네임도 심상치 않다.
‘대머리독수리?’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후원 한 번에 50억을 태워……?] [헐, 도대체 누구지?] [우리가 모르는 거물…….]민혁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적은 돈도 아니었기에 말했다.
“대머리독수리 님. 후원은 감사하지만 너무 큰 금액 같습니다. 혹시 실수로 보낸 것은 아닐지요?”
그 말에 댓글창에 짧고 간단한 답변이 사진으로 돌아왔다.
바로 근엄한 표정으로 다른 대머리독수리들을 바라보는 우두머리 대머리독수리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사진 겁나 욱기넼ㅋㅋㅋㅋ.] [대머리 독수리의 왕ㅋㅋㅋㅋ] [자기가 대머리들의 왕이라는 거임 ㅎ?]실제로 민혁은 몰랐으나 대머리독수리 지프의 재산은 약 200조에 달한다.
그가 후원한 50억은 사실상 재산이 1억인 사람이 몇천 원을 쓴 것보다 덜 쓴 것이다.
그렇다. 실제로 지프는 엄청난 대부호였지만 자산대비(?) 짠돌이였다.
[대머리 독수리를 따르라!!!] [대머리타조 님이 10,000을…….] [대머리콩이 님이 30,000을…….]다시 끊임없이 후원알림이 떠오른다.
민혁은 생각보다 많은 후원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몇 개의 댓글들이 민혁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나에겐 고작 몇만 원. 그리고 천외제국이 아테네를 위해 보았던 손실. 수십억 원 이상일지도 모르지.] [아테네를 지켜준 천외제국엔 고작 이 몇 푼이 아깝지 않음.] [천외제국과 황제 민혁은 우리들의 또 다른 세상을 지켜준 거임.]민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이 브이로그가 굉장히 뜻깊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많은 유저들의 우상이자 한 게임의 지존이었다.
그러한 그가,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민혁은 계속해서 천외제국을 거닐며 자신의 일상을 촬영했다.
밴이 거대한 코끼리를 등진 채 말했다.
“폐하, 이 코끼리가 하루에 싸는 대변만 약 50㎏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싼 대변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코끼리 똥 커피만 하루 약 1천여 잔 정도입니다.”
심지어 밴은 시청자들과 다르게 엄청나게 진지했다.
고개를 숙여 보이며 보고한다.
“소인…… 폐하의 거대한 위를 채울 만큼의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요, 어르신. 정말 정말.”
“폐하…….”
“어르신……!”
민혁이 작은 미소를 띠며 그가 정말 소중하다는 듯 바라본다.
[니네 왜 코끼리 똥 이야기하면서 BL 찍는데ㅋㅋㅋㅋㅋ] [아니, 뭔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겁나 진지하잖아 ㅋㅋㅋ] [하앍, 밴 어르신 너무 좋아ㅠㅠ] [민혁 황제한테 코끼리 똥 커피 마시게 해줄 생각에 설레했을 표정 생각하니까 흐뭇하다.] [밴할부지 님이 5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두남자의 브로맨스 님이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똥쟁이의 왕 님이 3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끊임없이 후원알림이 들려온다. 길을 걷다 이번엔 어느덧 훌쩍 큰 루나와 엘리자베스를 만났다.
루나는 소녀로 폴리모프한 모습이었는데, 엘리자베스와 견줄 정도로 아름답고 귀여웠다.
“꺄르르르르!”
민혁을 보며 애교를 피워대는 루나를 보며 또다시 후원창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민혁은 계속해서 걸으며 NPC들의 일상 브이로그를 촬영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천외제국은 참으로 개성 넘치는 국가다.
또 활기가 넘치며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민혁은 고작 한 번의 방송을 켰을 뿐이지만, 지금 이 순간, 천외제국으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브이로그는 말 그대로 일상이었기에 재밌고 즐거운 것만 보여줄 순 없었다.
등 뒤로 짐을 챙긴 브로드가 민혁의 앞에 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민혁은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분위기 왜 이래……?] [민혁이 브로드한테 발렌티노와 함께 아브이토 영토를 1년 동안 개척하라고 명령했다고 해요. 좌천시킨 겁니다.] [브로드, 이번에 엄청 활약했는데, 상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심지어 두 사람 되게 돈독하지 않나요? 브로드는 민혁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신. 민혁은 그런 그를 끔찍이도 아끼는 황제. 그런데 왜?]이제까지와 확연히 다른 일상이 펼쳐지자 시청자들은 의아했다.
그때, 브로드가 말했다.
“폐하, 1년 동안 아브이토 영토를 그 어떤 영토보다 멋지게 개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브로드를 민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브로드. 내가 밉고 실망스러워?”
브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폐하의 명을 어긴 죄. 이는 그 죗값으로 가볍다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충성심은 알겠다만, 만약 네가 죽었다면 나의 상실감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브로드가 머리를 땅에 박았다.
“죄송합니다. 폐하.”
“1년 동안 어떠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 그곳에서 반성했으면 해.”
민혁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폐하, 건강하소서!”
브로드가 그가 걷는 자리를 따라 엎드린 상태로 쫓아가다 다시 한번 머리를 쿵 하고 땅에 박았다.
민혁은 냉정하게 돌아서 걸어갔다.
얼마 후, 몸을 일으킨 브로드가 등 뒤에 낡은 가방 하나만을 멘 채 쓸쓸히 걸어갔다.
멈칫한 민혁이 서둘러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브로드를 바라봤다.
그가 손을 뻗었다가, 다시 빠르게 내렸다.
“조심히 다녀와.”
민혁의 표정은 복잡했다.
또한 상황을 본 시청자들도 지금이 어떠한 상황인지 깨달았다.
[민혁은 결국 한 제국을 이끌어 나가는 황제입니다. 그는 출정 전에 NPC들에게 명령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요새로 오지 말라고. 그 이유는 유저들의 죽음은 로그아웃이란 개념일 뿐이지만, NPC들의 죽음은 실제로 완전한 죽음이 따르기 때문이죠.] [아무리 강한 NPC들이라고 할지라도 헬레냐와 관련된 에피소드였고 어떠한 변칙수가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로드는 민혁을 구하기 위해 그의 명을 어기고 요새에 왔습니다.] [민혁은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을 것이나, 황제의 명령을 어긴 것, 그리고 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등에 의해 그를 차갑게 대해야만 하는 황제입니다.] [비록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는 하나 그것이 황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민혁이 브로드의 등을 보며 뻗었던 손짓과 달싹이는 입술이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네요.] [민혁은 아직 어린 나이인데, 너무도 크고 무거운 것을 짊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워낙 돈독한 사이이니 잘 해결해 나갈 겁니다.] [힘내요, 민혁!] [힘내라.] [민혁이 파이팅 님이 3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천외제국만세 님이 2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식신러브 님이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민혁은 시청자들의 위로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게 바로 다른 이들의 응원을 받는 건가?’
그 위로가 생각보다 더 크고 따뜻했다.
갑자기 생각이 든다.
자신은 지존이지만, 때론 자신을 바라봐 주고 응원해 주는 이들과 그 무게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작게 웃은 민혁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던 민혁은 한 NPC와 만나 걸음을 멈췄다.
그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와…… 후원 폭주각…….’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아르벨이었다.
곧바로 댓글창이 폭주했다.
[야하!] [야하!] [야하!] [야하!]야하는 아르벨을 반기는 ‘야설작가 하이’의 뜻이다.
그 도배에 마치 댓글창의 왕처럼 가만히 있던 자. 50억을 후원한 대머리독수리가 물었다.
[아르벨이 누구?] [아르벨. 아테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입니다. 그의 첫 작 ‘왕자님은 왜 오늘 밤 외출했는가’는 비공식 누적조회수 28억을 달성했죠.] [시대가 낳은 최고의 야설작가. 썼다 하면 대박. 직업은 작가. 부직업은 현자.] [찬양해, 갓벨!]관심을 보이는 대머리독수리가 말했다.
[읽어보고 올게요.]곧 그가 사라지고 민혁은 아르벨을 관찰했다.
거리에 책상과 의자를 펴놓고 펜으로 노트를 끄적이던 그가 곧 눈을 번뜩 떴다.
“아, 아아아아 떠오른다. 영감, 영감이 떠올라!”
그가 희열 어린 표정으로 빠르게 집필하며 말했다.
민혁은 그의 신작의 탄생이 일으킬 파장에 그를 집중 촬영했다.
“고아로 자라난 여인 아루미는 숲속에서 다친 강아지를 발견하고, 그 강아지를 치료해 주고 키우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 강아지가 아루미를 어딘가로 이끄는데. 그곳엔 쓰러져 있는 허름한 복장의 남성이 있었다! 아루미는 남성을 집에 데려와 치료해 준다. 그리고 그 남성은 다름 아닌 제국의 1황자! 아아! 은혜 갚은 강아지! 그리고 삐걱이는 침대와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
[으어어, 삐걱삐걱!] [막장 드라마가 최고야!] [으아아아아!]시청자들이 환호한다.
그의 새로운 신작에 기대감을 가진다.
엄청난 후원이 쏟아졌다.
그리고 약 20분 후 갑작스러운 알림이 울렸다.
[대머리독수리 님이 10,000,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닠ㅋㅋㅋ 읽어보고 온다더니 정독하고 왔나 봄.] [와이씨 백억 후원 실화냨ㅋㅋㅋㅋ.]그리고 대머리독수리가 말했다.
[찬양해…… 갓아르벨…….]* * *
로크는 즐투브 채널 ‘모쏠대장 로크’를 운영 중이다.
그는 못생기게 태어난 게 죄가 아니라며, 자신감을 갖자며 채널을 만들었고 모쏠인 자신의 하루를 촬영하곤 한다.
굉장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약 150만에 이르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민혁이가 즐투브 브이로그를 촬영한다라, 가서 좀 가르쳐 줄까.’
즐투브 대선배 로크. 그는 민혁에게 즐투브에 대해 여러 가지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민혁에게 뒤처지는 로크였지만 그는 민혁보다 방송은 더 뛰어나다 생각한다.
하루에 그가 방송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자그마치 약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리고 로크는 성 앞에서 민혁과 마주칠 수 있었다.
민혁은 방송을 종료하고 성 앞에서 홀로그램을 만지며 끙끙대고 있었다.
“민혁아.”
“오, 로크야. 마침 잘 왔다!”
민혁이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로크는 흐뭇하게 웃었다.
대충 어떠한 것일지 감이 왔다.
“너 즐투브 한다며, 오늘 조회수 좀 좋았어? 수익률은?”
물론 엄청나게 높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그는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로크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즐투브 선배로서 민혁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자부심!
그리고 꼭 민혁이 자신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꽤 많이 찾아줘서 너무 고맙더라.”
“그래? 근데 뭘 그렇게 찾고 있어?”
“후원금 내역.”
즐투브는 ㈜즐거움과 연계하여 아테네 게임 내에서도 하루 조회수와 후원금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알려줄게.”
로크는 생각했다.
민혁의 첫 방송. 그는 최소 2억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왔을 것이라 장담했다.
‘민혁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하지.’
로크가 민혁에게 하나하나 상세하게 가르쳐 줬다.
“오, 됐다.”
후원금 내역을 본 민혁이 경악과 감탄했다.
“와, 진짜 시청자들한테 너무 고맙다.”
“많이 들어왔어?”
“엄청 많이.”
로크는 민혁의 기대치를 생각해봤다.
대기업 후계자.
천외제국 황제.
그에게 많이란 2억보다 훨씬 높은 5억 정도가 아닐까?
로크가 감탄했다.
“공유 좀 해줄 수 있어?”
“오키.”
[로크님이 즐투브 후원금을 공유하려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민혁이 승인했다.
그와 함께 로크의 눈앞에 하루 수익률이 보였다.
[일일후원금: 26,031,003,001.]“……?”
“?”
“……?”
“?”
로크는 말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