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73
밥만 먹고 레벨업 974화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
현실에서 어른들이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유토피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었다.
‘21살이면 귀에 솜털도 안 났을 나이 아닌가!’
‘나하고 나이 차이가 25배 정도 나는군.’
‘세상에.’
로안더를 비롯한 모든 용병들의 생각이었다. 특히나 용병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이들을 이끄는 로안더는 민혁과 서른 배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났다.
그런 민혁이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앞으로 자알 부탁한다. 아우야.”
“예, 혀, 형님…….”
그래도 로안더와 그 용병들은 사나이로서의 약속을 저버리는 이들은 아니었다.
로안더가 쓴웃음을 지었다.
‘인과응보인가?’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자신들은 처음 그를 조롱하였고 그 조롱을 받았던 이는 보란 듯이 해냈다.
그리고 민혁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읏차.”
자리에 민혁이 앉았다.
“내가 배가 고프니 밥 좀 먹어야겠구나, 아 신경 쓰지 말고 할 일들 해.”
민혁은 오우거 부락에서 총 6만 개에 이르는 감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곳에 붙잡혀 있던 기사들이 민혁에게 뭐라 뭐라 말했던 것 같은데 감자에 대한 갈망 때문에 뭐라 했는지는 잘 듣지 못했었다.
‘뭐 무사히 살아서 간 것 같으니 됐지.’
민혁은 고개를 주억이며 인벤토리에서 작은 크기의 알감자들을 꺼냈다.
철갑 오우거는 일반 형태의 감자를 드랍하기도 했지만 여러 개의 작은 알감자를 떨구기도 했다.
대신에 알감자 네 개를 먹어야 일반 감자 하나를 먹은 효과를 낸다고 되어 있다.
“…….”
민혁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짐짓 기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용병들의 눈에 실망 어린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민혁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 바로 그들의 반응이었다.
잠시 관심을 끄고 자신들 일을 하려는가 싶던 용병들.
그들은 곧 고소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홱-!
홱-!
홱-!
바로 그 순간, 마치 수백 마리의 미어캣처럼 동시에 고개가 돌아갔다.
민혁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냄새들에 대해 알고 있다.
길을 걷다 맡은 고깃집의 냄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치킨 혹은 피자의 냄새.
그리고.
‘프라이팬에 달궈지는 버터의 냄새.’
뜨거운 프라이팬에 버터를 둘러주면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특유의 향이 올라와 식욕을 자극한다.
지금 그 냄새가 주변으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민혁이 버터가 가득 끓는 프라이팬 위로 알감자들을 대거 투하했다.
한번 찐 알감자의 표면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겉부분이 탄 듯 안 탄 듯 하는 게 휴게소 알감자의 핵심이다.’
맛있게 익어가는 알감자들, 그 알감자를 보며 용병들이 말한다.
“혀, 형님…… 유토피아에서 요리는 금기입니다만…….”
“하지만 형님이니, 그 누구에게도 밀고하지 않겠습니다.”
“그,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겉은 노릇노릇 익히면 더 맛있겠지요.”
그들은 언행 불일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요리해선 안 된다고 부정하나, 모두가 일제히 알감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로안더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릇노릇 익어가는 알감자를 보며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혁의 추측이건대, 이 세상엔 처음부터 요리가 금기된 것이 아닐 것이다.
이곳 이들의 평균 수명은 300살.
아마 약 100년 전쯤부터 모든 먹거리가 금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는 맛이기에 더 괴롭다.’
민혁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조롱했던 식신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 로안더의 알 수 없는 눈빛이 민혁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정말 ‘음식’이란 마약을 끊을 수 있었을까?
어느덧 편의점 버터감자를 모두 만들어낸 민혁이 그 위에 달콤한 설탕들을 한가득 뿌렸다.
주변으로 용병들이 몰려 있었다.
민혁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알감자를 이쑤시개로 콕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에 따라 로안더와 용병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민혁의 입안에 알감자가 들어간다.
‘버터에 구운 알감자라, 입에 넣는 순간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워 나갈 것이다.’
우물우물-
민혁의 입이 움직일 때 로안더는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입을 우물거렸다.
‘또 씹는 순간 보들보들한 감자의 식감과 달콤한 설탕이 어울려 입안에서 환상의 맛을 자아내겠지. 한 번씩 씹히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부분은 또 어떠한가?’
거기에 민혁이 시원한 캔사이다를 땄다.
푸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목이 멘 민혁이 그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퍼지는 청량감과 목의 짜릿함, 그리고 시원함. 메인 목을 뚫어주는 사이다를 마셔주면 나도 모르게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크하!”
“크핫!”
민혁의 감탄사와 동시에 로안더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어냈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모두 무슨 일이야? 우물우물.”
“아, 아닙니다.”
“잡혀가는 건 나 혼자면 충분해, 모두 훠이훠이~”
민혁이 그리 손을 휘휘 저어댔지만, 용병들은 여전히 민혁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가 알감자를 먹을 때마다 ‘헤…….’ 하며 웃거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로써 증명되었다.
‘이들은 날 조롱했던 그때와 달리, 먹는 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그 이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전에, 민혁은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들을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자고 생각했다.
그가 많은 양의 알감자들을 쪄냈다. 그다음 그 많은 감자들을 다시 버터에 구워냈다.
버터의 향이 더욱 강하게 퍼져 용병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민혁은 설탕 대신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바다꿀’을 쓱싹쓱싹 발라줬다.
요리를 모두 끝내고 고개를 들었을 때, 모든 용병들이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딴청을 피우는 그들이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알감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민혁이 물었다.
“너희, 알감자 먹을래?”
그에 모두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용병들이 언행 불일치 끝판왕을 보여줬다.
“이 유토피아에선 음식을 만드는 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근데 어찌 요리된 감자를 먹습니까.”
그때, 로안더가 눈을 부라렸다.
“이놈들이!!!”
거대한 풍채를 가진 로안더가 용병들에게 으름장을 놨다.
“감히 형님(?)의 권유를 거절하겠다는 건가!? 용병은 한번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살아도 같이 살며, 죽어도 같이 죽는다!”
감자 먹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로안더였다.
로안더가 말했다.
“형님! 형님께서 권유하신 알감자인데, 아우된 입장으로서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죽어도 같이 죽겠습니다!”
입에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로안더를 보며 민혁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럼 먹어라들.”
그 말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마치 수백 일은 더 굶은 듯한 용병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우걱우걱우걱.”
“와구와구와구!”
미친 듯이 먹어대는 용병들.
“흐어어어어…….”
“맛있어, 너무 맛있어!”
“감자가 맛있긴 처음이다!”
그중에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눈물을 흘리는 용병들도 있었다.
그들의 가슴이 찌르르해진다.
‘하긴 찐 감자만 먹다가 요리된 알감자를 먹으니.’
거기에 바다꿀을 듬뿍 발랐고 심지어 민혁이 요리했기에 그 맛은 기똥찰 터다.
곧바로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이 히죽히죽 웃음 지었다.
* * *
로안더를 비롯한 용병들은 알 수 없는 갈망을 느꼈다.
그것은 버터 알감자를 또다시 먹고 싶다는 갈망이다.
‘식신의 피를 이어받으셨기 때문인지 버터 알감자의 맛이 너무도 뛰어났다.’
그랬기에 다시 민혁에게 감자를 배급(?)받고 싶었지만, 그들은 못내 참아냈다.
그들을 조련한 민혁은 드디어 본론에 들어갔다.
“아우들,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면서 며칠 전에는 왜 그랬어?”
그 본론에 로안더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 용병은 약속을 지킨다.
이제 그는 자신의 형님이었다.
“곧 대업이 있을 것입니다.”
“대업?”
“예, 왕을 칠 것입니다.”
“……!”
그 말을 들은 민혁은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용병에 지나지 않은가?
‘아니, 평범한 용병들은 아닌 것 같긴 하다.’
철갑 오우거는 레벨 600에 해당되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철갑 오우거를 생각보다 쉬이 말했다.
즉, 하나같이 레벨 590 정도는 넘는 자들이라는 거다.
아무리 이곳 평균 레벨이 높은 편이라 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제국 기사급들로 추정된다.
“왕을 친다? 그 이유는?”
꽤 흥미로웠기에 민혁은 귀를 기울였다.
“이 유토피아에서 사라진 ‘요리’를 되찾기 위함입니다.”
“……!”
그 말을 들은 민혁의 가슴이 뛰었다.
요리가 사라진 세상.
민혁은 식신의 마지막 힘을 계승 받을 수 있는 이 퀘스트가 원하는 바를 눈치챘다.
‘이들과 함께 요리를 되찾는다.’
곧 로안더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식신의 피를 이었다는 형님을 반갑게 맞이해 줄 수 없었습니다. 혹여 일이 잘못되면 형님께서도 휘말리실 수 있으니까요.”
“…….”
민혁은 로안더가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로안더가 작게 웃었다.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작게, 또는 크게 느낄 수 있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이 통제된 세상에서 언제까지고 살아갈 수 없죠.”
처음 만난 로안더는 민혁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그러나 민혁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에게도 자신처럼 진정한 ‘식신’의 피가 흐른다는 것.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먹을 것이 통제된 세상을 개혁하기 위해 희생한다.
이 자리의 모두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형님은 이제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민혁이 이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철갑 오우거 여럿을 사냥하셨고 철갑들을 획득할 만큼 강한 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 정도 힘으론 함께하시면 위험할 겁니다.”
사실 로안더는 민혁이 철갑 오우거들을 사냥해 오고 철갑을 가져오자 놀랐다.
그러나 딱 그뿐이었다.
‘먹어서 쌓은 힘으로 철갑 오우거들을 죽이셨겠지.’
그가 보았을 때 민혁도 반신의 힘을 가진 엘프였다.
물론 철갑을 어찌 얻어냈는지는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민혁도 로안더가 염려하는 바를 눈치챘다.
‘그는 내가 군신이고, 완전한 식신이며, 한 제국의 황제라는 걸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자신이 누구누구다 밝히진 않는다.
현재로써 그 필요성이 없었으니.
“지금 가는 건가?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움직이면 알아챌 텐데.”
로안더가 고개를 저었다.
“억압의 던전으로 갑니다.”
“억압의 던전?”
“예, 던전 안에 있는 반신반용을 죽이면 반쪽짜리 신도 진짜 신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왕을 이긴다 한들, 이 땅의 먹거리를 통제한 하늘의 ‘그’를 죽이지 못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니까요.”
민혁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먹거리가 통제된 이 땅에서 새로운 신이 되려 한다.
그렇게 변한 유토피아는 다시 음식이 넘쳐날 것이고 맛있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혹시 반신반용도 감자를 주려나?”
로안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주억였다.
“물론입니다. 이 땅의 대부분의 몬스터는 죽일 시 감자를 주니까요. 전설에 따르면 먹어도 먹어도 다시 나타나는 특이한 신의 감자를 얻을 수 있다 합니다.”
민혁의 눈이 반짝였다.
로안더가 쓰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아시겠죠? 저희와 함께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우린 여기까지입니다. 형님.”
반역뿐만이 아니다.
그는 신조차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 위험한 일에 민혁을 가담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민혁은 말했다.
“나도 함께 간다.”
“혀, 형님!”
“안 됩니다!”
“그 무슨……!”
로안더를 포함한 모든 용병들이 깜짝 놀랐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함께 가겠다니?
그리고 반응을 보아 로안더는 절대 민혁을 데려가지 않으려는 듯싶었다.
그러나 민혁이 말했다.
“내가 철갑 오우거를 사냥하면 한 가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했지? 그중 한 가지를 지금 쓰겠어. 나도 가겠어.”
“……!”
“……!”
로안더는 깨달았다.
그를 떼놓고 갈 수 없게 되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민혁이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로안더에게 물었다.
“로안더, 네가 가진 식신의 힘은 무엇이지?”
로안더가 이곳 유토피아에서의 퀘스트의 끝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로안더와의 일의 끝이 자신의 스킬 하나를 더 뛰어나게 해줄 것을 알았다.
곧 로안더가 답했다.
“중첩되는 즐거움입니다.”
“……!”
민혁이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