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72
밥만 먹고 레벨업 973화
민혁은 철갑 오우거를 사냥하기 위해 큰나무 숲으로 걸음했다.
반인의 세상 유토피아에 온 지 며칠 안 됐지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곳 몬스터들은 기본적인 레벨 자체가 훨씬 높은 편에 속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반인반엘프들이 약 90% 이상의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손재주가 뛰어나며 검을 잘 다룬다.
엘프는 날 때부터 날렵하며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활을 구사한다.
이처럼 각 종족의 이점이 모여 몬스터들도, 그리고 반인반엘프들의 평균 레벨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로안더의 눈빛이 이상했다.’
민혁은 로안더가 자신을 조롱했지만 한 번씩 이채를 띠는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
하지만 의아함을 뒤로 밀어 넣었다.
어차피 철갑 오우거를 사냥해 가면 알게 될 사실이었다.
민혁이 큰나무 숲을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오우거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민혁이 시선을 돌리자 온몸이 철갑에 둘러싸인 철갑 오우거가 있었다.
그 크기는 민혁이 알던 일반 오우거들보다 훨씬 큰 편이었다.
[철갑 오우거 Lv 601.]‘무슨 오우거 레벨이 600을 넘어?’
민혁이 있던 세상의 오우거의 평균 레벨은 450 정도다.
물론 같은 오우거여도 더 상위레벨의 오우거들도 있긴 했지만, 높아봐야 500레벨 정도였다.
또한.
‘로안더와 그 용병들이 자신들은 이 철갑 오우거를 사냥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지.’
아마도 로안더와 그 용병들은 이곳 세상에서도 꽤 강한 부류의 자들인 듯싶었다.
민혁이 미친 듯이 돌진해 오는 철갑 오우거를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콰지이이이익-
오우거가 그 거대한 도끼를 민혁에게 내리찍었다.
그러나 민혁은 가볍게 공격을 피해낸 뒤, 검에 ‘멸’의 낙인을 새겼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일 초에 4회 이상의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 민혁이 놈을 빠르게 가격하자, 하늘에서 16회의 낙뢰가 떨어져 철갑 오우거를 강타했다.
“크하아아악?”
철갑 오우거가 고작 2초 만에 파스슥 쓰러진다.
레벨 650을 달성한 민혁이다.
예상외의 강한 힘을 가진 철갑 오우거라도 그에겐 가뿐한 상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어?”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로안더와 용병들 말에 따르면, 이 세상엔 먹을 것이 없다.
그런데 철갑 오우거를 사냥하자 감자가 드랍되었다.
심지어 오우거에게서 감자가 드랍되다니. 무척 낯선 장면이다.
민혁이 곧바로 확인해 봤다.
(유토피아의 상급감자)
재료등급: A
특수능력:
⦁평범한 감자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이 좋다.
⦁한 알을 먹으면 3일 동안 배가 고프지 않다.
⦁먹을 시 3일 동안 활력이 2% 상승하고, 힘과 체력이 3% 상승한다.
⦁한 알만 먹어도 3일 동안 충당해야 할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설명: 음식이 통제된 세상 유토피아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요리재료이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감자만을 먹을 수 있다.
민혁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맛 좋아 보이는 감자를 보며 전율했다.
‘이 감자는 유토피아에서 허락된 유일한 음식.’
유일하게 허락되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
민혁은 곧바로 그 한 알의 감자를 찌기 시작했다.
감자가 쪄지는 시간 동안 철갑을 획득해 볼 생각이었다.
철갑 오우거는 말 그대로 피부가 철갑으로 되어 있었다.
민혁은 몰랐으나. 유토피아의 솜씨 좋은 대장장이들도 철갑 오우거들에게서 고작해야 1㎏의 철갑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철갑 오우거 한 마리당 철갑을 획득하는 데 그들이 걸리는 시간은 약 7시간이 걸릴 정도다.
그만큼 단단했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민혁이 손을 뻗어 철갑을 잡아당기자, 철갑이 민혁의 손에 부드럽게 쥐어졌다.
“쉽네.”
[철갑 분리를 최고로 잘하셨습니다.] [철갑의 손상도가 거의 없기에 곧바로 갑옷과 검을 만드는 데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잘 녹슬지 않게 됩니다.]민혁의 손재주 스텟은 대장장이의 신보다도 높았고 그에겐 무척이나 식은 죽 먹기였다.
민혁이 곧바로 철갑을 확인해 봤다.
(오우거의 철갑)
재료등급: A
특수능력:
⦁오우거의 철갑으로 검 제작 시 일반적인 철보다 13% 더 높은 공격력을 가진다.
⦁오우거의 철갑으로 제작한 검으로 오러를 발현할 시 절삭력이 20% 상승한다.
설명: 철갑 오우거의 몸에 붙어 있는 철갑으로 실제 놈이 두른 철갑은 80㎏이 넘으나 뛰어난 대장장이라도 1㎏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
“오…….”
민혁은 작게 감탄했다. 재료 자체가 어지간한 철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었다.
심지어 기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오러의 절삭력을 20%나 올려준다.
‘엄청난데?’
물론 민혁이 있는 세상에도 이 정도 철은 꽤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뛰어난 철은 많지 않았다.
민혁은 일단 오우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철갑을 모조리 획득해 봤다.
[오우거의 철갑을 11㎏ 획득하셨습니다.]한 마리에게서 얻을 수 있는 철갑이 자그마치 11㎏이었다.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건가?’
곧 민혁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장 설명만 보더라도 뛰어난 대장장이들도 약 1㎏을 획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내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일을 시켰군.’
어떠한 의도인지는 모르나, 평범한 사람이 이 퀘스트를 성공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로지 먹기 위해 엄청난 노가다를 반복한 민혁에겐 너무나도 식은 죽 먹기였다.
‘이 철갑으로 천외제국 기사들의 무기와 방어구를 새로 만들어준다면, 최소 10% 더 뛰어난 전력으로 거듭날 거다.’
민혁은 기왕 퀘스트를 진행하는 김에 모든 철갑 오우거들의 철갑을 벗겨 버리라 생각했다.
우선 그전에, 어느덧 다 쪄진 감자를 바라봤다.
냄비의 뚜껑을 열자 뜨거운 수증기가 확 하고 피어올랐다.
그 안에 있는 뜨거운 감자를 꺼내어 잠시 식혀주었다.
어느 정도 식었을 무렵, 조심스레 감자를 집어 들었다.
“핫, 뜨거, 아직도 뜨겁네.”
손으로 이리저리 굴려주며 감자의 껍질을 벗겨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감자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허어-”
입안에 뜨거운 감자가 확 하고 들어온다.
혀로 살살살 굴려주며 식혀주다가 씹자. 보들보들한 감자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맛있어…….”
작게 감탄한 민혁이 이번엔 소금에 감자를 콕 찍어 먹어봤다.
짭조름한 소금이 감자와 만나 감칠맛을 더해준다.
어느덧 순식간에 감자를 다 먹어치운 민혁이 살얼음이 동동 낀 새콤한 동치미로 마무리한다.
“키햐!”
민혁이 작게 감탄했다.
‘무슨 감자가 이렇게 맛있어?’
유토피아에서 허락된 유일한 식량인 감자는 황홀할 정도로 맛있었다.
상급 감자였기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더 높은 급의 감자는 더 맛있을 거 아냐?’
민혁의 개인적 추측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면 감자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그 감자의 급은 몬스터의 강함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였다.
‘더 강한 몬스터를 잡으면 더 맛있는 감자가 나오나?’
민혁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먹었던 감자가 이제껏 먹었던 그 어떤 감자보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로는 휴게소 버터감자나 혹은 감자튀김, 감자전과 같은 요리도 만들 수 있었기에, 민혁은 설렘이 가득했다.
“후후, 천외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더 좋은 검을 지급해 주려면 더 많은 녀석들을 사냥해야겠어.”
감자가 먹고 싶은 것을, 기사들과 병사들 이야기로 핑계 대는 민혁에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가 미친 듯한 속도로 큰나무 숲의 철갑 오우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만에 약 200여 마리를 사냥하고 철갑은 2톤, 감자는 300여 개를 넘게 얻어냈다.
하지만 민혁은 아쉬웠다.
‘더, 더더…….’
더 많은 감자가 필요했다. 물론 병사들을 위한 철갑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큰나무 숲에선 더 이상 철갑 오우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철갑 오우거를 찾기 위해 절벽 위로 올라선 민혁은 곧 볼 수 있었다.
“가, 감자다…….”
민혁은 절벽 밑에 위치해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오우거 부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찌나 큰지 수만의 철갑 오우거가 있을 듯싶었다.
민혁은 감격했다.
오늘 이곳에서 최소 오만 개의 감자를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민혁의 시선에 왕국 기사들로 추정되는 스물여 명의 이들이 철갑 오우거에게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 * *
바로브 왕국 기사 롤렝은 참혹한 표정을 지었다.
‘토벌에 실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렇듯 먹이로 잡히다니…….’
철갑 오우거. 놈들은 거대한 오우거 부락을 만들어 무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그 의미는 놈들이 최소 오크만큼의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놈들은 요근래 큰나무 숲뿐만이 아니라 여러 숲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엄청나게 많은 인명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때문에 위대한 왕으로부터 직접 명령이 떨어졌다.
-철갑 오우거를 차근차근 토벌하라.
그에 바로브 왕국 기사들이 여러 팀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큰나무 숲을 비롯해 여러 숲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철갑 오우거를 천천히 사냥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지면 부락을 밀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하나, 롤렝을 비롯한 기사들은 3기사단의 단장의 옳지 못한 판단으로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와 버렸고, 결국 큰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겨우겨우 살아남은 스무 명 남짓은 이렇듯 끌려오기까지 했다.
롤렝은 이 모든 게 무섭게 느껴졌다.
‘놈들은 인간을 산 채로 뜯어먹는다지.’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놈들은 스무 명 남짓인 자신들을 먹기 위해 이곳에 데려왔을 테니까.
벌써 주변에 침을 흘리는 수만 마리의 철갑 오우거들이 즐비하였다.
“크훠어어어어어!”
“크하아아아아!”
“크화아아아아악!”
놈들의 기쁨의 포효가 롤렝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급기야 풀썩하고 주저앉아 버린 롤렝을 철갑 오우거가 히죽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 거대한 손으로 롤렝의 발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
롤렝은 비명을 질렀다.
놈의 저 흉측한 입안에 들어가 자신의 온몸이 씹히고 부러질 것을 생각하자 비명밖에 나오질 않았다.
쩌어어어어억-!
놈이 그 거대한 입을 벌려 자신의 팔을 입에 가져갔다.
그때.
푸쉬이이이이익-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검을 여러 차례 휘둘러야 베어지는 철갑 오우거의 단단한 피부가 단 한 번에 베어진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놈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곧바로.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쥔 사내.
그 사내가 입안에 손을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피이이이이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그 자리의 모든 오우거들의 눈이 뒤집혔다.
“크하아아아아악!”
“크훠어어어어억!”
“크하아아아아악-!”
수만에 이르는 놈들이 이성을 잃은 듯 미친 듯이 사내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푸시이이이익-
콰콰콰콰콰콰, 콰콰콱-!
철갑 오우거들이 사내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온몸에서 피를 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가 쉴 새 없이 철갑 오우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모든 오우거들의 시선이 오로지 그 사내에게로 향했다.
롤렝은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헉…… 서, 설마!”
롤렝의 눈이 번뜩 뜨였다.
정체 모를 저 사내에게로 모든 오우거들이 몰려들고 있다.
반대로 더 이상 오우거들이 자신들을 포박하지 않았다.
그렇다. 사내는 혈혈단신으로, 저 오우거들을 막아내고, 자신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롤렝, 어서!!”
“서둘러야 한다.”
“어서 돌아가야 해!!”
동료들이 롤렝을 이끌었다.
롤렝은 기사들에게 떠밀리듯 자리에서 벗어나다가 사내가 걱정되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곧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임을 알았다.
‘아, 아아……!’
기사 롤렝은 강자와 영웅심을 가진 자를 좋아했다.
수만의 오우거 떼에 둘러싸인 그는 강했고 영웅이었다.
그에 고마움을 느낀 롤렝이 달리며 외쳤다.
“고, 고맙소! 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소. 이름이 뭐요!”
그때, 오우거들이 포효했다.
“크하아아아아악!”
“크호오오오오!”
“크하아아아아악!”
“흐…… 맛있는…….”
사내가 뭐라 중얼거렸지만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 롤렝은 더욱더 귀를 열어 집중했다.
“감자!”
“……!”
이름이 감자라? 특이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이름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나의 영웅 감자. 영원히 잊지 않겠소. 감자여.’
* * *
로안더는 자신을 식신이라 밝혔던 사내가 뛰쳐나간 자리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그 친구를 기다리십니까?”
부단장의 말에 로안더는 고개를 주억였다.
“혹여 정말 철갑 오우거들에게 도전했다가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군.”
“그럴 리가요. 아마도 도망쳤을 겁니다.”
“그렇겠지?”
애초에 그와 자신들이 엮이지 않아야만 하기에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시련을 준 로안더였다.
심지어 로안더는 조롱조로 ‘해내면 오늘부터 형이라 부르겠다’ 하였으니, 절대 그럴 일은 만들 생각이 없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그는 도망쳤거나 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출정 준비를 끝마쳐 갈 때였다.
“어……?”
로안더는 용병들의 의아함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에 그 또한 고개를 틀었다가, 볼 수 있었다.
자신을 식신이라 밝혔던 사내.
그 사내가 용병들 사이를 걸어와 자신 앞에 쿵 하고, 철갑을 내려놨다.
약속했던 철갑 100㎏이었다.
쿠우우우우웅-!
“…….”
그를 보며 로안더가 놀란 표정으로 사내를 보았다.
곧 사내가 말했다.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
“…….”
“…….”
심지어 다른 이들도 같은 약속을 해버렸다.
로안더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무, 물론입니다. 형님.”
“그래, 아주 듬직한 아우를 두게 되었군. 아우는 올해 몇 살이지?”
“올해 675살입니다.”
로안더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사내에겐 신의 피가 흐른다.
때문에 실제론 자신과 그의 나이 차이가 약 100여 살 정도밖에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곧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난 21살이다.”
“…….”
“…….”
“…….”
정적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