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93
밥만 먹고 레벨업 994화
민혁은 지적장애를 가진 코니르와 오랜 시간 함께해 왔다.
코니르와 함께하면서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을 보호해 주고 아껴주는 자들의 말을 맹신하며, 반복적인 그들의 가르침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여덟 번. 내가 여덟 번의 매질을 견디지 않고 헤라클을 안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고삐가 풀려 버린 헤라클을 대뜸 안았다간, 민혁을 내동댕이치고 몽둥이질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또 꽤 일찍 이 전장에 도착하였던 민혁은 현 상황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신중히 전장을 지켜봤다.
‘사망자는 없다.’
헤라클의 몽둥이는 분명히 어지간한 천군들은 한두대만 맞아도 즉사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헤라클은 교묘히 힘 조절을 하여, 자신의 몽둥이질을 견딜 수 있는 자와 견디지 못할 자를 나누어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에 민혁은 지금 헤라클을 죽이기보단 안아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민혁이 부드러운 손짓으로 헤라클의 등을 토닥였다.
미친개와 같았던 헤라클이 어린아이와 같이 무너져내려 엉엉 울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는 민혁의 말에 헤라클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카더. 오랜 그의 친구가 죽음의 직전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술의 신을 만났으며, 그 후 벌어진 이야기들을 자초지종으로 들었다.
“그래, 그랬구나.”
민혁의 입안이 쓰다. 그를 토닥여 준 그는 어느덧 상처를 상당히 회복한 천대장들이 헤라클에게 무기를 겨누고 거리를 좁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민혁이 헤라클을 쉽게 제압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민혁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피어올랐다. 민혁은 어떠한 신과 비교해도 굉장히 높은 카리스마 스텟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군신으로서의 위엄이 그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공격하면 죽인다.”
“……!”
“……!”
민혁이 뿜는 살기에 천대장들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 천대장 카락이 말했다.
“미친개 헤라클은 군신님의 즉각심판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신들의 땅이 입은 피해가 어마어마합니다. 또 헤라클의 힘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놈은 살려두면 필히 신들의 땅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민혁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차세대 군신과 현 군신은 입김부터가 다르다.
현 군신이 직접 말했다.
헤라클을 죽여도 좋다.
울고 있는 헤라클을 천천히 떼어낸 민혁이 주변을 둘러봤다.
“미친개?”
민혁은 그 말이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신들이 로카더의 위치를 묻기 위해 찾아왔을 때, 다짜고짜 그가 몽둥이를 휘두른 적이 있는가?”
천군들 사이를 걸으며 그가 질문했다.
“아니, 없었겠지. 그들은 처음 헤라클에게 물었겠지, 로카더는 어디 있는가? 헤라클은 대답하지 않았을 거다.”
한 걸음씩 떼는 민혁의 걸음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있다.
바로 현시대의 가장 높은 곳의 신.
군신이었다.
“대답하지 않자, 다양한 것들로 현혹시켰을 것이고, 또 그마저도 먹히지 않자 협박을 했겠지, 말하지 않으면 로카더를 죽이겠다. 아니면 네놈을 죽이겠다.”
어느덧 계속 걸음을 떼던 민혁이 군신 앞에 섰다.
“그때부터 매질이 시작되었을 거고, 또 그때부터 세상에 미친개라 불리기 시작했을 거야, 로카더를 얻겠다며 호언장담하며 떠났던 신들은 두들겨 맞고 돌아오자 과장시켜 헤라클을 몰아갔겠지. ‘그놈은 다짜고짜 나를 팬 미친개이다’라고.”
“그것은 다른 신들을 비난하는 말씀이외다!”
“말을 삼가십시오!”
천대장들이 민혁을 비난한다. 그를 구경하기 위해 왔던 다른 신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날카로운 민혁의 시선 끝에 술의 신 에도나가 있었다.
“내 말이 틀렸나?”
“…….”
에도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로카더가 위험하다’는 헤라클의 말에도 자신의 잔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 취해 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내 잔은 만들어주고 죽으란 말이다.’
그 생각으로 헤라클을 압박하고 위협했다.
그와 다르게, 에도나는 군신께 보고하기를.
‘미친개 헤라클이 이유도 없이 자신을 두들겨 팼고, 신들의 땅을 위협하기 위해 달려갔다’고 보고했다.
신들 중 ‘진실의 신’도 있는바.
진실의 신의 힘이라면, 에도나의 보고가 진실된 내용이었는지 언제든 확인 가능했다.
에도나가 군신 앞에 넙죽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군신이시여!”
또 민혁은 이번엔 천대장 중 하나인 다섯 번째 천대장 록스를 보았다.
“그가 먼저 공격했는가?”
“…….”
록스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의 뜀박질이 땅을 울렸고, 되레 겁먹은 그가 먼저 화살을 쐈다.
“아닙니다.”
모든 진실은 밝혀졌다.
“애초에 미친개를 만든 것은 옹졸한 신들에 지나지 않을 뿐.”
신들은 콧대 높고 귄위적이다.
잘못을 하였어도, 그것이 잘못이 아니라 말하는 자들이다.
한 신이 말했다.
“현 군신님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겁니까?”
한 신의 말에 어느덧 군신의 바로 앞에 선 민혁이 말했다.
“그런 것이 군신이라면, 마다하겠습니다.”
“……!”
군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민혁과 자신은 꽤 돈독한 사이였다.
그는 민혁에게 자신을 ‘삼촌’이라 부를 것을 허락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민혁은 완강했다.
군신은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천군과 신들이 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낡았고, 새로운 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군신은 알고 있다.
자신이 좀 더 주의 깊게 헤라클에 대해 알아봤다면, 그 모든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또 군신은 항상 옳은 길만 선택할 수 있는 자가 아닌바.
그랬기에 왕이 수십의 신하들의 의견을 묻는 것처럼, 군신도 많은 신들을 두고 그들의 의견을 구한다.
군신이 말했다.
“헤라클의 죄를 물어 신들의 땅에서 영원한 추방을 명한다. 2주 내로 신들의 땅을 떠나야 할 것이며, 추방당한 헤라클이 신들의 땅으로 돌아올 시 즉각 심판하라.”
군신이 주변을 둘러봤다.
“또한, 거짓된 보고를 올린 술의 신 에도나를 10년의 감옥형에 처한다.”
그 말이 끝이었다.
군신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돌아서 걸어가는 군신의 주변으로 요리의 신이 빛이 되어 나타났다.
“한 방 먹었네?”
그렇지만 군신은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잘 아는 요리의 신도 피식 웃었다.
“우리완 전혀 다른 신이다.”
“맞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아.”
그리고 신들과 함께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민혁은 그제야 안도했다.
‘심장 떨렸다…….’
민혁도 군신 안 하겠다는 말을 한 후, 아차 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 말할 수 있었던 건 현 군신이 독불장군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일단, 헤라클과 함께 이곳을 떠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때, 민혁은 자신의 손을 거대한 손으로 꽉 움켜쥔 아이 같은 헤라클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민혁을 보호자처럼 여기듯 몸을 움츠리고 그 순박한 눈으로 민혁을 올려다보며 손을 꽉 쥔 헤라클.
민혁이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헤라클.”
뿌드드득-
“나 손 부러졌다…….”
* * *
민혁은 헤라클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과 멀리 오자 말했다.
“헤라클, 게르나의 생명비약은 이제 없어.”
“……!?”
헤라클은 커다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안타깝게도 게르나의 생명비약은 군신에게 한 병, 던에게 한 병을 사용함으로써 모두 써버렸다.
헤라클이 슬픈 표정을 머금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민혁은 계속 의아했던 게 있다.
만능손 로카더는 신이 아니던가?
신은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해치지 않는 이상 죽지 않지 않는가?
“신인 로카더가 어째서 죽는다는 거야?”
“……로카더. 신. 아니다. 인간이다.”
“……?”
민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8기둥 중 하나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경악스러운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일단은 그의 이야기가 꽤 오래전부터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이 정도까지 살아온 것도 이상한 일이다.
“로카더, 불사의 약초. 복용한다. 불사의 약초 총 다섯 개 전부 먹었다. 이제 약초 없다.”
민혁은 헤라클의 말을 통해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불사의 약초라는 것. 그것은 짧디짧은 인간의 수명을 대폭 늘려주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미쳤군.’
일반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았던 로카더.
그리고 만능손이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있었다.
헤라클이 민혁과 로카더가 만나는 걸 허락해 주느냐는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별로 걱정 없을 것 같긴 한데…….’
헤라클은 한쪽 팔로 옆구리에 갓난아이를 낀 것처럼 민혁을 안고 위풍당당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민혁도 대체 왜 이렇게 자신을 안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헤라클의 친구.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다. 집에 간다.”
민혁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편하게(?) 헤라클의 옆구리에 끼워져 가는 민혁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일반적인 몽둥이였다면 진작에 부러졌을 것이다.’
헤라클이 들고 있는 몽둥이는 평범해 보였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헤라클, 나 그 몽둥이 좀 보여줄 수 있어?”
“물론이다. 친구한텐 다 준다!”
(헤라클의 몽둥이+43)
등급: 레어
제한: 로카더의 허락을 받은 자.
내구도: ∞/∞
공격력: 2,030
특수능력:
⦁힘 45% 상승.
⦁체력 65% 상승.
⦁패시브 스킬 on/off 가능.
⦁현재 패시브 스킬 off 상태.
⦁패시브 스킬 조금 아픈 몽둥이.
⦁패시브 스킬 진짜 아픈 몽둥이.
⦁패시브 스킬 엄청 아픈 몽둥이.
⦁패시브 스킬 너무 빠른 몽둥이.
⦁엑티브 스킬 정말 아픈 몽둥이.
설명: 로카더와 그의 연인 에이린이 헤라클 맞춤형으로 제작한 몽둥이이다. 몽둥이에 ‘헤라클 거’라고 새겨져 있다.
“……?”
민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공격력이 2천 대라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검으로 칭송받는 영겁의 검.
그런 영겁의 검의 공격력이 약 2,300대이다.
물론 민혁이 영겁의 검 획득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라 이제 2천 대의 아티팩트도 몇 개 풀렸을지도 모른다.
아마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알렉산더가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2천 대의 공격력을 가진 무기는 결코 흔하지 않다는 거다.
더불어 힘을 자그마치 45% 상승시키고, 체력을 65% 상승시킨다.
‘신들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이 몽둥이는 패시브 스킬을 켤 수도, 끌 수도 있다.
‘아니, 스킬명은 왜 이러는데?’
물론 설명에 따르면 헤라클 맞춤형이라고 되어 있긴 하다.
‘으음, 확실히 맞춤형이네.’
헤라클이 참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조금 아픈 몽둥이. 50% 확률 발동 10% 추가 데미지.
진짜 아픈 몽둥이. 40% 확률 발동 20% 추가 데미지.
엄청 아픈 몽둥이. 20% 확률 발동 25% 추가 데미지.
너무 빠른 몽둥이. 20% 확률 발동 몽둥이질 속도 2배.
‘패시브 켜고 때렸으면 나 죽었겠는데……?’
사실 여덟 대째를 맞았을 때 민혁의 HP량은 거의 5%까지 떨어졌었다.
죽다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레어라고?’
일단 레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제한이 ‘로카더의 인정을 받은 자’다.
그렇다는 것은 10레벨이어도 로카더의 인정을 받으면 이 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다.
‘우리는 제한에 의해 레벨에 걸맞은 아티팩트를 착용한다.’
100레벨 유저들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전설 등급 아티팩트가 존재한다.
물론 500레벨 유저들이 사용하는 전설 등급 아티팩트보다 훨씬 못하지만, 100레벨 유저 사이에선 정말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아테네는 똑똑하게도 ‘제한’을 이용해 레벨에 따른 아티팩트 착용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런데 조건만 보자면 50레벨 유저들이나 착용할 수 있는 제한이다.
더불어 민혁이 믿기지 않는 이유는 이 아티팩트의 등급이 ‘레어’였기 때문이다.
민혁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헤라클.”
“왜?”
“저 헤라클의 몽둥이 옆에 붙어 있는 +43 강화 맞지?”
“맞다. 로카더가 반짝반짝한 돌들 모아서 뚝딱 했다!”
“……?”
민혁은 경악했다.
이제야 왜 로카더가 만능손 로카더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이잖아?’
물론 고레벨의 누군가가 낮은 등급의 아티팩트를, 그것도 무척 좋은 강화석으로 강화를 시도하면 성공 확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때문에 어떤 부자유저들은 재미 삼아 1레벨 유저들의 수련용 검을 +20까지 강화시켜 돈지랄을 인증하며 자랑한다.
물론 이렇듯 강화시킨 것은 아테네 측에서 미리 걸러, 월드 메시지가 뜨지 않게 차단시켜 놨다.
하지만 이 몽둥이는 그 정도로 낮은 아티팩트도 아닌 레어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걸 40강을 시켜 버린다고?’
이건 오로지 만능손 로카더만 가능한 일이다.
또 민혁은 그 순간 여러 아티팩트가 생각났다.
0강일 때도 강화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아티팩트.
초월자의 방어구 세트.
영겁의 검.
그때, 헤라클이 히히 웃었다.
“친구! 강화된 거 가지고 싶나!?”
그것은 평범한 남자의 허세 비슷했다.
“가지고 싶지.”
“헤라클. 내 친구가 로카더 안 아프게 도와주면 강화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그것은 ‘야야, 걔 내 말이면 껌뻑 죽어~’와 같았다.
물론 조건으로 로카더를 돕는 것이 있다.
“정말로, 로카더가 해줄까?”
“로카더. 헤라클 말이면 껌뻑 죽는다!”
가슴을 탕탕 치는 헤라클은 자신만만했다.
심지어.
“나 맛있는 것도 먹고 싶은데.”
“훗. 나만 믿어라, 로카더. 헤라클 말이면 껌뻑 죽는다! 로카더만이 가진 신비한 요리재료도 있다.”
“가자, 헤라클. 로카더를 만나러!”
얼마 후.
헤라클은 무릎을 꿇고 양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손 똑바로 들어!”
로카더의 호통에 헤라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헤라클…… 잘못했다…….”
허세남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