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94
밥만 먹고 레벨업 995화
8기둥 중 하나.
그리고 8기둥 중 유일한 인간인 로카더.
그는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리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그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헤라클을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마저 잘못되면 난 어떻게 하란 말이더냐.’
녀석은 자신이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하는 모습을 보고 말릴 새도 없이 뛰쳐나갔다.
심지어 돌아오고서는 뭐?
-헤라클. 친구 사귀었다. 내 친구 아티팩트 강화해 주고, 진귀한 요리재료 줘라. 로카더. 헤라클 말이면 다 해주지 않나!
딱 이렇게 말하였다. 헤라클의 허세는 어린아이의 고집과도 같았다.
퍽 귀엽긴 하였지만, 상황이 상황인바.
또 로카더는 놀랐다.
“대체 누가 너와 친구가 되었단 말이더냐. 또 그는 지금 어디 있지?”
로카더는 이해할 수 없었다.
헤라클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사람들, 그리고 신들조차도 그 힘에 되레 겁을 먹게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헤라클이 자신을 지켜주겠다며 떼를 쓰면서 동굴 안에 있어도 별말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떼를 쓰면 내가 말릴 수도 없다만.’
동굴로 간다는 걸 로카더가 안 막았겠는가?
가지 말라 막으면, ‘헤라클, 간다!’ 하면서 자신의 허리를 부여잡은 로카더를 질질 끌고 갈 녀석이다.
아무튼, 그러한 헤라클과 친구가 된 자라니?
그리고 곧 헤라클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게르나의 생명비약…… 이제 세상에 없다, 헤라클. 결국 구하지 못했다.”
헤라클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로카더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헤라클이 자신에 의해 위험에 빠졌었다. 그리고 실제로 죽음의 직전까지 갔었다.
그런데 곧 이어지는 헤라클의 말에 로카더는 입을 떡 벌렸다.
‘헤라클의 매질 여덟 번을 견뎌냈다고?’
이는 감탄을 넘어서 경악스러운 말이다.
이 매질 여덟 번을 견디는 시련은 에이린과 로카더가 함께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
이 둘은, 헤라클의 여덟 번의 매질을 견딜 수 있는 자들은 8기둥이나 절대신들급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이 매질을 말한 이유는, 착한 심성을 가진 헤라클이 밖에서 무시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자는 여덟 번을 견디고, 너를 여덟 번 공격하였느냐?”
로카더의 질문에 헤라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민혁. 내 친구는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날 꽉 끌어안아 줬다!”
“……?”
그 말을 들은 로카더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안아줬다고?”
“나를 꽉 끌어안고, 괜찮다고 해주었다. 다른 신들이 날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줬다.”
로카더는 또다시 감탄했다.
‘헤라클을 이해해 주는 또 다른 자…….’
로카더가 말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 헤라클!”
“로카더가 헤라클, 다짜고짜 무릎 꿇렸다!”
로카더가 다급해진 이유가 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8기둥 중 하나. 만능손이라 불리던 그.
그는 자신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을 감기 전, 아른거리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헤라클이었다.
순수하지만 괴팍할 정도로 힘이 센 헤라클이 항상 마음에 걸리던 로카더였다.
‘그라면 헤라클을 돌봐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통제의 동굴에 한 도전자가 입장하였습니다.]“…….”
로카더는 허무해지고야 말았다.
통제의 동굴에 입장한 자는 헤라클이 말하였던 친구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였다.
이 통제의 동굴은 기존에 헤라클이 있던 곳에서 더 안쪽에 위치해 있다.
이 통제의 동굴을 지나면 로카더가 있는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헤라클은 동굴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오면 로카더에 의해 저절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네 친구에게 이 통제의 동굴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해주지 않았더냐?”
“말했다. 하지만 내 친구,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또 로카더, 나에게 말하지 않았는가!”
헤라클이 씩씩거렸다.
“친구가 생기거든, 언제든 데려오라고. 에이린과 함께 맞이해 주겠다고.”
“…….”
로카더의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렇다. 자신은 헤라클에게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가 생긴다면 언제든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말이다.
그때에, 에이린과 자신이 그를 한껏 반겨주겠다고 말이다.
“헤라클, 이제 곧 에이린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 헤라클, 너무 설렌다!”
가슴이 더 무너져내린다.
헤라클은 친구를 데려오면, 에이린이 돌아오는 줄 아는 것이었다.
그녀는 죽었다.
이 세상에, 헤라클과 자신만 남기고.
입안이 썼다.
로카더는 만능손이라 불리는 이였다.
그는 세상에서 숨기 위해 통제의 동굴을 만들어냈다.
통제의 동굴은 어떤 곳인가?
‘설령 8기둥이 온다 한들 깰 수 없다.’
통제의 동굴은 아무리 무력이 강하다 해서 깰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람에게 가장 지독한 고통을 주는 것이 통제의 동굴이다.
그곳에선 어떠한 힘이든 무용지물.
때론 눈을 앗아가고, 또 때론 잠을 앗아가며, 또 때론 육체마저 앗아갈 것이다.
그리고 입장한 자를 로카더가 마음대로 빼줄 수는 없다.
‘헤라클을 그에게 맡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자가 로카더를 만나러 와야만 한다.
“헤라클, 그에게 무엇을 약속했다고?”
“아티팩트 강화를 약속했다!”
“데려와 주기만 하면?”
“그, 그렇다!”
로카더가 헤라클을 찌릿 보자, 녀석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모른 척을 했다.
로카더가 한숨을 쉬었다.
로카더는 이제까지 수만 개가 넘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럼으로써 ‘전능의 손’이라는 힘을 얻었다.
이는 다름 아닌 재앙 스킬에 해당하는바.
이 전능의 손은 ‘무조건적으로 1회 아티팩트를 강화한다’는 힘이 포함되어 있다.
그 어떤 아티팩트든 말이다.
“또 뭘 말했더냐?”
“치, 친구는 먹을 것을 참 좋아한다. 로카더가 가진 진귀한 재료 주겠다고 했다.”
“설마 기둥의 재료?”
로카더가 눈을 치켜뜨자 헤라클이 고개를 저었다.
“그, 그냥 진귀한 재료라고 했다.”
로카더는 손재주의 아버지다.
그만큼 농사에도 특출난 힘을 가졌고, 세상에 둘도 없는 뛰어난 재료인 기둥의 요리재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헤라클이 그에 대해선 발설하지 않은 듯했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높여줘야 한다.’
로카더는 헤라클의 친구가 통제의 동굴을 깨는 게 불가능함을 알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그가 통제의 동굴의 보상을 추가했다.
* * *
민혁은 헤라클의 옆구리에 끼워져(?) 로카더가 있는 곳으로 향하다가, 그가 본래 거주한다는 동굴로 발을 들이자마자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함께 오면서 그에게 얼핏 이야기를 들었던 민혁이었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일단 이 동굴에 있는 시련을 깨야 로카더에게 갈 수 있단 말이지.’
영겁의 검 강화, 혹은 초월자의 갑옷.
또는.
‘흐…… 분명 로카더가 가진 진귀한 재료가 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신전 에반게르를 화려하게 꾸밀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던 민혁은 곧 자신에게 들리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통제의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통제의 동굴 안에서의 시간은 하루가 일 년이 됩니다.] [통제의 동굴은 당신이 가진 여러 가지의 것들을 통제하여 당신을 끊임없이 포기하고 싶게 만들 것입니다.] [포기할 시 강제 로그아웃 당합니다.] [통제의 동굴에서 시련 달성도 50%를 넘어갈 시, 다음의 통제의 시련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원할 시 다음 시련으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달성도가 높아질수록 보상이 더 뛰어나집니다.]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통제의 동굴 한편에 횃불이 불을 발했다.
화르르륵-
그러자 통제의 동굴 내부가 눈에 훤히 들어왔다.
놓여 있는 것은 고작 침대 하나.
그 외엔 어떤 것도 없었다.
‘하루가 일 년이라…….’
대충 어떤 의미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언가가 통제되거나 자신을 괴롭힌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통제의 동굴의 주인이 보상을 추가합니다.] [통제의 동굴에서 주어지는 시련 두 개를 클리어해 낼 시, 원하는 아티팩트를 무조건 1회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단 보상은 통제의 동굴 달성도 50%를 달성하고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가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오……?”
민혁은 감탄했다.
‘헤라클이 말했던 거잖아?’
그렇다. 헤라클이 가슴을 탕탕 치며 ‘로카더, 내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 친구니까 무조건 해준다!’ 했던 그 보상이었다.
민혁 개인적으로도 무척 탐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헤라클의 말대로라면, 난 굳이 이 시련을 이겨내지 않아도 무조건 얻어야 하는 거 아닌가?’
헤라클이 분명히 그리 말했으니까.
물론 그것이 헤라클의 허세였음을 모르기에 생각하는 민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첫 번째 통제가 시작됩니다.]알림이 들려왔다.
민혁은 그 알림에 귀 기울였다.
수면. 즉 잠을 뜻한다.
[당신은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단, 잠을 자지 못하는 당신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으며, 이미지 트레이닝은 실체화됩니다.]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정신과 신체를 가다듬으십시오.]수면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민혁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실제로는 시스템이 졸린 것처럼 느끼게 할 뿐, 결국 하루가 지나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민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위에 앉았다.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후, 후후후…….’
분명히 알림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실체화됩니다.]즉, 민혁이 생각하는 것이 실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안에서만의 실제였다.
민혁은 눈을 감고 떠올려봤다.
‘간단하게, 집밥부터 먹어볼까?’
떠올려본다.
아주 배고픈 날, 집에 돌아오니 아주 맛있는 집밥이 차려져 있다.
먹을 것은 단출하지만 집밥 최고조합이다.
김치찌개, 계란프라이 두 장, 거기에 더해지는 프라이팬에 굴린 비엔나소시지와 짭짤하고 바삭한 김.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생각이 눈앞에 실체가 된다.
‘크, 이거 진짜잖아?’
민혁은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음식이 앞에 차려진 것을 보았다.
먼저 그 뜨끈한 김치찌개를 한 수저 퍼서 입에 넣는다.
“크.”
얼큰하니 맛이 좋다.
따끈따끈한 쌀밥을 한입 퍼서 입에 가득 넣어준다.
그다음 또 한 번 김치찌개를 수저로 퍼 올리는데, 그 위에 적절한 비율의 돼지고기와 김치가 함께 올라가 있다.
그 뜨끈한 것을 입에 밀어 넣어준다.
푹 잘 끓여진 김치와 고기, 국물이 환상의 맛을 자아낸다.
이번엔 계란프라이 한 장을 그대로 밥 위에 올려 밥과 함께 한입에 밀어 넣는다.
“크,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이건 통제가 아니라, 좋은 거잖아?”
민혁에겐 너무 행복한 시련이지 아니한가?
그리고 이번엔 그저 구운 비엔나소시지를 케첩에 푹 찍어 먹어준다.
“키햐.”
때론 집밥 최고봉 반찬이라 할 수 있는 바삭한 김을 싸서 먹는다.
첫 번째 끼니를 끝낸 민혁이 다음으로 넘어간다.
‘첫 번째는 집밥을 먹었으니, 이제 후식으로 생크림 케이크와 티라미슈, 마카롱 스무 개 정도 먹어볼까?’
민혁이 또다시 눈을 감고 생각한 순간, 그의 눈앞에 음식들이 실체가 되어 나타났다.
그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 * *
천근만근 몸이 무겁다.
당장에라도 쏟아지는 졸음에 자고 싶다.
제발, 5분 만이라도 좋으니 자고 싶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통제 ‘수면’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모든 동물은 활동을 하면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잠을 자야 한다.
인간은 가장 큰 수면욕을 가진 생명체다.
그랬기에 로카더는 이 시련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통제의 동굴에 들어온 도전자에게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일주일, 이 주일이 흘렀음에도 그는 무사히 견뎌냈다.
물론 통제의 동굴의 힘에 따라 실제 시간은 고작 몇십 분이 흘렀을 뿐.
로카더가 감탄했다.
‘수면의 통제를 이겨내다니, 대단하다.’
이 주일의 수면 불가는, 눈을 뜬 채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게 하니까.
로카더는 이제 곧 그가 두 번째 통제로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알림이 울렸다.
[통제의 동굴이 도전자에게 두 번째 시련을 제안합니다.] [그는 하루 동안 푹 잔 후, 두 번째 통제의 시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곧 이변이 일어났다.
[도전자가 첫 번째 통제의 시련을 이어나가길 청합니다.]“이게 뭔……?”
로카더는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통제를 즐기고 있다고?’
그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서둘러 수정구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도전자인 민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더니, 입가에서 침을 주르륵 흘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리고 곧 민혁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땅에 정체 모를 숫자를 적었다.
‘937개?’
곧 그는 사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히히, 천 개의 음식을 먹기 전까진 안 잘 수 있다구~]“…….”
로카더는 말문을 잃었다.
저 숫자는, 그가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일주일 동안 구백삼십칠 개의 음식을 먹었다는 뜻이다.
‘코끼리인가?’
로카더의 표정은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