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 A.E.I.O.U
“어어? 밀지 마! 밀지 마!”
“이보쇼!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표 하나만 주쇼!”
“뭐? 표가 없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왜 이리 사람이 많은 거야? 집으로 좀 들어가!”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이 녹아들고, 제국의 날씨가 부드럽게 풀렸다.
그리고 제국의 기차역은 무척이나 북적이기 시작했다.
제국의 사정이 매우 나아지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열차가 오고 갔지만, 오늘은 특별한 이유로 기차역을 사용하려고 했다.
특별한 이유로 기차역에 온 사람들의 도착지는 바로 부다페스트.
제국의 심장이자 헝가리의 주도가 될 부다페스트는 이번에 대관식이 열리는 장소였다.
제국 신민들은 두 눈으로 대관식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자 직접 부다페스트로 달려가고자 했다.
“빼놓고 간 거 없지?”
“없어요.”
생각 이상으로 모여드는 인파에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표가 다 팔리고, 발을 동동 거리거나 ‘부다페스트까지 달려간다!’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급하게 서두르지만 무사히 열차에 탑승해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관식이라니 나 그런 거 처음 봐요.”
“하하…”
젊은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 여성은 해맑게 웃고 있었으며 남성은 벌써 긴장된 듯 쉽게 웃지 못했다.
그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처럼 대관식을 보러 부다페스트로 가는 것이 아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정부에서 직접 초대장을 보내서 대관식을 코앞에서 보게 될 영광을 얻었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군.’
남성은 답답한 속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국의 황족, 귀족 혹은 관리들은 물론 각국의 외교관도 총출동할 행사에 참석하는 건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너무 부담되는 일이다.
이런 긴장감에 아침까지 먹었다면 탈이 나도 제대로 났으리라.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두 눈으로 대관식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긴장을 달래고자 그는 눈을 감고 며칠 전을 떠올렸다.
‘초대장입니다.’
‘예?’
일을 끝내고 왔더니 시청에서 왔다는 사람이 갑자기 내민 매우 고급스러운 용지로 작성된 초대장.
발신인의 정체는 카를 폰 합스부르크. 곧 제국의 황제가 될 사람이었다.
‘이, 이걸 왜 나한테? 잘못 온 거 아닙니까?’
‘전쟁 당시 근위대에 복무하셨지 않습니까? 전하께서 근위대에서 복무한 병사들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당연히 이때부터 그는 긴장감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공 전하와 관계? 당연히 없다. 직접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멀리서나마 지켜본 것이 끝.
아마도 무작위로 선정해서 고른 것이 아닐까.
하지만 너무 부담되는 일이다 보니 흔한 20세기의 남자처럼 ‘죽어도 대관식을 보고 죽겠다! 가즈아아아아아!’라고 소리치지 못했다.
부다페스트로 가야 하고, 직장도 생각해야 하니까.
‘당연히 모든 비용은 정부가 부담합니다. 편하게 몸만 오시면 됩니다. 직장이요? 호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꽤 재밌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대관식에 참석했다고 근위대 출신 직원을 핍박한다? 제국에서 얼굴 들고 살기 힘들 겁니다.’
하긴 아무리 악덕 사장이라도 그딴소리는 못 한다.
‘전하께서 부르신 손님은 사장의 반대로 오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이 전하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인생이 좀 많이 꼬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망설였다. 평범한 노동자가 그런 곳에 가도 될지 걱정되었으니까.
하지만 초대장을 읽어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제일 어려웠을 때 함께 했던 전우가 영광된 자리에 참석하여 빛내주었으면 좋겠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그는 결정을 내렸다.
전하께서 부르고 있는데 어찌 거부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제국은 생각 이상으로 참전 군인들을 잘 챙겨주고 있었다.
비록 쥐꼬리만 하지만 연금도 받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참전 군인 출신은 거의 프리 패스로 제국의 복지를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곧 황제 폐하가 되실 분이 부르는데 어찌 거부한단 말인가.
그리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여 대관식이 열릴 성당에 들어갔을 때 그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근위대 출신이군?”
“예? 예, 그렇습니다…”
“전쟁에서 무척 고생했겠어. 고맙네.”
이름도 모를 귀족이 어깨를 두드려 주더니 악수 한번 하고 떠났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그런 사람이 있었고, 생각보다 호의적인 시선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대전쟁 시절 근위대 군복을 입고 훈장을 주렁주렁 매달았으면 누가 봐도 참전 군인 아닌가.
제국의 귀족이라도 참전 군인을 나쁘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20세기라도 다른 장소도 아닌 대관식이 열릴 곳에서 ‘감히 미천한 놈이 이런 곳에 와?’라고 소란 피우는 귀족이 있을 리가 없다.
근위대 출신 혹은 군부의 장성, 장교도 많은 곳에서 미쳤다고 그러겠는가.
‘참석하길 잘했어.’
누구에게나 감사받았고, 옆에서는 아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
헝가리에서 열리는 대관식은 당연히 전통적이면서 종교적 의미가 가득 차고 웅장하면서도 상징적인 행사였다.
군주의 신성한 권리는 물론 제국의 역사적 전통까지 반영하기 위해 종교 의례와 국가 의전이 혼합된 형태.
“오스트리아-헝가리 만세! 합스부르크 만세!”
“제국에 영광을! 즉위하실 황제 폐하께 축복을!”
부다페스트에 모인 신민들은 황제가 될 카를 대공과 귀족, 성직자, 관리들로 구성된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합스부르크. 황가에 대한 충성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진 시기가 아니던가.
게다가 이번에 황제가 될 사람은 카를 대공이다.
그가 이뤄놓은 것을 생각하면 그의 즉위를 축복하지 않을 신민은 없었다.
만인의 축복을 받으면서 행렬은 마차시 성당에 도착했다.
“그렇게 좋아요?”
퇴위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쁘고말고. 제위에서 내려온 늙은이가 바라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당장 내일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카를의 즉위를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당신도 원하던 것이지 않소.”
“당신보단 아니에요.”
“지금 보니 나보다 더 웃는 것 같구려. 입이 귀에 걸렸소.”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말에 엘리자베타 황후는 그녀답지 않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아이인데 저렇게 클 줄이야…”
그녀로서도 정말 뜻깊은 날이다. 그녀를 구해주었던 어린 소년은 이제 황제가 되었다.
사실, 그녀에게 제국은 큰 의미가 없다. 가족으로서의 감정과 지금 남편과 함께 자리에 있는 순간을 만들어 준 카를이 고마울 뿐.
인정하긴 싫지만 다 늙은 그녀가 어린 카를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았다.
이런 자리를 가져서 카를을 축복하고 싶은 건 늙은이의 마지막 바람이다.
대관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별한 대관식 미사가 진행되었고, 이번 대관식에는 당연히 교황이 참가했다.
교황령의 부활, 멕시코의 일을 합작해서 가톨릭과 제국과의 사이는 놀랍게 친밀해졌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교황이 직접 나와서 카를에게 성유(성스러운 기름, 종교적 예식에 사용됨)를 부었고, 카를과 지타가 예복을 입었을 때.
대관식의 절정이 찾아왔다.
교황이 성 이슈트반 왕관을 들고 천천히 카를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왕관이 카를의 머리에 씌워지는 순간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눈을 감았다.
자신을 얽매는 모든 것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제3대 황제 카를 1세.
그의 즉위로 이제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어졌으니까.
제국의 미래와 영광은 이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신경 쓸 게 아니다.
카를이 알아서 만들어 낼 테니까.
***
성당 내부는 조용해졌으며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귀족과 관리들의 충성 맹세도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제국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성장했으며 어딜 가든 라디오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당연히 시대가 변하면 그게 어떤 행사든지 간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대관식의 마지막. 내 목소리가 직접 제국 전역에 흘러 들어갈 예정이다.
“준비됐습니다. 폐하.”
누구보다 오래, 누구보다 열심히 황제라는 자리에 집착하고, 준비해 왔다. 하지만 폐하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았다.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호칭. 오래 해먹을 예정이니 익숙해질 시간은 충분하다.
어쨌든 라디오를 켜고 나에게 집중할 국민들은 나에게 무슨 말을 원할까.
준비한 것도 있었지만, 생각이 많아지자 전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국민들은 환호해 줄 것이다.
내 옆에서 미소 짓고 있는 지타를 한 번 봐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 오스트리아의 황제로서 즉위하여 여러분 앞에 서면서 나는 어깨에 주어진 엄숙한 의무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 언어, 민족, 종교로 뒤섞인 제국은 큰 숙제를 앞두고 있으며 나와 국민들은 함께 이 숙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대오스트리아 합중국 개편안. 지금 제국에서 제일 집중하고 있을 사안이자 국민들이 제일 바라고 있을 개혁.
난 이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지했던 일이지만, 국민들에게 앞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나의 백성이 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대전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생긴 것이 달랐어도 위기를 헤쳐 나갔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을 가지고도 단결하여 승전한 경험은 우리의 큰 자산이며 모든 국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겠다는 것이 나의 엄숙한 약속입니다. 제국은 앞으로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모든 공동체가 존중받고,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는 단결 속에 정답이 있습니다.”
우린 그 어려운 대전쟁도 이겨내었다. 모든 열강이 뛰어든 지옥 같은 전쟁. 그 속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가진 체급에 비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게 어떻게 나 혼자만의 일이겠는가. 나와 함께 전선에서 싸워주고, 후방에서 전쟁이 지속될 수 있게 받쳐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나로 단결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황제인 내가 약속했다. 그들이 거부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원하고 바라던 것을 손에 쥘 수 있으리라.
“단결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번영과 평화, 제국의 유산을 쌓아나간다면 오스트리아는 세계에서 최고가 될 것입니다(Austria Erit In Orbe Ultima).”
반드시.
***
모래, 더 많은 모래, 너무 많은 모래! 아라비아 반도는 과장 없이 모래밖에 없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살 수도 없는 곳. 녹지도 없는 곳에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겠는가.
하지만 어느샌가 아라비아 반도 일부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존에 있었던 곳은 더더욱 거대해졌으며,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은 도시가 세워졌다.
“이건 바보 같은 일이야! 모래 위에 왜 도시를 세워?”
“돈이 썩어 넘쳐나? 여긴 아무것도 없다고! 팔 거라고는 진주밖에 없어!”
“이제는 중요한 곳도 아니잖아? 인도와의 연결? 이 똥땅이 뭐라고 연결해! 그냥 강력한 해군을 유지하면 될 일이잖아.”
모두가 아라비아 반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다.
누가 봐도 모래밖에 없는 곳에 무슨 놈의 투자란 말인가.
아무리 제국에 돈이 썩어 넘쳐도 너무나도 바보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투자를 주장한 사람이 곧 황제가 될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막지 못한다.
“에이, 진짜 모래밖에 없네.”
도시가 세워지는 곳은 당연히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주둔하게 된다.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에 도착한 병사들은 절망했다.
차라리 과거의 갈리치아나 제국의 변방이 낫지. 여긴 뭐란 말인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전하께서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라고 다짐해도 어쩔 수 없이 카를 대공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진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시추요!”
시추란 대규모 굴착 공사 등을 실시하기 전에 지질 조사, 발파 준비 등의 목적으로 땅에 구멍을 뚫는 것을 의미한다.
“땅 파면 뭐가 나옵니까?”
“나오죠. 운이 좋으면 석유라도 나올 수 있는 거고.”
당연히 자세히 내용을 모르는 제국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변방 중의 변방인 곳에 끌려온 것도 열받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땅이나 파고 있으니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지금쯤이면 대관식이 진행되고 있겠지?”
“하아, 여긴 왜 라디오가 안 터지냐?”
“본국이랑 멀잖아.”
“제국 내에서는 다 들리는 라디오가 없으니 진짜 죽을 맛이네.”
게다가 상황도 좋지 않았다. 제국 신민이라면 기대하고 있을 대관식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두 눈으로 못 보더라도 귀로는 들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 뭐야!”
“뭔가 터진 건가? 비, 비상?!”
거대한 폭음과 함께 경비를 서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와….”
“저게 뭐야?”
하늘에서 검은색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