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38
38화 – 동부전선(3)
콰아앙-!
땅에 포탄이 떨어져 병사를 하늘로 날려버리고, 흙과 함께 온전치 못한 병사의 몸이 분해되어 여기저기 뒹군다.
하지만 이제 죽어버린 전우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도 죽기 일보 직전이니까.
러시아 제국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관총 사격이 빗발치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서 겨우 전진하면 철조망이 병사들을 틀어막는다.
“앞으로! 앞으로 가야 해!”
“처, 철조망이…!”
“뭐라도 덮어! 여기서 멈추면 다 죽는다!”
러시아 제국 제30보병사단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은엄폐할 어떤 것도 없다. 하지만 포격과 기관총은 멈추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계속해서 병사들은 죽어 나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미 죽은 전우들의 시체에 몸을 숨기는 것뿐이었다.
“아, 안 돼! 여기서 죽을 수 없어!”
공포에 이기지 못해 벗어나려 하면 죽는다.
“일어서! 나를 따르… 커헉!”
겁에 질린 병사들을 독려하는 용감한 장교도 죽는다.
가만히 있어도 죽고 앞으로 나가도 차디찬 시체가 되어 땅에 누울 뿐이다.
근위대가 구성한 화망은 러시아 제국의 공격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공격을 주도한 제30보병사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멸 판정을 받게 됐다.
“뭐? 전멸? 이 무능한 자식들이…!”
러시아 제국 1군 지휘부, 사령관 렌넨캄프는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갈 길이 바쁘다.
‘2군에서 전보가 왔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근위대와 접촉! 곧바로 교전하겠답니다!’
삼소노프가 지휘하는 2군이 근위대를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1군이 할 게 무엇이겠는가.
2군이 근위대와 부딪혔다는 건 1군이 근위대의 측면을 공격하기에 매우 알맞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강력한 군대도 양쪽에서 공격받으면 무너진다.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초기에 동원한 군대는 전부 러시아 제국군이 붙잡아 두고 있으며, 예비대가 오기에는 시간이 없다.
“뚫어야 한다! 병력을 더 투입해!”
아직 적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근위대가 절반으로 나누어 1군과 2군과 싸울 일은 없다.
그거야말로 바보 멍청이 짓이 아니던가. 각개격파 당하려고 환장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짓이다.
그렇다면 1군 앞에 있는 부대는 매우 소수일 터.
“눈에 빤히 보이는군요. 2군을 빠르게 정리하고 남은 군대를 끌어모아 우리와 붙어보겠다는.”
“오스트리아-헝가리도 급했나 봅니다.”
“상상도 못 했겠지. 갑자기 2배 이상의 병력이 눈앞에 나왔는데.”
지휘부에 있었던 장교들이 피식 웃었다.
‘제군들. 우리는 좆됐다. 조국은 바람 앞에 등불이요, 상대는 강대하다!’라고 연설하고 웅장한 가슴으로 몇 배 이상의 적들을 쓸어버리는 시대가 아니다.
비슷한 숫자로 순식간에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결국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시도는 일부 병력을 희생해서 1군을 틀어막고 2군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지막 발버둥.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장교들이 바보는 아닐 것이다.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시도한 마지막 방법일 뿐.
하지만 너무 무모한 일이다. 비슷한 규모의 부대를 단시간 내에 어떻게 무너뜨린단 말인가.
애초에 소수의 병력이 1군을 막는 건 불가능한 일.
근위대가 2군을 무너뜨리기 전에 이미 1군은 근위대의 측면과 후방을 에워싸고 있을 것이다.
이게 전략이고 전술 아니겠는가. 이 시대의 전쟁은 누가 더 많고 빠르게 병력을 동원해서 박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2군과 싸우는 근위대도 1군과 싸우는 눈앞의 소수 부대도 무너질 것이다.
매우 처참하게.
“저, 적의 저항이 무척 거셉니다!”
“거세도 뚫어! 포병 뭐하나? 지원하지 않고! 병력도 더 투입하게!”
렌넨캄프는 조금 답답해졌다. 지금 근위대가 측면을 너무 무방비하게 드러내 놓고 있는데 겨우 소수의 부대를 뚫지 못하니 어찌 사령관으로서 한숨이 나오지 않겠는가.
근위대의 대포병 사격은 아군 포병에 큰 피해를 주었지만 결국.
“적 참호를 돌파!”
“좋아. 당연히 이래야지.”
지금이라도 뚫은 게 어딘가. 렌넨캄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좋아. 이제 빠르게 행군…”
“전방에서 전령이…! 참호를 다시 빼앗겼답니다!”
***
“…”
“…”
1군 지휘부는 먼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사령관인 렌넨캄프는 의자에 앉아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이건 아니야…’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보좌해야 할 참모들조차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누구도 환기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6만. 상대의 참호에 갖다 박아 나온 사상자의 숫자가 무려 6만이다! 그것도 이틀 만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단 하나가 증발해 버리고, 추가 투입한 병력도 하나 같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도 보병과 포병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서 참호를 돌파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옥 같은 참호는 1선이 끝이 아니었다.
근위대는 1선이 위험해지자 일사불란하게 2선으로 물러가고, 1선에 남아 있는 러시아 제국군을 향해 포격을 날린다.
포격의 충격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2선에 남아 있는 악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관단총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제국군은 보병 화력에서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고, 근위대는 멧돼지나 잡는 야만적인 무기로 러시아 제국군을 갈아버렸다.
당연히 돌파한 참호를 그대로 내어주어야 했다.
보병들만 죽었느냐? 추가 투입하느라 포격으로 지원하던 포병부대들도 상대의 대포병 사격에 너덜너덜해졌다.
“저,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아직 아군의 숫자는 많습니다!”
그래도 아직 정신이 말짱한 참모가 남아 있었다.
“적군의 방어선이 너무 견고합니다. 분명 다시 부딪히면 뚫을 수 있겠지만 우리라고 병사가 무한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회해서 포위한 다음에 일망타진하거나 포위만 해두고 남은 부대를 보내 근위대를 위협해도 됩니다!”
그래, 언제부터 이 드넓은 지역이 참호 좀 만들었다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당장 포위해라. 그놈들을 절대 살려둘 순 없다!”
눈앞의 부대를 그대로 두고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면 포위해서 확실히 결정을 지어야 한다.
조금 늦게 가도 2군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무너질 리가 없다.
그리고 렌넨캄프는 욕심이 과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면으로 뚫지 말고 포위해서 천천히 숨통을 끊었어야 했다.
아무리 강력하고 두터운 요새라도 둘러싸이면 답이 없다.
하지만 근위대가 방어만 잘하는 부대가 절대 아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초기 계획이 공세가 아니던가.
작은 규모라고 멍청하게 상대가 우회하는 꼴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상대가 우회하면 빠르게 부대를 보내 그곳을 집중 타격한다.
기병대도 있었고, 보병에 붙은 수많은 차량은 압도적인 기동력을 부여해 주었다.
당연히 러시아 제국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었다.
드디어 해결법을 찾은 것 같았는데!
“빌어먹을, 어떻게! 으아아아!”
렌넨캄프는 책상을 내리쳤다.
자기 자신에 대한 한심함, 적을 뚫어내지 못하는 아군의 무능함까지 겹쳐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크게 봐도 겨우 군단급인데 야전군 하나가 완전히 막힌다? 이게 말이나 되나?
“2, 2군에서!”
렌넨캄프는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심란한데 무슨 메시지가 왔길래 방해하는가.
“2군은… 포위되고 있다. 지원 요청 바람…이라고 왔습니다.”
렌넨캄프의 입이 벌어졌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제1근위군단에서 보고가 왔습니다. 러시아 제국 1군과의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답니다.”
연이어 쌓이는 승전 보고에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근위대에 돈 사용했지.
군단으로 야전군을 틀어막고 있는데 어찌 미소가 나오지 않겠는가.
사실, 조금 긴장하기는 했다. 내가 근위대를 무척 훈련하고 돈을 쏟아도 게임처럼 부대의 스탯 같은 것을 볼 수가 없지 않나.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극소수의 부대로 다수의 적을 막으라는 일은 너무나도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근위 군단은 연이어 승리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구만.
제공권을 제압, 상대 포병은 대포병 사격으로 따버린 후에 철조망과 참호로 구축한 방어선은 상대의 보병을 갈아버릴 것이다.
이 시대의 공격자는 방어자의 화력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 전차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세상에 뭐가 있나.
근위대 훈련장에 프로토타입으로 뽑아놓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등장도 하지 않았다.
알보병은 철조망, 기관총을 뚫고 참호로 가야 할 터.
대부분의 부대는 차가운 땅에 육신을 뉘고 정말 소수만 참호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참호는 무적의 요새가 아니다. 충분히 많은 수의 병력을 쏟아낸다면 뚫린다.
그런데 참호를 일렬로만 깔겠는가. 뒤에 2선, 3선이 존재한다.
1선이 뚫렸다면 일사불란하게 후퇴, 포병이 1선에 사격해서 상대를 묵사발로 만든다.
그리고 2선에서 기관단총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예비 병력이 포격의 충격을 수습하지 못한 상대를 일방적으로 갈아버릴 것이다.
공격자는 결국 1선 참호까지 빼앗겨 다시 시작할 생각에 미쳐버리겠지.
수만 명이나 희생시켜서 얻은 거라곤 하나도 없으니까.
솔직히 눈 딱 감고 더 추가 투입하면 뚫릴 수도 있는데 순식간에 수만 명이 죽어버리면 지휘관도 정상이 아니게 된다.
결국 우회밖에 남지 않는데 제1근위군단은 예비 부대를 충분히 준비한 상태다. 물론 영원히 상대의 우회를 틀어막지 못할 테지만.
아무리 근위군단이라고 해도 1군을 상대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전에 2군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러시아 제국 2군은 한 번의 교전에 깜짝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다. 하늘에서 우리는 러시아 제국의 동태를 파악하고, 빠른 기동력으로 2군을 포위하고 있다.
그리고.
“돌격대, 적 방어선 돌파! 러시아 제국 전선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한계가 온 러시아 제국 2군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내 말 가져와! 참모장, 뒤는 부탁합니다.”
“정말 가실 겁니까?”
나는 씨익 웃었고, 슈트라우센부르크가 한숨을 쉬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부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한다. 무슨 내가 전략 전술의 귀재도 아니고 미래 좀 알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무기와 장비만 신경 쓴 게 아니다. 훈련을 통해 병사는 물론 장교진은 크게 성장했다.
내가 없어도 잘할 터.
그럼 영화 한 편 찍으러 가볼까.
***
근위대는 다른 부대와 다르게 온갖 혜택과 대우를 받지만, 모든 병과의 병사들이 웃고 있는 건 아니다.
분명히 부대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고, 비교적 낮은 사기를 유지하는 부대가 있을 수 있다.
근위대에서 비교적 사기가 낮은 곳은 바로 기병대였다.
분명 기병은 하나의 꿈과도 같았다.
“아, 끝내주는 돌파 한번 하고 싶다.”
“트럭이나 타고 다니는 놈들이 기병의 낭만을 알아?”
“너희들 기병 돌격 한번 안 해봤지? 그거 해보면 못 벗어나.”
“말과 하나가 되어 달리는 것을 못 느껴보다니. 불쌍한데?”
하지만 근위대는 평소에 어마어마한 훈련을 소화하고, 훈련에서 기병은 매우 답답하면서 활약할 요소까지 적었다.
근위대의 보병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수량의 기관총과 막강한 포병의 지원을 받는다.
당연히 훈련에서 철조망, 참호, 기관총과 강력한 포병까지.
기병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뭐만 하면 포격이 날아오고, 참호 전술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져 기병이 돌파할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근위대는 수많은 차량이 존재한다. 트럭에 보병을 태우고 뒤에 대포를 끌고 다녀 이 시대의 평범한 부대가 보여주지 못할 기동력을 보여준다.
기병을 없애지는 않았지만, 발언권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병이 뭘 하는 시대는 끝났지. 철조망, 기관총만 있어도 아무것도 못하잖아.”
“보급도 다 트럭이 해주고.”
“막말로 기병보다 트럭에 기관총 달고 달리는 게 더 낫지 않나?”
“장갑차도 있지.”
“난 그것보다 같이 훈련했던 전차라는 게 더 멋있던데.”
결국 전장의 메인은 보병이다. 게다가 기동력과 화력까지 갖춘 보병이 기병에 밀릴 게 무엇이 있겠는가.
“비, 빌어먹을…”
“포기하지마, 이 자식들아!”
“제 동기는 기병을 포기했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만든 기갑부대인가 뭔가를 위해 떠났어요.”
하지만 근위대 훈련에서 기병이 구경꾼은 아니다.
분명히 좋은 장교와 병사들은 어떻게든 틈을 만들거나 틈을 포착하여 파고들 수 있었다.
애초에 훈련은 근위대끼리 하지 않았는가.
만약 상대가 다른 군대라면?
러시아 제국군 상대로 근위대는 기병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너무나도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기병을 포착할 수 있는 제공권은 이미 제압했지, 보병과 포병은 적을 훌륭하게 잡아두고 있거나 무너뜨리고 있다.
돌격대는 그 틈을 타고 들어서 전선을 붕괴시킨 상황.
근위대가 러시아 제국군을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포위할 때, 제1근위기병사단과 제2근위기병사단은 더 크게 우회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태양이 높게 떠 있고, 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두두두-!
근위기병사단의 강력한 말발굽 소리는 대지를 진동시키고, 병사들은 고삐를 움켜쥐고 결연한 표정을 짓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어찌 기병으로서 울분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니다.
기병들은 선두에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들의 눈에는 경외와 존경이 듬뿍 담겨 있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계승권자이면서 근위대 사령관이 기병대를 이끌고 있는데 누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울분을 남기겠는가.
기병은 떨어지는 해라고? 원래 어떤 일이든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부대보다 찬란한 경험을 했노라.
“러시아 제국군 전선 붕괴 중! 도주하고 있습니다!”
미리 보낸 정찰대가 복귀하여 기병 사단을 유도한다.
그리고.
“러시아 제국군 발견!”
눈이 좋은 누군가가 먼저 외쳤고, 기병대는 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한 후퇴가 아니다. 근위대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지는 군대.
무방비한 러시아 제국군은 기병대가 바라왔던 모습이었다.
“황제 폐하에게 영광을! 제국에게 승리를! 모두 돌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