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72
72화 – 이탈리아를 위대하게
양군의 작전 계획을 폐기물로 만든 라우스의 전차 중대는 멈출 줄 몰랐고, 어마어마한 충격력에 화들짝 놀란 러시아 제국군의 전선 붕괴 및 철수를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브루실로프와 함께 전선에 나와 있던 차르도 헐레벌떡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폐하! 차에서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겨울이 지났다고 러시아 제국의 영토가 인간에게 친절할 리가 없다.
척박한 영토는 러시아 제국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불친절했다.
겨울이 지나면 비가 오거나 눈이 녹아서 유럽 최대 규모의 머드 축제가 열린다. 라스푸티차라는 이름으로.
21세기 러시아도 어쩌지 못했는데 이 시기의 러시아 제국 인프라로는 어림도 없었다.
차르가 탄 차량은 진흙으로 이루어진 비포장도로를 넘어갈 수 없었다.
여기서 그대로 갔다가 차가 빠져 움직이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거나 돌아가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추격이 문제다.
차르가 잡히면 모든 게 끝이다. 러시아 제국은 전쟁할 이유도, 할 수도 없게 된다.
러시아 제국은 패배하고 갈기갈기 찢겨 다시는 유럽의 패권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승전국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수많은 국가를 아래에 두고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 터.
‘신께서 로마노프를 버리시는가?’
차르는 차량에서 내려와 질척거리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비포장도로를 헤쳐 나가며 신을 원망했다.
합스부르크의 미래는 찬란할 것 같은데 로마노프는 어두울 것 같으니까.
달라붙은 진흙은 차르의 옷을 더럽혔고, 그의 마음도 무거워지게 했다.
그리고 러시아 제국의 전선을 돌파한 전차 중대도 자연의 위대함에 멈춰야 했다.
엔진 고장도, 러시아 제국군도, 연료 부족도 아니다.
라스푸티차.
아무리 전차라도 라스푸티차 앞에서 한낱 쇳덩이일 뿐이었다.
진흙은 전차의 무한궤도를 우습게 파훼해 버렸다. 10톤이 넘는 전차는 깊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
라우스는 진흙에 빠진 전차에서 빠져나왔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광활한 러시아 영토는 너무나도 뻥 뚫리는 개방감을 주었다.
문제는.
“여긴 어디입니까?”
“어…”
“중대장님?”
“그게… 음.”
전차 중대장 라우스는 부하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기도 몰랐으니까!
전선을 돌파한 건 좋았는데 후속 부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어느샌가 러시아 제국군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포격 소리까지 들리지 않아 전투가 끝난 건지 아니면 너무 멀리 나온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들을 믿고 따라온 용감한 부하들에게 ‘모르겠는데?’라고 할 순 없었다.
“이, 일단 무장을 챙기지.”
“무장이라 해봐야 기관단총밖에 없습니다.”
전차병이 무장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애초에 좁아터진 전차 내부는 많은 것을 실을 수 없었다.
기관단총조차도 인원수대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전차병은 스패너를 손에 쥐고 있었다.
병사가 아니라 웬 거지들이 모인 것 같은 행색.
식량은 있나? 아니, 여기 위치는 어디지?
어디로 가야 아군을 만날 수 있을까.
라우스의 머릿속은 무척 복잡해져만 갔고, 침묵을 깬 건 부하였다.
“근데 이제 우리 뭐합니까?”
***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 왕국의 귀족과 사업가들은 승리할 경우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전쟁 자체가 당장 이득이 되기 힘들었으니까.
당연히 이탈리아의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에 오스트리아-헝가리도 당황했지만 이탈리아 왕국의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동원령에 국가 내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합니까? 이건 아니에요!”
“세계가 전쟁으로 불타고 있을 때 가만히 있는 우리가 승리자입니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얼마 전에 오스만 제국과 전쟁을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전쟁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해요!”
“동맹국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왜 끼어드는 겁니까?!”
이성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전시 상황에 왜 이리 말들이 많단 말인가.
조국에 대한 애정과 왕가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고, 미래에는 찬란한 조국의 모습을 함께 꿈꿔야 하는데!
“하나같이 멍청해! 전쟁이 끝나면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우릴 가만히 내려두겠어? 전쟁에 관심 없어도 전쟁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아!”
“베네토와 롬바르디아를 가져가려고 개수작을 부리겠지!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제국을 쓰러뜨렸는데 왜 참아?”
“독일 제국은 물론 미친개 같은 발칸 국가들도 밑으로 들어갔어. 이제는 폴란드까지 독립했고.”
“우리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제국이 지고 있을 때 침묵하면 나중에 우리를 도와줄 국가가 남지 않게 돼!”
“이 새끼들 다 빨갱이 아니야? 빨갱이가 아니라면 충성을 증명해!”
전쟁을 반대하는 자와 전쟁을 지지하는 자들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전포고 후에 전시 상황이 되었다. 전쟁을 반대하는 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져야만 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됐으니까. 이제 물릴 수도 없지 않은가.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선전포고는 실수입니다 헤헤.’라고 하면 그래도 받아 주겠지만 당연히 그건 이탈리아 측에서 생각도 하지 않을 일이다.
이 구차하고 비굴한 모습은 누구도 원하지 않고, 안 한 것만 못한 일이 되어버린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타국에 있는 이탈리아의 땅을 가져와야 합니다!”
“타국에 있는 우리의 국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으십니까?”
“평범한 국민만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귀족 혹은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도 앞다투어 자원입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스트리아-헝가리에 겁을 먹지 마십시오! 그들의 군대는 전부 러시아에 가 있습니다!”
“대전쟁은 이탈리아의 손에 끝나게 되어 우리는 대전쟁의 승리자가 될 겁니다! 우리의 미수복 영토와 식민지도 늘려 부유한 강대국이 될 수 있어요!”
“이탈리아의 진정한 통일을 위하여!”
선전을 통해 이탈리아는 전쟁을 착실하게 준비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처럼 애국심 열풍이 불면서 젊은이들을 동원했다.
“전쟁은 몇 개월이면 끝난다! 전쟁 영웅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강대국이 된 이탈리아의 사람으로 살아가면 돼!”
전쟁에서 이기는 건 이탈리아고 상대는 병력도 변변치 않다!
국가의 영웅이 될 자격을 준다는데 어떤 젊은이들이 응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쯧. 파업과 시위가 일어났다고?”
“예, 폭동을 일으키고 분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군대를 투입하여 밀어버려라.”
이탈리아 장군참모장 카도르나는 혀를 찼다.
하여간 빨갱이들이 문제다. 왕가에 대한 충성도 없고 미래를 보는 눈도 없는 버러지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르는 놈들이다.
지금이 기회이거늘!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옷을 홀딱 벗은 채 이탈리아를 유혹하고 있지 않은가!
병력을 밀어 넣으면 깜짝 놀라 어쩔 줄 모르는 게 보이는데 어찌 전쟁에 반대하는가?
이탈리아 진정한 통일을 위한 미수복 영토를 가져올 수 있고, 어마어마한 식민지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게 다 일부 기득권층을 위한 일이겠는가? 전쟁은 이탈리아 전체의 이득이다.
그런데 이 빨갱이들은 전시 상황에서 파업과 시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물자와 인력을 나를 기차역 점거, 전화선 절단 등 반국가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무척 바쁠 시기가 아니던가. 이 짧은 시간 동안 이탈리아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전쟁 기간이 달라진다.
빠르게 군대를 동원, 전선에 투입하여 오스트리아-헝가리를 향한 공세를 벌여야 한다.
다 함께 힘을 합쳐 으쌰으쌰 해도 모자랄 판국에 방해라니?
이들은 이탈리아 발전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사회주의자가 전쟁을 반대한 건 아니다. 사람의 의견이 바뀌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들은 이탈리아인으로서 국가의 이득과 영광을 원하고, 사회주의자로서 호엔촐레른과 합스부르크 군주제를 무너뜨릴 필요성이 있다고 믿었다.
“합스부르크가 지배하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을 해방해 줘야 합니다! 우리의 욕심을 위한 전쟁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독립 전쟁입니다!”
“무솔리니, 자네는 전쟁을 반대하지 않았나? 갑자기 왜 이러는가?!”
“당신들의 투쟁은 틀렸습니다!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당신들은 실패했어!”
“이 배신자 같으니라고!”
제일 앞에서 강렬하게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들조차 분열했기에 전쟁의 장애물은 하나둘 없어졌다.
“동원은?”
“많이 부족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늦을 것 같습니다.”
“준비를 명한 게 언제인데…”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사회주의자들이 조금 잠잠해지자 전쟁 동원 능력이 발목을 붙잡았다.
분명 몇 달 전부터 전쟁을 각오했으니,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동원이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알아챌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정말 조심히 움직였고,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작은 것들밖에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여기서 저기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열악한 수송망 때문에 병력, 물자 동원이 느리고, 포병 숫자는 물론이고 당초 계획한 총알 수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기관총 부대는 계획으로는 대대당 하나에 편성하고 싶었지만 연대당 하나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수류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
이탈리아-투르크 전쟁에서도 장비와 보급품 부족에 시달린 이탈리아가 이제와서 문제를 해결했을 리도 없다.
이탈리아-투르크 전쟁에서 쓴 전비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문제를 개선할 시간과 돈 마련을 어디서 하겠는가.
하지만 괜찮았다.
“전쟁은 장비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 하는 거지.”
이탈리아군은 전선에서 적게는 2배, 많으면 4배 이상의 병력을 가지고 있을 텐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렇게도 강한 근위대와 주력부대는 전부 동부 전선에 있다.
하지만 준비하고 있던 건 이탈리아만이 아니었다.
“아드리아해에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대규모 함대가 출현했습니다!”
***
이탈리아의 선전 포고 후에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미리 전쟁을 준비한 이탈리아군이 아니었다.
먼저 움직인 건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쟁 해군이었다. 그들에게는 몇 년 전부터 세워진 계획이 하나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러시아 제국과의 전쟁 상황일 때 이탈리아 왕국의 선전포고를 받았다는 가정하에 세워진 계획.
당연히 많은 장군과 참모들은 이 계획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러시아 제국, 이탈리아 왕국의 양면 전선이라니? 가능성이 크지 않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면서도 힘든 일이 아니던가.
그때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 왕국은 동맹국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억지로 밀어붙였고, 계획을 시행할 때가 되었다.
이 계획을 그려놓은 것은 현재 동부 전선에 있는 카를 대공이었다.
‘무섭군.’
전쟁해군 총사령관 안톤 하우스는 미래를 예측한 카를 대공에 대한 경외심이 깊어져만 갔다.
정말 예상한 대로 똑같지 않은가. 거의 모든 부대가 동부전선에 쏠려 있고, 이탈리아 쪽에는 군대가 거의 없었다.
이미 대비했던 상황이라 선전포고에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고, 움직임에 주저할 필요도 없었다.
“작전 계획대로 움직인다.”
이탈리아의 선전 포고 소식이 도착한 즉시 안톤 하우스의 지시하에 전쟁해군은 곧바로 움직였다.
“신속하게 움직여라!”
항구도시 풀라에 잠들고 있는 강철로 만들어진 거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오트란토 해전으로 인한 피해를 수리하고 복귀한 빈, 비리부스 우니티스, 테케토프와 얼마 전에 배치된 빈급 2번함 부다페스트, 테게토프급 나머지 2척인 카를 대공, 프린츠 오이겐, 그리고 라데츠키급 3척을 포함한 모든 배가 침묵을 깼다.
엔진이 점화되어 강철로 이루어진 배들은 생기를 되찾았고, 모든 선박이 풀라를 빠져나갔다.
영국 지중해 함대를 제외한다면 지중해 최강의 해군 전력.
이탈리아가 참전해도 아드리아해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쟁해군의 바다다.
이탈리아는 지중해라는 매우 중요한 바다가 있어서 아드리아해에 모든 해군을 집중할 수 없었으니까.
“오, 오스트리아-헝가리 해군이 해안을 포격하고 있습니다!”
전쟁해군은 무척이나 신속했다. 선전포고 후에 즉시 움직였는지 아드리아해에 인접한 해안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작전 계획을 상세하게 수립해서 전쟁에 관련된 군사 및 민간 목표물을 효율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다.
기차역, 방송국, 정박한 함선, 창고 등 모든 것을.
영악한 전쟁해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아드리아해에 간섭하지 못하게 연안에 기뢰까지 매설했다.
“우리 해군은 움직이지 않는다.”
분하지만 복수라고 떠들면서 해군을 투입할 생각이 없는 이탈리아다.
어차피 아드리아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날뛰는 건 예상했던 바이다.
싸우면 진다. 공격받는다고 해군을 투입하는 순간 슈퍼 드레드노트급 전함인 빈과 부다페스트에게 갈려 나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름 대비를 해놓았던 큰 도시인 베네치아가 무사하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도 굳이 베네치아를 공격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분노를 삼켜라. 곧 바다에서도 우리가 승리할 것이니까.”
이탈리아의 미소는 여전히 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