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05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장쭤린이 전에, 승전하고 나서 우창에서 연회를 열겠다고 인터뷰했더군요. 저는 연회는 별로 즐기지 않지만, 만주식 연태고량주라면 좀 끌립니다. 선양에서 장쭤린을 앞에 두고 시원하게 마실 겁니다.”
***
장쭤린은 입에서 단내가 나는 걸 느꼈다.
이렇게까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본 것이 얼마 만인가.
목숨이 위급하니 젖 먹던 힘까지 솟아나는 것이 놀라웠다.
“아그들아! 살아는 있냐!”
“예에에···.”
일부러 활기차게 외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시원찮았다.
닝허에서 탈출할 때만 해도 제27사단과 제28사단의 주력이 함께였는데···.
지금 패주하는 행렬은 눈으로도 어림할 수 있을 만큼 확연히 줄어들었다.
기껏해야 3,000명. 아니 2,500명이나 될까.
장쭤린은 지난밤을 떠올렸다.
그야말로 악전고투(惡戰苦鬪).
겹겹의 포위망을 뚫으며 탈출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장쭤린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들의 마지막 표정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펑톈의 명예를 걸고 복수해주마···.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여기서 살아나가야 하는데···.
“두목! 롼저우가 보입니다!”
“살았다···. 씨발···.”
소도시 롼저우에는 산하이관까지 가는 철도가 있다.
동북의 굳건한 방벽인 산하이관에만 도착하면 설사 한신이 추격대를 꾸려 북상한다 해도 방어해낼 수 있으리라.
이후에 천천히 펑톈의 성도인 선양으로 이동하면 된다.
“자, 조금만 더 힘내자! 아들! 벌써 지쳤냐? 걸음이 시원찮아.”
“아닙니다. 후방을 경계하는 겁니다.”
“음, 그래. 잘하고 있다.”
장쭤린은 장쉐량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장씨 일가의 장남이라기에는 성격적으로 유약한 면이 있어 항상 미덥지 못하였는데.
어제 일을 생각하자 장쭤린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 녀석이 리볼버까지 빼 들고 결사적으로 막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자신은 닝허의 진창에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겠지.
그리고 며칠 후면 잘린 목이 천안문 광장에 볼썽사납게 걸려 있을 테고.
장쉐량이 보여준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과 용의주도함은 장쭤린이 평생 가지지 못한 부분이었다.
장쭤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다스릴 수는 없는 법.
전쟁이라면 자신있지만, 통치는 영 젬병인 장쭤린이었다.
반면 장쉐량에게는 통치자의 자질이 있다.
이 녀석이 다스리는 나라는 평안하게 굴러갈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대에서 전쟁을 끝내고 중화를 통일한다···!
“산하이관에만 도착하면 각 전선에서 부대들이 합류할 거고, 선양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된 병기창에서 무기를 찍어낼 수 있다! 이 장쭤린이가 그렇게 쉽게 망할 거 같애?”
그렇게 생각하니 패전으로 인한 암울함이 사라지고 금방 기운이 솟아올랐다.
패잔병을 이끌고 소도시 롼저우에 진입했다.
도시는 조용했다. 민가는 비어있고 밭에도 사람이 없었다.
장쭤린은 중얼거렸다.
“어째 유령도시 같군. 원래 이랬나?”
“올 때는 사람이 꽤 있었지요. 아마 우리 군이 지나가고 나서 전쟁이 터졌다는 걸 알고 대피한 모양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장쭤린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장쉐량이 의아하여 물어왔다.
“왜 그러십니까, 아버지?”
“내가 한신이었다면, 미리 롼저우에 병력을 보내 매복시켜 놓았을 텐데. 우리 군이 철도를 따라 퇴각할 거라는 게 뻔히 보이잖느냐.”
“이번 전쟁은 톈진과 베이징에 걸쳐 기나긴 참호선이 그어졌었습니다. 제아무리 한신이라 해도 별동대를 돌릴 여유는 없었겠지요.”
“우리로서는 다행이지. 예컨대 저기 저 커다란 바위 뒤에 적병이 숨어있다고 생각해봐라. 꼼짝없이 당했을 것 아니냐.”
장쭤린은 별 생각 없이 길가의 돌멩이를 집어 들어 앞에 보이는 바위 뒤로 던졌다.
특별히 의미를 둔 행동이 아니었지만, 그 파장은 실로 컸다.
“읍···!”
바위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장쭤린과 장쉐량은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았다.
무어라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아침 해를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총구가 바위 뒤에서 나타났다.
“적이다!”
탕, 타탕!
타타탕!
대열이 흩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젠장, 진짜 매복이 있을 줄이야···!
앞에서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쭤린! 자기 분수도 모르고 전쟁을 일으켜 놓고, 목숨 아까운 줄은 알아서 도망칠 작정이냐? 닝허에서 죽어간 네 병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목소리의 억양은 외국인처럼 어눌했는데, 담긴 내용은 꽤나 신랄하여.
장쭤린은 절로 울컥하는 심정이 올라왔다.
곧바로 지지 않고 소리 질렀다.
“어디서 온 졸개들이냐! 한신이 보냈냐!”
콰쾅!
장쭤린이 있는 곳으로 곧장 수류탄이 날아왔다.
“아버지! 적의 도발에 걸려들지 마십시오! 싸우면 안 됩니다. 몸을 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 씨발. 역으로 가자···!”
신경을 곤두세우며 밤새 퇴각한 펑톈군은 전투를 벌일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적병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병사들이 수수깡처럼 쓰러졌다.
장쭤린은 또다시 병사들을 방패막이로 세우고 겨우 롼저우역에 도착하였으나.
뭘 기대한 걸까.
복병이 매복한 판에, 열차를 그대로 두었을 리가.
롼저우역은 텅 비어 있었다.
장쭤린은 자신의 판단력이 많이 흐려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냐, 어디로 가야 하느냐. 쉐량아!”
“예, 예? 저도 잘···.”
“제기랄···!”
적막하던 롼저우는 갑작스러운 시가전으로 어수선해졌다.
장쭤린은 피눈물을 뿌리며 죽을 힘을 다하여 탈출을 감행했다.
북으로. 동으로.
병력을 보존할 경황 따위는 없었다.
총소리와 비명이 난무하는 롼저우를 뒤로하고.
장쭤린을 따르는 병사는 고작 수십 기.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고.
도리없이 걸어서 산하이관으로 향하는 길.
야전 식량은 떨어진 지 오래.
지나가다 발견한 민가에서 생쌀을 강탈하여 나누어 먹는 신세가 그리 처량할 수가 없었다.
도주에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항공기였다.
날개 달린 악마들이 공중에 떠서 정찰을 할 때면, 장쭤린은 숨을 죽이고 풀숲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원래 펑톈에서 타고 다녔던 자동차는 언감생심.
조랑말이라도 한 마리 잡아탔으면 좋겠는데.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무릎을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장쭤린은 겨우 베이다이허에 진입하였다.
조금만 더 가면 산하이관에 들어갈 수 있다.
장쭤린은 문득 장쉐량의 얼굴을 보았다.
펑톈을 넘어 중화 최고의 미남이라고 여자들이 소곤거리는 걸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지금은 모습이 말이 아니다.
자신도 똑같겠지.
“흐흐. 네 얼굴이 일주일 굶은 거지꼴이구나. 쉐량아.”
“실제로 사흘은 굶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고생 다 했다. 이제 곧 도착이다.”
“아직 좀 더 가야 합니다. 안심은 금물입니다.”
“흥, 겁 많기는. 자식.”
산하이관에 거진 다 왔다고 생각하니, 지금껏 겪은 고초는 10년 전 기억처럼 희미해졌다.
장쭤린은 흥겨운 기분이 되어 떠들었다.
“한신이 다루는 항공기라는 것도 무섭게 엔진소리나 윙윙 낼 줄 알지. 효용성은 별로 없구나. 공중에서 그리 열심히 정찰을 했는데도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글쎄요. 발견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지요.”
“왜 모르느냐. 우리 걸음이 지금껏 오죽 굼벵이 같았냐? 발견했다면 진작에 추격대를 꾸려 잡으려 들었을 거다.”
“미리 앞서가 산하이관 가는 길목에 매복을 했을지도요.”
“마지막으로 적병을 마주친 게 3일 전인데, 매복은 무슨! 저, 봐라! 산하이관이 보이는구나! 길은 탄탄대로다!”
그러나 장쭤린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길목에는 일단의 부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포대까지 설치한 것이 완연히 자리 잡은 모양새였다.
“···저놈들은 뭐지? 우리 군인가?”
“펑톈군이 산하이관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 진을 칠 이유가 뭐겠습니까? 무엇보다 복장이 다릅니다! 저들은 공화군입니다!”
“공화군이라고?”
장쭤린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적 진지에서 소란이 일더니 하나둘씩 야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포격입니다! 피하십시오!”
죽을 고생을 겪으며 산하이관 바로 앞까지 왔는데.
여기까지 적이 매복하고 있을 줄이야.
장쭤린은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려왔다.
끝났다. 이건 진짜 끝이다.
자신이 이끄는 병력은, 실상 병력이라 할 것도 없다.
그저 생존자 모임이다.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지옥길을 헤쳐왔는데, 탈출구 바로 앞에서 이렇게 허망하게 죽게 될 줄이야.
“아버지, 도망쳐야 합니다!”
“어디로?”
“어, 어디로든 가야 합니다!”
“쉐량아.”
장쭤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지금껏 잘해왔지? 펑톈은 나 덕분에 좀 더 살기 좋아졌지?”
“그제 문제가 아닙니다! 어서 달아나야 합니다!”
“아니. 도망은 그만한다. 나는 여기서 죽겠다. 그러나, 너는 살아라. 살아서 못다 이룬 장씨 일가의 패업을 이뤄라.”
“아버지···!”
장쉐량이 눈물을 흘리자 장쭤린은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리곤 혀를 차며 소총을 꼬나 잡았다.
“볼썽사나운 꼴은 보이지 마라. 이 애비 아직 안 뒤졌다. 또 모르지, 한 사람당 100명씩만 죽이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기진맥진한 간부들이 장쭤린에게 호응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함께 먹은 그들이었다.
“자, 가자. 펑톈이 얼마나 끈질긴지 놈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갑시다, 형님!”
“다 죽여버릴 거야!”
돌격하려는 장쭤린을 뒤에서 붙잡는 손이 있었다.
장쉐량이었다.
“뭐 하느냐! 이 손 놓아라! 애비의 결심을 헛되이 할 셈이냐?”
“그게 아닙니다. 저길 보십시오!”
장쉐량이 가리키는 곳을 보며 장쭤린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커다래졌다.
산하이관 정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익숙한 펑톈군의 복색을 보자, 장쭤린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언뜻 보아도 수천이 넘는 병력.
소수의 매복대는 급히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지! 이게 펑톈이지!”
장쭤린은 아이처럼 방방 뛰며 좋아했다.
“여기다! 여기 장쭤린이 있다!”
펑톈군의 호위를 받으며 산하이관에 입성하는 장쭤린.
낯익은 얼굴이 반갑게 맞았다.
“오셨습니까, 상장군.”
“궈쑹링 선생 아니신가! 역시 선생이 있을 줄 알았어! 어떻게 된 건가?”
산하이관에 주둔하고 있던 군은 동로군의 제3, 제8혼성여단.
그들을 이끄는 이는 제8혼성여단의 단장이자 장쉐량의 참모인 궈쑹링이었다.
“닝허의 전투가 어려워질 것 같아 미리 확보해둔 길로 신속히 후퇴하였습니다. 덕분에 병력의 대다수를 보존할 수 있었지요.”
“그렇단 말이지? 역시 궈 선생이야. 대단해!”
“닝허는 억겁의 지옥으로 변해버렸다던데, 용케 탈출하셨군요.”
“응, 그래. 아들 녀석 덕이야.”
장쭤린은 장쉐량과 궈쑹링이 눈빛을 마주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광경을 보았다.
“다른 부대는 도착 안 했나?”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