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61
그것도 나쁘지 않아. 꽤나 멋있잖아···.
“열차로 가려 계획하였다가 마지막 순간 차로 이동 수단을 바꿨다지? 아쉽게 됐어.”
복면인 중 한 사람이 어눌한 중국어로 말했다.
“뭐가 아쉽다는 거냐?”
“600킬로그램이 넘는 폭탄을 철로에 깔아두었기 때문이지. 너와 부하들을 한 방에 날릴 기회가 날아간 것이 아쉽다는 거다.”
뭐야, 그럼.
양위팅이 배신한 게 아닌 건가.
마지막까지 부하를 의심하다니.
장쭤린, 너는 죽어도 싸다.
점점 하늘이 노래지며 서 있기가 힘들었다.
장쭤린은 젖 먹던 힘까지 짜 내어 어깨를 폈다.
“시라카와가 보낸 놈들이냐?”
“그래.”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대답해준다.
역시 관동군 같은 근본 없는 것들과는 가까이 지내는 게 아니었어.
“왜 날 죽이려는 거지?”
“대아시아 전략에 방해가 돼서.”
“뭔 개똥 같은 소리냐.”
“흐흐. 유언 있나?”
복면인이 물어왔다.
장쭤린은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시라카와에게 전해. 관동군 사령관이나 되는 작자가 함부로 사기치는 거 아니라고. 내 돈 20만, 갚으라고.”
죽기 전에 못 받은 돈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탕!
총알이 쏘아져 왔다.
장쭤린은 마지막까지 환하게 웃으며 죽고 싶었다.
그러나 총알이 박히는 고통 때문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풀썩.
하고 쓰러졌다.
피로 물든 길
현장에 도착한 흑룡회 회장 우치다 료헤이는 우두커니 서서 장쭤린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이 새끼. 왜 웃고 있냐?”
죽기 전에 재밌는 농담이라도 떠올린 걸까.
큼지막한 함박웃음이 묘하게 거슬린다.
“글쎄요. 괴상한 유언을 남기긴 했습니다만.”
“뭐라고?”
“시라카와 사령관에게 전하라던데요 빌려 간 돈 갚으라고요.”
“마지막 유언이 고작 돈과 관련된 거라니. 지나인의 한계인가.”
“뒷정리는 어떻게 할까요?”
우치다는 장쭤린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 미소를 지웠다.
본래 계획은 열차 폭파였다.
철로에 폭탄을 깔아놓고 열차가 지나가면 쾅!
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쭤린의 경로 변경으로.
흑룡회 암살단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직접 습격하는 것이 효과는 확실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지나가는 차도 없었고?”
“이 주변은 사방이 뻥 뚫린 벌판이라, 목격자가 있었으면 저희가 알아차렸을 겁니다.”
“좋아.”
우치다는 자신이 타고 온 트럭의 뒷문을 두드렸다.
흑룡회 회원 한 사람이 얼굴을 쓱 내밀었다.
“지금부터는 너희들 차례다. 어디 감쪽같이 현장을 구성해보라고.”
“예.”
트럭에서 몇 명의 흑룡회원들이 내렸다.
얼굴에 봉지를 씌운 시체들을 한 구씩 안고서였다.
어디서 구했는지, 공화군 옷차림을 한 시체들.
봉지를 벗기자 핏기가 싹 빠진 창백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죽은 지 수십 시간은 지난 듯했다.
“결국엔 구하셨군요. 공화군 한 명 포획하기가, 펑톈군 열 명 잡는 것보다 어렵다던데.”
암살대의 수장이 우치다에게 속삭였다.
“공화군이 아니야.”
“예? 공화군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옷이야 금방 구하지. 사람은 어려워. 저것들은 돈 몇 푼 쥐어주고 아편굴에서 잡아온 것들이야.”
“아하.”
“지나에 인간들이라면 널려 있으니, 시체 구하는 건 일도 아니지. 어차피 죽어있을 텐데, 저놈들이 아편 중독자인지, 공화군인지 무슨 수로 알아낼 거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현장은 점점 모양새를 갖춰갔다.
장쭤린과 펑톈 장교의 시체를 포개놓고.
방탄차에 달려있던 기관총도 손본다.
주위에는 가짜 공화군 시체들을 이리저리 흩어 놓는다.
“잠시, 사격이 있겠습니다.”
투타타타타.
방탄차의 맥심 기관총이 널브러진 공화군의 시체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됐어. 적당히 해. 너무 꾸미려 해도 어색하니까.”
“예.”
우치다는 마지막으로 현장을 점검했다.
완전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이런 기괴한 사건에, 자연스러운 게 어디 있겠는가?
결국은 가장 그럴듯한 설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쭤린이 방탄차를 습격한 공화군과 일전을 벌이다 사망한 것으로 말이다.
“돌아간다.”
우치다는 트럭에 올라탔다.
그대로 다롄으로 귀환.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다.
이제 남은 일은 관동군의 몫이다.
시라카와 사령관이 마중 나와 있었다.
우치다가 내리자, 곧바로 물어왔다.
“어떻게 됐소?”
“원하는 대로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쭤린이···?”
“예.”
신이 나서 환호성이라도 지를 줄 알았던 시라카와는 의외로 담담했다.
도리어 조금 침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기에 관동펑톈 조약을 얌전히 이행했더라면 좋았잖아. 멍청한 자식···.”
“장쭤린이 사령관께 유언을 남겼습니다.”
“내게 말이오?”
“빌려 간 돈을 갚으라 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요?”
시라카와는 갸우뚱하더니 입을 열었다.
“장쭤린이 살아생전에 자꾸 내게 인편으로 돈을 가져다주더군. 관동펑톈 조약은 소수의 인원이 배석한 가운데 약조되었으니, 아마도 나를 입막음할 생각이었던 것 같소. 일종의 뇌물이었던 거지.”
“끝까지 구차한 자로군요.”
“···그럴지도. 하지만 장쭤린은 그렇게 해서라도 펑톈을 지키고 싶었던 거요.”
“이젠 저승에 가 있으니, 못 지키겠습니다.”
“···.”
어쩐지 시라카와는 싱숭생숭해 보였다.
우치다는 단호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장쭤린의 죽음으로 제2차 한장전쟁은 종결될 겁니다. 그리고 한신은 비열한 암수를 동원하여 전쟁에서 승리한 협잡꾼으로 몰리겠지요. 지리멸렬한 혼란 속에서 관동군은 만주에 거주하는 일본인들과 만철의 보호를 위해 출병할 명분을 얻게 됩니다.”
“···우 회장은 우리가 가는 길에 확신이 있소?”
“물론입니다. 무엇 때문에 지금껏 위험을 감수해 왔는지 상기하십시오.”
답답한 인간.
결승점 앞에 다 와서 망설이고 있다니.
시라카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 다만, 군부의 지시 없이 움직일 생각을 하니,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조금 두렵기도 하군.”
“상부의 놈들은 머저리나 다름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군부는 오랫동안 관동군을 무시해왔소. 적국과 상시로 전선을 맞대고 있는, 대일본제국에서 가장 용맹한 부대가 관동군일진대. 처우는 조선군보다 못하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군부에 관동군의 맛을 톡톡히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소이다.”
우치다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소. 윗대가리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군. 모두 우 회장 덕이오.”
시라카와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 우치다는.
그길로 흑룡회의 비밀거점으로 향했다.
도쿄와의 직통 연락망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타자기 앞에 앉아 전보를 쳤다.
「금일 지시사항 모두 이행 완료. 장쭤린 사망. 관동군 출병. 차후 공화군과 국지전 가능성.」
짧고 명료하게.
작성을 마친 우치다는 전보를 보냈다.
그리곤 답신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문서를 받는 자가 누구인지는 우치다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제국 육군성 내의 실력자라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와 손잡은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전까지는 일본과 조선, 중국을 두고 다소 방만한 생각을 품고 있던 우치다는.
이자와 연락하게 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대아시아론을 구상하게 되었다.
흔히 대동아(大東亞)라고 하면, 서구에 맞서 아시아의 황인종들끼리 단결하자는 의미로 통용되었다.
우치다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중국인이든, 조선인이든, 아시아라는 커다란 기치 아래 포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중국의 성장이었다.
몇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이 칭다오에서 일본에 굴욕을 안겨준 것부터 시작하여.
세계대전에서 중동 전쟁에 참전하고, 파리 강화회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아시아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가던 일본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대아시아주의 아래 황인이 뭉친다 하여도,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일본이 되어야 했다.
가장 강국이 맏형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밑에서 치고 올라온 중국이, 요 몇 년 사이에 미국이나 영국 같은 열강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일본을 고립시키고 있었다.
“아시아의 배신자···.”
우치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중국이 대동아의 길을 갈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지금.
아시아를 살릴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일본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융성해져서.
세계의 중심을 동아시아로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막연한 공상에 불과하던 우치다의 머릿속을 정리해준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발신인 불명의 문서에는 육군성의 온갖 기밀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그 실상은 참담한 것이었다.
세계 5대 열강의 영광은 어디 가고.
온갖 비리와 파벌 싸움. 부정부패.
군부는 뼛속까지 썩어있었다.
편지 작성자가 우치다에게 요구한 것은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일본을 위하여 심장을 바치시오! 천황폐하에게 혼령으로 충성하시오!」
우치다는 그의 지시에 따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때 충성하였던 육군 원수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암살한 것.
육군성으로 들어가는 모든 공금은.
야마가타를 거쳐야 통과가 가능하였고.
야마가타는 뇌물과 횡령으로 일대 재벌에 가까운 부를 쌓았으므로, 죽임당할 이유는 충분하였다.
일각에서는 야마가타의 암살이 기타 잇키라는 미치광이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으나.
결행한 자는 우치다였다.
솜씨가 어찌나 감쪽같았던지, 우치다가 야마가타와 가까이 지내왔다는 이유로.
흑룡회의 요원들이 야마가타의 흉수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까지 하였다.
그때부터 우치다는 일본에 해를 끼치는 자들을 죽이는 일을 해 왔다.
매번 쉬웠던 적은 없지만, 한 번도 들통이 난 적은 없었다.
여러 번 지령을 이행하는 동안 흑룡회는 암살 스페셜 집단으로 거듭났다.
그에 맞춰 편지 작성자와의 연락도 잦아졌다.
우치다는 직접 만남을 갖길 희망하였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답이 왔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호칭에 대해서 묻자.
그는 자신을 이엽(二葉), 즉 떡잎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