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327
공화군에는 작전계획을 짜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그에 반해 린뱌오가 이끄는 홍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 한 발 쏴본 적 없는 농부가 대다수였다.
그들에게는 병법 교과서에서 말하는 전술을 따라 할만한 능력이 없었다.
홍군을 위한 맞춤전술이 필요했다.
이른바 인민전쟁의 교리였다.
군대식 상명하복과 질서정연한 제식에는 영 젬병이지만.
일반 민중이라고 싸움마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패싸움이라면 어릴 적부터 생존을 위해 숙명처럼 익혀 온 집단이 중국 인민들이다.
인민전쟁은 그러한 민중의 특성을 이용하여, 벌떼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우르르 달려가 적을 때려눕히고.
더 센 놈이 오면 도망친다.
화전민처럼 야산에 숨어있다가 센 놈이 갔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 쥐어패고.
또다시 달아난다.
그걸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아군은 승리만 하고 적은 패배만 하니 자연스레 사기가 충만해진다.
오직 승리만 불러오는 군대!
홍군의 명성이 드높아져 마을을 지날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병력이 충원된다.
이러한 인민전쟁의 원리가 지금껏 홍군이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었다.
전황은 점차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 적지에 낫과 망치가 그려진 홍기가 올라왔다.
콜록콜록.
여전히 기침이 나왔으나, 마음은 뿌듯한 감이 차올랐다.
적의 포대에 진입한 린뱌오는 자신의 무패 신화가 깨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생로를 뚫었으니, 지금부터는 다시 대장정의 속도를 높이면 된다.
구이저우성에 거주하는 묘족과의 연계도 기대가 되었다.
린뱌오는 진지에 머무르며 거점을 장악하고 후방부대에 연락병을 보냈다.
통로가 생겼으니 발걸음을 서두르라는 전령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신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홍군의 본대가 적군의 공격을 받음. 현재 주석을 비롯한 다수의 지도부가 연락 두절 상태. 회군하여 돕기 바람.」
린뱌오는 가능한 정보력을 동원하여 실상을 캤다.
그리곤 하나의 이름을 얻어냈다.
바이충시.
리쭝런의 오른팔이자, 전장의 귀신으로 불리는 회족 장군···.
적이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다고 여겼으나, 당한 것은 자신이었다.
바이충시는 홍군의 전투군단을 구이저우성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린뱌오보다 더 크게 우회하여 홍군의 후방을 쳤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린뱌오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장차 초공의 악마로 불리게 될 바이충시와의 악연의 시작이었다.
뒤틀린 세계
8월이 다 가자 후베이성 전역에 거짓말처럼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후베이성뿐 아니라, 후난성과 안후이성, 허난성 등지에서도 끊임없이 교전이 오갔다.
나는 직접 야전에 나가는 횟수를 줄이고 사령부에 틀어박혔다.
이 전쟁은 처음 수립한 전략 대로 착실히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인내와의 싸움이다.
덫을 놓았다고 사냥감이 알아서 기어들어오지는 않는다.
필히 미끼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쟁에서 미끼란 곧 출혈을 뜻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전투의 피해는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었다.
하늘에서 전투기와 폭격기가 근거리에서 다투었으며, 적의 대공포는 피아를 무시하고 불을 내뿜었다.
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빨라져 기동이 어려워진 탓일까, 포격에 가라앉은 군함도 여러 척이었다.
우한을 둘러싼 참호전이야 말해 무엇하랴.
일진일퇴의 박투와 소모전의 연속이었다.
우한 남부 세 개 방면에 밀집한 공화군 병력만 30만에 달했다.
여기에 국민군의 총병력은 정확하진 않지만, 전해오는 압박감으로는 100만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었다.
그나마 후방을 어지럽히는 세력이 있어서, 우한에 총력을 기울이지는 못하는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내가 살다 살다 마오쩌둥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공산당의 홍군은 마치 공화군과 작당이라도 한 것처럼 게릴라전을 통해 국민군의 우한 진공을 방해하고 있었다.
바이충시 같은 까다로운 장군이 구이저우성에 발이 묶여있는 것은 내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후베이성 서부의 상당 부분이 잠식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쭝런군 역시 지속되는 홍군과의 교전으로 쉽사리 후베이성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공산당의 공농홍군은 원래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의 정규부대였으나 연일 계속되는 전략이동과 교전으로 인해 빠르게 물갈이가 되었다.
현재로서는 대다수가 비정규군으로 채워져 사실상 부대 전체가 빨치산이라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 점은 안심이 되는 한편, 내게 찝찝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원래 역사에서 장제스는 다섯 차례에 걸쳐 초공작전을 감행하여 마오쩌둥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대장정은 공산당의 선전 문구에 의해 위대한 역사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실상은 생존에 급급한 피난 행렬이나 다름없었다.
만일 장제스에게 제6차 초공작전을 실행할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사회주의 중국은 결코 출범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오쩌둥의 기사회생은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하나는 장제스를 멋대로 시안으로 납치하여 구류해버린 장쉐량의 덕.
다른 하나는 본격적으로 대륙침공을 감행한 일본의 덕이었다.
운 좋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절묘하게 잘 낚아채었다고 생각되지만.
역사가 흘러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 개인의 발버둥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실로 오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나는 몇 개의 일어날 일들을 일어나지 않게 했고.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일어나게 하였지만.
근래에 벌어지는 일들은 뭐랄까···.
뒤틀린 역사처럼 느껴진다.
원래 역사에서 장쉐량은 장제스를 구금하고 초공의 중지를 요구하였다.
이전까지 배신의 기색이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아무도 장쉐량의 돌발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어째서 장쉐량이 그런 짓을 벌였는가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일본에 맞서 중국이 단결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의식 때문에?
만주국이 출범함에 따라 동북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어 그로 인한 조급함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단지 이름을 날리고 싶은 젊은 공자의 영웅심리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일어나지 않은 역사 같은 것은 제껴두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놓고 보면, 장쉐량은 똑같이 돌발행동을 감행하였다.
베이징 쿠데타.
일어날 일은 뒤틀려서라도 일어난다는 건가?
장제스를 비롯한 중소대군벌 삼십여 명을 감금하였으니, 벌인 판이 훨씬 더 크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안 사건에서 장제스는, 장쉐량의 요구에 굴복하여 제6차 초공작전을 포기함과 동시에 제2차 국공합작을 맺고 함께 중일전쟁을 수행한다.
그 뒤, 8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국민군은 모든 전쟁 동력을 상실하여 껍데기만 남은 군대가 되었고.
홍군은 착실히 회복하여 수백 만에 이르는 인민해방군으로 거듭난다.
괜히 시안에서의 그 일이 중국 현대사의 결정적 사건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베이징 사건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가?
일단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베이징 사건은, 반한연합의 결성을 불러왔다.
다섯 대군벌이 연합하여 한신을 쳐부수려 드는 상황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결과다.
하지만 후난성에서 암약하는 홍군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마오쩌둥을 회생시켜준 중일전쟁이 없는 대신, 이 세계에서는 반한전쟁이 마오쩌둥을 구원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대장정에 나선 마오다.
다만 원래 역사에서 대장정의 끝에 정착했던 산시성에는, 이미 트로츠키의 제4인터내셔널이 자리 잡고 있다.
갈 곳이 없는 그들.
어찌 행동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국민군은 홍군 때문에 공화군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동시에.
공화군 때문에 홍군 초공에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내게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한 시점부터 갈 길이 정해져 있던 셈이었다.
결국은 전쟁이다···.
한신이라는 이름이 가진 모든 환상들···.
더없이 공명정대하여 차오쿤과 같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대가리를 깨버리고.
따스한 마음가짐으로 아편에 신음하는 대륙의 인민을 구제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으로 철도를 건설하고 대학을 짓는 선지자 한신.
우한을 중심으로 한 뒤늦은 산업혁명의 성공은 또 어떠한가.
연성은행을 골자로 한 자본혁명은 벌써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업적도 단 두 글자에 미치지 못한다.
전신(戰神).
한신을 국사무쌍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며, 발에 채고 채이는 군벌들 틈바구니에서도 특별하게 해주는 그것.
그것은 전쟁의 위업이다.
현무의 개발.
공군부대의 창설.
군제개혁을 통해 현대전에 특화된 정규부대 편성···.
내가 복귀한 이래.
소련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군벌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드러난 공화군의 역량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러일전쟁을 통하여 일본제국이 세계무대에 데뷔를 알렸듯.
중국 또한 비슷한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끝자락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나.
한신이 갈 길은 오직 하나, 전쟁의 길이었다.
그렇게 9월이 가고, 10월까지도 우한 공방전은 계속되었다.
점차 반한전쟁은 국제연맹을 포함하여 세계열강들이 주목하는 전쟁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선, 일본, 영국, 어느 국가든 마찬가지겠으나.
의외로 가장 치열한 논의가 오가는 곳은 미합중국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11월에 대선이 있었다.
민주당 후보, 프랭클린 루스벨트.
공화당 후보, 허버트 후버.
우한 전투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나는, 루스벨트가 무난히 이길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1932년의 미국 대선은 역사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선거였으며, 대공황을 몰고 온 후버가 미쳤다고 이길 리 없을 테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
“틀렸습니다, 각하. 저들은 국민이 아닙니다. 제3인터내셔널과 제4인터내셔널은 합심하여 자본주의의 가장 견고한 벽인 미합중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끔찍한 결과가 저 폭도의 무리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백악관.
대통령과 육군 참모총장의 대화라기에는 다소 어투가 튀었으나.
더글러스 맥아더는 꿋꿋하게 외쳤다.
“제게 권한을 주십시오! 대선이 있기 전에 시위를 진압해야 합니다! 저대로 방치했다가는 선거 과정에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저들이야말로 미국의 적입니다!”
“권한을 준다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여부가 있습니까. 다음 주부터 워싱턴 D.C에서 후버빌의 판자촌 따위는 찾을 수 없게 될 겁니다.”
후버빌은 대공황의 상징과도 같은 악재였다.
전국에 수백 개의 후버빌이 있었다.
슬럼가에 모여든 노숙자들이 종일 하는 일이라곤 오로지 정부에 대한 욕이었다.
이른바 대공황에 대한 후버의 책임론을 만들어낸 것이 그들이었다.
“각하. 빨갱이들을 방치했다가는 단순히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 이상으로 더 큰 화를 불러올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독립을 선언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알겠어, 알겠다고.”
후버는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맥아더가 눈빛을 빛내며 재빨리 받았다.
“옳은 결단을 하셨습니다.”
백악관에서 나온 맥아더는 곧바로 패튼을 호출하였다.
멕시코 내전과 유럽의 대전쟁에서 활약한 자로서 이번 일의 적임자였다.
맥아더의 얼굴을 보자 패튼의 눈빛도 똑같이 빛났다.
“결정된 겁니까?”
“그렇다네. 이제 자네가 할 일은 연방군을 몰고 가서 빨갱이들을 잡아 족치는 것뿐일세.”
“기병대를 출동시키면 되겠습니까?”
“혹시 모르니 전차도 끌고 가게.”
“뭐든 확실히 하는 게 좋으니 당연합니다.”
아직 진압에 나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패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육군에 수많은 장교들이 있지만, 그중에 패튼만큼 호전적인 녀석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맥아더는 패튼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말해두건대, 놈들을 미국의 시민으로 보지 말게.”
“물론입니다.”
“차라리 공산군과의 전투로 상정하는 게 나을 거야. 그런 놈들이니까.”
“다시는 미국의 질서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조치하겠습니다.”
“좋았어. 가봐.”
패튼이 사라진 뒤 맥아더는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
쿰쿰한 연기와 함께 머릿속이 맑아졌다.
현재 국회의사당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이는 자들은 스스로를 보너스 아미로 칭한다.
주장하기로는 세계대전의 참전용사들이었다.
지난 전쟁의 막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