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
EP.31 시후랑 둘이서 # 2
“그대 기억, 이이이이이잌!!! 지이난 싸랑히이이! 내 안으으을!!!”
파고드는!!!
“가하! 씨이이이이 가되어어어어어!!!”
노래를 부를 때 만큼은 결코 대충하지 않는다.
“제에에발 가라, 고오오오오!!! 아주 가라, 꼬오오오!!!”
나의 모든 감성을 꽉꽉 눌러 담아서, 목소리를 터트려 진심으로 노래한다!
“애 써도오오, 나를 괴롭히는데에에에에!!!”
노리는 것은 100점!
요즘 애새끼들은 노래 부르고 점수 확인도 안 하고 넘긴다지만, 나는 결코 그딴 짓을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점수를 확인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한 곡을 조진 뒤에 뜬 점수는.
[100점!!!]“훗,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 근철아앜…! 너, 너무 진지하게 부르잖아! 흐흐흫!”
“나는 임마. 노래할 때는 결코 대충 부르는 일이 없어… 한 곡 한 곡에 영혼을 담지. 말 안 했나? 나 어렸을 때 꿈이 가수였어.”
“저번엔 화가였다매!”
“그만큼 꿈 많은 아이였다는 거지.”
칠드런 오브 보덤, 이 아니라 칠드런 오브 드림이었다.
“아무튼 시후 니 차례다.”
바로 시후에게 마이크를 넘겨줬다.
“으, 으응.”
어색하게 마이크를 잡아든 시후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마이크를 바라본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지.
어디.
한번 들어볼까.
“불러봐라!”
“응!”
그렇게 나온 노래는!
“난 너를 사랑해!”
“알러뷰걸!”
“이 세상은 너뿐이야!”
아주 유명한 노래였다. 빅팜의 시뻘건노을을 열창하며, 시후는 자신의 목소리를 터트렸다. 이 녀석… 생각보다 목소리가 높군. 들으면 들을수록 여자 목소리 같다. 이러니까 콤플렉스가 생기는 거구만.
“후우! 근철아! 다음 곡!”
“야! 잠깐! 취소 누르지 마! 점수부터 확인해야지!”
“그치만 부끄러운데… 확인해 볼까?”
“빨리 봐봐!”
그렇게 나온 점수는!
[85점!!!]“아니! 시후 이거 완전 개허접이네!”
버줌의 까시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
“아니! 뭐야! 기계 이상한 것 같은데!”
“이상한 건 이시후 니 노래실력이야!”
“내, 내가 비명맨인 근철이보다 노래를 못 부르다니…!”
“뭐, 이 세상이 그런 거다. 하나가 있으면 하나가 없는 법이지. 시후 니가 좀 강할지 몰라도 노래에 한해서는 날 상대할 수가 없다는 거야.”
“너무 억울해!”
“앞으로 수련 열심히 해라. 언제든지 같이해주마.”
“근철아앗…!”
감동어린 얼굴로 날 바라보는 시후를 보며 다음 노래를 골랐다.
그리고 시작되는 열창.
“지이쳐 쓰러져도 난 일어 나! 다씨 너를 찾아 갈 꺼 야아아!!!”
오랜만에 노래방 오니까 신나는군.
*
*
*
“근철아, 진짜 미친 것 같애…!”
“시후야. 넌 노래 부를 때 좀 과감하게 불러야 돼. 과감하게. 내가 옛날에 가수 공부하면서 느낀 건데, 노래는 자신감이야. 자신감.”
“어휴.”
그리 노래를 다 부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래도 뭐 아직 아침 시간이다. F 랭크 게이트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조금 여유롭지 싶다.
“근철아. 이거 마셔.”
옆으로 갔던 시후가 음료수를 내게 내밀었다.
“얼마냐?”
“내가 살게. 근철이 돈 없잖아.”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노래방같이 가준 보답이야.”
“오케이.”
바로 음료수를 잡아 들고 마셨다. 센스 있게 초코 바나나라니. 초바… 초바. 군대 있을 때 생각난다. 복귀전에 동서울역에서 초바 하나 빨면서 버스 타는 게 국룰이었지.
“어우, 이거 목 칼칼해서 그런가. 개맛있네 이거. 그럼 시후야. 잠깐 돌아댕기면서 뭐 있는 좀 보자.”
“근철아. 저기. 둘러볼 거면 지하상가로 내려가 볼까?”
뭐 아무래도 좋다.
“그래.”
“흐흐흫.”
아주 신이나 보이는군.
“아니, 지하상가에 뭐 있어? 왜 이렇게 좋아해?”
“아, 사실 처음이랄까. 친구랑 오는 거 자체가 처음이거든. 그래서 조금 즐겁네.”
“아니 또 다 처음이야?”
얘는 대체 처음이 아닌 게 뭐지?
없나?
설마 다 처음이냐?
“뭔데 지하상가도 안 가봤어?”
“그, 그게… 음. 집안이 좀 엄했거든.”
우물쭈물하던 시후가 볼을 긁적이면서 말한다.
“그래서 아카데미 오기 전까지는 집에 잡혀 살았달까. 그런 느낌이야.”
“엄하다고?”
“응. 엄해. 아, 하하하.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근철이랑 있으니까 자꾸 긴장이 풀리는 거 같네. 근철아. 누구한테 말하면 안 돼?”
“새끼. 어디 가서 말 안 할 테니 안심해라.”
“…아.”
나를 본 시후가.
“고마워, 근철아.”
고맙다고 말했다.
“고맙긴. 근데 진짜 심한 집이긴 한가 보다? 뭐 무슨 가문인가?”
“약간 그래.”
아무래도 시후도 어떤 좋은 가문 출신인 모양이었다. 류천휘나 레오나처럼 뭐 그런 거겠지. 그런 가문이면 충분히 엄할 수 있다.
“아무튼 근철아. 좀 보자.”
“그래.”
지하상가는 시원했다.
양옆으로 쭉 들어선 옷 가게와 가방가게. 신발가게. 그리고 뭐 저쪽 라인으로 가면 분식 파는 곳도 나온다.
시후는 걷는 내내 주변을 부산스럽게 둘러보면서 즐거워했다. 얘도 약간 류천휘처럼 도련님 스타일이었네. 근데 류천휘랑은 달리 착하게 자란 거겠지.
“앗! 근철아! 저거!”
“뭐, 핫도그?”
“감자핫도그 저거! 먹어야 돼!”
“어. 그래.”
지하상가 감자핫도그는 던전 입장할 때 점프하는 것만큼이나 개념이지.
“너무 맛있어…!”
“진짜 존나 맛있다.”
바로 감자핫도그를 사서 베어먹으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노래 불러서 그런가. 배고파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상가에서 식사 때우는 건 좀 그렇다.
그렇게 거리를 거닐며 다음 밥집을 찾으려고 한순간.
ㅡ파칙.
돌연 도로에서 뭔가 스파크 같은 게.
“응?”
“어. 저거.”
ㅡ파치치치치치칙!!
“어니이이이이잇?! 저 씨발! 저거!!!!”
갑자기 도로 위에서 보랏빛 스파크가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지름이 3미터는 될 법한 차원 구멍이 쩍 하면서 벌려졌다!!
“게이트! 게이트다, 씨바아아아알!!!! 게이트라고!!!”
저게 바로 메인 퀘스트 : 전조에서 말한 F 랭크 게이트냐! 씨팔! 핫도그 처먹고 있는데 나오다니! 이제 저기서 나오는 괴수를 처치해야 한다! 근데 시발 막상 진짜로 보니까 압도가 되는 것만 같았다!
저게 바로 게이트란 말인가!
시팔…! 영웅들은 여태까지 어떤 싸움을 해 온 것이지!
“동네 사람들! 도망치세요! 멍 때리지 말고 도망가라고 이 씨발련들아! 게이트 나온 거 안보여!!!”
일단 위험을 알리기 위해 최대한 크게 소리치면서 어그로를 끌었다!
그러자!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들어가! 들어가아아앗!”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주변 건물로 들어갔고.
ㅡ콰앙!
ㅡ콰앙!
ㅡ콰앙!
동시에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의 셔터가 콰앙 하며 난폭하게 닫혔다! 심지어 창문까지도!
“와! 여기 시발!”
민간인들도 괴수 방비를 제대로 하고 있구나! 창문에 철 셔터를 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아무튼 시후야! 저거 게이트야!”
“나도 보고 있어!”
“어쩔까!”
“일단… 봐야 할 것 같아! 근데 근철아! 이건 이상해!”
뭐가?
“뭐가 이상한데?”
“잘 봐!”
시후가 아주 다급하게 소리쳤다.
“게이트가 나오기 전엔 보통 전조가 있어! 결코 이렇게 느닷없이 나타나지 않아! 방금의 게이트는 아무런 징조 없이 갑자기 나타난 거야! 이건 명백히 이상해!”
어느샌가 시후는 칼을 뽑아 든 상태였다.
“내가 알기로 이렇게 몇 초 만에 게이트가 나타나는 일은 없어…! 위험할 지도 몰라!”
진지한 얼굴로 게이트를 노려보며 말하는 시후를 보니 나조차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F 랭크라매, 퀘스트 이 씨팔럼아! 저거 설마 SSS급 게이트 아니냐?
그리고.
ㅡ구와아아아아아악!
“쓰르르르르륵!”
“쓰르륵!”
“쓰륵르슥!”
게이트 안쪽에서 뭔 미친 싸이코 새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미쳤다, 씨발! 저 저 미친 똘개이 새끼들 좀 보소!”
마치 두껍고 통통한 애벌레 같은 하반신을 지닌 괴물이었다! 상반신은 묘하게 인간 같아서 징그러웠지만, 얼굴은 사마귀 같았고, 양팔은 마치 두꺼운 타란툴라의 다리 같다!
크기는 1.8메다 정도!
그런 놈들이 게이트 안에서 우루루 쏟아져 나오며 사방팔방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F 랭크 괴수 쏘르즈야!”
“시후야! 싸울 거냐! 나도 도울게!”
“아, 아냐! 근철아! 다른 괴수들이 더 나올지도 몰라! 도망쳐!”
“뭘 도망쳐! 같이 싸워야지!”
혼자 도망칠 순 없지!
“뭔 소리야! 근철이 도망쳐야 돼! 빨리 가! 난 잠깐 괴수들 처치 좀 하고 올 테니까!”
“야! 잠깐!”
“어차피 곧 헌터들이랑 방위군이 올 거야! 근철이는 그냥 튀어! 근철이 다치면 나 화낸다!”
순간.
ㅡ파앗!
가볍게 점프한 시후가 저기 상가 건물에 달린 간판을 딛더니, 다시 점프를 반복하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버렸다.
“아으! 제기이일! 하필 근철이랑 놀러 나온 날에 무슨 일이야! 근철이 빨리 가라니까!”
와 저거 진짜 어떻게 하는 거냐?
“하! 도망칠까 보냐!”
“쓰르르륵!”
보니까 쏘르즈들이 쓰르륵 거리면서 사방팔방으로 기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도로를 점거하고, 버려진 자동차를 짓밟으며 전진한다. 어떤 놈은 신호등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일단 물량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나하나씩 떨어진 녀석을 처치해야 한다. 솔직히 존나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일단 퀘스트를 해야 스탯을 상승시킬 수가 있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죽이는 수밖에 없어!
“쓰르르륵!”
“너냐!”
마침 한 마리가 지 혼자 떨어져서는 상가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ㅡ파앗!
바로 그쪽을 향해 질주한다.
“하이점프!”
는 못하겠고!
“난 계단으로 올라갈게!”
즉시 건물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 옥상으로 향했다. 난폭하게 뛰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다. 마력의 영향인가?
ㅡ콰앙!
그렇게 칼을 잡아든 채 옥상 문을 여니.
“쓰르르륵!”
쏘르즈가 거미 같은 다리로 파파박 움직이면서 건물의 옥상을 타 넘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
저 묵직한 애벌레 같은 하반신을 지닌 놈이 저런 민첩한 움직임이라고? 아무튼 하나라면 이길 수 있다! 쫓아가자!
“멈춰라! 이 똘개이 새끼야!”
ㅡ파파팟!
나 역시 건물의 옥상을 질주하며 녀석을 추적했다. 건물 높이가 다 고만고만해서 대충 다 뛰어넘을 수가 있었다. 와. 옥상 뛰어넘으면서 다니는 거 초딩 때 이후로 처음인데.
“크으!”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옥상의 바닥을 보니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난다. 근데 저기서 괴수 새끼가 존나 튀고 있단 말이지.
“쓰르르륵!”
그런데 놈이 도망치면서 대형사고를 쳤다!
ㅡ쿠웅!
“저, 저 개새끼가!!!”
초록색 옥상위에 배치되어 있던 장독대와 충돌한 것이다! 그것으로 안에 있던 간장이 쏟아져 나왔다!
“감히 어르신들의 소중한 장독대를 터트려!!!”
이건 용서할 수가 없다!!!
“용서 못 해!!!”
ㅡ꽈악!
칼을 꽉 잡고 분노를 해방한 순간!
ㅡ스멀스멀.
“어? 어어?”
돌연.
ㅡ화르륵!
칼날에서 푸른 검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 어어어어어!!!!!!”
이, 이건!!!
“검기상인(劒氣傷人)의 경지다아아아아아앗!!!!!”
분노로 해방된 진정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