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11)
EP.455 설중조난 # 3
“근철이 오빠 들어가게 해조오.”
침대 아래로 떨어진 키티가 자리에 W자로 앉아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괴인소녀를 내 침대에 들일 수는 없다.
“꿈도 꾸지 마라. 어디 오빠침대에 올라오려고.”
“뿌우우우.”
“나팔 불어도 안돼 임마.”
“뿌우우우, 뿌뿌, 뿌뿌뿌우.”
“잘 불어도 안 된다.”
근데 나팔 다루는 솜씨가 장난 아니긴 하다. 어디 오케스트라 팀 같은 곳에 들어가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것 같은데.
진짜 실력이 날로 늘어만 가는구나.
“어쩔 수 없네.”
ㅡ스윽.
키티가 나팔을 집어넣었다.
“근철이 오빠 큰일났어.”
그리곤 정색을 하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정말이야. 언니가 큰일이라고 할 정도였는걸.”
“뭐라고…!”
이게 대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역시 날씨 때문인 건가!”
“으응, 그런가.”
“빨리 말해봐!”
“알았어. 잘 들어 근철이 오빠. 이건 키티가 근철이 오빠 침대에 올라간 상태에서만 말할 수 있어.”
“…”
나는 침대에 앉은 채 잠시 키티를 내려다봤고.
ㅡ짜악!
슬램덩크마냥 하이파이브를 한 뒤에 내 옆자리를 허락했다.
“아, 근철이 오빠. 여기 너무 따뜻해.”
내 겨드랑이에 쏙 들어온 키티가 내 몸통을 끌어안았다. 아주 그냥 내 체온을 만끽하고 있는데.
ㅡ드륵.
갑자기 창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 아닌가.
“뭐야?”
“키티가 열었어.”
“빨리 닫아 임마.”
“싫어. 추운 곳에서 이렇게 있고 싶은걸.”
“아니 이 녀석이 진짜.”
ㅡ휘이잉.
아주 찬 바람이 방안으로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거 겨울바람이라서 아주 차가워. 사람 살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너무 추워, 근철이 오빠. 어서 따뜻한 곳에서 체온을 유지해야 해.”
그 추위 속에서 이불에 쏙 들어가 있는 걸 즐기는지 아주 그냥 내 품에 계속 파고들고 있다.
“창문 좀 닫아 제발.”
“따뜻해서 졸려. 근철이 오빠 잘자.”
“그래. 잘 자라.”
“쿨.”
“아오.”
얌전히 자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더는 튕겨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지금 열린 창문에서 찬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이불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키티 이거 핫팩처럼 따뜻해서, 옆에 끼고 있으니 뭐랄까 나도 졸려지는 것 같았다.
안돼… 여기서 내가 눈을 감아버리면…
“드르렁, 컥!”
아 시발 잠들었다가 내 코 고는 소리 때문에 깨어났네!
다급히 휴대폰을 확인하니 새벽이었다.
“…”
키티는 여전히도 내 겨드랑이에 쏙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밤 내내 창문이 열려있던 탓에 공기가 차가워진 상태.
“어우.”
바로 이불에서 나와 창문을 닫았다.
“우, 우으으… 근철이 오빠아. 추워어.”
그러자 키티가 자기 몸에 이불을 똘똘 말면서 애벌레가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움직여서 깼나 보다.
안 되겠다.
너무 편해서 새벽까지 자버리고 말았어.
“아니, 근데 너 진짜 자러 온 거였냐?”
“집은 추워서 잘 수가 없어. 여기 너무 따뜻해서 편안해.”
“대체 뭐 하는 놈들이냐고.”
그 보이드 프린세스가 난방 하나도 못 해서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이거는 내가 가서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겠군.
“애가 덜덜 떨고 있는데 대체 뭐하고 있었던 거냐…! 안 되겠다. 키티야. 내가 그 보이드 프린세스한테 단단히 일러둘게. 집 난방 제대로 하라고.”
“고마워 근철이 오빠. 그런데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왜?”
“집에 일종의 창문이 열린 상태야.”
“뭔 소리야 그게.”
일단 냉장고에 넣어둔 보리차를 포트에 넣어서 끓였다. 보아하니 키티도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고. 슬슬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겠지.
“자, 키티야. 마셔.”
“너무 뜨거워. 그런데 손 따뜻해서 기분 좋아.”
이불을 어깨에 걸친 키티가 양손으로 컵을 잡은 채 그 온기를 느끼며 말했다.
애가 진짜 무슨 노숙자 같네.
“그럼 근철이 오빠. 잘 잤으니까 이야기해줄게. 아, 그런데 다음엔 등 쓸어주면서 자장가도 불러주면 좋겠어.”
“누가 그렇게 디테일한 요구하래.”
“해조오.”
“니 하는 거 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나이긴 하다.
“음…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근철이 오빠. 지금 키티네 집에 구멍이 뚫린 상태야.”
“구멍?”
“응. 거기서 눈이랑 찬바람이 마구 들어오고 있어.”
“설마… 그거 이 기상이변이란 관계 있는 거야?”
“맞아.”
즉답.
“허어. 그렇다면 이것도 이계 재해라는 거군.”
“바로 그거야. 근철이 오빠. 알다시피 이런 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더 심해지고 말아. 바깥에 보이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봤다.
아직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중이다.
ㅡ삑.
티비를 틀어 새벽 뉴스채널을 확인했다.
[여전히 내리는 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설.]폭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러다 시베리아 되는 거 아냐? 아무튼. 나도 슬슬 짬밥이 차서 대충 이해가 된다고. 너희 집에 뚫린 구멍을 고치려면 내가 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거지?”
“응. 그렇게 해줘.”
척하면 척이지.
“대가가 필요해. 내게 도움이 되는 거랑 이번 현상의 원인. 그리고 너희 언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걸 말해줘야겠어.”
“그건 어떨까아.”
키티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언니가 근철이 오빠한테 일을 시키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야. 지금 곤란하게 되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거 보프가 한 일은 아니지?”
“아니야. 오히려 언니는 막으려고 했는걸.”
“막으려고 해?”
“자세한 건 언니한테 들어줄래?”
“뭐… 그러지.”
막으려고 했다고?
보프가 여태까지 지구에서 뭔가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를 막으려고 하다가 막지 못해서 이런 이상기후가 발생했다는 걸까?
잘은 모른다.
가서 이야기하는 수밖에.
“근데 키티야. 이것도 파편 관련된 일이냐?”
“대부분은 그래.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파편은 아주 다양한 곳에 흩뿌려져 있으니까.”
“그러는 이유가 뭔데.”
“언니가 알고 있을 거야.”
철벽 치기는.
“뭐가 됐든 일이 있다면 해야겠지. 그런데 이거 나 혼자 하기 어려우면 동료 불러와도 되지?”
“이시후 오빠? 응. 괜찮을 거야.”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
“사실 거기에 두 명이 더 있는데.”
“…두 명?”
잠시 키티가 조용해졌다.
“왜.”
“곤란해. 근철이 오빠.”
“곤란하다고?”
“설마 우리의 비밀을 유출한 거야?”
그리 말한 키티가 보리차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이제와서 이런 걸로 쫄지 않는다.
“유출이라기보단 어쩌다가 들켰어. 키티야.”
“…”
“아! 그러지 말고!”
ㅡ화악!
바로 키티를 이불로 감싸버렸다.
“근철이 오빠. 키티 장난하는 거 아니야.”
“나도 그래. 야.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고는 있냐?”
여기선 일단 키티를 설득해야 한다.
내게는 날 믿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 일은 위험하지만 그 애들과 함께라면 난 걱정할 것이 없어.
“그건.”
“동료가 더 필요해. 시후 말고도 사람이 더 있어야 하지.”
“…”
“어차피 이미 우린 협업자 아니냐? 이런 거 들키면 나도 곤란하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했던 거지. 키티야. 그거 들켰다고 날 더 이상 못 써먹을 것 같냐?”
“으, 으음.”
예전부터 생각해뒀던 말을 하니 키티가 음 소리를 내면서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듯한 느낌.
난 예전의 김근철이가 아니다.
그때처럼 쫄지 않는다고.
“알겠어. 근철이 오빠. 그럼 다시 올게.”
“말. 전해주는 거냐?”
“동료에 대한 거 말이지. 응. 키티도 추우니까. 언니한테 말해볼게. 어떻게 될지는 몰라.”
“흐흐흐, 요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요즘은 이렇게 내 부탁을 들어주기도 한다니까. 이래서야 보프의 하수인이 아니라 완전히 내 여동생이다.
ㅡ스윽.
이불을 풀어주자 키티가 밖으로 나왔다.
“추워. 돌아가면 더 추울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좀 가서 이야기해봐라.”
“응. 그럼 근철이 오빠. 다음에도 재워줘.”
“그러마.”
“뿌뿌.”
마지막으로 나팔을 분 키티가 게이트를 만들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시간은 여전히도 새벽이다.
*
*
*
폭설이 이어진다.
얼마나 심한 폭설이었는지 휴교령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
살다살다 초인 학교가 폭설 때문에 휴교하는 건 또 처음 본다. 확실히 창밖을 보니 눈이 존나 내리긴 하는데, 그래도 휴교라니.
좀 심각하다.
[곳곳에서 괴수가 나타나고 있으나. 현재 폭설 때문에 토벌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괴수가 나타나고 있는 중이지만 생도는 이 토벌작업에서 배제되었다. 일단 이 말도 안 되는 이상기후에서 치른 전투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었다.
생도가 투입되는 건 나중이라고.
근데 이게 정상이다. 그동안은 워낙 사건이 커서 생도까지 다 투입된 거였지. 원래 생도는 배우고 있는 수련생이다. 어지간해선 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뭐 괴수가 그리 많이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으니까. 아무튼. 휴교령이 떨어진 만큼 집에서 쉬거나 실내 체육관에서 수련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면 될 것이다.
ㅡ호록.
뉴스를 보면서 보리차를 마시고 있으니.
ㅡ띠리링.
레오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김근철이. 좋은 아침이네요.
“레오나 너도 잘 잤냐?”
-물론이죠. 아, 그런데 식량 같은 게 떨어지진 않았나요?
“흐흐흐, 슈퍼가는 길까지는 뚫려 있어서 괜찮아.”
-정말 다행!
아침 인사를 한 레오나가 본론을 말했다.
-그, 키티라는 녀석에게서 아직 연락이 오진 않았나요?
저번에 키티에게 다른 동료들이 있다고 말을 했다. 키티는 보프한테 그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지.
나는 이 사실을 친구들과 전부 공유했다.
근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연락이 없는 상태다. 이거 설마 손절당한 거냐?
“어. 아직 오진 않았어.”
-흐음… 그런가요.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어. 불쑥 나타날 것 같으니까.”
-알겠어요. 나타나면 알려주세요.
“그래야지. 바로 알려줄게.”
뭐 그리 레오나랑 통화를 하다가 끊었다.
그리고.
ㅡ지이잉.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키티가 나타났다.
“근철이 오빠.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다. 이불 속에 들어올 테냐?”
“오늘은 참을래.”
그 말은?
“근철이 오빠. 동료들을 모아줘.”
드디어 우리들 얼굴 볼 생각이 들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