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43)
EP.487 언더 갱 # 1
내 침대가 무슨 공공재여?
키티부터 시작해서 모두 다 내 침대를 차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모여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굴속에서 잤던 것 때문에 아주 그냥 버릇이 되어버렸어.
“에휴, 그래. 이불 줄게.”
“야호!”
치워놨던 이불을 가져와 덮어줬다.
애들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소형 포유류처럼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면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니, 근데 밥시간 아니냐? 언제까지 누워있을 건데?”
“몰라요. 지금 졸려요.”
“아 시발아. 재촉 좀 하지 마. 조금만 더 누워있자.”
든데 계속 자고 있다가 일어난 레오나랑 유리는 그렇다 쳐도.
“시후 너는 나랑 같이 걸어왔으면서 뭐가 졸려. 빨리 안 일어나?”
“뭐랄까, 여기 들어오니까 나가기가 힘드네. 잠깐만 쉴게. 근철아.”
“맘대로 해라.”
지금은 가만히 냅두는 거 말곤 방법이 없다.
“좋아. 그럼 요리를 해볼까.”
“아, 김근철이! 밖에 차에 장 본 거 있어요!”
“오오, 그래? 내가 가져올게.”
보니까 유리도 사 온 거 같은데 이거 냉장고 터지는 거 아니냐? 순식간에 식재료가 엄청나게 쌓여버렸다.
“으으… 지금 갈 건가요? 그럼 같이 가요…”
레오나가 굉장히 고통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침대에서 나가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면서.
“흐흐흐, 걍 거기 있어라.”
“허억! 정말인가요!”
“어.”
침대에서 쉬고 싶다는데 쉬게 해 줘야지. 그렇게 잠깐 애들을 냅두고 내려가서 레오나네 차로 간 다음 짐을 가지고 돌아왔다.
“자, 그럼.”
바로 애들이 사온 재료를 모조리 꺼내서 늘어놨다.
“아니, 진짜 개 많네. 세 명이 다 사 왔어.”
“봐요.”
“으으, 슬슬 일어나 볼까.”
요리 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애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진짜 많긴 하네요. 그럼 김근철이? 가서 누워 있어요. 요리는 제가 할 테니까.”
“응. 근철이는 거기 있어. 요리는 우리가 할게.”
해준다더니 아예 다 해주는 거냐?
그렇게 둘 순 없지.
“야. 재료까지 사오게 했는데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냐?”
“그냥 누우라고. 우리가 할 테니까.”
“억.”
ㅡ화악!
유리가 바로 날 침대로 밀쳐버리곤 주방으로 가버렸다. 행동은 난폭하지만 오늘은 다정하구나, 유리야.
“김근철이 거기서 쉬고 있어요. 저희가 만들어줄 테니까. 오늘은 한식 먹고 싶다고 했죠? 있는 걸로 다 해드릴게요!”
“크으…! 고맙다!”
그럼 오늘은 애들이 해주는 집밥을 먹어보도록 하자!
그리 결심하면서 옆으로 돌아누웠는데, 뭐랄까.
“…”
애들의 향기가 뱄는지 침대에서 좋은 냄새가 나고 있다… 하긴. 여자애들 세 명이 있던 곳인데 좋을 수밖에 없나.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정말 터무니없이 부끄럽다.
설원만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자, 그럼 철저하게 분업을 하도록 해요. 찌개담당. 그리고 고기담당. 야채담당이죠. 고기는 제가 할게요.”
“그럼 이시후가 야채 하는 걸로.”
“알았어.”
ㅡ보글보글.
ㅡ송송송.
애들이 요리를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걸 듣고 있으니 잠이 솔솔 온다. 이게 바로 백색 소음이라는 건가.
그리 졸음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김근철이 일어나요.”
“엇. 벌써 다 됐어?”
“잘 자던걸요. 일어나서 먹어요.”
“그래.”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니 저녁 식사가 전부 세팅되어 있었다.
그것도 없는 반찬이 없다!
“아니! 이것들 다 뭐냐! 뭐 이렇게 진수성찬이야!”
밥부터 시작해서 고기 생선 야채가 모조리 세팅되어 있다.
“무슨 한정식집이냐? 캬! 이거 호강하겠네!”
“흐흫, 많이 먹어. 근철아.”
“이 새끼 리액션이 좋다니까.”
일단 자리에 앉고 젓가락을 들었다.
“맛있게 먹어요. 김근철이.”
“그래!”
소고기 김치찌개에 제육볶음. 그리고 조기구이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일단 김치찌개를 맛보니 과연.
“캬! 이거 개맛있네!”
“맛있냐?”
“유리 너가 만들었냐?”
“어.”
“칼질을 잘해서 그런가. 요리도 잘하네.”
“지랄. 뭔 소리야. 아무튼 고기 먹고 하체 힘 좀 길러라.”
뭔 뜻이야.
아무튼 칭찬을 해주니 유리가 아주 좋아하면서 웃었다. 이어서 제육볶음도 맛을 봤는데, 고기가 아주 부드러운 것도 모자라서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이 잘 배어있어 매우 맛있었다.
“어때요?”
“흐흐흐, 그냥 평생 이것만 먹어도 되겠다.”
“무, 무슨! 그렇게 좋은가요!”
“어. 아침에 이거 찌개 먹고 점심에 제육 먹으면 딱이겠는데.”
“아앗…!”
고개를 푹 숙인 레오나가 부끄러워하면서 자기 허벅지를 쓸었다. 칭찬받는 거 참 좋아한다니까.
“근철아. 생선은 내가 구웠어. 그거. 야채볶음도 내가 했고.”
“이시후 이 녀석 요리 실력 좀 볼까.”
조기를 발라서 입 안에 넣으니.
“오…! 이거 살이 아주 탱탱한데!”
“뭐어? 근철아.”
“음? 왜?”
순간 시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나 성희롱…”
“아니! 생선 이야기라고!”
내가 뭘 했는데!
“야 이 새끼야. 이시후 이 년은 뭔 다 성희롱이래?”
“우리 유리 말 잘한다!”
바로 유리가 실드를 쳐줬다.
“성희롱은 시발 이렇게 해야 성희롱 아니냐?”
“엇, 아앗! 뭐 하는 거야!”
근데 순간 유리가 시후 손목을 잡더니 자기 상체 쪽으로 끌어오면서 가슴에 문대는 시늉을 했다!
“우유리 뭐 하는 거예욧!”
“이시후 이 새끼가 자꾸 그러니까 그러지.”
“알았으니까 빨리 놔앗!”
“알았어, 알았어.”
제발 유리야.
“밥 먹을 때 그러지 좀 마라… 유리야.”
“이 새낀 편을 들어줘도 그러네. 왜. 갑자기 밥에 집중이 안돼? 응?”
야릇한 표정 짓지 말라고!
“뭔 소리야…!”
닥치고 밥이나 먹자!
“후우!”
내가 봤을 땐 여기서 희롱을 가장 잘하는 건 유리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무시하고 밥을 먹었다.
뭐가 됐든 모두의 정성이 들어간 식사다.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이 정도 수준의 밥을 먹은 게 얼마만이냐. 솔직히 어디 고급 식당가서 먹은 것보다 이게 더 맛있다.
“진짜 여기가 레스토랑이다… 어우, 배불러. 진짜 고맙다. 너무 맛있게 먹었어. 다음엔 내가 해주마.”
“후후후, 맛있게 먹었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네. 그럼 다음엔 김근철이가 해주도록 하세요.”
“그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오호, 이 기특한 새끼. 요리를 해주겠다고?”
“기대해라. 아주 그냥 대접을 해줄 테니.”
“캬. 이거 완전 그거 아니냐? 그 뭔. 그 섹남.”
뭐?
“뭐, 뭐라고?”
“요섹남? 그 있잖아. 요리 잘하는 남자 칭하는 말.”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네.
“뭔 또 요섹남이야.”
괜히 의미심장한 말 하지 마라.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같이 티비랑 뉴스를 좀 보다가 애들을 돌려보냈다. 가만히 냅두니까 자꾸 내 침대를 탐하려고 해서 빨리 보낼 수밖에 없었지.
“흐으.”
나는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 진짜 포식했네.
오마카세 갔다가 굶주렸는데 아주 알차게 배를 채웠다. 자, 그럼. 에너지 충전도 했으니 또 빡센 한주를 보내도록 하자.
*
*
*
폭설도 그쳤고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 마력 단련과 장비 숙달 훈련을 하면서 교과과정을 차근차근 밟았고, 대련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시간이 남을 때는 키티를 불러내서 정보를 모았다.
“그러고 보니 교관님이 요즘 빌런들이 게이트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말이야. 키티 너. 게이트 권위자로서 어떻게 생각해? 그거 진짜냐?”
은근슬쩍 물었는데.
“응. 맞아.”
“뭣.”
키티가 시원하게 대답해줬다.
“일부 인간들이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손에 넣은 건 사실 같아. 근철이 오빠.”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한국에 침투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건 확정이로군.
“대체 뭐 하는 놈들이길래 그런 힘을 얻은 거냐?”
“글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칼레이도 아스타테와 관련 있지 않을까?”
“역시.”
빌런 세력과 칼레이도 아스타테.
그 사이에는 유의미한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건이 있어 왔으니까.
“빌런들도 칼레이도 아스타테를 이용하려는 건가.”
마치 김익수처럼?
“그럴지도.”
그때 중국 쪽 군벌 초인을 갈아버린 것도 빌런 세력이었지. 핵폭탄을 쏜다 뭐다 말은 했는데 실제로 핵폭탄을 쏘진 않았고, 각 국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긴 했다고 들었다.
근데 그걸로 빌런이 청소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말마따나 게이트도 다루는 놈들이다. 빌런들이 사이비 종교 세력과 합쳐진 지금, 놈들이 어디로 숨어들었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특작부는 알려나?
“아무튼 근철이 오빠. 키티 여기 가고 싶어.”
이 녀석이 또 어딜 가려고?
내민 폰을 바라보니 무슨 아이스크림 집이다.
“살쪄.”
“갈래애.”
“아오.”
뭐.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다. 학교 끝나고 대련이랑 수련 끝나고 7시 반쯤 된 시간.
지금 혼자인 상태니 간단하게 키티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다 와도 문제는 없겠지.
“그럼 나가자.”
“정말 좋아해, 근철이 오빠.”
“귀여운 자식.”
먹을 것만 준다고 하면 그저 기뻐해서는.
그렇게 나는 외출준비를 하고 키티와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좀 멀긴 하지만 저녁에 걷는 것도 나쁘진 않지.
ㅡ저벅저벅.
키티랑 함께 거리를 걷는다.
“흐음.”
풍경이 좀 바뀌긴 했다. 눈은 전부 치워졌지만 날씨가 쌀쌀하긴 해서 다들 패딩을 입고 있는 상태. 근데 롱패딩 위에 하네스 차고 기관단총 장비한 건 진짜 묘하네.
그런 풍경을 보면서 걷고 있던 도중.
“시, 싫어요… 그만해요…”
“지랄하지 말고.”
뭔가 불온한 소리가 들려서 발걸음이 멈췄다. 들어보니 위협적인 남성의 목소리랑 겁을 잔뜩 집어먹은 여성의 목소리.
“키티야. 잠깐.”
“응.”
키티를 세워두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가보니 웬 골목길 안에서 남자랑 여자가 마주 선 채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무슨 희롱이라도 당하는 건가?
남자는 평범한 차림인데 여자는 학생인지 패딩 아래로 교복치마가 보인다. 요 근처에 있는 학교 같은데.
“아, 아파요…!”
근데 남자의 희롱이 더 심해져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연인끼리 하는 것 같진 않고, 남자가 여인의 머리를 쥐어뜯는 중이다.
모종의 플레이가 아니라면 폭력사태인데.
연인이었다면 미안하다.
일단 확인 좀 하자.
“야. 잠깐만. 너희들 거기서 뭐하냐?”
“어?”
바로 가서 말을 거니.
“씨, 씨발!”
ㅡ파앗.
남자가 허둥지둥 도망쳤고.
“아, 아아!”
여자도 허둥지둥 도망쳤다.
“뭐야? 이 새끼들 대체 왜 도망… 설마?”
내가 허리에 칼 찬 거 보고 영웅인 걸 식별해서?
그럼 수상한 새끼란 건데.
“어디 가니! 친구야! 나랑 이야기 좀 하자!”
“후우! 후우!”
“당장 안 멈추면 뒤지게 팬다!”
즉시 남자를 추격했다.
남자는 숨이 터져라 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