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31)
EP.575 거대 파편 # 1
그렇게 우리들은 작전표에 따라 북진하면서 북한 쪽 괴수들을 섬멸하고 남하하는 화이터 괴수들을 박살 내는 나날을 보냈다.
“캬! 이거 성능이 아주 좋다니까!”
괴수를 일격에 양단한 유리가 상쾌하게 소리쳤다.
미래세계에서 검기를 강화한 효과가 크긴 했다. 공격력 자체가 강해져서 이전보다 더욱 쉽게 괴수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가 좀 무섭긴 했는데 이렇게 큰 도움이 되네요. 강화된 검기가 아주 잘 먹히고 있어요. 갔다 오기 전보다 더 수월한데요?”
“그러니까. 이 정도면 우리 경지가 두세 단계쯤은 성장한 거라고 봐도 될 것 같아.”
아주 좋은 현상이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니까. 경험이.”
“경험? 김근철이 닌 꼼수잖아.”
아!
“아니라고오!”
“크크크, 아니긴 새끼가. 야. 이게 말이야, 어? 그쪽 괴수들을 칼로 직접 때리면서 절묘하게 감각을 익혀야 하는 거라고… 근데 김근철이 니는 기억? 그걸로 한 번에 처리했잖아. 그럼 꼼수지 새꺄.”
“으아아아아악!”
맞는 말이긴 한데!
따지고 보면 내 기억이니까 옛날에 한 거랑 똑같지 않나? 그리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유리의 말에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아니 오빠. 그렇게 무릎 꿇고 오열하면 되겠어? 안아줄까?”
유리가 굉장히 하찮은 것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면서 웃었다.
“누가 오빠야! 난 너 같은 여동생 없다…!”
내 여동생은 키티 뿐이지.
“크크크, 깝치긴. 빨리 일어나 임마.”
“넹.”
언제까지 유리의 놀림을 감내해야 할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리라.
뭐 그런 식으로 우리들은 강화된 검기를 적극 활용해서 임무를 완수했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제법 큰 스코어를 올리게 되었다. 공척치가 제법 크게 쌓인 것이다. 이번 북진 작전에서 활약했다는 증거지.
뿐만이 아니라 SNS에 올린 괴수 처치 관련 동영상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후후후, 김근철이 이것 좀 보세요. SNS 성장세가 아주 좋아요. 말 그대로 우상향 중이죠. 게다가 반응도 아주 좋구요.”
“야, 이거 영상 올린 것도 조회수 존나 많아졌는데.”
“확인 좀 해볼까. 오.”
SNS에 들어가니 과연.
우리들이 열심히 싸우는 동영상 조회수가 아주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반응도 다 좋다. 북한까지 올라가서 싸우느라 수고가 많다는 댓글들.
“이거면 뭐 사람들한테 우리 이름이 확실하게 알려졌다고 봐도 되겠는데.”
“그렇죠. 일종의 SNS 스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예요.”
“그래. 우리가 뭔가를 주장했을 때 지지해줄 거란 말이지.”
앞으로 통령군주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이건 아주 중요하다. 결국 지지자들이 있어야 싸울 수 있지 않겠는가?
계속 SNS를 관리하면서 지지자들을 모아야 한다. 호감작도 열심히 해야 하고.
“그나저나. 이제 곧 진입이냐?”
“어. 추세보면 곧 닿을 거 같은데.”
현재 우리 영웅들과 군대가 함경남도까지 올라간 상태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싸우면서 쭉쭉 올라갔으니까.
이북에 강림한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거대 파편은 바로 이 함경남도 쪽에 위치해 있다.
거기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임시 기지를 만들고 진지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현역 영웅들은 전선에서 텐트치고 먹고 잔다고 하는데 우린 아직 생도니까.
임무 끝나면 이렇게 강원도 요새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지.
뭐가 됐든 이 긴 작전도 끝이 보인다. 들어보니 베테랑 영웅 부대가 해당 지역 정찰을 성공했다는 말도 들리는 것 같고.
“아, 근데 보니까 학교 애들은 많이들 철수했나 보네요.”
“그래? 공적치 좀 쌓고 퇴근했나?”
“아마도요? 아무래도 끝까지 하기엔 경험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나 보죠. 근데 우리는 좀 많이 다르지 않나요? 후후후.”
“경험으로 따지면 어지간한 현역 영웅들보다 더 하지.”
“그러니까요. 솔직히 우린 클라스가 좀 있잖아요.”
클라스.
솔직히 말해서 우리들의 실력과 경험은 현역 영웅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투 경험도 풍부한데 이상한 곳에 다녀온 적도 많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지.
-근철이니?
아무튼.
그러는 틈틈 류나와도 연락을 했다.
“네, 누님.”
-작전은 잘하고 있어?
“네. 아주 순조롭습니다. 딱히 특이한 일도 경험하지 못했고요. 수상한 점 같은 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누님은 뭐 없습니까?”
-글쎄. 아직까지는.
“에이, 그러지 말고요.”
-정말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류나는 지금 요원으로서 일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것을 구상하고 실험하고 있다는 중이라고 한다.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전력을 다 하고 있지만 스파이로서 활동하며 판을 짜는 게 아주 까다롭다고.
-그래도 누나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믿고 기다려주렴.
“흐흐흐,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뭐 알아내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고생하세요, 누님.”
-아, 그런데 근철아. 하나 알아낸 게 있는데.
“오오, 무엇입니까?”
과연 뭘까?
-지금 영웅들이 북진한 틈을 타서 빌런들이 대한민국에 제법 많이 침투한 모양이야.
“뭣…!”
-공식적으로는 김익수의 명령으로 그들을 검거하고 있지만… 좋지 않아.
“대체 어떤 일입니까!”
요원들에게 명령이 내려왔다.
국내에 침투한 빌런들을 검거하라는 명령인데, 공교롭게도 국가파 요원들 쪽에는 그러한 임무가 조금만 배정되었고, 대부분이 다 익수파 요원에게 몰려 있다고 한다.
근데 익수파 요원들은 명목상으로는 빌런 검거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까고 보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 말은 누님. 지금 김익수가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맞아. 노골적이지. 역시 김익수는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강림을 바라는 것 같아.
“벌써부터 그러다니…!”
-아무튼 그 틈을 타서 빌런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누나가 좋은 걸 알아냈어.
“오오! 뭡니까!”
-말해줄까?
“네!”
역시 누님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뭔가를 알아냈구나!
-후훗.
근데 누님이 장난스럽게 웃는 것이 아닌가.
-근철이가 누나 부탁 들어주면 말해줄게.
“아이, 그런 말이나 하시고! 알겠습니다! 들어줄 테니 말해주세요!”
-농담이야. 일단 누나가 알아낸 게 뭐냐면, 아무래도 빌런들이 무슨 의식을 치를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의식이요?”
-잘은 몰라도 추측은 가능해. 칼레이도 아스타테를 강림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의식이겠지.
“그런…!”
-막아야 할 일이야. 다 자세하게 알아내면 알려줄게. 그럼.
“아, 네!”
전화를 끊었다.
“김익수 이 새끼.”
나라가 혼란해진 틈을 타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중이다. 이 새끼 어차피 실패할 새끼면서 이딴 개짓거리를 하다니 용서가 되지 않는다.
“강림이라.”
빌런들이 칼레이도 아스타테를 강림시키기 위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라.
좋다.
여기 있는 거대 파편 건이 끝나면 다음엔 빌런들을 막도록 하자. 이런 것만 차근차근 막아도 그게 강림하는 걸 늦출 수 있을 테니까.
바로 일어나서 옆방으로 갔다.
나는 방 혼자 쓰고 있고 애들은 다 한 방을 쓰고 있으니까. 애초에 내가 방을 시후랑 같이 써야 하는데 시후가 여자애라서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시후는 애들이랑 같이 지내고 있는 중인데, 이게 또 대외적으로 남자로 되어 있어서 맨날 몰래 움직이는 중이지.
“아, 김근철이 왔나요?”
들어나 레오나가 맞이해줬다.
“어. 얘들아. 류나한테 전화 왔다.”
“뭐라고?”
이불에 들어가서 티비를 보던 유리가 몸을 일으켰다.
“빨리 여기 들어와서 이야기해 봐.”
“들어간 뭘 들어가 이 녀석아.”
“그래요. 김근철이는 여기에 들어올 거니까요.”
“이불 왜 들춰, 레오나!”
이불속에 들어갔다간 큰일이 나 버리는 수가 있다.
아무튼 바로 애들에게 류나에게 들었던 걸 말해줬다.
“진짜 김익수 이 자식…! 하아, 그래도 근철아. 그건 당장 우리가 대응할 수 없을 것 같아. 빨라도 거대 파편을 치운 다음에 해야 할 테니까.”
“그래. 그전까지는 누님에게 맡기자고.”
“캬, 근데 류나 이거 엄청 의지되는데. 그렇지 않냐?”
“솔직히 그래.”
“말 그대로 큰언니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 근데 이거 걱정되네요. 영웅들이 빠져나간 틈에 빈집털이를 당하다니.”
“지금은 걱정해도 소용없다. 마음 잡고 닥친 일부터 해결하자고.”
“그러죠.”
그거 말고 답이 없다.
*
*
*
.
그리 애들이랑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세 명이 같이 있어서 활기가 넘치던 그 방과는 달리 내 방엔 나 혼자라서 아주 조용하다.
고요함과 적막함.
“…”
자리에 누웠다.
이불 속에 들어가니 애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후우.”
절로 숨이 흘러나왔다.
사실 지금 제법 혼란스러운 상태다. 떠오르는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좀 더 가까운 기억.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한 기억이다.
“이상한 기분이야.”
진짜로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는 분명 학기 첫날에 이곳에 들어왔다.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개소리가 따로 없다. 터무니없는 일이고 말이 안되는 일이다. 사람이 게임 속에 들어간다니 말이 되는가?
그 때문일까.
허황된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왔던 그곳이 허황된,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곳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왔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쪽 세상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 터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게 심해지고 있다.
기억이 애매해진다고 해야 하나.
“무슨 현상이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애들에게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해봤지만,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는다… 기억결손? 분해? 내 머리가 과부하 되어서 일부 기억을 까먹어버리고 만 건가?
아니.
그것만이 아닐 거다.
“…”
지금으로선 내가 있는 이곳을 제외한 모든 것이 평행세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