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8)
EP.68 수련회 # 6
기도비닉을 유지하면서 수색을 하며 이동한다.
이렇게 친구들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몸을 숨기는 법.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법. 그리고 또 괴수들을 찾아내는 법. 하나같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들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면서 익히고 있으니 배우는 맛이 있다. 아무래도 난 기술자 같은 자질을 지닌 모양이지.
“…”
그런데 뭐랄까.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음?”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러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군필이긴 한데 이런 훈련을 한 적은 없는데 말이지… 내가 받았던 훈련은 대부분이 군장 메고 쎄가 빠지게 산에 오르거나, 진지를 잡고 몇 날 며칠 동안 죽치고 앉아 있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기동하면서 훈련한 적은 없는데.
ㅡ띠링.
[기량이 1 상승했습니다]그리고 들려오는 알림음.
“…”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할 뿐인데 기량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이게 좀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스탯이 잘 올라간다고? 내가 그만큼 재능이 넘친다는 거냐? 기쁘지만 나의 폭발적인 성장력이 두렵기도 했다. 이러다가 S 랭크 각성자가 되어버린다면. 분명 평범한 삶은 살 수 없겠지. 말 그대로 영웅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뭐가 됐든 내가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잘 느껴졌다.
살면서 이렇게 집중력을 발휘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 탓에 스탯까지 올라가는 거겠지. 스탯이 올라감과 동시에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나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리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김 근철이?”
레오나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어? 레 오나씨?”
“갑자기 긴장한 건가요? 좀 푸세요. 뭐 무슨 집중을 이렇게.”
“아니, 레오나. 긴장을 풀긴 뭘 풀어. 지금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 여기서 긴장 풀면 말짱 도루묵이야.”
“호오, 그런 건가요? 역시 김근철이네요. 과연 칭찬할만해요. 후후후.”
웃는 레오나의 얼굴이 참 친숙하게 느껴진다. 익숙하고 친숙하다.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하단 말이지.
역시 웃는 얼굴이 제일 잘 어울린다.
“것보다 레오나. 진짜 이렇게 함께 움직이면서 이런 것도 보고 막 경험하고 있으니까… 내 실력이 아주 쑥쑥 늘어나는 게 느껴져.”
“그거야 당연한 일이죠. 보고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훈련이 없는데. 나중에 김근철이 제대로 기동할 수 있게 되면 지금의 기억이 엄청 도움될 거라구요.”
“확실히 그래.”
훈련에 투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량이 벌써 2 스탯이나 올라간 상태다.
그만큼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리다. 지금 이곳에서 작전을 행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스탯이 올라간 탓이겠지.
전술이나 전투적인 지식 같은 것들이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되고 있는 중이다.
마력이랑 그걸 사용하는 숙련도가 좀 높아진다면 아마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지 싶다. 진짜 구라 안치고 나한테는 영웅의 재능이 있나보다.
“전방에 괴수 나왔다네요.”
“어.”
앞에서 시후가 뭐라고 수신호를 한다.
주변을 살펴본 뒤에 급습해서 처치하자는 신호다.
ㅡ파앗!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주변을 잠깐 수색한 뒤에 우리는 공격을 감행했고, 그것으로 홀로그램 괴수들은 아주 손쉽게 몰살되었다.
*
*
*
그렇게 이동을 하고 있으니.
“발견.”
마침내 타겟을 찾아냈다.
“아주 그냥 요새를 만들어 놨네요.”
옆에 엎드린 레오나가 그리 말했다. 우리는 지금 건물 옥상에 널브러져 있던 천막 속에 몸을 집어넣고 전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저 전방에 괴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ㅡ그륵르글.
ㅡ르르륵.
그것도 수십 마리가 넘는 F 랭크 괴수들과 함께.
근데 저 괴수들은 조금 특이하게 생긴 놈들이었다. 뭐랄까 좀. 생체 포탑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괴인은 그런 생체 포탑들에게 둘러싸인 채, 안광을 뿜어대면서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뭔 문어 같은 대가리를 단 녀석인데, 눈이 무슨 머리에 360도 빙 둘러져서 달려 있다. 저거 경계는 진짜 확실하게 할 것 같다. 무슨 아르고스냐?
“저 새끼들 저거 준비 제대로 해놨는데.”
“그러게. 좀 까다로워 보여.”
유리와 시후도 감탄하면서 말했다.
괴인은 말 그대로 자신만을 위한 요새를 만들어낸 상태였다. 다수의 원거리 공격형 괴수를 배치하고, 그 바깥에는 돌격을 저지할 고기방패용 괴수를 배치해 뒀다.
마찬가지로 영웅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기동성과 공격 속도가 빠른 근접 타입의 괴수들 역시 듬성듬성 배치가 된 상태다.
저걸 정면으로 뚫는다?
많이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저 포탑의 공세를 뚫어내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쯧. 사실 저런 건 곡사포로 조져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끼리만 왔으니 어쩔 수가 없네요.”
“곡사포라. 레오나. 저 E 급 괴인은 매지션 타입이랬지? 곡사포를 못 막나?”
“네. E 급 괴인이 보호막을 만든다고 해도 곡사포 세례를 막을 순 없죠. 마침 예쁘게 잘 모여있으니, 우리는 그냥 좌표만 따서 보고하면 그만이에요. 건물 채로 박살 내는 게 베스트.”
그거면 쉽긴 하겠다.
근데 영웅이 건물들을 막 부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위급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건물을 파괴하는 건 최대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곡사포가 없어. 우리끼리 처리해야 돼.”
시후가 말했다.
“그래서 좀 빡빡하네요. 우리 조합으로는 정면으로 뚫는 게 좀 어렵죠.”
아무리 내 친구들이 강하다지만, 저렇게 요새처럼 철저하게 방비를 해둔 괴수들의 방어벽을 뚫기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타워 디펜스를 몬스터들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개 존나 두들겨 맞으면서 뚫어야 하지.
“야. 레오나. 만약 이사장님이 여기 있었다면?”
“그냥 개박살이죠. 혼자 가서 칼질 한방으로 다 터트릴걸요? 우리랑은 경지 자체가 달라요.”
“흐흐흐, 그렇겠네.”
물론 그런 강력한 초인은 국가에도 몇 명 없다.
“흐음, 야. 근데 병력을 다 옥상에 배치해둔 거냐?”
유리의 말에 레오나가 대답했다.
“일단 보이는 건 그러네요. 좋은 배치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좋은 배치는 아니다.
“그치. 레오나 말마따나 곡사포의 밥이 될 테니까. 아니면 원거리 저격으로 처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뇨. 김근철이. 원거리 저격도 위험할 수가 있어요.”
“왜?”
“저쪽에서 응사하면 피곤해질 수도 있잖아요. 저 괴수들. 전부 원거리전에 특화된 녀석들이에요. 그리고 저 숫자라면 화망을 형성할 수도 있겠죠. 총알보다 빨리 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위험해요.”
오오. 그런 것까지 다 생각을 해야 하는 건가?
경험치가 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오올. 역시 귀족 아가씨네. 다 알어? 아주?”
“훗, 이 정도는 기본이죠.”
유리의 칭찬에 레오나가 웃었다.
“시후야. 근데 좀 이상한데.”
“응? 뭐가?”
“이게 실전을 상정한 훈련이라면… 뭐 레오나 말대로 방법은 있잖아? 곡사포라던가. 근데 지금은 그걸 쓸 수가 없지.”
“응. 맞아.”
내 말에 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지금처럼 뭐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태라면, 실전훈련이라는 의미가 없지 않냐? 그렇잖아.”
보통 영웅은 군대와 연계해서 싸우는데, 지금은 그런 도움이 하나도 없다. 실전이랑은 좀 다른 것 같은 느낌이다.
“흐음… 그것도 그런가? 아, 근철아. 어쩌면 이 훈련은 딱 그런 걸지도 몰라.”
“뭔데?”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고 하는 게 아닐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런 어려운 과제를 냈다라. 잠시 곱씹어보고 있으니 시후가 이어서 말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에 민간인들이 남아있다면 포를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까. 저 빌딩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곡사포를 쐈다간 살인이야. 그러니까, 곡사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상정해서 하는 훈련-”
“아! 그것도 그러네요! 나이스 이시후!”
레오나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그거네요! 빌딩 안에 민간인들이 있다고 상정한 거였어요! 정답 나왔네요. 저 괴인은 지금 인질을 잡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렇게 대놓고 있을 수가 있는 거죠. 인질을 잡은 상태로 지역을 방위하는 임무를 맡은 게 분명해요!”
“오오!”
레오나의 분석에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이게 바로 생도의 분석력인가! 역시 레오나!”
“훈련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랍니다. 후후후. 아무튼 정답을 맞췄으니 인질을 구출하는 쪽으로 가보도록 하죠.”
“재밌겠는데. 만약 진짜 인질이 있다면 호평을 받겠어?”
유리가 씨익 웃었다.
좋다.
그럼 여기서 내 의견을 말해보자.
“그럼 레오나. 어차피 건물 안에 인질들이 있을 테니까. 뭐 옥상을 다이렉트로 공격하는 건 포기하자고.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닐 테니까.”
“네. 그래야죠. 그럼 어떻게?”
마치 시험을 하겠다는 듯 나를 보는 레오나.
“별 수 있나? 현관문으로 들어가던가. 아니면 저층에 있는 창문으로 침투해야지.”
“맞아. 근철이 말대로 그런 방법 말곤 없을 것 같아. 위험하지만 인질이 있다면 그렇게 가야 해.”
내 말을 시후가 받았다.
“확실히 그렇네요.”
“뭐, 그래야지. 그러면.”
잘 통했구만?
“근철아. 잘 판단했어. 영웅이라면 그런 판단이 옳지. 인질이 있다면 반드시 구해야 해. 그걸 무시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거야.”
“그렇지. 소방관이 불난 집에 안 들어가겠다는 말이니까.”
“바로 그거야.”
딱 소방관을 예로 들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뭐, 김근철이 말대로 위험하긴 해도 그런 방법밖에 없겠네. 건물에 침투를 해보자고.”
“유리야 믿는다.”
“니가 제일 위험해 이 자식아.”
대충 이걸로 방침은 정해졌다.
위험하긴 하지만 우리들은 저 빌딩의 내부로 침입할 것이다.
전쟁에 정답은 없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만이 있을 뿐이다. 제공권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적진으로 침투해야 할 상황도 있지.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군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딩 한 채를 점거한 괴수들을 무찌르고 안에 있는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
“애들한테 시키는 훈련 치곤 스케일이 너무 큰데.”
“뭐, 오히려 마음에 드네요. 어려운 훈련이라는 점에서.”
레오나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그럼 김근철이의 말대로 저층에서 침투하도록 하죠. 일단 옥상에 있는 녀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몰래 가보죠.”
그야말로 침투 액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