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yeon RAW novel - Chapter 405
746화 진업 죽이기 (1)
1 황자는 무공 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내 맹장이었다.
경도 공방전에서는 들판에서 싸우던 때의 지휘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진으로 깊이 들어가 함락시키는 것이니 1 황자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말을 타고 전투를 하는 것과 고수와 결투를 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기세였다. 그리고 1 황자는 목숨 걸고 하겠노라 한 맹세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여서 기세가 대단했다.
동이성과 경국의 혼혈이니, 그는 어떻게 봐도 황제에 오르는 기쁨을 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강토에 대해서는 진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으니······.
화살 한 대가 날아왔지만 1 황자는 그것을 칼로 쪼개버렸다.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바람에 말 아래에 있던 반군의 창 공격을 받아 여기저기 다치고 말았다.
한데 다행히 말을 빨리 몰고 있던 터라 포위되지는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직접 길을 냈고 반군 중앙 군영을 향해 쉼 없이 돌격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금군 2백 명의 기세는 이제 곧 태자 앞에 도착할 것만 같았다.
* * *
범한은 검은색 관 위에 서서 성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1 황자가 성문 아래에서 나타나 자신의 시야로 들어오자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마마를 위해 길을 열어라!”
황성 위에 남아 있는 금군과 감찰원 부하는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은 모두 가까스로 버티는 중이었다.
이들은 구름사다리로 황성을 기어오르고 있는 반군 병사를 맞이하기 위해 새벽부터 두 시진 동안 준비를 했다. 이에 지금까지 성벽 위로 올라온 반군은 아직 없었다.
한데 이들은 일찌감치 군령을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속으로는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범한의 명을 지체 않고 수행하기 위해 지키고 있던 구역을 떠났다. 그리고 재빨리 중간 지대로 다가가 얼마 남지 않은 화살을 아깝다는 생각조차 않고 쏘았다.
화살이 빽빽하게 빗발쳤다. 화살은 전부 1 황자와 금군이 돌격하고 있는 길 앞쪽에, 그것도 반군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반군에게 일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하는 동시에 1 황자가 돌파해 나가고 있는 길목의 저항을 조금 줄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황성 위 나머지 지역의 수비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말았다. 화살 공격이 사라지자 구름사다리의 반군은 흥분제를 먹은 것처럼 용감하게 위로 올라갔고, 이제 곧 성벽 위로 오르는 일만 남게 되었다.
금군은 사력을 다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에 팔에 통증이 있는지, 손가락이 활시위를 당기느라 피가 나고 있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범 공작 어르신의 명령을 받들어 들고 있는 활로 왕야를 위한 길을 내야만 했다. 그렇다면 반군이 황성 성벽 위로 올라올 수도 있는데 어떡하지?
그런데 왕야가 지금 형제 2백을 이끌고 반군의 포위 속에서 돌격하는 중이지 않나. 그러니 자신들이 활시위를 조금만 늦게 당긴다면, 왕야가 다칠 텐데, 그건 어떡하고? 두렵고, 불안하고, 장렬히 싸우고. 각양각색의 감정들이 황성 위 금군들의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반군은 이미 구름사다리를 타고 황성 성벽 위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성벽 위로 올라온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진씨 가문 군대 소속의 장정들이었다. 그러니 대단히 힘들게 자리를 잡은 후에는 바로 진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더 많은 반군이 성벽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길을 트는 작업에 들어간 거였다.
황성 문으로도 반란군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반란군은 금군 2백을 막지 못하자 열린 문을 통해 황궁으로 들어가 안에 남아 있던 이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1 황자는 황궁이 함락되기 직전인 걸 보았지만 그래도 성벽 아래에 있는 반군을 제거해 나갔다.
이때 ‘웅’ 하며 나지막한 소리가 두어 차례 울렸다. 한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수성용 쇠뇌가 드디어 재사격에 돌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격은 예첨중차나 구름사다리를 실은 수레를 목표물로 하지 않았다. 범한의 강력한 요청에 전부 반군에게 떨어졌으며, 1 황자가 뚫고 나가고 있는 바로 앞 방향에 떨어졌다. 금군이 지금 화살을 빗발치게 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거대한 쇠뇌의 화살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무수히 많은 반군 몸을 꿰뚫고 공중에 피 안개를 피웠다. 그런 후 무겁게 청석판으로 파고들었다.
어떤 것은 바닥에 박히지 않고 도로 튀어 올라 무거운 중량과 강력한 힘으로 반란군 몇몇을 눌려 죽도록 했다.
갑자기 빗발치는 화살과 무시무시한 위력의 수성용 쇠뇌 화살이 1 황자의 돌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군 정중앙에 한 줄기 피로 얼룩진 길이 열렸다. 1 황자는 금군을 이끌고 은색의 선을 그리며 피로 얼룩진 길을 따라 용감하게 반군 중앙 군영으로 파고들었다.
반군은 사람이 많아 세가 강했다. 하지만 말을 몰아 다가오고 있는 1 황자의 장엄하고 영웅 같은 기개는 저들에게 절로 두려움을 일게 만들었다.
세인도 알다시피, 1 황자는 수년 동안 군을 이끌고 서쪽 변경에서 호인과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경국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워 군 내 일대 명장이 되었다.
이러한 명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을 해오니, 그 압박감과 돌파력은 평범한 이들로서는 당해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범한은 장렬한 광경을 보며 심호흡했다. 그러자 체내에서 천천히 운행하고 있던 두 개의 작은 우주가 갑자기 맹렬히 가속하기 시작하며 체내 경맥에 붙어 있는 천일도 정기를 차츰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나운 패도의 정기가 체내에서 강력하게 운행하기 시작했다.
눈에 핏줄이 더 많아졌다. 약물의 작용이 최고치까지 온 것이었다. 범한이 가지고 있던 갈고리 밧줄을 단단히 잡고 수성용 쇠뇌의 마지막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 * *
진항을 죽인 형과는 일찌감치 반군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진 영감님은 냉랭하고 생기 없는 눈을 진항에게서 거둬들인 후 저 멀리 소란이 일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이에 그는 1 황자가 군을 이끌고 반격에 나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1 황자의 작전 풍격이 얼마나 야만스럽고 장렬한지도 알고 있던 터라 만약 1 황자가 기마병 3천을 이끌고 있었다면 어쩌면 자신도 저 서슬 퍼런 칼끝을 잠시 피하려 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군이 승기를 잡았고, 성벽 꼭대기에도 이미 올라갔으니, 이리 중요한 시기에 진씨 어르신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날 리는 절대 없었다.
이건 전쟁터에서 십여 년 동안 지내며 얻은 자연스러운 직감이다. 하지만 온통 피를 뒤집어 쓴 1 황자의 영웅적 자태에 그는 가장 먼저 남아 있던 아들 하나가 처참하게 죽은 광경이 떠올랐다.
진 영감님은 갑자기 자신이 늙은 것만 같았다. 심지어는 죽음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줄곧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선명한 통증 때문에 살짝 머뭇거린 진 영감님은 결국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적군은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니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진 영감님이 기침을 두 번 하고는 자기 측근인 집안 장수에게 말을 이어 갔다.
“태자마마를 뒤쪽에 있는 군영으로 뫼셔라.”
물러가고 싶지 않았던 태자가 진 영감님을 잠시 바라보았다. 하나 자신은 군사와 관련한 건 모르고, 또 이런 중요한 시기에 진 노장군의 용병술과 포진하는 방법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결국에는 그냥 섭섭해 하며 자리를 떴다.
진 영감님은 노장이었다. 그리고 1 황자가 최후의 발악을 할 때 한 발작도 꿈쩍 않는 선택을 한 건 당연히 제일 좋은 결정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 남은 아들이 죽는 참혹한 장면을 직접 보고 나니, 결국 그는 조금 보수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집안 장수들에게 태자를 모시고 잠시 공격을 피하도록 한 것이었다. 한데 그렇게 하고 나니, 그의 곁에 남은 집안 소속 장수는 이제 여덟뿐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9등급 고수여서 아예 신경을 안 쓴 거였을 수도 있었다.
* * *
하지만 범한은 신경을 썼다.
거대한 수성용 쇠뇌가 드디어 화살을 모두 소진했다. 그리고 금군의 빗발치던 화살도 성글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1 황자가 이끄는 금군은 참혹한 대가를 치렀음에도 여전히 반군의 중앙 진영까지 뚫고 들어가지 못한 상태였다.
전쟁터에서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2백 명의 기마병으로 성공적인 반격을 펼치려 한다면, 이건 이미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닌 바보 같은 망상이었다.
하지만 1 황자는 피칠갑을 하고 전투를 벌이는 동안 이미 피로 얼룩진 긴 길을 뚫었고, 이러한 그의 강력한 전투 수행 능력은 무수히 많은 반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제 황궁은 곧 함락되고, 1 황자는 포위되며, 남은 흑기와 형과는 이미 포위된 상태라 대세는 정해진 것이었다. 그런데 수성용 쇠뇌의 마지막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는 앞서 발사된 몇 발들과는 달랐다. 사선으로 쏘아진 화살은 ‘후잉’ 하고 슬픈 소리를 냈다.
마지막 쇠뇌의 화살이 발사된 후 두 기의 수성용 쇠뇌는 침묵에 들어갔다. 이에 모두가 화살이 날아가며 내는 슬픈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고,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화살의 비행 궤적과 1 황자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발사한 화살의 궤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비스듬히 날아간 쇠뇌의 화살은 모든 반군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되 그들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공중에서 동력을 잃을 때까지 먼 거리를 날아간 후 반군 중앙 군영 바로 앞에서 육중하게 떨어졌다.
사정거리가 길기는 했지만, 이렇게 쏜 화살은 아무런 위력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낡은 구리나 철근과 다를 바 없이 처량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반군 병사들을 놀라게만 했을 뿐 그 누구 하나 다치게 하지 못했다.
‘푹!’ 박하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쇠뇌의 화살은 어린아이가 가지고 논 칼처럼 운 좋게도 날카로운 부분이 아래로 향한 채 바닥석 사이에 있는 흙에 수직으로 꽂혔다.
바로 이때, 성벽 위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질 장면을 보게 되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땅속 깊은 곳에서 툭 튀어나온 유령처럼 황성 위에서 날아 내려왔다.
쇠뇌의 화살이 운행한 궤적을 따라 공중에서 성벽 아래로 빠르게 날아서 내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마치 공기를 찢으며 움직인 것만 같았다. 높은 황성 성벽 위에서 눈 깜짝할 사이 반군의 중앙 군영 근처로 날아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쇠뇌의 화살 끝에는 끈이 달려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갈고리 밧줄을 이용해 쇠뇌에 달린 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곧장 반군 중앙 진영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검은색 천신이 강림이라도 한 듯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깜짝 놀라 눈과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서 전해온 강력한 살기와 기세에 놀라 결국에는 누군가가 대응에 나서기는 했다. 바로 무겁게 땅에 떨어진 화살에 끈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리친 것이었다.
“줄을 잘라라!”
그러자 수많은 칼이 번쩍이며 쇠뇌의 화살 끝부분에 단단히 묶여 있는 줄을 내리쳤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던 진 영감님은 가슴속에 있던 통증과 분노가 다시 폭발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1 황자가 용감하게 돌격하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까 남은 아들마저 처참하게 죽는 바람에 이 강인한 인물은 결국 정신적인 허점이 드러내고야 말았다.
진 영감님이 정신적으로 살짝 흔들릴 때, 그의 눈가에서 칼날이 번쩍했다.
이 빛은 절대 쇠뇌의 화살 끝에 달린 줄을 향한 게 아니었다.
진 영감님의 몸을 노리고 내리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