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94
누님, 죽지 마세요 (1)
송연화가 남궁세가로 떠나는 오시가 되자 금호장 장원에는 세 대의 마차와 호위할 무사, 시비들로 북적거렸다.
남궁효우는 붉은색의 옷을 입고 송우태와 대화를 나눴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혼례연 때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시게. 가는 길은 금호장의 충검대가 호위할 것이네.”
남궁세가로 가는 길을 호위할 이들로는 충검대(忠劍隊)가 맡기로 했다.
충검대는 금호장의 정예들로 구성된 검대로 초절정 무인 두 명과 절정 무인 열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장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남궁세가의 제검대도 동행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궁세가의 제검대(濟劍隊)는 남궁효우가 약관의 나이에 만든 검대로 뛰어난 이들로 구성된 부대였다.
초절정 무사 한 명과 절정 다섯 명, 그리고 일류 열 명으로 구성 된 검대였다.
그러니 이 행렬은 초절정 고수 세 명과 절정 무인 열 다섯에 일류 열 명, 그리고 잡일을 할 이류 무사 스무 명까지 대동하며 총 48명의 무사, 30명의 시비로 이뤄졌다.
남궁효우와 대화를 끝낸 송우태는 마차에 오르는 것을 기다리던 송연화에게 다가갔다.
“연화야.”
송우태는 양손으로 송연화의 고운 손을 잡았다.
“너는 총명하니 어떤 일이든 훌륭히 할 거다. 그러니 부군 될 사람을 잘 보필해야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지내겠습니다.”
“혼례연때 보자꾸나.”
“예, 아버지.”
송연화는 이어서 송일현, 송이현과도 인사를 나누고 송삼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양팔을 뻗어 송삼현을 안아줬다.
“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남궁세가의 문턱을 넘거라.”
“… 그러겠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히 지내세요.”
언제든 남궁세가의 문턱을 넘어도 된다는 말을 남궁효우가 허락한 것인지 남궁효우는 뒤에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부인을 보러와도 좋다.]
[그러겠습니다. 누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인이 될 수 있게 노력하마.]
그렇게 송연화를 태운 마차가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자 송우태가 말했다.
“따라오거라, 차를 마시며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예.”
송우태가 들어가고 송일현과 송이현도 그 뒤를 따라갔다.
“무무야.”
척.
“마차의 뒤를 따라가서 무슨 일이 있다면 보고하거라.”
무무는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
송우태를 따라서 간 곳은 천화각이었다.
천화각은 현무호가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었고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 현무호를 낀 단풍나무들이 운치를 더했다.
“또 언제 떠날 참이냐?”
현무호 위에 지어진 정자에서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누님을 배웅했으니 곧 가려고 합니다.”
“하루도 안 지내고?”
“이곳에 제가 지낼 곳이 있나요?”
“청월각은 네가 지내던 환경 그대로다. 오늘은 그곳에서 자고 내일 떠나거라.”
“예?”
“이곳까지 와서 하루도 묵지 않고 나간다면 이상한 말이 돌 거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거라.”
“…. 그리하겠습니다.”
향긋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군산은침(群山銀針)이군요.”
“청월 부인이 좋아하던 차니 요새 계속 이것만 마시는구나.”
“그러게, 처음부터 잘해주시지, 그러셨어요.”
“금호장의 장주 역할은 잘했을지는 몰라도 아버지와 남편 역할은 잘하지 못했다. 내 평생의 한이지.”
송우태의 후회가 짙은 말에 송삼현은 듣고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일각이 지나고 송삼현이 차를 다 마시자 송우태가 말했다.
“먼 길을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만 들어가서 쉬거라.”
“물러가겠습니다. 장주님.”
송삼현이 포권을 한 뒤에 방에서 나가자 이윤이 슬그머니 들어왔다.
“내일이면 다시 떠날 텐데 안 잡으십니까?”
송우태는 소반에 놓인 찻잔을 들고 현무호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삼현이를 붙잡겠느냐.”
꿀꺽.
현무호를 바라보는 송우태의 눈빛은 깊은 후회가 담긴 눈빛이었다.
*
천화각을 나와 간 곳은 강 무사가 선무정과 마훈을 데리고 간 접객당이었다.
선무정이 접객당 장원에 무사들을 앉혀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 더 들어가지 않고 문틈에 기대어 봤다.
자세히 들어보니 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 주군이 흑도가 반발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묘사하며 말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아느냐? 사람들은 경험해본 적이 없으면 쉽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역으로 경험해봐야 당하는 처지가 얼마나 엿 같은지 알지.”
저벅.
“그리고 또 한 걸음 걸어가며 이렇게 말합니다.”
무사들이 숨소리도 줄이며 집중하자 선무정의 입이 다시 열렸다.
“너희들이 그동안 해온 패악질을 똑같이 당해보거라. 크으! 거기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아주 감탄을 했지요.”
내 모습을 재현하는 선무정을 보며 말했다.
“재미있느냐?”
“아! 주군! 제가 주군의 활약상을 무사분들께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재미난 일이라고.”
“재미난 일이지요! 주군의 행보는 모든 무인들이 동경하고 있으니까요!”
금호장 무사들은 눈을 빛내며 나를 봤고 별다르게 할 말도 없어서 선무정에게 물었다.
“여기 더 있을 거냐?”
“예! 아직 할 이야기가 한 참 남았습니다!”
“알겠다. 마훈도 이곳에서 다른 무사들과 더 어울려라. 난 청월각으로 갈 볼 터이니 일을 마치면 그곳으로 오거라.”
스윽.
마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가겠습니다. 주군의 곁을 지키는 것이 저의 일이니까요.”
“그게 편하면 그리하거라.”
우리가 접객당의 문턱을 넘는 순간에도 선무정이 무사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난 마훈과 같이 청월각으로 향했다.
“공자님.”
가는 길에 애절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사람은 소월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예. 정말 오랜만이에요.”
“넌 누님을 따라서 가지 않았느냐?”
“청월각을 책임지는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그렇구나. 아, 소월아.”
“네, 공자님.”
“오랜만에 네가 만든 만두 좀 먹고 싶구나.”
“금방 가져올게요!”
“청월각으로 가지고 오너라.”
“예!”
잠시 후, 도착한 청월각은 내가 떠날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 연무장에서 주군이 무공을 수련했습니까?”
“그래, 세 살 때부터 검을 잡았다.”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지 연무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난 느긋하게 늘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구름 구경을 했다.
“공자님!”
소월이가 소반 가득히 만두를 담아왔다.
멀리서부터 풍기는 냄새.
강호를 돌아다니면서도 이 만두가 유독 그리웠다.
“먹어보거라, 소월이가 한 만두는 천하제일이다.”
내가 만두를 하나 주자 마훈은 한 입 베어 물더니 두 눈이 커졌다.
“평생 먹어본 만두 중 제일 맛있습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하나를 먹어 치우고 두 개째에 손을 내밀었다.
허겁지겁 먹는 마훈을 보곤 나도 만두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소월이도 하나를 야금야금 먹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님, 언제까지 이곳에 계실 거예요?”
“오늘은 이곳에서 지낼 거다.”
“정말요?”
“오랜만에 왔는데 그냥 가버리면 어머니가 섭섭해하실 것이 아니냐.”
“… 그렇겠네요.”
청월각에 핀 수많은 꽃.
어머니가 금호장을 떠날 때는 추운 겨울이라 청월각의 꽃들이 다 저버렸으나 지금은 꽃이 만개했다.
‘삼현아, 봄이 오면 이 청월각이 다시 꽃으로 뒤덮이겠지?’
봄이 아닌 가을이지만, 그런데도 꽃들이 피어 있었다.
봄처럼 만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너와 다시 한번 그 풍경을 보고 싶구나.’
꽃들을 보자 어머니가 했던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어머니도 이 풍경을 보셨다면 좋았을 것을.”
*
반나절이 지나며 금호장을 떠난 행렬은 어느덧 합비로 가기 전, 마지막 죽림에 도달했다.
‘황죽림(荒竹林).’
거친 숲길이 3리나 이어지는 거리였다.
이곳을 지나면 반 시진 안에 합비에 도달하니 남경에서 합비를 가면 무조건 통하는 길이었다.
황죽림의 기슭, 나무 사이사이에 흑의와 복면을 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일이 저 행렬을 모조리 죽이면 된다는 거지?”
“어, 만약 놓치더라도 여인을 놓치면 안 된다고 하더군.”
“여인은 무조건 죽이라는 건가? 죽이기 전에 재미 좀 보면 안 되고?”
“상관없어. 어차피 죽일 거라면.”
그들은 ‘흑살단(黑殺團)’이었다.
어둠 속에 숨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흑사회의 자객들 서른 명이 나무 위에 앉아 행렬을 기다렸다.
“고작 저것들을 죽이는 데 흑살단을 쓸 줄 이야. 새로 부임한 군사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거겠지.”
“뭐, 어쨌든 돈을 준다면야. 못할 건 없지.”
조금 더 기다리자 멀리서 세 대의 마차가 보였다.
남궁세가와 금호장의 기를 내건 행렬.
강호에서 그 행렬을 막은 자들은 없겠지만, 이들은 달랐다.
“가지.”
탓!
콰아아아아아앙!
흑살단주를 필두로 자객들은 행렬의 선두 앞으로 신형을 날리며 착지했다.
그들이 착지하면서 일어난 먼지바람이 사라지며 흑살단의 자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남궁효우가 마차에서 내리며 검을 빼 들었다.
“웬 놈들이 감히 남궁세가와 금호장의 행렬을 막는 것이냐!”
아직 중원에 정체를 드러나지 않은 이들.
그렇기에 그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진각을 밟더니 사방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들을 보며 남궁효우가 소리쳤다.
“자객들이다! 모두 위치를 고수하라!”
무사들은 일제히 진을 구축했다.
촘촘하게 완성된 진, 원래라면 쉽게 들어오지 못했으나 흑살단은 달랐다.
신형이 사라질 만큼 경공이 빠른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검에 제검대 무사 한 명의 목이 베어졌다.
촤아아아악!
절정의 무인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는 것을 본 남궁효우는 경지를 가늠했다.
‘이리 강대한 검이라니.’
남궁세가와 금호장의 행렬에는 초절정 고수 세 명이 있었다.
그들의 검이 흑살단의 자객들을 베는 것을 본 흑살단주가 오른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터트려라!”
그 말에 각자 품에 가지고 있던 연막탄을 꺼냈다.
그것을 바닥에 던졌고 ‘콰아아앙!’ 터지며 검은 연기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흑살단주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제검대주 관오가 언월도를 휘둘렀으나 닿지 않았다.
그리고 흑살단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연기에 몸을 숨겨 모조리 죽여라.”
흑살단주의 말에 연기 속에 숨은 자객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엉거주춤하다가 모조리 죽어갔고 남궁효우가 충검대주 유청기에게 말했다.
“금호장의 무사분들은 아가씨를 호위해주시오!”
남궁효우의 말에 금호장 무사들이 일제히 마차를 에워쌌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였다. 그러나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으로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촤아아아악!
다리가 베어졌으나 검으로 지탱하고 섰다.
“생사진을 펼쳐라! 아가씨께 절대 접근하게 둬선 안 된다!”
생사진은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지킬 때만 서는 진이었다.
스무 명의 무사들은 일제히 생사진을 펼쳤고 흑살단의 자객이 신형을 날리며 비수를 뽑으려는 그때.
휘리리리리릭.
자객의 몸에 붕대가 휘감기더니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콰아아아앙!
“넌 누구냐.”
나무 위에서 신형을 날린 무무가 그들의 앞에 섰다.
어린아이의 몸집,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자 흑살단의 단원은 검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 이 연기 속에서 내가 보인다는 건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무무는 정확히 적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몸에 감싸진 붕대, 그것이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자객은 자신의 팔을 감싼 붕대를 베려고 했으나 검으로도 베어지지 않자 힘으로 버텼다.
‘몸에 감긴 붕대를 이용한 무공? 이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저 아이는 대체 누구인가.’
당황한 자객의 앞에 무무가 신형을 날리며 붕대를 풀었다.
허공에 나비처럼 휘날리는 붕대는 곧 자객의 팔과 다리를 묶고 목까지 묶은 뒤에.
빠각.
허리를 꺾어버렸다.
자객은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고 무무의 붕대는 송연화가 있는 마차를 감싸며 보호했다.
몸을 감싸던 붕대가 살짝 풀리자 온몸에 화상자국이 보였다.
입도 화상흔으로 눌어붙었다.
무무는 송연화가 있는 마차로 걸어갔고 무사들은 무무를 경계했다.
스윽.
충검대주 유청기에 서신을 하나 줬다.
[전서구를 보냈으니 곧 주인께서 오실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버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