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95
누님, 죽지 마세요 (2)
접객당에서 무사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선무정은 반 시진 뒤에 청월각으로 와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더니 두 눈이 커졌다.
“이, 이건 신이 만든 음식입니까?”
“응?”
“제가 여태껏 주군을 따라다니며 많은 만두를 먹어봤지만, 이 만두가 최고입니다! 평생 이 만두만 먹고 싶을 정도로요.”
“저 아이가 만들었다. 음식 솜씨가 끝내주지.”
내 말을 들은 선무정은 곧바로 만두를 우물우물 씹어 삼키곤 소월이에게 무릎을 꿇었다.
“부디 저와 혼인해주십시오!”
“예? 예?”
“소저와 같이 손맛이 좋은 여인을 만나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제발···. 악!”
당황하는 소월이를 보며 선무정의 이마를 밀어냈다.
“헛소리하지 말고 만두나 더 먹어라.”
청월각에서 소월이의 만두를 먹으며 쉬고 있는 틈에 매 한 마리가 허공을 맴돌았다.
그 매는 무무의 매였다.
‘무무의 매다. 설마, 행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곧 매가 땅으로 내려왔고 내 옆에 앉았다.
매의 다리에 있는 서신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젠장!”
“주군 왜 그러십니까!”
서신을 건네며 소월이에게 말했다.
“장주님께 가서 이 서신을 보이거라! 지금 누님의 행렬을 자객이 습격했다!”
“네, 네!”
소월이는 급히 청월각 밖으로 뛰어갔고 우리는 전각 지붕으로 신형을 날렸다.
한시가 급했기에 말을 타지 않고 금호장의 벽을 넘어 지붕으로 내달렸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최대한 빨리 황죽림으로 간다!”
금호장에서 성벽까지의 거리가 길었으나 금세 성벽을 지나 숲길에 다다랐다. 숲길에 들어가자마자 나무 위로 경공을 펼치며 지시를 내렸다.
“마훈! 도착하자마자 교전이 있을 수 있다! 준비하라!”
“존명!”
“무정아.”
“예!”
“넌 내 패를 들고 가서 이 소식을 남궁세가에 전하고 모든 의원을 황죽림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거라! 한시가 급하다고!”
“존명!”
선무정은 조금 더 빠르게 남궁세가로 가기 위해 호수 위를 내달렸다.
“마훈.”
“주군! 저를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가십시오! 저도 빠르게 가겠습니다!”
마훈은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알았다.
능공허도까지 펼치지 못하니 빠르게 가야 하는 지금, 괜히 내 짐만 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흔적을 남겨놓겠다. 최대한 빨리 쫓아오거라.”
“존명!”
탓!
능공허도를 펼치며 한 마리의 새처럼 허공을 날았다.
한순간도 지체해선 안 됐다.
자객이 대놓고 남궁세가와 금호장의 행렬을 노렸다면 그만한 준비를 하고 왔을 공산이 컸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가야 했다.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
흑살단이 퍼트린 검은 연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무사들의 시야가 가려진 틈에 흑살단은 연기 속에서 신형을 날리며 그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48명의 무사 중, 남은 건 고작 21명 뿐이었다.
“네 명이 진을 이뤄 사각을 없앤다!”
제검대주 관오가 언월도를 휘둘러 시야를 가리는 연기를 날려버리려고 했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연기가 아니다. 연기가 이렇게 무겁다니.’
날리지 않다면 소리에 집중해야 했다.
자객들의 발소리에 집중하며 언월도를 휘둘렀으나 자객은 허리를 숙이며 피한 뒤, 몸을 기이하게 틀더니 단도를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팔을 빼며 피했으나 관오의 팔뚝에 깊은 검흔이 새겨졌다.
“기이한 움직임과 이 연기 속에서 정확히 볼 수 있는 눈···. 이놈들 제대로 훈련받은 살수들이구나.”
그렇게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며 송연화가 있는 마차 주위로 자객들이 모여들었다.
챙!
챙!
챙!
그들의 검을 막는 것은 무무의 붕대였다.
‘무슨 붕대가 검에도 잘리지 않는 거냐.’
앞이 안 보이는 검은 연기 속에서도 귀신같이 자객들의 공격을 차단했고 흑살단주가 자유자재로 신형을 날리던 무무에게 다가갔다.
“신묘한 몸놀림, 이 연기에서도 볼 수 있는 눈! 네 놈은 남호촌의 생존자더냐?”
남호촌(南虎村).
북건성 하문에 있는 마을로 자객들의 마을이라고 불린 곳이었다.
갑작스럽게 다섯 해 전에 불에 타 사라진 곳으로 생존자가 없다고 했지만, 무무는 무조에게 구해지며 살아남았다.
스르르륵.
살짝 풀린 붕대 틈으로 무무의 입이 보였다.
불로 인한 화상으로 입이 눌어붙어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구나.”
흑살단주도 그 남호촌의 소속이었다.
“마을을 나올 때, 모두를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
“그 눈빛, 그래 남호촌의 자객들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지.”
흑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일족을 모두 죽이고 간 것인데 생존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꽉.
붕대를 잡은 무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분노였다.
부모를 죽이고 불태워 죽인 사람.
그 불 속에서 이틀 동안 있으면서도 마지막 봤던 얼굴은 잊지 않았다.
타앗!
무무는 진각을 하며 흑살단주에게 달려들었다.
흑살단주의 검이 가로로 눕혀졌다가 순식간에 횡으로 베어나갔다.
검로를 보곤 위로 뛰어오르며 피했으나 양옆으로 독이 발라진 비수들이 날아왔다.
휘릭.
붕대를 밟고 한 번 더 뛰어오르며 피했다.
“분노에 휘감겨 목적을 잃었구나.”
그들이 애초에 노린 것은 무무가 아니었다.
무무를 마차에서 떨어지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자객의 피가 흐른다면 감정에 사로잡혀 목적을 잃지 말았어야지.”
그때, 자객 한 명이 땅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충검대가 마차 주위를 겹겹이 에워쌌고 들어갈 틈새가 없자 자객은 품에서 비수를 꺼내 그것을 던졌다.
“부인!”
남궁효우가 연기를 뚫고 송연화가 있는 마차로 달려오며 손을 뻗어 비수를 막으려고 했으나 비수는 손끝을 스치며 날아갔다.
비수가 송연화에게 닿기 전, 청철로 된 비녀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강기를 형성했다.
콰아앙!
자객이 던진 비수는 기막에 막혀 그대로 튕겨 나갔고 자객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무슨!”
비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정순하고 견고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멀스멀 움직이더니 송연화의 몸을 갑옷처럼 감쌌다.
흑살단주는 그 기막을 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 이런 식으로 기막을 형성하는 진을 발휘하다니, 그 비녀를 만든 이가 누구냐?”
흑살단주의 말에 송연화는 비녀를 만지작거렸다.
‘삼현이가···. 나를 지키려고?’
볼 때는 평범한 청철 비녀였으나 그 안에는 송삼현이 기운을 넣어놨다.
제갈귀호에게 배운 대로 위기가 왔을 때, 진이 발동되도록 작업을 해놓은 덕분에 흑살단이 송연화를 쉽게 죽일 수 없게 됐다.
“마차를 감싸는 호위들을 없애라!”
흑살단의 자객들은 일제히 마차로 신형을 날렸다.
충검대는 죽을 마음으로 그들을 막아냈다.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검에 이곳저곳이 마구 베였으나 참고 검을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틈은 벌어졌다.
“이놈을 잡아라!”
무무의 주위를 자객 네 명이 에워쌌고 흑살단주는 그 사이에 신형을 날렸다.
스르르르륵.
흑살단주의 검을 휘감은 붉은 기운.
그 기운은 검강을 형성하며 그대로 기막을 내리치려고 했다.
휘리리리리릭.
사방에서 검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무무의 붕대가 흑살단주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흑살단주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마차의 앞을 막아선 무사들의 목을 베고선 기막을 내리쳤다.
카가가가가가각!
기막에 검강이 갈려나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공을 더 끄집어냈다.
끄득.
입술까지 깨물자 비릿한 피 맛이 났으나 검을 거두지 않았다.
주르륵.
내상까지 입으면서도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며 계속해서 검에 내공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서서히 벌어지는 틈, 기막에 가느다란 선이 가자 검을 비집어 넣었다.
콰아아아아앙!
“지금이다!”
흑살단주는 기막을 깨트리곤 내상을 입어 뒤로 물러났고 그사이, 흑살단원이 잽싸게 신형을 날렸다.
“어딜!”
“제가 좌! 대주님이 우를 맡으십시오!”
충검대주 유청기가 검을 휘둘러 막으려고 했으나 자객은 허공에서 발을 딛더니 궤도를 틀었다.
‘허공답보!’
그는 흑살단 부단주였다.
스르르르륵.
자객들에게 발목을 잡혀 다가갈 수 없었던 무무는 붕대를 최대한으로 뻗어 흑살단 부단주의 왼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부단주의 오른손에 들린 검은 이미 송연화가 닿는 거리에 있었다.
촤아아아악!
붕대 때문에 균형을 잃은 부단주의 검은 송연화의 목이 아닌 살짝 빗나가 왼쪽 어깻죽지를 베어버렸다.
피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놀랐다.
공포에 휩싸여 몸을 숨긴 시비들은 송연화에게 달려갔다.
“아가씨!”
“안 됩니다!”
시비들이 오는 것을 본 송연화는 왼쪽 어깨를 부여잡곤 몰려오는 고통을 꾹 참으며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말고 달아나거라!”
죽는 순간에도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송연화를 본 시비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송연화의 가장 가까이 있는 부단주에게 달려들었다.
“아씨의 곁에서 떨어져라, 이놈!”
부단주의 일격에 가장 앞에서 달리던 남자의 목은 순식간에 떨어졌다.
“숨이 길구나.”
송연화의 숨이 붙어있는 걸 본 부단주가 검을 들어 내려찍으려는 순간.
“피해라!”
뒤에서 들려오는 흑살단주의 소리에 잠깐 검이 멈췄고 부단주는 허공을 올려봤다.
‘…. 푸른 용이 날아드는가.’
푸른 연기가 용의 형상을 갖췄고 곧 번개처럼 신형이 쏘아지더니 부단주의 오른팔이 베어지며 검을 들고 있던 손이 바닥에 뚝 하고 떨어졌다.
*
“끄아아아아아아악!”
부단주의 팔이 순식간에 땅에 떨어지고 푸른 연기는 검으로 갈무리되었다.
푸른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
“저자는!”
“배, 백의검룡이다!”
그는 송삼현이었다.
“삼 공자님!”
“공자님이시다! 우리는 이제 살았어!”
남궁세가와 금호장의 생존자들은 송삼현을 보자 안도했고 흑살단은 송삼현이 나타난 것을 보자 당황했다.
흑살단주가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는 사이, 송삼현은 쓰러진 송연화에게 다가갔다.
“사, 삼현아···.”
입고 있는 붉은 옷처럼 바닥에 흥건한 피를 흘리며 숨이 약해지는 송연화를 보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이게 무슨 일이냐.”
저벅.
“어째서 누님이···. 누님이 쓰러져 있느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시비들은 엎으려 울기만 했다.
그리고 송삼현의 손을 잡은 송연화는 미소를 지었다.
“… 울지 말거라. 삼현아···.”
스윽.
피가 묻은 손으로 송삼현의 얼굴을 쓸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거였다.
“너에게 걱정만 끼치는구나.”
힘이 없어진 송연화를 보고 송삼현은 바로 점혈을 해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했다.
“누님! 이거 드세요! 어서요!”
품에서 약통을 꺼냈다.
그것은 천하봉선이 준 약이었다.
아무리 심한 상처라도 단숨에 낫게 해준다는 묘약이었다.
꿀꺽.
송연화는 그것을 먹으며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쌔액. 쌔액.
미세하지만 숨이 쉬는 소리가 들렸다.
몸 안으로 내공을 흘려보내 독이 있는지도 확인했으나 없었다.
‘됐다. 이것으로 한시름 놨다.’
살아있다면 기회는 있었다.
“뭣들 하느냐! 당장 누님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거라!”
“예, 예!”
여자 시비들이 송연화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갔다.
“매형.”
“… 알겠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남궁효우는 단숨에 알아들었다.
검을 거두고 제검대, 충검대와 같이 송연화의 곁으로 갔다.
저벅.
그리고 송삼현은 한 걸음 나아갔다.
팔이 떨어졌으나 아직 살아있는 부단주를 보곤 송삼현은 검강을 발현해 단숨에 그의 목을 베었다.
촤아아아악!
초절정 고수를 단숨에 벤 송삼현은 검을 쥐고 살기를 표출했다.
컥!
컥!
컥!
주위에 있는 흑살단은 숨을 쉬지 못했고 송삼현의 분노는 하늘의 구름까지 변화시켰다.
흑살단주는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자 놀라서 하늘을 봤다.
‘갑자기 비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맑은 하늘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시야가 흐려지더니 비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는 피부까지 그 감각이 전해졌다.
‘이, 이건.’
흑살단주는 놀라서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다.
‘헛것을 보게 하는 것은 상대의 기운을 압도해 인식을 비트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지금 우리 모두의 인식을 비틀었다는 건가!’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들이 점차 거세지며 폭우가 되어 시야까지 흐트러트리는 순간.
송삼현의 말이 들려왔다.
“단 한 놈도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