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02
열일하는 과금 기사 101화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초월지경에 올라서도 게임 개발을 하는 금발의 사내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다급히 주식 앱을 켠다.
네메시스 – 1,786,230원(+615,030원)↑
“……역시.”
주식이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다. 스카이 소프트에서 본격적으로 네메시스 소프트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니, 적대적 M&A를 하려면 몰래 해야지. 왜 이렇게 공개적으로…… 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샤이닝은 진실신의 사제였지.”
더불어 명예신의 사도(使徒)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정의신의 사제도 되고 싶어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아무리 초월자라도 사업하면서 정의신의 눈에 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아까 그 인터뷰는 [진실의 선언]이겠구나.”
진실신의 사제가 가진 능력은 단순히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것만이 아니다. 겨우 그것뿐이었다면 그냥 아주 뛰어난 거짓말 탐지기와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진실의 근간은 말(言).
진실의 사제들은 진실을 말하고 가려내는 것으로도 업을 쌓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수행 방법이 존재한다.
정의신의 사제가 단순히 정의를 지키는 것보다 악인을 징벌하는 것으로 더 큰 업을 쌓는 것과 같다.
핵심은 간단하다.
‘먼저 말을 하고, 이후에 그것을 진실로 만든다.’
매일 조깅을 10킬로미터씩 뛰겠다든가 시험 성적을 10점 올리겠다든가 어떤 자격증을 따겠다든가 하는 선언을 하고 그것을 이루어 내면 사제로서 성장하게 된다. 그 일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성장 폭은 더욱더 커진다.
그리고 그렇게 말이 진실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진실신의 사제가 가진 언령의 힘 또한 높아지게 되지.’
사제로서의 수준이 충분히 높아지게 된 후의 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그 선언 자체가 언령이 되어 일종의 [보정]을 받게 된다.
세계 자체가 도와주는 꼴이다. 미묘한 우연들이 선언에 이로운 쪽으로 발생하고 호재와 악재가 있다면 가급적 호재가 발생하는 것.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 보정이 있고 없고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공개적으로 폭언을 하던 게 그저 성격이 더러워는 아니었나.”
다 이유가 있는 행보였다. 하긴 초월자쯤 되는 인물이 그리 단순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이젠 그럼 어쩌지?”
혼란스럽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상황을 관조한다.
그러자, 냉엄한 진실 하나가 명확하게 인식된다.
“내가…… 뭘 어찌할 건 없어.”
죽어라 네메시스의 주식을 사 모았다. 배우로서의 개런티, 작가로서의 인세, 선수로서의 파이트머니, 노동자로서의 일당까지. 거기에 더해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는 주가는 내가 보유한 주식의 수가 늘어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 봐야.
‘2천 주에 불과해.’
네메시스 소프트의 상장 주식 수는 약 2,392만 주에 달한다.
즉 2,000주의 주식을 휘두를 수 있는 지분율은 1%도 0.1%도 아닌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이 정도 주식으로는 난데없이 발발한 이 주식 전쟁에서 백기사도 흑기사도 될 수 없다. 나는 널리고 널린 개미 중에 좀 덩치가 큰 수준에 불과하니, 굳이 뭔가 된다면 병사 1 정도겠지
“하기야 당연한 일인가…….”
네메시스의 대표 배사랑은 누구인가?
그녀는 세계 최대의 기업인 일성의 대표, 배재석의 딸로 고작(?) 1,000억에 불과한 용돈을 들고 독립해 네메시스를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또 돈만 아득바득 벌고자 하는 천박한 경영 철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비웃는 이들이 많지만 그런 말들이 그녀의 비범함을 감출 수는 없다. 게임 마스터가 지배하는 행성에서 매출 1위의 게임이라는 건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니까.
그리고 샤이닝.
배사랑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면 그는 시대의 거인(巨人)이다.
게임 마스터 관대하의 추종자이자 명예신의 사도, 진실신의 고위 사제인 그는 9클래스의 대마법사이자 세계 10대 부호 중 한 명. 34지구에 가장 최적화된 존재라 불리는 존재.
물론 지금의 나도 스스로의 힘만으로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래 봐야 널리고 널린 시민에 불과하다.
저 둘에 비하면 움직일 수 있는 자금도, 영향력도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존재다.
네메시스 – 2,809,430원(+1,023,200원)↑
“……한동안은 주식 못 사겠네.”
미친 듯 상승하는 주식을 보며 이제부터는 다이아나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꼬맹아! 그놈의 주식 좀 그만 보고 와서 공사나 도와! 언제까지 쉴 거야!”
우주선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작업을 위해 우주복을 입다 멈춰 체다의 등에 떠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점진적으로 사용자들이 사용한 재화를 환불해 드린 뒤, 서비스를 종료할 것입니다.]“……아니지?”
내가 뭘 할 수는 없다.
그냥 지켜보며…… 걱정만 한다.
“진짜 서비스 종료까지는 하지 못할 거야. 그렇지?”
리벤지의 서비스가 종료되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모든 게임 능력을 잃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어쩌면 이미 존재하게 된 아르데니아는 그대로 유지되는 대신 과금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리벤지가 사라지고 들어설 갓겜이 내 새로운 게임 능력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 와서는 그것도 싫다.’
나는 이미 아르데니아에서 20년이 넘게 살았고 이제는 수많은 사람을 이끄는 황제가 되었다.
상황의 변화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도 큰 위협이거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가상 현실 뺏어가는 정도로만 하자…….”
그렇게 기도하는 사이, 작업장에서 다시 날 부른다.
“꼬맹아! 이 주식쟁이 진짜!”
“아, 간다! 가!”
버럭 성질을 부리며 작업장으로 향한다.
일단은 내 일과에 집중할 때였다.
* * *
달에 새로운 건출물 [달의 요정]이 세워졌다. [드워븐 건설]의 대표 김성식은 함박웃음으로 직원들을 치하했다.
“다들 고생했어! 잔금 받고 해산!”
나는 산처럼 쌓여 있는 음식들을 배불리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옆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던 거인족 마모루가 고개를 돌린다.
“오! 주식쟁이 이제 지구로 돌아가나?”
“아, 가끔 훑어본 것 가지고 되게 뭐라고 하네.”
마모루는 거인족과 인간 사이의 혼혈이다. 거인족이었던 어머니를 우주 용병 일을 하던 일본인 어르신이 구해 주면서 맺어지게 되었다던가.
드워븐 건설의 인부는 대부분 순수 거인족이었기 때문인지 인간인 나에게 특히나 살갑게 굴었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긴 하네. 거인족 키가 4미터도 넘는데 어떻게 맺어진 거지.’
그를 볼 때마다 이름 모를 그의 부친에 대한 감탄이 밀려온다. 여러모로 대단한 인간인 것 같았다.
하기야 우주 용병 일을 하는 어르신이 평범한 인간은 아니겠지.
“하하! 일에 집중을 못 하니 그렇지. 뭐 그래도 대단했어. 순수 인간 중에 너만큼 힘센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그 덩치로 오우거보다 세다니.”
마모루는 사람 좋게 웃다가 문득 기억이 났다는 듯 물었다.
“아, 맞아. 너 혹시 영화 찍었어? 내 동생이 널 알던데.”
국내에서 6천만 관객을 훌쩍 넘는 기록을 세운 교수 지망생은 해외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역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 덕분에 나 역시 엄청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다 주식으로 변한 상황이지만서도.
“뭐, 그렇긴 하지.”
“영화배우가 공사 일을 왜 해?”
“일을 왜 하냐니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을. 당연히 돈 벌려고 하지.”
물론 돈이야 당연히 영화가 더 많이 벌지만 그렇다고 영화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신화 성 업글만 해도 정말 까마득하다. 나는 계속 벌어야만 했다.
“흠, 그럼 차기작은 안 정한 거야?”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
사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꽤 많다. 영화뿐이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 고정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페이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생각보다 제한도 많고. 차라리 공사판을 돌거나 시합을 뛰는 게 더 이득일 정도다.’
고정급도 그냥 저냥 한 수준에 러닝 개런티를 제시하는 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니,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앨런이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날 섭외한 것인지만 깨닫게 된다.
투자자들이 자기 목을 조를 것이라던 앨런의 말이 농담이 아닌 듯했다.
“흠, 그럼 크리스마스 때 파티에 올래? 내 동생도 영화 쪽 사람이라 들을 이야기가 많을 텐데.”
마모루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때는 안 돼. 이미 일정이 있어서.”
“아, 역시 연예인이구만. 그러면 1월 1일은 어때?”
“그때는, 가능할 수도 있겠네. 일이 많아서 오래 있지는 못할 테지만.”
바쁘디바쁜 현대사회.
이곳의 작업이 끝났으니 새 일을 구해야 한다.
“엄청 빡빡하게 사는구나. 너…… 여기 공사에서 번 돈만 해도 몇 개월은 놀고먹을 텐데.”
“그냥 먹고 살려고 버는 게 아니니까.”
결국 난 모든 작업을 마친 후 워프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돌아왔다. 일정이 많아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청 코너! 무시무시한 속도로 프로를 향해 나아가는 무서운 신인이죠! 황제! 한재연!”
아직도 상대는 약했다.
아마추어 수준은 벗어났지만 아직도 세미프로였기에 상대의 수준은 고만고만하다. 상대 중 특별히 강한 녀석도 이제 막 완성자에 도달한 정도.
라이선스 같은 건 딱히 필요 없는 자유로운 판이었지만, 프로까지 필요한 최소 경기 수가 있었기에 기회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뛰어 줘야 했다.
“아주 건방진 별칭이야. 새파란 신인이 황제라니.”
상대방이 나를 도발했다.
내가 해 줄 답은 주먹질뿐이었다.
콰앙!
“다운! 다운! 청 코너 승!”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언제나 그는 고민했다. 검의란 무엇일까? 이 동작에 담긴 의미가 삶과 죽음보다 더 가치 있는가? 샤인라이트는 전장 한가운데에서…….”
영상도 계속 찍었다.
그리고 잠도 잤다.
“아, 시간이 아깝다…….”
가급적 지구에서 자고 싶지 않다. 잠을 자는 만큼 돈 벌 시간이 날아가는 셈이었기 때문.
그러나 아르데니아의 시간도 급박한 상황이니 어쩌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자고 일어난 후.
나는 늘 입던 양복을 입고 호텔로 향했다.
“작년에는 숙박권을 줬었는데 올해는 없나.”
리벤지의 매출이 여전한데도 VVIP에 대한 취급이 소홀해졌다. 네메시스의 고객 관리가 허술해졌다기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주식 전쟁으로 네메시스의 현금이 마르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기야 마를 수밖에 없지.”
나는 호텔을 향해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야옹.”
체다와 눈을 마주치자 녀석이 뭘 원하는지 알겠다는 듯 주변에 있던 난간으로 뛰어올라 주식 화면을 띄운다.
‘그야말로 자동이네. 마모루가 주식쟁이라고 투덜거릴 만하다.’
당장 주식을 팔 것도 살 것도 아니면서 틈만 나면 들여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누구라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메시스 – 20,459,430원(+2,011,800원)↑
“와.”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온다.
“와 진짜.”
너무나 압도적인 빨간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