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6
열일하는 과금 기사 115화
* * *
랜드웜의 정원은 40명이다. 리벤지에 존재하는 모든 탑승형 펫 중 최대 인원.
심지어 랜드웜의 이동에 붙은 [지형 무시] 특성은 벽으로 막혀 있든, 물이 있든, 마그마가 있든 상관없이 탑승자를 목표 지점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
‘땅굴벌레 같은 거지, 뭐.’
공성전이나 전쟁 시 특정 포인트에 40명의 플레이어를 우르르 쏟아 내는 공격법은 상당히 강력해 랜드웜을 보유한 [미래] 길드는 대규모 전쟁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길드 마스터가 미래 중공업 회장이랬던가.’
뭐 어쨌든.
[천검-백인참(百人斬)]&[천지를 가르는 검]랜드 브레이커(Land Breaker).
영주성으로 우글우글 몰려들던 천신교단이 몰살을 당하고 그들을 지휘하던 광신자 에드워드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고 바닥을 뒹군다.
조금 전까지 절세 미남이었던 얼굴이 토끼발의 타격에 엉망으로 우그러져 있다.
“너, 너! 네놈이구나! 이 괴물! 신에게 저주받을 불신자! 네놈이 나와 내 군세를 죽였던 거야!”
“역시 보름 정도로는 리젠이 안 되네. 대신 던전엔 없어도 공성전에는 등장하는구나.”
내가 이걸 몰라서 얼음 여왕의 함정에 빠졌었다.
후두두!
와르르!
쏟아지는 아이템의 비를 피해 앞으로 걷는다. 들어 올려지는 망치. 에드워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잠깐! 잠시 대화를 하자! 우리는 같은 인간이야! 충분히 동맹을 맺을 수 있…….”
말을 섞기도 귀찮다.
인간형 몬스터이기에 더 동맹을 맺기 위험하다. 에드워드는 천인마수 양산과 테러 활동, 포교 등으로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뻑!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광신자를 해치웠습니다!] [최고 기여도. 한재연.]월드 메시지와 함께 하늘에서 수백 개의 아이템이 쏟아진다.
“어디 보자…… 구성은 전하고 비슷하네.”
대신 이번에는 영광의 홀(전설) 대신 영광의 검(전설)이 드랍되었다. 크기도 적당하니 6강 정도 하고 쓸 만할 듯하다.
[한재연 님이 옥좌에 각인을 시도 중입니다!]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거짓된 빛의 성지를 점령했습니다!] [새로운 성주. 한재연.]승리와 동시에 모든 몬스터가 빛으로 변해 흩어지는 임팩트는 없다. 이미 다 죽여 버렸기 때문.
나는 산책하듯 영주성 앞을 돌며 아이템의 소나기를 피하다 비가 그칠 즈음 고개를 돌려 랜드웜을 바라보았다.
“내려 줘.”
[짐꾼이…… 따로 없구먼.]철컥.
쇳소리와 함께 랜드웜의 이마에 위치한 가장 큰 비늘이 열린다.
우르르.
다시 말하지만 랜드웜의 정원은 40명이다. 게임 화면상 넓이가 상당하다 하더라도 탈 수 있는 플레이어는 좌석 수만큼.
그러니까 게임에서는 그랬다는 말이다.
우르르.
마법사와 사제 플레이어 30명이 내린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알았으니 비켜요, 비켜! 다른 사람 나옵니다!”
우르르…….
이어서 궁수 계열 플레이어 60명이 굴러 떨어지듯 쏟아진다.
“아이고 삭신…….”
“가자, 길! 길!”
“땅이다, 땅.”
우르르!
이번엔 정말 많다.
전사 계통의 플레이어들이 주전자의 물처럼 쏟아진다.
쿵!
“윽! 으악! 저 깔렸습니다!”
“자자, 조심해서! 다치지 않게!”
“밀지 마! 사고 난다 사고!”
“너 생명력 300포인트가 넘기라도 하냐? 깔려 죽기 싫으면 빨리 빠지라고!”
쏟아진다. 계속 쏟아진다. 그 숫자가 무려 200여 명!
심지어 아직도 끝이 아니다.
“빨리 비켜. 빨리!”
“으으…… 다리에 쥐가…….”
“기사님 나가신다! 죽기 싫으면 굴러서라도 빠져!”
우르르.
마지막으로 강력한 육체 능력과 오러 능력을 갖춘 기사 20명이 내렸다. 다들 안색이 창백하다.
‘하기야 당연하지.’
나는 그들 모두를 랜드웜에 태워 두 화점, 그러니까 아이언 캐슬부터 거짓된 빛의 성지까지 무려 600킬로미터의 거리를 한 번에 주파했다.
중간중간에 있는 착점에는 고개조차 내밀지 않았다.
‘가장 높은 산꼭대기마다 숨구멍만 뚫어 놓은 정도지. 숨구멍 뚫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게 문제지만.’
오러를 깨우친 그들이라도 엄청난 무게에 짓눌린 상태로 8시간이 넘게 이동하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
가장 밑에 깔려 있던 기사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널브러져 있는 동안 가장 먼저 내린 마법사 플레이어이자 행정관이 책자와 만년필을 꺼내 들고 소리쳤다.
“자자! 30분 정도 쉬었다가 아이템 분류 시작할 겁니다!”
“어디 아프거나 몸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 주세요!”
나는 300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영주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옥좌에 앉아 내면을 살핀다.
팟!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내면세계로 진입한다.
쿠구궁!
내면세계가 흔들린다. 짐작하던 일이었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역시.”
정신이 확장된다. 내 정신과 육신을 통로로 삼아 휘몰아치는 차크라의 흐름이 느껴진다.
나는 차크라의 경지가 3층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한쪽 벽을 가득히 채운 바둑판, 그곳에서도 도드라져 보이는 9개의 맥(脈).
딱!
그중 광신자 에드워드가 차지하고 있던 우변화점에 백돌이 놓이자 수련한 적도 없던 요소가 마치 봉인에서 풀려나듯 저절로 깨어나 선명한 존재감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빛을 갈망하는 이들. 특히나 종교인들이 많이 각성한다는 속성계 요소.
빛(光).
나는 현문(賢門)에 다다른, 그러니까 완성자급 빛(光)의 요소가 내 소우주에 깃들었음을 알았다.
눈을 뜬다.
우웅!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 눈앞에 빛덩이가 떠오른다. 나는 손가락을 휘둘렀다.
팡!
쏘아진 빛줄기가 마치 물리력을 가진 것처럼 가구 하나를 때려 부순다.
피웅!
이번에는 쏘아진 빛줄기는 부서진 가구 파편을 태워 버린다.
“와…… 좋은데?”
빛을 여러 가지 성질로 활용할 수 있다. 레이저 빔처럼 열을 발생시킬 수도, 섬광탄처럼 광량을 높일 수도, 마치 화살처럼 일시적으로 물리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
물론 물리력을 부여할 수 있는 건 아주 잠깐에 불과해 얼음의 속성력처럼 갑주를 만든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빛이 가진 속도는 상상 이상의 강점이다.
“아, 역시 여길 지키고 싶은데.”
한탄한다. 이 화점을 빼앗기면 성장한 차크라에 다시 제약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욕심.
내가 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거나 어마어마한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는 이상…… 화점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 가능하다 하더라도 황금 같은 병력이 소모되고 말 것이다.
충분한 과금력이 모이면 언제든 다시 차지할 수 있으니 지금은 지금의 목적에 충실해야 했다.
“정찰 시작하겠습니다!”
팟! 팟! 팟! 팟!
충분한 휴식을 마친 40명의 궁수 플레이어들이 대형 펠리컨(영웅), 거대 독수리(영웅), 그리핀(영웅), 어둠 박쥐(영웅) 등을 소환해 하늘로 날아오른다.
병사들은 산처럼 쌓여 있는 아이템을 분류하고 기사들은 병사 몇을 데리고 성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랜드웜에게 돌아왔다. 대기 중이던 지휘관이 내게 두꺼운 책을 넘기며 보고했다.
“충! 생존자 및 서적 수색 시작했습니다. 귀환 포인트는 와일드 보어 성이며 아이템 분류 후 본격적인 수색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그래. 특이 사항이 생기면 보고하고.”
“충!”
지휘관을 보낸 뒤 적당한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정해진 페이지를 읽기 전 생각한다.
“쓸 만한 작품은 언제나 나오려나.”
장편 소설이 하루 이틀 만에 나올 수는 없다. 지구에서처럼 평소에 써 둔 작품도 거의 없을 것이다.
1차 공모전 기간을 1년이나 잡은 게 바로 그런 이유.
그리고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간다. 온몸이 형편없이 쪼그라드는 듯한 거지같은 감각과 함께 내 시야에 모니터 화면이 들어온다.
나는 소리 내어 방금 읽은 책 내용을 읊으며 타자를 쳤다.
“삶이 삶이 아닌 자들에게도 죽음은 다가오기 마련. 나는 시체가 꼭 쥐고 있던 술병을 빼앗아 들었다.”
내 성과 세력을 통째로 빼앗겠다고 쳐들어왔다가 그대로 멸망한 명 제국의 포로들이 가지고 있던 소설이다.
제목은 웃는 검은 취하지 않았다(笑劍不醉).
굳이 말하자면 무협지다.
⤷뀨뀨2020 : 흠. 묘사가 과하다는 단점이 귀로 들으니 괜찮은 것도 같고…….
⤷♡엠퍼러♡ : 황제 오빠 목소리 너무 좋아요♡♡ 언제 노래도 해 주실 수 있나요?
⤷담배대신이쑤시게 : 크. 완전 느와르네. 등장인물이 너무 약해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좁밥들 특유의 치열함이 있네요.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다. 나는 한 페이지를 다 쓰고 커피잔을 들었다. 그리고 입술만 적시며 컵이 입을 가린 틈을 타 말한다.
“로그인.”
“로그아웃.”
지구의 몸 상태는 형편없다. 그냥 앉아서 소리 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목이 쉬고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만으로 손목에 문제가 생길 정도.
그러나 상관없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서는 순간.
뿌드득!
척추가 곧게 펴진다. 몸에 쌓이던 피로가 감쪽같이 지워져 버린다.
“로그아웃.”
계속해서 책을 읽는다. 요즘 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일과.
초반 좋지 않던 리플들도 이제는 상당히 친절해진 상태다.
지루함을 못 견딘 시청자는 이미 다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핫바디버디 : 황제님! 굳이 타자 치지 마시고 음성 인식 기능을 쓰세요. 모델을 보아하니 로드캣21인 거 같은데. 기본 기능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튀튀 : 와. 이거 실시간임? 미친 거 아님? 411시간째 방송 중인데 잠은 카메라 앞에서 자는 거?
⤷낙지볶음 : 황제님 잠 안 자고 계속하세요. 고위 능력자신 듯! 어르신급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잠만자요 : 아니 그것보다 무슨 소설을 옛날이야기 하듯 끊기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읊어…… 와. 이게 가능한 일이냐?
⤷우란 : 재연 오빠! 열심히 하는 모습 너무 멋지다! 고등학교 때 오빠 좋아했었는데…….
⤷낙지볶음 : 어! 황제님 동창이에요? 그때 황제님 어땠어요?
⤷우란 : 우리 학교 전설이에요! 일진 사냥꾼이라고 불렸어요!
⤷낙지볶음 : 아, 그건 좀 오그라 드는데…… (정색).
⤷감튀튀 : 아니 일진이 설치면 정의신의 사제를 부르면 되지 뭔 사냥을 하고 다녀 ㅋㅋㅋ
“로그인.”
반복한다.
“로그아웃.”
반복한다.
나는 알고 있다. 한탕 대박의 맛은 달콤하지만 결국 은행 잔고는 반복되는 매일로 쌓아 가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매일매일…….
차분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쌓아 나간다면 그 결과는 한탕 대박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달콤…….
“위대한 황제 폐하께! 지고의 보물을 바치옵니다!”
“…….”
나는 오랜만에 아이언 캐슬로 돌아와 수십 명의 마법사와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시녀가 들어다 바치는 책을 받았다.
그리고 말했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온다.
“하, 하하!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소리친다.
“한탕 대박……! 와! 13억 금방 갚겠는데!?”
아르데니아 모든 마법의 원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문이 들어 있다는 환상의 서적.
황금마탑의 [마도전서]가 내 손에 들어왔다.